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Article ]
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Vol. 39, No. 4, pp.67-81
ISSN: 1229-634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5
Received 11 Nov 2025 Revised 14 Nov 2025 Accepted 31 Dec 2025
DOI: https://doi.org/10.16915/jkapesgw.2025.12.39.4.67

여성 서사의 생활체육 에세이 텍스트 분석: 이영미의 『마녀체력』,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정연진의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를 중심으로

박현애**
광운대학교, 강사
Text Analysis on Life Sports Essay by Female Writers
Hyun-Ae Park**
Kwangwoon University, Lecturer

Correspondence to: **박현애, 광운대학교, E-mail : iammybody@daum.net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최근 여성의 생활체육 분야에서 나타나는 다변화의 양상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이후 출판계에서 주목 받은 여성의 생활체육 경험을 심층적으로 다룬 에세이 세 권을 분석하였다. 분석한 에세이는 이영미의 『마녀체력』,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정연진의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로, 이들 텍스트를 통해 현대 생활체육 현장을 이해하고 동시에 여성 생활체육의 자기 경험적 서사가 지니는 의미를 탐색하고자 했다. 이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왜 여성의 운동 경험 글쓰기인가? 하는 질문 아래, 여성의 자기경험적 글쓰기가 지니는 교육적⋅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검토하여 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다. 둘째,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에 초점을 두고, 주요 에세이 세편을 선정하여 형식, 내용, 주제 면에서 텍스트를 분석한다. 셋째,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종합하고, 여성의 생활체육 경험 서사의 한계와 확장 가능성을 논의한다. 나아가 스포츠에서의 경험적 글쓰기가 지닐 수 있는 의미와 그 모델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여성 생활체육 서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the diversification of women’s participation in life sports. Regarding the methodology, this study conducts a text analysison three essaysauthored by female writers. These works have received significant attention in the Korean publishing market since 2018, offering profound insights into the authors’ autobiographical experiencein sports. The selected works are Middle-Aged Women’s Self-Improvementby Lee Young-mi, Graceful and Joyful Women’s Footballby Kim Honbi, and A Woman Who Lifts Everything Lightlyby Jung Yeon-jin.

This research investigates the educational and social significance of these narratives by analyzing their form, content, and theme. The results of the text analysis highlight the limitations and possibilities embedded in women’s life sportsnarratives. Furthermore, based on these findings, the study proposes an appropriate model for writing about autobiographical experiencein sports and suggests ways to expand the horizon of essays by female writers.

Keywords:

Female writer, Life sports, Autobiographical Experience, Essay, Text Analysis

키워드:

여성 서사, 생활체육, 자기 경험, 에세이, 텍스트 분석

Ⅰ. 서 론

1. 문제 제기

여가로써 생활체육 활동은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양적⋅질적으로 증대되었다. 과거 건강 증진의 의미에서 나아가 지방자치 제도의 영향을 받아 복지의 개념으로 확장되어 발전이 가속화되었다(오세숙 외, 2014:26).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 또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지만, 최근까지 참여 경험에 대한 형식과 의미는 제한적이었다. 참여할 수 있는 종목도 한정적인데다 참여동기 및 형식이 다양하지 않았고, 경험의 심층적인 내용 또한 일부 학문적 연구자료의 형태로만 공유되어 생활체육 현장의 다변화 현상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성의 생활체육 관련 선행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와 건강, 체력, 신체 구성 등의 운동 생리적 측면에 대한 연구가 있고, 이는 운동 생리적 차원에서의 운동 효과에 중점을 두었다. 둘째,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 실태 및 정책에 대한 연구들이다. 셋째,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가 삶의 질, 우울감, 자아존중감, 행복감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여가⋅사회⋅심리적 논의들(천은영, 2011; 손지영, 2020; 정미남, 김지태, 2023; 김대하 외, 2024; 서해인 외, 2024)이다. 이러한 연구 동향은 단편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양적연구에서 나아가 인터뷰 등의 질적 연구 방법을 통해 경험을 규명한 연구로 확장되었다. 다만, 다양한 주체와 주제로의 심층적인 분석에는 미흡했다. 또한 개인적 영역에 그쳐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가 실제 현대 사회에서 대중들에게 어떠한 흐름을 갖고 어떠한 양상을 띠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근래에 미디어 속 여성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로 인해 크게 변화된 여성 생활체육 현장의 모습을 그간의 선행연구들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행연구 동향과는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2. 출판계 동향 분석

오랫동안 국내 스포츠 분야에서 출간된 단행본들은 종목 매뉴얼이나 전공 서적이 주를 이루었고, 유명 선수와 지도자의 자서전에 국한되었다. 그 외에 스포츠 분야를 사회⋅인문학적 시각으로 다룬 책으로는 일부 인문학자와 스포츠기자, 평론가들이 감상자, 혹은 팬의 입장에서 쓴 스포츠 예찬서와 스포츠 역사를 통해 의미를 분석하거나 비화를 다룬 책들이 수는 적지만 꾸준히 출간되었다. 그러나 운동 경험에 기반한 서사로서의 서적 출간은 미진한 편이었다.

스포츠는 자체가 지닌 다양한 의미들, 내면화된 심층적인 스토리의 전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에세이 장르에 풍부한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은 분야였다. 또한 운동과 몸 경험에 대한 묘사는 고도의 추상성과 주관성을 갖기 때문에 명시적 언어로 추출되기에는 어려운 언어적인 한계를 가진다. 그래이(Rob Gray, 2014)에 따르면, 운동 능력(성능)과 그 행동에 대한 기술(description)은 판단 정확성이 상이해 상충관계를 갖는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 다시 말해 운동 경험에 있어 수행의 최적화라는 목적과 언어적 명료성이라는 분석적 목적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포츠 영역에서 심층적인 경험을 다루는 것은 주관적일 뿐 관심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18년도 이전에 출간된 스포츠 분야의 단행본들은 스타 선수들의 성공기를 담은 자기계발 형식의 책들이 명맥을 이어왔을 뿐이다. 또한 미진하나마 출간된 스포츠 경험을 다룬 서적들은 대상과 주제 면에서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고, 양적 진전도 없었기에 질적인 완성도를 갖추기 어려웠던 점도 경험 기반의 스포츠 에세이가 활성화될 수 없었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뒤로하고 2018년 이후 출판계는 여성 작가와 기자들의 자기 경험을 담은 생활체육 에세이가 주목받았다. 특히 의미 있는 큰 변화는 작가인 이영미A가 자신의 철인3종경기 경험을 다룬 『마녀체력』(2018)을 기점으로 한다. 이어서 여성 축구 동호회 활동 경험을 기록한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2018)가 출간되었고, 이 두 권은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하나의 주요 현상처럼 여성의 생활체육 체험 에세이들이 잇따라 출간되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양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 여성 생활체육 종목에 대하여 심층적 경험을 다룬 에세이들이다. 요가 경험을 다룬 『이아림의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2018), 이영미B는 『인생운동을 찾았다』(2019)에서 댄스스포츠를, 수영을 다룬 『아슬의 오늘도, 수영』(2019)이 출간되었다.

둘째, 운동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 권에 담은 엔솔로지도 출간되었다. 일하는 여성들의 생활체육 경험을 모은 『보통 여자 보통 운동』(2019)이 있고, 이은경의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2020)는 스포츠기자가 만난 여성(전문 또는 생활)체육인과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셋째, 여성 생활체육을 새로운 시선으로 확장하여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되는 저작물들이다. 이 책들은 기존의 몸매 관리와 다이어트에 한정되었던 여성 생활체육의 시각에서 과감히 벗어나, 다양한 참여 동기 및 운동 목적이 제시되었다는 점, 그리고 여성이 접하기 어려웠던 종목에도 성역 없이 접근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한 이영미A의 철인3종경기 경험을 담은 『마녀체력』과 축구에 대한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신한슬은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2019)에서 다이어트를 위한 수단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한 운동 경험(PT)으로 다뤘고, 동화작가 이민숙은 『50, 우아한 근육』(2020)에서 중년 여성의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이정연의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2020)도 허약한 일반 여성의 근력 운동을, 양민영의 『운동하는 여자』(2021)는 크로스핏 경험, 정연진은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2022)에서 역도 등 다양한 고강도 운동 경험을 다루었다.

여성의 생활체육 경험 서사를 다룬 책들이 줄이어 출판된 배경으로는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율의 증가로 인해 넓은 독자층이 확보되었다는 점과 출판⋅콘텐츠계 생태계의 변화로도 설명한다. 특별한 사람이 쓰는 거대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개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책을 통해 공감형 에세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등의 변화로 풀이된다. 이러한 출판 시장의 새로운 현상은 여성 생활체육의 다변화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었으며, 이후 ‘여성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으로 관심이 이어지면서 여성들의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이고, 참여 종목과 경험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강소희, 이아리, 2021:124).

3. 연구문제

이 연구에서는 최근 여성의 생활체육 분야의 다변화를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이는 기존의 선행연구로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에서 출발하였다. 따라서 여성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다룬 에세이를 분석함으로써 현대 생활체육 현장을 이해하고 동시에 여성 생활체육의 자기 경험적 서사의 의미를 찾고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세 가지 연구 문제를 통해 탐색하고자 한다.

첫째, 왜 여성의 운동 경험 글쓰기인가? 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여성의 자기 경험적 글쓰기의 교육적⋅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정리한다.

둘째,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이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의미 있게 기술된 주요 에세이 3편을 선정하여 형식, 내용, 주제 면에서 텍스트를 분석한다.

셋째,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도출된 결과를 종합하면서 여성의 생활체육 경험 서사의 한계와 나아갈 점을 논의한다. 또한 스포츠에서의 경험적 글쓰기의 적절한 모델을 제시하고 의미 있게 확장할 방안을 제안한다.


Ⅱ. 연구 방법

이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래의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그림 1.

연구 체계도

1. 몸, 여성, 글쓰기의 의미와 특징

체험과 경험을 구분하면, 체험은 표면적이고 파편적으로 존재하고 경험은 관계성 속에서 공감을 일으키며 유동성을 가져, 자기 이해와 자기 성찰을 내면화한다(정기철, 2013:264). 이러한 의미에서 생활체육 에세이는 ‘운동 체험을 경험으로 승화’한 ‘경험적 글쓰기’에 해당한다. 안희은(2019)은 ‘경험적 글쓰기’란 자아의 과거로부터의 체험적 이행을 토대로 자기 성찰이 가능하게 되며, 나아가 공동체 및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갖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여성 서사의 경험적 글쓰기로서 생활체육 에세이는 개인의 주관적 영역의 자기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여성으로서 개인적 경험이 성찰 과정을 거쳐 공동체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여성’, ‘서사’로서의 생활체육의 경험적 글쓰기의 의미와 특징을 탐색한다.

2. 작품 분석

1) 대상 작품 선정 및 소개

이 연구에서는 여성이 집필한 다수의 생활체육 경험 에세이 중에서 특히 스포츠 분야에 대한 심층적 묘사와 해석이 비교적 의미 있게 기술되었다고 판단한 작품 3편을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3편의 개괄적 정보는 다음과 같다.

대상 작품 선정 및 소개

2) 텍스트 분석

이 연구의 목적에 맞게 선정한 3편의 작품을 개별⋅통합적 시각에서 의미있는 쟁점을 추출하고 각 텍스트와 비교 대조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였다. 텍스트 분석 방법의 틀은 형식과 구조 분석, 그리고 주제와 내용 분석으로 세분화하였다.

첫째, 형식 분석이다. 스포츠 분야의 경험적 에세이 이 책의 형식을 분석한다. 이로써 운동 경험의 심층적 탐색이 어떠한 방식으로 서술 가능한지 스포츠 에세이의 모델을 제안할 수 있다.

둘째, 내용 분석이다. 에세이에서 다루는 쟁점을 파악하여 여성 생활체육 참여자가 풀어 쓴 경험들을 분석한다.

셋째, 주제 분석이다. 내용 분석을 통해서 도출되는 주제들, 궁극적인 에세이의 목적과 주요 논제를 탐구하여 주제 분석을 진행하였다. 사회문제, 특히 여성주의적 관점의 서사를 통해 스포츠 분야의 미진한 성평등 환경과 정책을 살펴보고 해결을 위한 제안이 가능하였다.

종합하면, 심층적 경험(내용)이 무엇을(주제) 다루며 어떻게(형식) 구현되는가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구성한다.

3. 한계점 및 제언: 스포츠 분야 경험적 글쓰기의 방향 모색

의미 있게 도출된 연구 결과 외 한계점들을 모색한다. 스포츠 분야 글쓰기의 한계와 대안을 구하고, 여성 생활체육 방향을 제안하였다.


Ⅲ. 결과 및 논의

1. 여성의 생활체육 글쓰기의 의미

여성의 생활체육 경험을 다룬 에세이는 하나의 문화적 흐름으로써 깊이 있는 이론적 탐구를 요하는 중요한 문화 현상이다. 여성 생활체육 에세이가 수행하는 중층적 의미는 몸의 의미, 여성의 글쓰기의 과정으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1) 몸의 복원: 인식의 출발, ‘살아있는 몸’

생활체육에 대한 경험적 글쓰기는 ‘살아있는 몸(lived body)’을 언어로 복원하는 현상학적 실천으로 이해될 수 있다. 메를로-퐁티(2007)는 몸을 정신과 분리된 수동적인 객체로 보는 전통적인 시각을 비판하였다. 인간 인식의 근거가 추상적 이성이나 수동적 감각이 아닌, ‘살아있는 몸’의 지각적 체험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몸을 인식의 주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퐁티에 따르면, 몸은 세계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세계 ‘에로’ 존재하고 세계를 향한 현존(presence) 자체이다. 즉, 몸은 세계를 경험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유일한 통로이자 매개체이다.

이처럼 퐁티가 세계를 지각하는 주체로서 ‘살아있는 몸’을 강조했듯이, 생활체육 에세이는 몸의 경험을 사유와 인식의 중심에 위치시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운동 경험에 대한 서술은 몸의 경험을 행위로써 묘사하거나 추상적 관념에 두지 않고 오히려 몸 자체가 세계와 직접 관계하며 체득한 고유한 지식의 근원임을 드러낸다.

그러나 스포츠 활동에서 획득되는 지식은 공간에 대한 감각, 시간에 대한 리듬, 노력의 강도 등 언어화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따라서 생활체육 에세이를 쓰는 행위는 몸이 가진 전(前)언어적, 전(前)반성적 지식을 다시, ‘언어’라는 상징체계로 ‘번역’하려는 시도와 같다. 이는 그간 번역되지 못한 언어와 몸의 감각 사이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려는 시도이자, 몸의 언어를 억압해온 정치적 질서에 대한 저항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2) 상징질서에 맞서는 몸의 언어: 엘렌 식수의 ‘여성적 글쓰기’, ‘몸으로 쓰기’

메를로-퐁티가 철학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살아있는 몸’의 지식은 엘렌 식수(Helen Cixous)의 여성주의 이론에서 정치적 저항의 핵심 동력으로 전환한다. 그의 책 『메두사의 웃음』에서 식수는 여성이 여성의 몸(육체)에서 대상화되는 등의 방식으로 격리되었던 것과 동일한 이유와 방법으로 여성은 글쓰기에서 격리되었다고 주장한다(2014; 9). 식수(2014)는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현대의 주류 지식을 차지하는 서구의 사유 체계가 ‘팔루스 중심주의(phallogocentrism)’라는 거대한 상징질서에 기인한다고 비판했다. 팔루스 중심주의가 말하는 상징질서는 존재와 비존재, 남성과 여성, 정신과 신체, 문화와 자연과 같은 이분법적 위계를 의미한다. 이 구조 속에서 여성은 ‘타자’로, 신체는 정신보다 열등한 것, 즉 억압의 대상이었고, ‘언어’가 그 핵심 기제로 작용했다고 보았다.

식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적 글쓰기(ecriture feminine)’를 제안한다. 식수의 여성적 글쓰기란 여성이 쓰는 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팔루스 중심주의적 언어 질서를 바꾸는 글쓰기 실천을 포괄한다. 그 핵심 전략이 ‘몸으로 쓰는 것(ecrire la corps)’이다. 이성 중심의 남성적 언어 체계로는 포착되지 않았던 신체적 감각과 경험을 언어화하는 행위, 즉 ‘몸으로 글쓰기’는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는 정치적 행위가 된다. 또한 여성의 몸이 통제와 대상화에서 벗어나, 세계를 능동적으로 경험하고 사유하는 주체로 회복하는 과정이 바로 글쓰기를 통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거에 따르면, 여성 서사의 생활체육 에세이는 식수가 주장한 ‘여성적 글쓰기’의 구체적인 실천 양상 중 하나가 된다. 스포츠는 전통적으로 힘과 스피드, 경쟁, 승리 등 남성적 가치(팔루스 중심주의)가 지배해 온 영역이다. 여성이 스포츠 영역에서 자신의 몸을 주체적으로 사용하고, 나아가 그 경험을 승패의 논리를 넘어서, 몸의 감각과 과정의 언어로 서술하는 행위는 가부장제라는 거시적 질서에 저항하면서 스포츠 영역이라는 축소된 장 안에 깊숙이 각인된 남성 중심적 가치 체계에 능동적으로 균열을 내는 행위로써 의미를 갖는다. ‘여성적 글쓰기’, ‘몸으로 쓰기’라는 가장 치열한 문화적 전선에서 여성의 몸, 여성의 글쓰기는 해방적 언어와 지식의 원천으로 새로운 지평을 연다(엘렌 식수, 2014).

3) 서사의 균형 회복: ‘창’에서 ‘그릇’으로

레베카 솔닛(2021)은 어슐러 르 귄을 인용하여 여성의 글쓰기가 어떻게 서사의 권력구조를 변화시키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고 하였다. 르 귄이 통찰했듯이 인류의 지배적인 서사는 사냥과 정복을 위한 ‘창’의 이야기, 즉 갈등과 정복, 승리로 이어지는 영웅 서사였다. 이는 솔닛이 말하는 위계적이고 선언적인 남성만의 세계이다.1)

스포츠 서사 역시 기록 경신과 승자독식의 영웅주의가 오랫동안 중심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여성의 생활체육 에세이는 이러한 문법을 의식적으로 거부한다. 대신 르 귄이 제안한 ‘바구니-그릇(carrier bag)"의 서사 모델을 따른다. 파괴하고 정복하여 우뚝 솟은 ‘창’의 이미지와 달리, 그릇은 삶의 다채로운 것들을 담아낸다. 승패를 넘어선 과정의 즐거움, 적대적인 경쟁이 아닌 동료로서 연대의 기쁨, 성취의 환희, 좌절의 고통을 위계 없이 담는다. 이는 나아가 대화하고 관계 맺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공동체 중심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성 작가들이 자신의 운동 경험을 ‘그릇’의 서사인 여성의 어법으로 써내려가는 시도는 ‘생활체육’이라는 새로운 장르에의 확장이고, 동시에 남성적인 전통적 스포츠 서사에 더하여 여성적인 다채로운 스포츠 서사로 주체와 주제가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생활체육 에세이가 보여주는 경험적 글쓰기는 그간 대상화되었던 (여성의) 몸을 세계 인식의 출발점으로 삼고, 여성의 몸과 경험의 언어를 통해 억압된 질서에 저항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 문법을 획득하였다는 중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는 여성의 운동 경험의 공유라는 가치와 함께 몸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기울어진 서사의 장을 바로 세우려는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노력이라 할 수 있다.

2. 작품 분석

여성의 ‘몸의 글쓰기’가 주로 출산, 질병, 섹슈얼리티 등 수동적이거나 고통받는 신체에 집중했다면, 다음의 세 생활체육 에세이는 ‘몸의 글쓰기’를 실천하고 확장한 결정적인 전환을 보여준다. 철인3종, 축구, 역도 등 구체적인 운동 실천을 통해 힘과 기술, 의지를 갖춘 능동성, 행위하는 주체로서의 신체를 전면에 내세운다.

세 작품을 형식과 구조, 내용과 주제를 비교⋅대조하고, 나아가 각 작품이 어떻게 고유한 방식으로 여성 주체성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지를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형식과 구조 분석

이영미의 『마녀체력』은 저자 스스로를 ‘마녀’로 칭함으로서 기존의 약자성(‘저질 체력’)에서 벗어나 강인하고 자기 주도적인 존재로 재규정한다.

에세이는 총 4부, 각 7∼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들어가는 말, 나가는 말을 포함해 총 3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으며, 6∼9쪽 분량의 각 부가 끝날 때, Q&A와 Tip을 부록으로 구성하였다. 흥미롭게도 1∼4부의 장제목을 붙여 읽으면, 하나의 문장이 되도록 구조화하였다.

“내 몸이 서서히 강해지는 동안(1부) 하나둘 행동이 바뀌고(2부) 이런저런 생각이 변하면서(3부) 그리하여,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다(4부)”

1부의 ‘내 몸이 서서히 강해지는 동안’은 40대, 중년에 들어선 저자의 몸에 대한 자각과 운동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기술하며, 수영과 고강도의 운동 입문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2부 ‘하나둘 행동이 바뀌고’는 입문한 고강도의 종목 대회 참가의 고군분투로 엮어간다. 이때 저자는 ‘두려움은 일상적 경험(습관)으로 이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3부 ‘이런저런 생각이 변하면서’에서는 운동과 대회 참가 경험을 인생의 측면으로 확장한다. 생활체육 체험을 통해 삶의 태도를 발견하는 등의 작가 고유의 독창적인 통찰로 ‘변하면서’ 경험의 영역으로 바뀐다. 생활체육 경험으로 삶의 태도를 발견하고 확장하면서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4부 ‘그리하여 인생이 달라지다’는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키워라’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노화와 죽음이라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다룬다.

『마녀체력』은 실용서로서도 내용을 충실히 다루고 있는데, 1∼4부 각 부의 내용이 끝날 때, ‘Q&A(어떻게 하나요?)’에서 비교적 생활체육 경험이 적은 여성들이 궁금해 할 일상적인 질문을 구성하여 답을 달아두었다. ‘Tip(깨알 팁)’에서는 이 책에서 다룬 주요 운동인 달리기, 자전거를 처음 접하는 초급자를 위한 실용적인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책과 구별되는 형식적 특성은 다양한 연구 결과, 기사 등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설득력 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인용된 전문 지식들은 운동, 스포츠 관련 전문지식도 포함되었으나 다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인용하여 운동과 인생 전반을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운동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유시민(2013)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의 더 많은 경험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뉴욕타임스 기자 찰스 두히그(2013)의 『습관의 힘』을 인용하면서 반복하는 행동, 즉 “운동이 다른 변화를 광범위하게 이끄는 핵심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김혼비의 에세이 『우아하고 호쾌한 여성 축구』는 다카하시 센이치로의 책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2005)의 제목을 연상케 하는데, 두 책 모두 ‘스포츠’를 소재로 삼아 기존의 통념을 비트는 역설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이 축구를 하면 우아함을 잃거나 여자 축구는 호쾌함(박진감)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 책은 17개(프롤로그, 에필로그 포함)의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는 다시, 3-5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나뉘며, 특히 17개 에피소드의 제목이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제목에서 축구 관련 기술용어로 차용하고 부제를 통해 축구 기술 및 전술의 의미를 삶이나 여성의 경험과 연결한다. 예를 들어 ‘월패스: 너와 나의 시계가 맞춰지면 제3의 공간이 열리지’, ‘스로인: 양발을 땅에 붙이고 공을 던지면 경기는 계속된다’, ‘WK리그: 어딘가의 선수와 언젠가의 선수’이다. 한 가지를 예로 설명하면, 축구 기술인 월패스(wall pass)의 개념을 빌려, 팀원 간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본문에서는 경기에서 공이 벽을 맞고 돌아오듯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패스(월패스) 속에서 팀원 사이 드러나는 갈등과 거리감을 표현하였다. 또한 오랜 시간 월패스 하듯 함께 뛰어온 세 친구가 어느 순간 갈림길에 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제3의 공간, 즉 새로운 공간으로 떠나는 모습을 담았다.

축구와 여성 팀 스포츠 경험을 여성 연대의 서사로 풀어낸 이 책은 팀 스포츠의 경험과 여성 간 연대의 경험을 자유롭게 오가며 서술하는 방식이 독창적이다. 이러한 전개는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축구와 다양한 경험을 교차하며 이해하게 만들고, 동시에 저자 특유의 유머 감각이 책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정연진의 에세이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는 3장, 각 장당 10∼12개의 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33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절의 분량은 4∼8쪽 내외로 비교적 짧지만, 다양한 주제를 다채롭게 담고 있다.

1부에서는 생활체육 종목 가운데 비교적 낯선 ‘역도’의 세계를 다룬다. 저자의 입문 과정과 훈련 경험, 그리고 세부 기술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2부는 역도와 철인 3종 경기 등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운동을 삶의 동반자, 즉 ‘반려운동’으로 소개한다. 3부에서는 삶의 태도를 중심으로 저자의 직업적 경험(동시통역)과 결합하여 운동, 일, 삶의 의미를 성찰한다. 특히 본문에서는 역도의 훈련 과정과 경기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운동의 신체적 역동성과 심리적 긴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집중하고 바벨을 잡는다. 나의 모든 집중력은 발바닥으로 모인다. 일어나면서 바벨이 바닥에서 뜨기 시작한다. 허리의 긴장은 계속 유지한다. 발로 바닥을 누르면서 반대로 다리가 펴진다. 무릎이 뒤로 밀리지 않게 버틴다. 발바닥을 계속 누른다. 더세게 누른다. 끝까지 누른다. 팔꿈치 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눌렸을 때 머릿속에서 불이 ‘번쩍’한다. 지금!(p.26)
2) 내용 및 주제 분석

(1) 중년 여성 몸의 재발견과 체력의 가치

『마녀체력』 중년 여성의 몸과 체력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가 겪은 몸의 재발견 과정은 사회적 역할에 매몰되어 소외되었던 개인적 자아를 체육활동을 통해 되찾는 서사이다. 나아가 이 에세이는 다이어트와 마른 몸에 연연하던 여성 생활체육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였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독자에게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하며 그 효능을 강조하는 실천적 역할을 수행한다.

(2) 연대와 젠더 의식의 사회적 확장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개인 서사를 팀 스포츠의 공동체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저자는 에세이에서 여자 축구활동을 통해 획득하는 팀워크의 역동성과 여성 간의 끈끈한 연대를 주요 주제로 다룬다. 특히 운동장의 1/9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던 여성의 이야기라는 추천사 문구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 서사는 여성들이 스포츠 공간에서 겪는 구조적 제약을 인식하고 이를 유쾌하게 전복하려는 젠더적 문제의식을 내포한다. 여성 운동 경험을 사회적 관심과 접목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에필로그)’을 바로잡으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담아내며 주제를 심화시킨다.

(3) 여성 힘에 대한 가치의 재발견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는 역도라는 생소하고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었던 ‘힘’의 종목을 여성 생활체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에세이는 역도 종목의 소개와 훈련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여성과 힘이라는 금기를 다룬다. 이는 여성 생활체육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서사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가 피아니스트로서 손을 보호하기 위해 체육활동이 금기시 되던 삶에서 통역사로 직업을 전환하면서 생활체육이 가능해진 과정은 직업인으로서의 주체성과 생활체육 참여가 상호보완하며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한다.

(4) 운동 경험을 기술하는 방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공통점은 세 작품 모두 스포츠 비전문가인 여성이 ‘운동(생활체육)’이라는 신체활동을 통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의 몸에 부여한 한계와 규범을 돌파하고 주체적인 자아를 획득하는 과정을 그린 에세이라는 점이다. 저자들 모두 운동을 통해 자신의 몸을 긍정하게 되며, 몸의 기능성과 강인함이라는 새로운 신체적 가치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세 편의 차이점은 첫째, 개인 스포츠와 팀 스포츠로 나뉜 운동의 성격이다. 이영미의 『마녀체력』과 정연진의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는 개인적 차원에서 성취와 한계의 극복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서사 역시 나약함, 두려움, 편견을 극복하는 내면적 측면에 집중한다. 반면,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축구라는 팀 스포츠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 및 ‘함께’의 가치를 핵심 주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둘째, 주요 갈등의 양상에서 차이점이 보이는데, 『마녀체력』은 ‘중년’이라는 나이와 개인의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는 내면적 갈등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는 ‘여성은 힘이 약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과 통념에의 갈등이 엿보인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팀 내부의 조율 문제와 더불어 ‘여자 축구’라는 외부의 편견이라는 이중적 갈등을 다룬다.


Ⅳ.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목적은 여성의 생활체육 경험을 심층적으로 다룬 에세이를 분석함으로써 현대 생활체육 현장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두 개의 차원에서 결과를 도출하였다. 첫째, 여성의 운동 경험 글쓰기의 의의를 탐색하고, 둘째, 대표적인 에세이 세 편을 선정하여 형식과 구조, 내용과 주제를 분석하고 작품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탐색하였다.

먼저 ‘여성’의 ‘몸’에 대한 글쓰기는 오랜 기간 남성과 여성, 정신과 몸의 이분법적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하위문화에 해당해왔다. 따라서 여성 생활체육 에세이가 수행하는 중층적 의미는 몸의 의미, 여성의 글쓰기의 과정으로 여성의 몸과 경험의 언어를 통해 억압된 질서에 저항한다. 이는 여성의 운동 경험의 공유라는 가치와 함께 몸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남성 중심 서사의 장을 바로 세우려는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노력이다.

텍스트 분석 결과는 첫째, 세 편의 에세이는 공통적으로 인식의 주체로서 ‘몸의 지위’를 높이고, ‘여성’, ‘체육활동’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저항하며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평가절하되었던 여성의 몸을 ‘기능하는 신체’, ‘강인한 신체’로 재정의 하였다.

둘째, 주체성 획득의 경로로 개인의 입장에서는 내면적 투쟁과 성취를 강조하고, 팀 스포츠의 특성을 통해 여성 간의 연대와 공동체적 즐거움을 핵심 동력으로 제시하였다.

셋째, 개인의 한계 극복과 공동체의 연대 등 스포츠라는 구체적 실천을 통해 여성의 몸이 억압의 대상에서 해방의 주체로 전이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세 작품은 ‘운동을 통한 여성의 주체성 획득’ 등의 공통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서사가 기반하는 지점에서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첫째, 세 저자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문화-경제적 자본을 소유한 전문직 여성이라는 공통점이다. 해당 종목들(철인3종, 축구, 역도) 또한 비교적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종목이기에, 돌봄 노동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다수 여성의 현실과 괴리될 수 있어 특정 계층의 특권적 경험으로 한정될 수도 있다. 둘째, 나약한 과거를 극복하고 강인한 현재를 성취하는 서사 구조는 ‘운동하는 몸’을 또 다른 성과로 소비할 위험이 있다. 김혼비의 책을 제외하고 고강도 운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기능의 향상과 성취에 다양한 신체보다 유능한 신체를 기준으로 두어 다른 소수자를 타자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들이 주는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생활체육 에세이는 전통적으로 시각화⋅대상화된 여성의 몸에 대한 정형화된 시각을 거부하고 운동의 주체로서 ‘자기 경험적 서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저자들은 직접 참여한 운동 경험들을 심층적으로 기술하며, 운동 경험 이후 변화된 삶의 내러티브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운동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기하고, 일상 속에 내재된 성차별과 운동하는 여성에 대한 이중적 시선들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나아가 여성에 의한 서술임에도 특정 젠더에 국한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방식’에 대한 보편적 질문을 제기하며, 다양한 종목에의 경험만큼 다양한 관점을 토대로 대안적 해법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둘째, 여성 서사의 생활체육 경험을 담은 에세이들은 운동 경험의 기술 방식에 대한 새로운 문체적⋅서사적 가능성을 제안한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몸의 감각과 심리의 섬세한 묘사 뿐 아니라, 공동체적 경험과 일상의 맥락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동 경험을 다층적으로 기술한다. 특히 운동 과정에서의 심리적 변화, 관계의 재구성, 일상과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형상화함으로써 신체 경험과 정체성 형성의 통합적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

셋째, 여성의 생활체육 경험을 다룬 에세이는 스포츠 담론의 지평을 확장하고 새로운 인식론적 기반을 제시한다. 여성 주체가 스포츠 영역에서 자기 경험을 언어화할 수 있는 권리를 재확인하고, 스포츠 서사가 남성 중심적인 성취⋅경쟁의 패러다임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가치, 감각, 세계관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를 촉발한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 생활체육 에세이는 스포츠 인문학적 논의의 확장과 성평등적 서사 구조의 재편에 기여하는 주요한 문화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운동은 남성의 전유물로 간주되었고, 여성은 운동을 기피하거나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고정관념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었다. 여성 생활체육 경험 서사는 이러한 편견이 사회적 구성물임을 드러내며, 몸의 실천과 감각을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해체한다. 나아가 결과 중심적⋅기록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운동을 다양한 주체가 자신 만의 방식으로 수행하고 경험을 언어화 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이러한 글쓰기 양상은 여성적 시각을 기반으로 현대 사회의 구조와 문화적 질서를 성찰하게 하며, 스포츠 담론 및 서사의 지평을 다층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과제번호)(NRF-2022S1A5B5A17049430)

Notes
1) 르 귄은 인류 최초의 도구가 사냥을 위한 창이나 칼이 아니라, 채집한 것을 담는 ‘그릇(carrier bag)’이었을 것에 착안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서사는 대부분 창과 칼을 휘두르는 영웅의 갈등, 정복, 살생 중심이었지만, 진정한 서사는 창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것들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 서사는 연설, 설교, 전쟁터에서 쓰이는 공적 언어이며 지배하기 위해 명령하고 선언적이며 위계를 만든다. 이에 반해 그릇의 서사는 대화하고 관계 맺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사적인 언어로써 비공식적이고 유동적이며 수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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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림 1.
연구 체계도

표 1.

대상 작품 선정 및 소개

작품명 출간년도 종목 주요 내용
『마녀체력』 2018 철인3종 여성, 운동 경험과 체력의 중요성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2018 축구 팀스포츠, 축구동호회 참여 여성 공동체 경험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 2022 역도 중년 여성의 역도 생활체육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