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 속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과 리프레임 전략: 젠더 감수성 관점에서
초록
이 연구는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vity) 관점에서 미디어 속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 양상을 분석하고, 그 의미와 리프레임(Reframe) 전략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제공된 미디어 콘텐츠를 대상으로 내용분석과 담론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은 첫째, 상징적 존재형, 둘째, 감정적 서사형, 셋째, 주체적 리프레임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상징적 존재형은 남성 중심 서사 속에서 여성을 미적⋅보조적 이미지로 재현하는 경향을 보였고, 감정적 서사형은 돌봄⋅인내⋅희생 등의 정서적 프레임을 통해 여성 지도자의 헌신을 강조하였다. 반면 주체적 리프레임형은 SNS와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에서 여성 태권도인이 자기서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강함과 돌봄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젠더 감수성의 서사를 창출한 유형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미디어 속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이 단순한 이미지의 변화가 아니라, 태권도 문화 내 젠더 권력 구조와 상징체계의 전환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리프레임 전략은 여성 체육인의 주체적 리더십과 감성적 돌봄을 결합한 ‘공존의 무예 문화’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여성체육학, 미디어연구, 무예철학을 융합한 젠더 감수성 기반 분석틀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여성 스포츠인의 재현과 젠더 평등한 체육문화 조성을 위한 학문적⋅실천적 기반을 제공한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d 15 media contents from 2013 to 2023, identifying three main types of female Taekwondo representation: 1) Symbolic Representation, portraying women as aesthetic or supportive figures within male-centered narratives; 2) Emotional Narrative, emphasizing care, patience, and sacrifice, portraying women as emotional and relational leaders; 3) Agency Reframing, where female practitioners use digital platforms to create self-narratives balancing strength and care. These findings reflect a cultural and structural shift in gender power relations within Taekwondo, marking progress toward a more inclusive martial arts culture that harmonizes emotional empathy with technical skill. The research contributes to women’s physical education, media studies, and martial arts philosophy by offering a gender-sensitive analytical framework and promoting more equitable, human-centered sports media practices.
Keywords:
Female Taekwondo, Media Representation, Gender Sensitivity, Reframing Strategy키워드:
여성 태권도, 미디어 재현, 젠더 감수성, 리프레임 전략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현대 한국사회에서 미디어는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담론을 형성하는 결정적 장이다. 특히 여성 스포츠인의 이미지와 사회적 위치는 단지 경기력의 문제를 넘어서, 젠더-문화적 권력관계 속에서 구성되어왔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무예종목인 태권도는 ‘강인함’, ‘국가대표성’, ‘남성성’ 등의 코드가 짙게 깔린 역사적 맥락을 지닌다(김남수, 김은숙, 2017). 이에 따라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속 재현과 그 의미를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의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중요한 학술⋅사회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먼저, 여성 태권도인의 국내 현황과 사회문화적 조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여성 태권도의 본격적인 발전은 1980년대 이후였으며, 당시 여성 수련자와 유단자의 증가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1980년대 초⋅중반 호신과 건강을 위해 태권도를 수련하는 여성이 해마다 늘어나 한국여성태권도연맹에 등록된 여성 유단자가 2만여 명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김은경 기자, 2006. 5. 29일자). 그러나 이 기사가 발간될 당시만 해도 “여성 태권도에 대한 인식만큼 자료도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여성 태권도인의 사회적 위치가 충분히 학술적으로 조명되지 않았음을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태권도에 관한 인식변화는 2002년 한국여성태권도연맹의 재창단 이후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하였다(한국여성태권도연맹 홈페이지, 2025). 이전까지 태권도현장에서 여성지도자, 여성행정가는 매우 적었으며, 한국여성태권도연맹의 재창단은 여성태권도인에 대한 태권도계의 인식변화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특히 2000년 이전까지 여성과 태권도와 관련된 연구는 매우 미흡하였으나 2000년대 이후 약 170여 편이 진행될 정도로 여성 태권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분석하는 것은 여성 태권도인의 주체성 회복과 스포츠문화의 젠더 전환을 위한 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 더불어 태권도의 정체성과 미디어 상의 이미지가 갖는 의미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연구에서 국기원태권도연구에서 발표된 「태권도 정체성과 방향성의 비판적 논의」에서 태권도의 가치⋅규범⋅태도가 ‘공존의 가치’, ‘진⋅선⋅미(眞善美) 규범’, ‘미래지향적 태도’의 융합으로 구성된다고 하였다(오형근, 김주연, 2024).
여성 태권도인이 태권도에 내재된 ‘강인함’과 ‘남성성’이라는 문화적⋅도덕적 코드 사이에서 이중적 젠더 역할 구조에 놓이는 문제는 최근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반은아, 2022; 황재희, 진승태, 2025). 생활체육 및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 태권도 사범⋅지도자들은 남성 중심적 무예 문화 속에서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이면서도 동시에 친절함⋅세심함⋅돌봄을 수행하는 ‘여성적 지도자’상을 요구받는 이중 규범을 경험한다(반은아, 2022; 황재희, 진승태, 2025). 이는 여성 스포츠인의 젠더 이중성 문제에 관한 기존 연구들과 맞닿아 있으며(고래언, 2014; 김남수, 김은숙, 2017; 유상건, 2016), 이러한 양상은 여성 스포츠인의 젠더 이중성 문제를 다룬 선행 연구들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스포츠 장(field) 전반이 여전히 남성 중심 규범과 보수적 성 역할 기대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김현수, 홍덕기, 2022).
미디어 연구에서 여성 스포츠인의 재현 방식은 여러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가영(2020)의 「미디어에 재현된 신체이미지에 대한 고찰」에서는, 여성 스포츠스타가 미디어에서 기술-성과보다는 외모⋅신체 이미지⋅감정 표현 중심으로 재현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곽정현, 이선희(2025a)는 미디어 리프레임을 통해 여성스포츠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서, 여성 선수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스포츠정책 및 지원체계, 미디어에서 다루는 구조적 문제 등 사회적 논의를 제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오형근, 김주연(2024)의 「빅데이터에 나타난 여성 태권도 인식 및 이슈」에서는 여성 태권도에 대해 ‘훈련’, ‘성인 여성’, ‘여성 지도자’ 등의 키워드가 빈번히 나타남을 보고했다. 그리고 곽정현, 이선희(2025b)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성 태권도 수련의 역사 속에서 젠더인식의 변화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태권도계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제도적 변화와 여성 태권도 지도자와 수련생들의 참여에 대한 영역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여성성의 실천이 가능한 형태로 변화되어 왔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미디어 및 여론 속에서 여성 태권도인이 단지 경기 주체가 아니라 ‘훈련하는 여성’, ‘여성 지도자’ 등의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여성 태권도인의 정체성⋅역할⋅미디어 서사에 대한 심층적 분석은 국내에서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필요성을 갖는다. 첫째, 국내 태권도 미디어 담론에서 여성 태권도인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존 스포츠 미디어 연구에서 소외되어 온 여성 무예인의 이미지를 복원하고자 한다. 둘째, 젠더 감수성의 관점에서 이러한 재현의 구조와 함의를 비판적으로 살피고, 여성 태권도인의 주체성 확보 및 젠더평등 관점에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셋째,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여성 태권도인이 미디어 이미지 속에서 ‘보조적 존재’로 머무르는 것을 넘어 ‘주체적⋅감응적 리더’로 리프레임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여성 체육인 및 태권도 교육⋅실천 현장에 실천적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 연구는 국내 여성체육학 분야 및 태권도학 분야가 만나며 젠더⋅미디어⋅무예라는 융복합적 관점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끝으로 본 연구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의 방송, 광고, 온라인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서 여성 태권도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 사례를 중심으로, 내용분석과 담론분석을 병행하여 ‘미디어 재현을 탐색하고 젠더 감수성 관점을 분석하여 리프레임 전략 제안’이라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변화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연구문제
이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두었다.
첫째, 미디어 콘텐츠에서 여성 태권도인은 어떠한 이미지와 서사로 재현되고 있는가?
둘째, 이러한 재현은 젠더 감수성 관점에서 어떤 한계와 편향을 내포하고 있는가?
셋째, 여성 태권도인의 주체성과 젠더 감수성을 강화하기 위한 리프레임 전략은 무엇인가?
Ⅱ.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 양상을 보다 심층적으로 탐색하고, 그 안에 내재한 젠더 감수성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질적 연구 접근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연구는 단일 접근법이 아닌 질적 다중사례 연구의 관점을 활용하여, 서로 다른 매체와 시기에서 나타나는 재현 방식의 차이를 비교⋅해석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2013년부터 2023년까지의 방송 프로그램, 공공⋅상업 광고, 온라인 영상 및 SNS 기반 콘텐츠 등 다양한 유형의 미디어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분석과정에서는 우선 질적 내용분석을 실시하여 각 콘텐츠 속 여성 태권도인의 이미지가 어떤 서사 구조, 인물 구도, 감정 표현, 활동 맥락을 중심으로 재현되는지를 귀납적으로 도출하였다. 이후 비판적 담론분석을 적용하여 이러한 재현 양상이 한국 사회의 젠더 규범, 상징적 권력 구조, 스포츠와 여성성에 대한 문화적 기대와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해석하였다. 이를 통해 공중파 미디어 중심의 상징적 존재형에서 감정 서사를 강조한 정서적 리더십형, 그리고 SNS 기반의 자기서사형으로 이어지는 재현의 전환 흐름을 담론적 변화의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설계는 단순히 콘텐츠의 표면적 묘사나 빈도 분석을 넘어, 미디어 속 여성 태권도 재현이 시대적 배경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지를 다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특히 내용분석과 담론분석을 연계함으로써, 여성 태권도인의 이미지가 구성되는 과정과 그 구조적 조건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여 연구의 해석적 깊이를 확보하였다.
2.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에서 제작⋅배포된 미디어 콘텐츠 중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과 젠더 서사를 파악할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방송사 아카이브(KBS, SBS, MBC, EBS 등), 주요 기관의 공식 유튜브 채널(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대한체육회 등), 그리고 SNS⋅OTT 플랫폼(YouTube, NaverTV, Instagram)의 공개 자료를 1차 검색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이후 ‘여성 태권도인’, ‘여성 무예’, ‘태권도 여성 서사’ 등 핵심 키워드를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검색 결과 중 유사 콘텐츠는 중복 제거하였다.
자료 선정은 다음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이루어졌다. 첫째, 여성 태권도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거나 태권도 내 젠더 관련 담론을 다룬 콘텐츠일 것. 둘째, 서사 구조 속에서 여성의 주체성, 감정⋅관계 서사, 리더십 등이 드러날 것. 셋째, 방송 횟수나 조회수, 언론 언급 등 일정 수준의 사회문화적 파급력이 확인될 것. 이 기준에 따라 방송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 광고⋅공익 캠페인, SNS 기반 자기서사형 영상 등 다양한 플랫폼의 콘텐츠가 분석 대상으로 포함되었다<표 1>.
아울러 영상 자료의 해석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학술논문, 정책 보고서, 공식 보도자료 등 2차 자료도 함께 활용하여, 각 콘텐츠가 나타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자 하였다.
3. 분석 절차 및 방법
내용분석은 <표 2>와 같이 먼저 매체 유형별 자료를 선별하고 전사하여 분석 가능한 형태로 정제하였으며, 이후 여성 태권도인의 역할⋅감정⋅신체⋅리더십 등을 중심으로 의미 단위를 추출해 초기 코드를 도출하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빈도와 맥락을 기준으로 코드를 묶어 1차 범주를 형성하였고, 마지막으로 전문가 검토를 통해 범주를 정교화하여 상징적 존재형, 감정적 서사형, 주체적 리프레임형의 세 가지 최종 유형을 확정하였다.
4. 연구의 반성적 태도 및 타당도 확보
본 연구는 연구자의 젠더 인식과 체육⋅미디어 경험이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분석 전 과정에서 자료 중심의 해석 원칙을 유지하며 편향 가능성을 점검하였다. 코딩과 담론 해석 단계마다 전문가 검토를 병행하여 연구자의 관점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였으며, 이를 통해 해석의 균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해석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방송⋅광고⋅온라인⋅SNS 등 서로 다른 매체 자료를 교차 비교하는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실시하였다. 또한 코딩과 범주화, 담론 해석 단계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분석 내용을 공유하고 검토 받는 동료검증(peer debriefing)을 진행하여 연구자의 주관적 해석을 최소화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연구 결과의 타당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Ⅲ. 연구결과 및 고찰
본 연구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방송, 광고, 온라인 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에서 여성 태권도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 사례를 중심으로, 그 재현 양상과 젠더 감수성의 의미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은 크게 상징적 존재형(Symbolic Representation Type), 감정적 서사형(Emotional Narrative Type), 주체적 리프레임형(Agency Reframing Type)으로 구분되었으며, 각 유형은 미디어의 구조와 담론 환경에 따라 상이한 젠더 감수성 수준을 보였다.
1. 상징적 존재형
첫 번째 유형은 여성 태권도인이 미디어 내에서 상징적⋅보조적 존재로 기능하는 경우로 이 유형은 주로 공중파 방송의 행사 중계, 국기원 및 문체부 홍보 영상, 그리고 태권도 단체의 공식 콘텐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화면 속 여성은 주로 ‘조화로운 동작’이나 ‘균형 잡힌 몸짓’을 표현하는 이미지로 사용되어, 기술적 주체가 아닌 미적 상징물로 소비되는 경향을 보였다.
태권도 관련 홍보영상에서 여성을 전면에 등장시키더라도 그 구성은 여전히 남성의 시선과 해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의 참여로 태권도의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서술하며, 여성 수련자의 이미지를 ‘강함의 균형’보다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제시한다.
이는 여성의 존재를 태권도의 미적 다양성을 보완하는 장식적 요소로 한정함으로써, 젠더 간 위계적 구도를 은연중에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징적 재현은 태권도의 정체성을 ‘강인함’과 ‘국가대표성’, 나아가 ‘남성성’으로 규정해 온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있다.
곽정현(2016)은 그동안 여성들은 뛰어난 리더십과 독립심이 강하며 체력적으로 우수한 경우에 오히려 ‘여성답지 못하다’라는 인식에 외면 받았으나, 액션영화에서도 여성들은 대부분 ‘주변인’으로 다루어졌고 최근에 와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그동안 여성은 미디어 속에서 주변인으로서, 조연으로서 소비되어 왔음을 볼 수 있다.
이학준, 양은석(2017)은 태권도의 정체성이 ‘무력의 규율’과 ‘국가 이미지의 상징’으로 구성되어 왔다고 분석하였는데,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여성은 본질적으로 주변화 될 수밖에 없다. 여성의 등장은 ‘국가 이미지의 부드러움’을 상징하거나, ‘조화와 균형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만 허용된다. 이러한 재현은 여성의 역량이나 기술적 전문성보다는, 시각적 완결성을 위한 장식적 존재로 여성을 배치하는 담론적 전략으로 작동한다.
태권도원 공식 유튜브 채널의 「세계시범단 여성단원 인터뷰」(2018) 역시 이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영상 속 여성 단원들은 “힘과 유연성의 조화”를 강조하지만 인터뷰의 대부분은 남성 지도자의 코멘트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성 단원의 경험과 목소리는 제한적으로 제시되며, 결과적으로 여성은 ‘조화의 상징’으로만 기능한다.
여성태권도발전의 초기인 1970년대 여성 태권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성역할의 충돌 속에서 태권도장이 단순한 수련장이 아닌 성별 규범이 작동하는 문화적 공간으로서 여성 태권도인의 역할은 제도적, 문화적, 심리적으로 철저하게 주변인으로서의 역할이었으며, 미디어에서도 상징적으로만 보여질 뿐이었다(곽정현, 이선희, 2025b).
이 유형의 특징은 젠더 감수성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문다는 점이다. 여성은 독립된 주체로서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말하지 못하고, 남성 중심 서사의 배경으로 위치한다. 이는 김가영(2020)의 연구에서 언급된 “여성 스포츠 스타의 외모 중심 재현”과 유사한 맥락으로, 여성이 ‘보기에 좋은 이미지’로 소비되는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다만 일부 콘텐츠에서는 상징적 재현이 단순한 대상화로만 작동하지 않고, 태권도의 문화적 확장과 다양성의 징후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다양한 여성 태권도 지도자를 다룬 미디어 속에서 여성 지도자의 지도를 ‘조화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표현하면서, 태권도를 남성 중심 무예에서 문화⋅예술적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내포하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가 여성의 주체적 서사 부재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상징적 존재형은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이 ‘존재의 가시화’는 이루었으나, ‘주체의 발화’는 이루지 못한 단계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여성의 등장 빈도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여전히 남성 중심적 규율과 미적 상징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젠더 감수성의 초기 단계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유형은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이 “보이는 여성”에서 “이야기하는 여성”으로 나아가기 전의 과도기적 담론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2. 감정적 서사형
두 번째 유형은 여성 태권도인을 감정적 서사의 주체로 재현하는 형태이다. 이 유형은 방송 다큐멘터리, 태권도 캠페인 광고, 여성 지도자 인터뷰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무카스 스페셜 “여자, 태권도에 빠지다-김영숙 사범”이나, “태권도 愛 빠지다” 등의 프로그램에서 여성 지도자나 수련자는 헌신, 돌봄, 감정노동의 상징으로 묘사되었다. 이들 콘텐츠는 여성 지도자의 봉사, 부상 극복, 가정과 도장 운영의 병행 등을 중심 서사로 구성하며, 여성의 ‘인내’와 ‘희생’을 미화하는 정서적 내러티브를 강조했다.
이러한 서사는 표면적으로는 여성 지도자의 열정과 헌신을 조명하지만, 동시에 여성의 역할을 ‘감정적 돌봄의 존재’로 한정 짓는 이중 구조를 내포한다.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여성 지도자는 가족과 제자를 동시에 돌보는 장면이 등장하며, 태권도 지도 행위가 교육적 기술보다는 ‘모성적 인내’로 표현된다. 해외 봉사활동 중 여성 사범의 헌신도 ‘모성적 사랑’으로 묘사하여, 여성의 감정적 헌신을 미덕으로 전면화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여성 지도자를 도덕적 감정의 매개자이자 정서적 안정의 상징으로 재현하면서, 남성 지도자의 ‘기술적 권위’ 중심 서사와 대조되는 구도를 형성한다.
유상건(2016)은 “한국 미디어에서 여성 스포츠인의 재현은 전문성과 성취보다 감정과 도덕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하였는데, 본 연구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나타났다. 여성 태권도인의 기술적 전문성이나 리더십은 보조적으로 다루어지고, 대신 가정과 일터를 병행하는 ‘희생과 헌신의 서사’가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 중심의 서사는 단순한 한계로만 해석되기 어렵다. 오히려 그것은 태권도의 철학적 가치인 예(禮)와 인(仁)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즉, 여성 태권도인의 돌봄과 감정의 서사는 ‘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공감적 리더십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문명희, 남연정(2023)은 젠더 감수성 교육을 통해 “감정적 공감이 곧 관계적 리더십의 핵심”임을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여성 지도자의 감정적 서사는 관계와 공동체 중심의 리더십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특히 여성 지도자의 공감적 리더십과 전문적 판단이 동등하게 강조되며, 감정 서사가 더 이상 ‘보조적 감정노동’이 아니라 관계적 전문성의 일환으로 재구성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감정적 서사가 젠더 고정관념을 재생산함과 동시에, 그 틀을 내부에서 변형시킬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감정적 서사형은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는 동시에 그 한계를 전복할 수 있는 이중적 담론의 장이다. 여성 태권도인의 감정적 리더십은 돌봄의 언어를 통해 권력과 성취의 담론을 재구성하며, 태권도의 인간적 가치와 공동체 윤리를 확장하는 문화적 리프레임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3. 주체적 리프레임형
세 번째 유형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유튜브, SNS, 독립 다큐멘터리 등 디지털 기반의 자기서사형 콘텐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유형의 여성 태권도인은 더 이상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의 화자이자 창조자로 등장한다. 기존 미디어가 남성 중심 서사 속 보조적 존재로 여성을 재현했다면, 주체적 리프레임형에서는 여성 스스로 카메라의 중심에 서서, 자신의 경험과 철학, 일상, 관계를 능동적으로 서사화한다.
무카스 티비에서 2020∼2023년에 걸쳐 제공된 「레전드 리턴즈」 시리즈에서 여성태권도인으로서 소개된 임신자와 조향미의 이야기나 2024년 태권도 진흥재단에서 실시하여 국립태권도박물관 및 유튜브에 수록된 여성태권도인 구술채록 편은 원로 여성 태권도인들이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디어를 통해 주체적인 여성 태권도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또한 SNS 공간에서도 이러한 자기서사형 리프레임은 활발히 전개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현장에서 여성태권도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태권도를 수련하고 즐기는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각자의 몸, 기술, 수련 철학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보여주는 대상’이 아닌 ‘말하는 주체’로 전환시켰다. 이는 여성 태권도인 스스로 태권도를 ‘즐기는’ 시대로 변화시켜감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자기서사적 리프레임은 젠더 감수성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여성 태권도인은 더 이상 ‘남성의 대체자’나 ‘예외적 성공 사례’로 재현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언어를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새롭게 구성한다. 김은진 외(2022)는 리프레임을 “기존 권력구조의 시각적⋅언어적 틀을 재배치하여 새로운 서사를 창출하는 전략”으로 정의했는데, 본 연구의 사례들은 이 정의를 실천적으로 구현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은 여성 태권도인에게 자기표현의 통제권을 제공한다. 이들은 편집과 연출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훈련, 실패, 회복, 관계를 직접 이야기하며, 그 과정에서 기술적 역량과 감정적 리더십을 통합하는 하이브리드 정체성을 드러낸다.
한 여성사범이 수련생과의 대화 속에서 “태권도는 기술이 아니라 대화”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남성적 규율의 언어 대신 공감과 관계의 언어로 태권도를 재서술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리프레임형 재현은 미디어 속 젠더 서사를 내부로부터 전복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여성 태권도인은 기존 미디어 구조가 제공하지 않던 ‘진정성’과 ‘자기서사’의 권리를 획득하며, 이를 통해 태권도의 가치 담론을 ‘무(武)의 힘’에서 ‘도(道)의 돌봄’으로 확장한다. 결국 주체적 리프레임형은 단순한 미디어 트렌드가 아니라, 태권도 내 젠더 권력의 재배치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여성 태권도인이 스스로 서사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기술적 강인함과 감정적 공감을 통합하는 새로운 문화적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리프레임은 단순한 이미지의 수정이 아니라, 태권도 문화가 지닌 철학과 윤리를 여성적 감수성으로 재구성하는 문화적 전환의 장이라 할 수 있다.
4. 여성 태권도 재현의 전환 구조와 리프레임의 가능성
본 연구의 결과,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은 시대적 맥락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흐름을 보였다.
2010년대 초반에는 공중파 방송을 중심으로 한 상징적 존재형이 주를 이루었고, 2010년대 후반에는 감정 서사 중심의 정서적 리더십형으로 변화하였다. 2020년대 이후에는 SNS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기서사형 리프레임으로 발전하면서, 여성 태권도인의 위치와 서사 구조는 보다 주체적이고 다층적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의 젠더 인식이 수직적 위계 중심에서 수평적 감수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의 여성 태권도인은 미적 조화와 균형의 상징으로 등장하였으며, 남성 중심 서사의 배경적 존재로 머물렀다. 이는 여성을 시각적으로는 드러내지만 발화권이 제한된 비주체적 이미지로 재현한 한계를 지닌다. 이후 여성 지도자의 헌신과 감정노동이 중심이 되며, 여성의 존재가 장식적 이미지에서 공감과 돌봄의 주체로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여성의 전문성과 리더십은 감정의 서사 속에 가려지는 이중 구조를 보였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 태권도인이 자신의 일상과 철학, 사회적 역할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주체로 등장하였다. 이 시기의 여성들은 단순히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통해 말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존재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자기서사형 리프레임은 여성의 감정적 리더십과 기술적 역량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리더십을 제시하며, 젠더 감수성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전환은 단순히 미디어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태권도 내부의 권력 구조와 문화적 인식의 재배치를 반영한다.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은 ‘보이는 존재’로부터 시작해 ‘감정으로 말하는 존재’를 거쳐 ‘이야기하고 관계를 맺는 주체’로 발전해왔으며, 이는 태권도 내 젠더 담론이 표상에서 참여와 공존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미란, 남승구, 김용수(2019)는 “영화 ‘당갈’ 속 여자 레슬링의 상징적 의미”의 주인공 당갈을 통해 여성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수동적 여성상을 파괴하고 남성을 뛰어넘은 여성상의 상징으로서 남성과의 동등함을 쟁취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여성들이 그동안 외면 받아오던 ‘격투기’, ‘무예’의 분야에서도 그 역할을 확장 시켜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 태권도의 발전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첫째, 여성 태권도의 미디어 분석은 단순한 노출 빈도나 이미지 평가를 넘어 젠더 감수성의 수준과 구조적 변화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태권도 미디어의 리프레임 전략은 여성 수련자와 지도자가 서사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체육⋅무예 교육 현장에서는 여성 지도자의 감정적 리더십을 단순한 ‘부드러움’이 아닌 ‘관계적 전문성’으로 인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결국 여성 태권도인의 리프레임은 단순한 이미지 수정이 아니라 태권도 철학의 근본적 확장을 의미한다. 무의 강함이 도의 돌봄으로 확장될 때, 태권도는 남성 중심의 규율을 넘어 인간 중심의 윤리와 공존의 미학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따라서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은 젠더 이슈를 넘어, 태권도의 문화사와 철학을 새롭게 써 내려가는 실천적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리프레임은 곧 문화적 변환의 과정이며, 여성 스포츠 주체의 자율성과 감수성이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 담론으로 확산되는 문화적 실천의 장이라 할 수 있다.
Ⅳ. 결론 및 제언
1. 결론
본 연구는 젠더 감수성 관점에서 미디어 속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 양상을 분석하고, 그 담론적 구조와 의미를 비판적으로 탐색하여 리프레임 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2013년부터 2023년까지의 방송, 광고, 온라인 영상 등의 사례를 내용분석과 담론분석 방법으로 검토하였다. 연구 결과,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은 상징적 존재형, 감정적 서사형, 주체적 리프레임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상징적 존재형은 여성 태권도인을 남성 중심 서사 속의 장식적 이미지로 재현하며, 감정적 서사형은 돌봄⋅희생의 정서적 프레임을 통해 여성을 감성적 주체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주체적 리프레임형은 여성 태권도인이 자신의 서사를 스스로 생산하며 ‘강함과 돌봄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젠더 감수성의 서사를 구성하는 단계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 태권도인의 미디어 재현이 단순히 ‘보이는 여성’의 문제를 넘어, 스포츠 내 젠더 권력 구조와 문화적 상징체계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SNS 및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은 여성 태권도인의 자기서사와 감응적 리더십이 드러날 수 있는 새로운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에 따라 본 연구는 미디어 속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이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태권도의 젠더 문화와 사회적 담론을 구성하는 심층적 기제임을 확인하였다.
여성 태권도인의 리프레임은 ‘강함과 돌봄’, ‘기술과 감성’, ‘무예와 관계’의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는 태권도 문화의 미래가 권위 중심의 무(武)에서 공존 중심의 도(道)로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여성체육학의 관점에서 이 연구는 단지 한 종목의 젠더 재현을 넘어, 스포츠와 사회문화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포용적 스포츠문화 형성을 위한 학문적⋅실천적 전환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결론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2013년∼2023년의 미디어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였기에 모든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 양상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둘째, 또한 질적 분석의 특성상 자료 해석에 연구자의 주관이 일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시기별 변화추이(예: 1990∼2000년대 대비 최근 10년)를 종단적으로 분석하고, 여성 태권도인 본인의 미디어 경험을 구술사(interview narrative)로 수집하여 보다 다층적이고 경험 기반의 리프레임 모델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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