문화자본, 스포츠문화자본 및 다문화청소년에 관한 소고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기존 문화자본론의 유효성과 스포츠문화자본의 성립 가능성을 검토하는데 있다. 가정과 학교의 스포츠문화자본 형성 시 역할을 파악하며, 국내 다문화청소년들의 스포츠 참여의도를 이해하는 가운데 그들 집단 내부에 스포츠문화자본이 실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연구의 또 다른 목적으로 볼 수 있다. 문헌조사의 서술적 검토 방식을 바탕으로, 학술지의 본 연구주제 관련 기술, 통계자료 및 심층 인터뷰자료 등을 활용하였다. 고찰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문화자본론이 언제나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계급 유지 및 재생산을 설명하거나 개인과 집단의 문화 코드를 이해하는데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과, 기존 문화자본론의 변모된 양상들을 목격했다. 또한 계급과 스포츠취향 간 상응의 이완 현상 속에서 스포츠를 통한 개인의 인정 욕구 충족 및 계급 재생산 수단으로서의 기능과, 스포츠문화자본의 실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가 스포츠문화자본 형성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흐름 가운데 한국의 다문화청소년들은 주류문화에 대한 동화 및 적응을 위한 전략적 방편으로 스포츠를 활용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하지만 국내 다문화청소년 집단의 고유한 스포츠문화자본의 태동은 감지하지 못했다. 이에 문화자본과 스포츠문화자본이 세태에 반응하고 있음과 한국 다문화청소년들의 스포츠를 활용한 전략적 처신에 관해 보다 포괄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effectiveness of the existing cultural capital theory and the possibility of the existence of sport cultural capital. It also intends to understand the role of homes or schools where sport cultural capital is formed, confirm whether sport cultural capital exists within domestic multicultural youths, and identify their intentions to participate in sports. This study adopted the narrative review approach, a methodology for literature research, utilizing descriptions, statistics, and in-depth interviews in major journal articles related to the study topic. The conclusions are as follows. While the existing cultural capital theory remains effective, perspectives different from the theory were found. Observations revealed that school is essential for establishing sport cultural capital. Meanwhile, it was discovered that multicultural youths in Korea are using sports as a strategic means. Signs of unique sport cultural capital for multicultural youths, however, were not detected.
Keywords:
Cultural Capital, Sport Cultural Capital, Multicultural Youths, Role of School키워드:
문화자본, 스포츠문화자본, 다문화청소년, 학교의 역할I. 서론
축구가 독특하게 소비되고 있다. 요 몇 년간 주요 TV 프로그램 편성표를 보면 그 현상이 또렷이 보인다. 상당수 축구와 관련한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정규화되고 있는데 엘리트 선수들이 직접 뛰는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 전문적으로 축구를 한 이력이 없는 순수 아마추어 동호인들, 또는 타종목 출신 은퇴 선수거나 연예인들 아니면 그저 축구가 좋아서 나온 유소년들의 경기를 보여 주는 방송이 대부분이다. 그중에는 여성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도 있다. 당연히 화려한 축구기술이나 수준 높은 경기장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수투성이 시합이지만 때론 즐겁게, 때론 누구보다 진지하게 운동하는 모습이 가감 없이 전파를 탈 뿐이다. 그래도 시청률이 높다.
이런 인기의 근원이 궁금하다면 그 배경을 봐야 한다. 동호인 축구가 대중적인 스포츠활동으로 자리매김을 한데다 최근 풋살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20). 월드컵과 해외 주요 리그의 인기는 물론이고 국내 프로리그의 상승세 덕에 관전 스포츠(spectator sports)로서 축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기본값 자체가 높아졌다.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이 시설적 인프라의 구축과 확충에 기여한 점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축구를 잘하면 사회적으로 유용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조성된 점이다. 특히 요사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강하게 감지되는 분위기다. ‘공부 잘하는 것’이 학령기의 절대적 추구가치였던 예전에 비하면 전향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은 이런 상황을 직감하는 것 같다. 구별되고 인정받고 싶은 한국인의 욕구 목록 한가운데 공식적으로 축구가 들어온 것이다.1) 이것은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와 암묵적 동의를 통해 형성된다. 축구는 그렇게 범국민적 선호 스포츠가 되었고 자기 유익 극대화의 수단이 되었다. 최근 유소년 축구 클럽의 높은 인기는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 유소년 축구 클럽의 성공 배경에는 ‘운동(축구)을 잘하면 학교와 또래 집단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 하위문화’(권민혁, 2009; 백병부, 2012; 임번장, 김경식, 2011)와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계급적 시각을 만나면 문화자본의 일부, 즉 계급적 지위 획득과정으로 읽힌다. 계급과 문화자본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를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많은 연구들이 개인의 스포츠 참여의 양상을 파악, 분석해 왔다. 문화적 측면에 대한 연구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은 스포츠 참여자들의 문화적 속성을 깊이 있게 이해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Stempel, 2005)로 알려졌다. 일반적 견지에서 문화자본은 사회적으로 소용될 값어치가 있는 상징적 재화를 말한다(Bourdieu, 1977). Bourdieu는 문화자본을 3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즉, 책, 예술품 같은 객관화된 문화자본, 학력과 자격증으로 대표되는 제도화된 문화자본, 그리고 교양, 취미 및 습관을 의미하는 체화된 문화자본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Bourdieu는 무형의 체화된 문화자본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계급에 바탕한 특권적 취향을 의미하며, 계급 대물림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재료가 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스포츠를 문화자본의 하위영역으로 규정, 문화자본의 틀 안에서 관련 양상들의 측정을 시도한 바 있다(Bourdieu, 1984). 일과 구분되는 스포츠의 여가적 속성상 문화 현상의 일부로 분류한 것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정 스포츠의 경우 계급적 과시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것을 고려하면 문화자본의 범위 내에서 논의할만한 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가 본질적으로 지니는 포괄성과 독특성을 고려할 때 과연 문화자본을 설명하기 위한 부수적 개념 또는 문화자본의 일개 영역으로 전과 같이 인식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는 드물다. 최샛별(2014)의 지적처럼, 스포츠는 현대 한국인의 문화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하는 대표적 문화영역으로 간주 된다. 이렇듯 스포츠의 인기와 지위가 격상되어 그 자체로 독자적 문화자본으로서 작동하고 있다면 그에 부합하는 표현이 동원될 수 있다.
스포츠와 문화자본을 조합한 합성어인 ‘스포츠문화자본’은 스포츠 특유의 속성을 부각시키고, 최근 스포츠의 확장성을 문화자본론의 맥락에서 개념적으로 강조하는 구실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간 흔히 쓰였던 '문화자본으로서의 스포츠'는 Bourdieu가 제시한 초기 스포츠관에 터한 것이다. 이것은 스포츠를 기존의 문화자본론이 지닌 설명틀에서 조명하는 방편으로는 유용한 어구였으나 스포츠 그 자체의 고유한 문화자본화 현상과 변화를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가 ‘스포츠문화자본’으로 용어상의 변주를 시도한 까닭이다.2) 스포츠문화자본의 성립 가능성에 대한 타진은 그래서 요긴해 보인다.
거듭 언급건대, 스포츠가 기존 문화자본의 범주 안에서 한 성분으로 취급될 때 스포츠 특유의 역할과 기능이 희석될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안으로 봐야 한다. 물론 Bourdieu(1984)도 골프, 승마 같은 고급스포츠의 문화자본으로서의 특징적 역할에 대해 거론했으나 그것은 1960-1970년대 프랑스의 레저스포츠에 대한 언급이었다. 대중화와 고급화의 단계를 역동적으로 거쳐 온 한국의 스포츠상황에 단편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리고 스포츠를 문화자본의 한 부속으로 규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엽성의 문제도 있다. 가정의 계급적 배경이 개인의 문화 취향을 만들고 스포츠 참여는 단지 그 일부분으로서만 존재한다면 그 개인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체화된 양상들이 소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Coakley(2006)가 언급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잇는 매개, 즉, 스포츠의 파더링(fathering: 아버지로서의 자녀 양육행위)을 통한 남성문화(masculine culture) 전승의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상당량 간과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 안과 밖의 스포츠활동이나 또래관계에서 형성된 운동문화 역시 논의 전개 시 왜소화 할 개연성도 있다. 이러한 양상들은 기존 문화자본의 맥락과는 다르거나 여러 갈래의 방향에서 면밀히 고찰할 때에 비로소 부각 될 수 있다. 개인과 집단의 스포츠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해야 스포츠의 가진 고유한 역할과 다면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견지가 특정 스포츠를 단지 상류층의 전유물로 보는 상투적 관념의 극복을 돕고, 최근 스포츠 대중화의 영향에 기인한 중하위 계층의 전통적 고급스포츠(골프 등) 향유 경향(김정효, 2012)을 선입견 없이 관망케 하는 것이다. 상술한 시도는 기존의 문화자본론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던 사각지대 해소의 방편이자 Bourdieu(1984)가 말한 구별짓기의 외연을 넓히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스포츠문화자본의 존재적 당위성에 대한 의제도 여기서 제기된다.
최근 한국의 사회적 변동을 관측할 때 다문화 인구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해 한국의 다문화 가구수는 33만 5천 가구이며 가구원은 100만명을 넘어섰다(통계청, 2019. 8). 이는 전체 한국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수치이자 유사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최근 한국의 치명적인 인구감소 현상과는 달리 오히려 다문화가정 학생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교육부, 2018)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독특하면서도 중요한 인구그룹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의 스포츠참여 양태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길 만하다. 많은 경우 그 사회의 마이너리티(minority: 소수집단)3)는 경제적인 이유로 스포츠참여 등 문화적 혜택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빈번히 발견된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다문화 가정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여건 탓에 사회문화적 누림의 양이 크지 않고, 스포츠활동 참여율 역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스포츠개발원, 2017). 공공영역에서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스포츠참여율 제고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본질적, 지속적 개선이 담보되지 않는 한 이들의 스포츠에 대한 낮은 접근성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스포츠참여가 다문화청소년들의 마이너리티로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Holland, 2012), 학교생활 적응(이근모, 최동일, 2017), 교우관계와 문화적응(권민혁, 2020) 및 정서발달(이종욱, 정진성, 김영식, 2014) 등에도 적지 않은 유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스포츠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 마련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상대적으로 다문화의 역사가 깊은 서구 사회의 경우 다문화 인구의 스포츠참여율 신장을 위한 오랜 노력의 결실을 보고 있으며 해당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곳의 스포츠와 연결된 문화자본을 다룬 연구들은 전향적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문화 그룹의 스포츠와 문화적 양상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 다문화 특유의 문화자본, 특히 스포츠와 관련한 문화자본이 사회 곳곳에 형성되어 있을 개연성(Erel, 2010; Smith, Spaaij, & McDonald, 2019)이 있지만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다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이 같은 정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접근이자 문화적 공생의 한 방편에 해당한다. 이런 움직임이 국내 스포츠/다문화 연구를 위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문화인은 자신들만의 폐쇄적이면서도 고유한 하위문화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응이나 계급상승에 가중치를 두고 주류 문화를 적극 추종하는 경우도 많다. 만일 특정 스포츠가 범사회적 인기를 누릴 때 그 스포츠 종목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마이너리티로서의 다문화인에 대한 주변의 배타성을 극복할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사회의 유행이나 풍속을 따르는 외지인의 모습에 호의적인 현지인들의 시선은 어느 문화권엘 가도 수월히 목격되는 장면일 것이다. 마이너리티라면 이러한 처신에 익숙해지기 쉽다. 이에 묻게 된다. 한국 다문화청소년들의 태도와 성향은 어떤지, 스포츠참여의 양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주류의 그것에 동조하고 있는지, 그들만의 고유한 스포츠문화자본을 형성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봄 직하다. 다문화인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그 중에서도 다문화 스포츠 참여자들의 문화자본에 대한 학문적 접근 역시 희소하다. 여기에 스포츠문화자본의 존재 여부 그리고 스포츠를 통한 다문화청소년의 사회문화적 적응에 대해 논의한 연구는 많지 않다.
본 연구의 목적은 기존 문화자본론의 유효성과 스포츠문화자본의 성립 가능성을 검토하는데 있다. 가정과 학교의 스포츠문화자본 형성 시 역할을 파악하며, 국내 다문화청소년들의 스포츠 참여의도를 이해하는 가운데 그들 집단 내부에 스포츠문화자본이 실존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연구의 또 다른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기존 문화자본론이 현재에도 통용되는지를 다양한 문화권에 걸쳐 비판적으로 조망했다. Bourdieu가 언급한 구별짓기가 스포츠활동의 측면에서 어떤 형태의 문화코드로 존재하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스포츠문화자본화 현상이 실재하는지를 다면적으로 관찰했다. 그중에서도 다문화청소년의 스포츠 참여 경향에 대해 논의할 때 계급 경도적 시각과 경제 결정론적 개념에서 진전된 해석을 시도했다.
Ⅱ. 연구방법
1. 조사 방향
본 연구는 문헌조사의 서술적 검토(narrative reviews)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서술적 검토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문헌리뷰를 바탕으로 이론적 논의를 시도하는 연구방법을 일컫는다. 본 연구는 Thomas & Nelson(2001)의 제언에 따라, 문헌조사가 본질적으로 지니는 한계의 극복을 위해 선행연구결과에 대한 단선적인 나열에서 나아가 핵심 주제별로 심층 해석의 과정을 거쳐 종합고찰(synthesis)하였다.4) 일반적으로 서술적 검토는 자료 검색의 구체적 방법과 계획된 기준 및 전략을 제공하지 않으나, 여기서는 자료 분석에 있어 일정 수준의 절차적 타당성 확보를 위해 단계별 자료 검토와 고찰의 과정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요 자료로 학술지의 주제 관련 기술, 통계자료 및 심층 인터뷰자료 등이 활용되었다. 우선 기존 문화자본론의 현재적 유효성과 스포츠문화자본의 성립 가능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문화자본론의 개념을 정립한 Bourdieu의 논의를 분석틀로 삼았다. 아울러 다양한 문화권에 걸친 문화자본론의 통용과 스포츠참여의 다층, 다면적 양상들을 조망했다. 주로 미국과 유럽의 문헌들과 국내 선행연구들에 대한 분석 및 고찰을 시도했다. 연구 대상인 다문화청소년은 국제결혼가정의 자녀이거나 부모 모두 타국에서 온 가정의 자녀로 규정될 수 있다. 이들의 스포츠문화자본화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해외 및 국내 다문화청소년들의 스포츠 참여 양상을 관찰, 탐색했다.
2. 자료 분석 및 검토
우선 수집된 초기 자료는 Bourdieu 문화자본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이었고, 이후 자료는 문화자본론의 현재성과 스포츠의 독자적 기능 및 역할과 관련한 내용 분석을 위해 수집되었다. 해당 자료들이 영문인 경우가 많아 책임 연구자가 번역하고 동료 평가(peer review)를 실시하여 오역 가능성을 최소화하였다. 아울러 연구자들은 본 연구의 또 다른 논제인 국내 다문화청소년의 스포츠 참여 양상을 고찰하였으며 가정과 학교의 스포츠 사회화 기관으로서의 영향력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관련 자료에 대한 해석상의 왜곡이나 오류용어 사용 등을 회피하는 한편,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단계별로 연구자 간 토의를 수행하였다. 이상과 같이 본 연구는 진실성(trustworthiness)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자들의 책임성이 담보된 연구과정(김미옥, 2007)을 추구하는 가운데 일체의 작업을 진행하였다. 연구의 전반적인 진행 절차는 <표 1>과 같다.
Ⅲ. 문화자본
Bourdieu와 Passeron(1977)은 문화 및 사회적 재생산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들의 이론은 여러 세대에 걸쳐 상속된 계급 사이의 불균등한 자원(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자본)의 분배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세 가지 형태의 자본은 사회계급을 재생산 하는데 기여한다고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문화자본은 개인(특히 학교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형태의 자본으로 간주 되었다. 문화자본은 사회적으로 추구되며 소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징적 재화를 의미한다(Bourdieu, 1977). 즉, Bourdieu(1979, 1984)는 문화자본, 그중 체화된 문화자본을 강조하면서 이것이 개인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취향과 행위로 드러나며 주로 그가 속한 사회적 계급의 특성에 의해 형성되고, 계급 재생산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이 문화자본은 주로 가족의 경제력을 통해 형성되는데, 고급문화(high culture)를 향유할 소양의 터 위에서 경험되며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참여 행위인 박물관방문, 예술작품감상, 음악회참석 등은 대표적 고급문화행위이자 특권계급의 독점적인 활동으로 이해되었고, 이런 계급적 특권으로서의 문화자본은 학교 시스템을 매개로 학위 등 제도화된 형태의 이득으로 교환되고 경제자본으로 환원되어 결국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재생산하는데 일조한다고 했다.
DiMagio(1982)는 Bourdieu(1979)의 견해에 기초하여, 문화자본의 영향력을 조사한 바 있다. 그는 고등학생들의 문화예술과 관련한 활동, 즉 음악(symphony concert), 연극(performing), 문학(literature reading), 예술(arts attendance) 분야의 활동 경험이 학업성취도와 연관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상류계층의 문화적 취향이 그들의 계급 재생산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실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자본과 관련한 초기의 연구들은 상류계급 특유의 구별된 취향이 문화적 능력이 되어 과연 교육적 성과(educational attainment) 등으로 연결되는지, 또 다음세대를 위한 계급 계승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다뤘다면, 이후의 연구들은 문화자본의 효과 및 설명력에 초점을 두고, 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양상들과의 연계성을 살폈다. 연구 경향을 개략하면, 전통적 문화자본의 효과성을 실증 및 옹호한 연구가 주류를 이룬 것으로 보이나, 문화자본 자체의 실제성 여부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연구도 다수 있다.
기존의 문화자본론을 계승 또는 지지한 주요 연구들은 다음과 같다. 미국 주류 집단(백인 상류층 및 중산층) 문화자본의 성격(Lareau, 1987), 소수인종(특히 미국의 중산층 흑인가정)의 문화자본 특성(Lareau & Weininger, 2003), 특정 스포츠(축구) 집단을 위한 문화자본의 성립 가능성(Križaj, Leskošek, Vodičar, & Topič, 2016), 전통적 문화자본(예, highbrow culture: 지식계급의 전형적 고급문화)의 타문화 사회에서의 작용 여부(Prieura, Rosenlund, & Skjott-Larsena, 2008), 특정 문화자본(예, parental reading)의 효력(de Graaf, de Graaf, & Kraaykamp, 2000), 소비취향(특히 미국식 소비취향)과 계급 재생산 간 관련성(Holt, 1998), 대학교 입학에 대한 가족 문화자본의 개입 가능성(Dumais & Ward, 2010) 등이 있다.
다음은 기존 문화자본론에 이견을 제시한 연구들이다. 문화자본과 학업성공 간 낮은 관련성(Katsillis & Rubinson, 1990; Kingston, 2001), 이민자들(영국과 독일 내 터키 및 쿠르드이민자들)에 의한 새로운 문화자본의 창출과 수용(Erel, 2010), 기존 이론의 공백을 메우는 소수인종(예, 영국의 흑인 캐러비언들)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Wallace, 2018), 흑인 청소년이 지닌 문화적 불리함(cultural disadvantage)의 특정 스포츠(예, 농구와 풋볼) 참여에의 기여(Eitle & Eitle, 2002), 문화자본과 스포츠소비 간 부적 연관성(Mehus, 2005) 등이다.
그 중에서도 Prieur & Savage(2013)의 연구는 Bourdieu의 초기 연구를 시의성의 차원에서 논박하면서도 문화자본의 실존에 대한 인정을 통해 근래 문화자본 연구의 흐름, 즉, 계승과 반박의 단면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연구는 영국과 덴마크 등 유럽 문화권에 편재하는 문화자본의 양상을 조망하는 가운데 초기 Bourdieu의 규정한 문화자본 개념이 사회와 시대가 달라져도 통용되는지를 검토했다. 연구결과, Bourdieu가 제안한 문화자본의 요체인 구별짓기5)의 원형(예, highbrow culture) 그대로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형태로 문화자본이 여전히 존재함을 감지했다. 그리고 고학력자들의 문화적 취향이 범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며, Bourdieu의 주장처럼 문화자본이 사회자본이나 경제자본으로 전환 된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지는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취향 모두에서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려는 사람들의 성향 때문에 계층 간 이동이 제약될 수 있음도 확인했다. Bourdieu가 언급한 사회 불평등 유발 요인에 대한 유사한 맥락의 언급인 것이다. 요약하면, Prieur & Savage(2013)는 문화자본의 여전한 영향력과 초기 문화자본론의 개념적 확장의 필요성을 동시에 탐지해 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화두인 또 다른 문화자본(스포츠문화자본 같은)의 존재 가능성 타진에 대한 논리적 단서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실 기존 문화자본의 개념적 모호함 내지는 협소함 때문에 선행연구들은 문화자본의 다양한 형태와 계급 초월적 성립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즉, 문화자본은 지배계급의 고급문화예술과 관련한 취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TV 시청 패턴(Sullivan, 2001), 대중문화 향유력(백병부, 2012) 등은 물론이고 보다 포괄적으로 부모의 독서습관(parental reading)(de Graaf et al., 2000) 같은 일상적이고도 평이한 요소들도 일련의 문화자본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문화자본이 중상류계층의 자기유익 극대화를 위한 도구이상의 그 무엇, 즉 특정 계급에 봉사하는 것 이상의 보편적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위계급에서도 문화자본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상균,박현선,노연희,이채원, 2012).
요컨대, Bourdieu의 초기 문화자본 개념은 시의성과 사회의 문화코드를 고려하여 재논의 및 갱신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화자본론의 효용이 언제나 작동하는 것은 아닐지라도(Wallace, 2018), 그것이 특정 계층의 속성 또는 계급 재생산을 설명하거나 개인과 집단의 문화적 취향과 행위를 이해하는데 일정부분 유효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을 달기 어려워 보인다(최샛별, 이명진, 2013; Jæger, 2011).
Ⅳ. 문화자본과 스포츠
스포츠의 쓰임새는 광범위하다. 외견상 상당수는 교육, 건강증진 및 여가선용 등의 기능을 하지만, 의외로 많은 경우 다른 부류와의 경계를 만들고 지위와 계급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Bourdieu(1984)의 문화자본론의 맥락 위에 서면 이 같은 주장은 한층 더 합리적이며 설득적으로 들린다. Stempel(2005)은 National Health Interview Survey(NHIS)의 데이터를 활용,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스포츠와 관련한 계급취향의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스포츠의 문화자본으로서의 역할 가능성에 대한 탐색이었다. 해당 데이터 분석결과, 지배계급의 선호하는 스포츠는 피트니스(예,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 중간 수준의 웨이트 트레이닝) 및 격렬한 유산소 경쟁스포츠였는데 이 스포츠는 중·하위 계급의 접근을 차단하는 경계 설정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 성인의 계층별 소비양태를 조사한 권인택(2011)은 ‘고학력/고소득 집단’은 자신들이 보유한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회적 위치와 위세를 과시 및 유지하려는 현상을 발견했다. 김수정, 이명진, 최샛별(2014)도 지배계급의 배타적인 문화취향을 언급한 Bourdieu(1984) 이론에 입각해 한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스포츠 실태를 조사했다. 연구결과, 상층계급 집단(주로 대학원이상 고학력의 부유한 40대)이 골프 등 고급스포츠 취향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고, 신중간계층(대졸 학력의 30대)이 헬스, 볼링, 러닝, 수영 등 레저 스포츠를 가장 다양하면서도 왕성하게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도시하류계층(중졸 이하 학력의 60세 이상)은 스포츠활동 참여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력의 스포츠활동에 대한 영향력을 실증한 것이다.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 계급별로 스포츠 선호현상이 실제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이해된다.
문화자본의 양상에 따라 다른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음을 언급한 연구도 있다. 박상곤, 한숙영(2008)은 고급 스포츠로 분류된 골프와 스키 참여자들의 문화자본 성향을 분석한 바 있다. 연구 결과, 상속된 문화자본(부모에 의한 문화예술 경험의 축적, 부모학력)과 획득된 문화자본(본인학력) 모두 골프와 스키를 향유함에 있어 영향요인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상속된 문화자본에 비해 획득된 문화자본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음도 알아냈다. 연구는 가정보다는 학교에 의한 2차 사회화 과정이 스포츠 참여를 결정했을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서 한발 더 들어가 보면, 가정에서 형성된 문화자본의 효과크기가 우세하지 못한 현상은 한국사회의 교육적 특수성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상당수 한국의 가정이 그러하듯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이전까지는 부모가 아이들의 스포츠 여가 활동을 주도하지만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학교 또는 또래 집단이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 시기에 형성된 개인의 스포츠 취향은 일견 의사결정권자인 부모의 전적인 선택인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학교/또래 집단의 요구 또는 그 안에서 인정받고 싶은 자녀 개개인의 욕구도 한몫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전술한 바와 같이 유소년 축구에 열광하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는 이 같은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문화자본은 물론 스포츠와 관련한 문화자본에도 학교와 또래를 통한 사회화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한 연구도 있다. Abel(2008)은 운동 참여(exercise participation)의 원리를 Bourdieu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그는 문화자본이 사회/경제자본과 상호작용의 과정을 거쳐 개인의 건강관리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연구는 개인의 건강 추구 문화자본(health-based resources 라고도 하는)이 자신의 건강의 가치, 규범, 지식, 기술을 규정하는데 이것이 소득수준(경제자본)이나 인적 네트워트(사회자본)와 연동하여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고, 결국 개인의 건강을 결정한다고 기술했다. 가령 한 사람이 건강 관련 서적을 구입한다거나 스포츠클럽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금전적 지출이 필요함을 전제했을 때, 건강유지에 대한 정보와 조언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예, 사회집단 내 멤버십)를 통해 획득, 축적되며 건강 추구 문화자본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경향이 있음을 강조했다. 즉, 개인의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은 사회/경제자본이 지원하고 건강 추구 문화자본이 만든 결과물인 것이다. 앞선 언급과도 같이 개인의 건강 추구 문화자본이 건강에 대한 인식의 방향성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회/경제자본과의 연계를 통해 해석될 필요가 있다. 건강 추구 문화자본의 이러한 영향력은 건강 유지 및 즐김의 행위(예, 스포츠 참여 및 스포츠 향유)를 가늠할 만한 이론적 바탕이 됨과 동시에 스포츠문화자본 성립의 근거가 될 수 있음도 알게 된다.
V. 스포츠문화자본
문화자본이 개인의 예술문화 경험과 취향에 의해 형성된 문화적 능력이라면(Bourdieu, 1984) 현대사회의 한 문화형태로 튼실히 자리매김한 스포츠 역시 문화자본의 범주 안으로 들일만 하다(Stempel, 2005).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개인의 스포츠에 대한 취향과 태도 내지는 스포츠 참여 경험은 그의 문화자본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Warde(2006)도 스포츠활동 및 스포츠관람을 포괄하는 직·간접 스포츠참여를 문화행위의 중요한 일부로 간주했다. 연구는 교육수준이 운동 참여의 결정요인이 되며, 직업 계급(occupational class)은 개인의 직간접 스포츠 참여를 위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함으로써 문화자본과 스포츠의 연결성을 확인해 주었다. White & McTeer(1990)는 문화자본으로서의 스포츠활동이 캐나다 고등학생의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여 골프 및 테니스활동과 영어성적 향상 간 정적인 관련성을 보고했다. 영국 청소년의 스포츠 자원봉사 프로그램(youth sport volunteering)을 조사한 Storr & Spaaij(2017)는 자원봉사 경험조차도 청소년의 사회적 특권 축적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요컨대, 연구들은 스포츠가 개인의 문화행위를 설명하는 보조적 도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 왔고, 계급적 유익 추구를 위한 핵심 요인임을 직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스포츠 자체의 문화자본화 현상에 대한 시사로 여겨진다. 이러한 경향은 세계 각국의 스포츠문화를 다룬 연구에서 상당 부분 이미 발견된 바다(곽규환, 홍용일, 2017; 김수정 등, 2014; 박상곤, 한숙영, 2008; Engstrom, 2008; Kingsley & Spencer-Cavaliere, 2015; Križaj et al., 2016; White & Wilson, 1999)
한국에서의 스포츠활동 역시 적지 않은 사회문화적 의미를 갖는다(구창모, 2008; 권민혁, 2015; 김채희, 김우성, 2010; 이혁기, 송은주, 임수원, 2006). 앞선 언급처럼 김수정 등(2014)은 스포츠가 구별짓기의 실천적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스포츠의 독자적 문화자본으로서의 작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가 수영클럽 내부에서 벌어지는 구별짓기의 양상을 묘사한 김소라, 이정래, 서금란(2017)의 연구도 스포츠문화자본에 대한 연관 사례로 동원될 수 있다. 권인택(2011)은 학생시기 문화예술경험과 고급 스포츠활동 간 정적인 상관성에 대해 기술했다. 다시 말해, 연구 참여자들의 문화예술 경험이 많을수록, 즉 문화자본이 축적될수록 고급 스포츠(예, 골프) 활동 참여도 또한 높을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Bourdieu(1984)가 말한 사회 계급적 시각에 바탕한 문화자본의 한국 상황에서의 작용과 양태를 확인해 준다.
다른 방향의 연구도 있다. 백병부(2012)는 청소년의 문화자본과 학업적 보상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을 조사하면서 교육현장에서의 문화예술 활동 경험의 약화된 소용가치와 스포츠문화자본화 현상의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인정받는데 있어 고급문화활동 보다는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스포츠를 향유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오페라나 클래식 연주회 같은 고급문화활동을 ‘배타적으로 선호하는 학생들’이 인기도 없고 오히려 사회성이 좋지 못하여 지도대상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팀스포츠에 능한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적 능력 등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의 심층인터뷰 과정에서 한 교사의 언급한 내용을 소개한다.
저는 축구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혼자 잘 뛰고 그런 것도 있는 거지만 어떻게 동료들하고 호흡을 맞추고 내가 얼마만큼 도와주고 이끌고 이런 것들이 갖춰져야 축구를 잘한다고 인정받잖아요. 혼자 방에 앉아서 악기 연주 잘하는 거보다는 축구를 잘하는 게 훨씬 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돼요. 악기 연주를 잘하면 색다른 면은 보이겠죠. 못하는 거보다는 잘하는 게 있으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보이죠. 악기 연주는 아무래도 돈을 투자해야 하니까 가정환경이라든지 수준이라든지 간접적으로 짐작을 할 수가 있고. 근데 그거뿐이지 그게 어떤 능력하고 연결되지는 않는 거 같아요(p.84).
대중문화활동의 한 장르인 팀스포츠활동이 학우 및 교사에게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임을 알 수 있다.6) 단지 스포츠가 학교생활과 교우관계를 무리없이 감당토록 돕는 보조 장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가치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주요 성분으로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한 교사의 견해여서 중등학교 전체 교육주체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학생의 유능함에 대한 시각이 전과 다름을 보여 주고 있으며, 한국 청소년 문화자본의 탈고급문화의 한 단면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힌다. 학교 내에서의 인정이라는 사회적 보상이 반드시 고급문화를 전제하지 않아도 됨과 동시에, 개인의 보상 추구 욕구에 기반한 사회적 이득의 획득이 문화자본 형성의 유인이라면 문화자본은 속한 집단과 처한 상황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할 수 있음도 알게 된다. 적어도 학교에서 인정받는 주류인 속칭 ‘인싸’(insider의 축약어)가 되려면 오페라 공연보다는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7) 아울러 연구는 학생들의 문화자본이 고상하고 고급스러운 것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괄적, 다면적 양상들을 지속적으로 담아낼 때 본질적인 문화자본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음을 제언했다.8) 여기서 더 나아가 연구는 Bourdieu(1984)의 문화자본론과 달리 개인의 태도와 인성을 문화자본으로 포섭해야 된다고도 했다. 청소년들에게 친숙한 스포츠의 독자적 문화자본화의 증거를 탐색 중인 본 연구와 여러모로 같은 궤도의 주장으로 이해된다.
Bourdieu는 사회 지배계급의 문화와 취향이 학교를 통해 내면화되며 주류의 계급구조가 공고해 짐을 언급했다. 그 목적에 봉사하는 도구로 스포츠가 활용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정당성과 주류의 핵심 가치를 대변해온 학교가 중하위 계층의 선호 스포츠로 알려진 축구의 중요성을 수긍하며 학생의 사설 클럽참여를 유발하는 원인 제공자 역할을 하고 있다면 현재 축구의 계급적 지위와 기능이 달라졌음을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 유·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트랜드로서의 축구, 그것을 보는 시각과 쓰임새를 이해해야 되는 것이다.
구희영(2016)은 유소년 스포츠클럽의 탄생이 90년대 후반 소위 강남의 중상류층 자녀들의 신체능력 개선과 학교체육활동 대비를 위한 일종의 체육과외 활동에 기반했고, 2000년대 들어 그 효과성이 입증되면서 현재의 체계화된 수준의 스포츠클럽으로 발돋움하여 유소년 문화현상으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런 스포츠를 활용한 부모의 양육행위를 사회계급적 실천으로 해석했다. 유소년 스포츠클럽이 사회의 위계구조가 반영된 체육과외였다는 점에서 이것을 Bourdieu가 말한 구별짓기의 맥락으로 봐야 하며, 주류의 가치와 문화 전수를 염두에 둔 계급 재생산 행위로 간주함이 온당하다. 흥미로운 점은 그 현상이 가정이나 공교육의 영역 밖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Bourdieu가 정의한 상속자본(가정)과 획득자본(학교) 형성의 장을 벗어나 작동한 문화코드였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골프나 승마가 아닌 축구가 주된 역할을 했다. 계급 유지 차원의 교육과 투자가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같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사회경제적 조건이 맞고, 비슷한 관심사와 사회적 욕구를 지닌 부류 사이에 공감을 이룰 수만 있다면 자기 유익 극대화의 수단이 골프건 축구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최근 축구의 인기는 전인교육의 기조와 맞물려 과거의 학업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교육계의 움직임에 기인한 바 크다. 팀스포츠로서의 유익(체력, 리더십, 팀워크, 헌신 등)이 주류 교육 소비자들의 기호를 자극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유소년 클럽 축구 문화를 경험한 세대에 의해 향 후 어떤 계급적 취향과 형태의 스포츠문화자본이 생성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9) 그들이 주류의 일원이 되고 사회적 행위자가 되어 갖게 되는 계급적 무의식은 어떤 것일지, 다음 단계의 실천은 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어림하려면 현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그래서 필요하다.
이상의 논의를 주도한 선행 연구들은 스포츠 참여자들의 의도와 취향 등을 문화자본론의 맥락에서 이론의 한국 상황에서의 이해와 적용을 돕고 있다.스포츠문화자본의 성립 가능성을 가늠하려는 본 연구를 위해서도 유용해 보인다. 다시 언급하거니와, 상류계급 고유의 스포츠 취향은 존재할 수 있으나 그들이 반드시 전통적으로 승인된 고급스포츠를 향유 할 것이라는 절대적 명제는 성립하기 어렵다. 전술한 근래 축구의 득세도 그러하고, Widdop & Cutts(2013)의 지적처럼 소위 식자층의 고급 스포츠(highbrow sports)가 상류 계급의 전유물이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예, 골프의 대중화). 스포츠활동에 대한 선택이 계급적 취향이 아닌 단순한 개인의 기호와 의지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며(김정효, 2012), 기존 문화자본 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양상의 문화코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백병부, 2012; 구희영, 2016). 이에 스포츠가 지니는 계급적 그리고 탈계급적 소용과 다면성을 고려할 때, 개인의 스포츠와 관련한 문화자본이 독립 성분으로 구실 할 개연성은 실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계급과 스포츠 취향/선택 간 상응 구조가 이완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ourdieu가 말한 계급지향적 구별짓기의 영향으로 고급 스포츠가 취사 선택될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함도 간과할 수 없다.
Ⅵ. 스포츠문화자본의 작동: 가정과 학교의 역할
Bourdieu(1984)는 문화자본이 주로 가정을 통해(특히 부모의 사회계급에 기반해) 전승되며, 학교는 그렇게 개인의 내면화된 취향과 기호를 지배계급의 입장에서 승인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즉, 가정은 선제적인 역할을 하고, 학교는 2차적으로 확증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후속 준거기관으로 본 것이다. 이런 Bourdieu의 이론적 설명을 발전시킨 견해도 있다. 김수정, 이명진, 최샛별(2015)은 학교가 가정에서 이미 형성된 문화자본을 승인하는 기능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음을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가 문화예술 교양을 공교육 제도차원에서 직접적, 무차별적으로 전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문화자본 형성과 관련하여 학생들에게 미치는 1차적 파급력에 주목했다. 연구결과, 학교는 학생들의 문화자본(예, 문화예술지식) 형성에 대해 일정부분 직접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문화자본 형성에 있어 학교가 보조적인 기능 이상을 감당할만한 사회화 주도기관이 될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Byun, Schofer, & Kim(2012)의 연구결과도 학교가 문화자본 형성 시 1차적 준거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과도한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에 입각해 가정은 학교와 교육 시스템의 요구에 맞춰 스스로에게 유익한 방향(학생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문화자본을 형성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학생이 공부시간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고급문화(high culture) 참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독특한 학교 환경이 학생의 문화자본 형성에 선제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물론 이 때 학교는 가정에서 형성된 문화자본을 승인하는 역할도 겸하게 된다. 이런 관점이라면 학교는 문화자본의 형성 동기(Byun et al., 2012)와 실천의 공간(김수정 등, 2015)을 동시에 제공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스포츠문화자본 형성의 차원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Bourdieu(1984)의 이론적 맥락에서 봤을 때 일반적인 문화자본과 마찬가지로 스포츠문화자본은 개인적 스포츠 취향이나 신체적성 등의 요소들과 결합, 가정에서 체득된 후 학교 체육 등을 통해 강화되는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선후가 뒤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선 유소년 축구 클럽의 사례와 유사하다. 가령 학교의 특정 스포츠가 수행평가로 비중 있게 성적에 반영될 경우, 한국의 학부모들(특히 중상류층)은 별도의 사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공산이 크다. 자녀의 학교 내 경쟁력 제고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근래 초등학교 현장에서 줄넘기가 광범위하게 채택되어 사설 스포츠 학원/교실 등에서는 이를 필수적인 레슨코스로 신설했으며, 폭발적 수요가 뒤따랐던 적이 있다. 이런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희영(2016)은 학령기에 진입한 아동이 스포츠클럽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가 학교생활, 그중에서도 교우관계를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생애 처음으로 학교라는 공교육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자녀들의 원활한 적응을 위해 부모들이 마련한 생존 전략인 것이다. 학교가 스포츠클럽 참여의 바탕이 되며, 나아가 스포츠문화자본 생성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스포츠와 관련한 문화자본화 현상을 사회계급과 변동의 견지에서 검토했다. 이제 다문화청소년에 주목하여 이상의 양상들이 다문화의 맥락에서도 발견되는지, 다른 형태의 문화코드가 존재하는지 등을 조명해 본다.
Ⅶ. 다문화청소년, 스포츠참여 그리고 스포츠문화자본
어떤 사회건 마이너리티의 약한 경제력은 그들의 낮은 스포츠참여와 연결되어 있다. 국내 다문화인구가 증가세임에도 다문화가정이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으로 분류되고, 사회적 권리로서의 스포츠 혜택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성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한국스포츠개발원, 2017). 류현승(2017)은 한국 다문화가정의 스포츠참여 제약 상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해당 가정의 스포츠참여 위축 및 자기소외를 설명하는 주된 원인으로 낮은 경제력을 꼽았다. 타문화권으로 시선을 돌려도 대동소이한 현상이 보인다. 덴마크에 정착한 이민자가정 유소년들의 스포츠참여를 조사한 한 연구는 이민자가정 유소년들의 일일 신체활동량은 평범한 수준이었으나 스포츠클럽 등을 통한 스포츠참여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음을 보고했다(Nielsen, Hermansen, Bugge, Dencker, & Andersen, 2013). 연구진은 이를 이민자 가정의 낮은 경제력과 조직된 스포츠(organised sports)에 대한 부모의 경험 부족에 기인한 바 크다고 해석했다. 다문화가정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 환경이 스포츠참여에 개입했음을 보여 주는 사례인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적 요인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이민자들의 낮은 스포츠참여가 불리한 경제적 여건에서 비롯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Strandbu, Bakken, & Sletten(2019)는 노르웨이 주류 계층의 소녀들보다 비주류 소수인종 소녀들이 스포츠클럽에 참여할 가능성이 훨씬 낮았음을 보고했고, 이것이 경제력 이외의 다른 요인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해당 마이너리티 가정의 신체활동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과 종교적 가치관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른 양상의 연구도 있다. 마이너리티가 언제나 스포츠참여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미국 소수인종, 그중에서도 흑인들(African-Americans)의 경우,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집단의 연대감을 높이기 위해 농구와 풋볼 같은 스포츠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한다(Eitle & Eitle, 2002). 이는 특정 인종의 사회문화적 불리함이나 유복하지 못한 상태가 오히려 스포츠참여 촉진의 동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소위 농구같이 접근성이 높은 종목은 친목을 위해 활용되고 자신들의 신체적 우월함을 과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스포츠는 계층 사다리 역할도 한다. 흑인 청소년들, 주로 빈곤층에 해당하는 그들에게 스포츠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자 주류 사회로의 유입을 돕는 통로 구실을 한다. 이것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은, 유럽, 남미 따질 것 없이 거대 스포츠 시장과 자본이 형성된 곳이라면 대개의 마이너리티 사회의 계층 이동 구조 속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일 것이다. 많은 경우 스포츠는 누리고 즐기는 것으로 인식된다. 때론 과시의 수단이나 인정받기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 하지만 스포츠가 특정 계층과 집단에게 그 이상의 의미로 수용되고 있다면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 사회의 계층을 살피면 스포츠참여의 양태를 짐작할 수 있듯이, 스포츠의 계층별 쓰임새를 이해하는 것으로도 해당 사회의 계급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주류문화에 대한 동화 및 적응을 위한 전략적 방편으로 스포츠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김재운, 나재권, 이문진(2012)의 연구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초등학생들의 문화적응 전략으로서의 스포츠 태도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즉, 학생들이 언어 습득, 또래 관계 증진, 문화적응,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체육수업과 스포츠 여가활동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현지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상호작용과 교류를 통해 기존 문화의 일원이 되려는 실리적인 처신이자 마이너리티들의 보편적 생존 전략인 것이다.
스포츠만큼 주류사회로의 이동과 문화적응에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10) 전술한 바와 같이 그것이 계층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과 주류 문화를 체감 할 수 있는 유용한 창구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포츠는 사회적 관계형성 및 소통의 재료가 된다. 국내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스포츠참여 실태를 조사한 연구(한국스포츠개발원, 2017) 결과를 보면, 이들의 스포츠활동이 다문화가정의 친구들(29.3%)보다 한국인가정의 친구들(51.8%)과 함께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또한 스포츠참여의 효과로 과반수 응답자들이 대인(친구, 교사 등) 관계 형성을 꼽고 있음을 감안 할 때 스포츠가 사회적응의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사회적응을 시작하는 마이너리티들에게 있어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의 귀결로 볼 수 있다.
이는 전술한 미국 유학생의 그것과 닮았다. 다시 말해, 한국의 다문화청소년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세력을 형성한 미국 내 흑인 커뮤니티의 독자적, 주체적 스포츠참여 패턴과는 달리, 스포츠를 사회적응을 위해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러한 경향성과 증거들이 관측되고 있다. 몇몇 연구들은(하웅용, 김예성, 2016; 김재운, 2011) 스포츠가 다문화청소년들의 사회적응과 성장을 돕는 방편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고했다.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중 부모가 특정 국가(예, 동남아시아 등) 출신인 경우, 이주 배경 자체를 숨기려는 성향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데(류방란, 김경애, 이재분, 송혜정, 강일국, 2012), 이것이 마이너리티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 때문이며 이의 회피전략으로 스포츠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그래서 설득적으로 들린다. 한국 다문화가정의 성장세가 괄목할만해도 아직 집단의 힘이 크지 않아 스포츠참여에 관한 그들 나름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획득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탓도 있다. 공동체 규범에의 순응 및 조화와 공존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 문화 풍토도 그 선택에 일조했을 것이다.
앞선 언급과도 같이 다문화청소년의 스포츠문화자본은 학교를 통해 상당량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11) 이는 다문화청소년이 느끼는 사회적 불리함을 가정보다 활동과 관계의 공간인 학교 또는 또래 학우 집단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그들의 전략적 판단으로 이해된다. 정부 및 교육기관 차원의 다문화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스포츠 프로그램들이 기여한 바가 있을 것이고, 스포츠가 학교나 또래 집단 내 적응(예, 따돌림 회피 등)을 위한 수단으로 장려되는 사회 분위기도 한 원인으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스포츠의 긍정적 경험을 통해 다문화청소년 ‘참여자’는 향후 스스로의 유익에 봉사할 만한 스포츠 종목을 이 무렵 선택하게 됨을 깨닫게 된다.12)
상술한 바와 같이 다문화청소년의 스포츠활동이 학교/또래 집단 내에서의 관계 개선 또는 사회적 편견 극복 등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어떤 이해관계나 사회적 편견에 간섭받지 않고도 자유롭고 왕성하게 스포츠 자체를 향유하며, 비다문화인들의 그것과 구별되는 고유한 스포츠문화자본의 형성에까지 도달한다면 이때 비로소 다문화청소년 집단은 진전된 사회문화적 좌표점을 소유하는 것이 된다. ‘다문화’는 각각의 문화 정체성을 존중하는 관계적 평등이 전제된 개념이다(김영란, 2020). 그래서 기존의 문화와 대등한 가치를 갖는다. 다문화청소년의 스포츠문화자본의 추구와 이해도 이런 문화공생의 맥락 위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Ⅷ.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목적은 기존 문화자본론의 유효성과 스포츠문화자본의 성립 가능성을 검토하는데 있다. 가정과 학교의 스포츠문화자본 형성 시 역할을 파악하며, 국내 다문화청소년들의 스포츠 참여의도를 이해하는 가운데 집단 내부에 스포츠문화자본이 실존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연구의 또 다른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서술적 검토 방식으로 관련 문헌을 종합 고찰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기존의 문화자본론이 언제나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계급 유지 및 재생산을 설명하거나 개인과 집단의 문화 코드를 이해하는데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과, 기존 문화자본의 변모된 양상들을 목격했다. 둘째, 계급과 스포츠 취향 간 상응구조의 이완 속에서 스포츠의 인정 욕구 충족 및 계급 재생산 수단으로서의 기능과, 스포츠문화자본의 실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셋째, 한국의 공교육이 스포츠문화자본 형성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넷째, 한국의 다문화청소년들은 주류문화에 대한 동화 및 적응을 위한 전략적 방편으로 스포츠를 활용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다섯째, 국내 다문화청소년 집단의 고유한 스포츠문화자본의 태동은 감지하지 못했다. 이에 문화자본과 스포츠문화자본이 세태에 반응하고 있음과 한국 다문화청소년들의 스포츠를 활용한 처신 등에 대해 보다 포괄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후속연구는 대상을 달리하여 최근 구별짓기의 새로운 의도와 형태들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가정 이외의 곳(예, 일터 및 온라인 공간 등)에서도 구별짓기가 작동할 개연성을 입증하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특히 SNS를 위시한 온라인 공간은 개인의 다중에 대한 소통 창구이자 자기과시를 위한 거점으로 기능한 지 오래다. 심지어 이용자 상당수는 오프라인 활동을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접근은 온라인 시대의 문화 트랜드를 가늠하는데 유용하다.
스포츠문화자본에 대한 추가 탐색이 권장된다. 스포츠문화자본화 진행의 양상들을 관찰하면서 다문화인과 비다문화인 간 유사점 또는 차이점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인 역시 요구된다. 선행 연구 고찰 과정에서 두 집단의 스포츠참여 동기가 모두 인정 추구 욕구와 유관함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비다문화청소년의 경우 스포츠를 통한 구별짓기 내지는 집단 내 경쟁력 제고와 같은 실리적 목적이, 다문화청소년의 경우 사회적 편견 극복과 거부아로서의 낙인 회피라는 보다 절박한 생존 동기의 흔적이 감지되었다. 이와 관련한 정밀한 실증이 필요하다.
부모의 문화자본은 어떤 형태로든 자녀세대에 전수된다. 따라서 부모의 본국에서 이미 형성된 문화자본이 어떻게 되는지를 살피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즉, 1세대의 문화자본이 후속세대에게 고유한 것 그대로 전해지는지, 또는 그것이 새로운 문화적 맥락 속에서 변화되거나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지, 그렇다면 어떤 영향요인들이 작용하는지를 탐색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의 단초는 Bae, Kheel, & Han(2020)에 의해 제공되었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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