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Article ]
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Vol. 40, No. 1, pp.143-165
ISSN: 1229-634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Mar 2026
Received 07 Feb 2026 Revised 10 Mar 2026 Accepted 31 Mar 2026
DOI: https://doi.org/10.16915/jkapesgw.2026.3.40.1.143

현상학적 체험연구 관점에서 바라본 지체장애인의 승마 경험과 의미

이은미 ; 양태양 ; 이규일*
경북대학교, 박사과정
포항장성고등학교, 교사
경북대학교, 교수
Equestrian Experiences and Meaning for Individuals with Physical Disabilities: A Phenomenological Perspective on Lived Experience
Eun-Mi Lee ; Tae-Yang Yang ; Gyu-Il Le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Ph.D. Student
Pohang Jangsung High School, Teacher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Professor

Correspondence to: *이규일, 경북대학교, E-mail : mauri94@knu.ac.kr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지체장애인이 승마를 통해 무엇을 경험하는지 밝히는 동시에, 경험적 구조의 의미를 van Manen(1990)의 현상학적 체험연구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5명의 지체장애인 승마선수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여 개방형 질문지와 심층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수집된 자료는 텍스트 분석 기법(전사, 코딩, 주제 분석)에 따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지체장애인의 승마 경험은 ‘극복: 앉은뱅이도 달릴 수 있다’, ‘치유: 말(馬)은 평가하지 않는다’, ‘채움: 대등함과 온전함을 가지다’의 세 가지로 범주화되었다. 이를 van Manen(1990)의 현상학적 체험 연구의 네 가지 실존체 관점에서 해석하면 첫째, 신체성 측면에서는 결핍으로 인식되던 신체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주체적 신체로 재경험 되었으며, 둘째, 공간성 측면에서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존재에서 대등한 시선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존재로 전환되었다. 셋째, 관계성 측면에서는 일방적인 돌봄이나 평가의 대상이 아닌 상호 응답하는 관계적 주체로 경험되었으며, 넷째, 시간성 측면에서는 단절되고 견뎌야 하는 시간에서 몰입된 현재의 시간으로 전환되는 경험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지체장애인들에게 승마는 재활과 스포츠 수행을 넘어 몸-자아-세계의 관계를 재구성하며 스스로를 채워가는 실존적 여정이자, ‘경험의 장(場)’임을 확인할 수 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terpret the equestrian experiences of individuals with physical disabilities from the perspective of van Manen’s (1990) phenomenological experiential research. To this end, five equestrian athletes with physical disabilities were selected as research participants, and data was collected through open-ended questionnaires and in-depth interviews. The collected data was analyzed using text analysis techniques. As a result of the study, the equestrian experiences of individuals with physical disabilities were categorized into three types: ‘Overcoming: Even the lame can run,’ ‘Healing: The horse does not judge,’ and ‘Fulfillment: Possessing equality and wholeness.’ When interpreted from the perspective of van Manen’s (1990) phenomenological experiential research, first, in terms of corporeality, the body, which was perceived as lacking, was re-experienced as a subjective body interacting with the world; and second, in terms of spatiality, it transitioned from an existence looking up from below to an existence perceiving the world with an equal gaze. Third, in terms of relationality, they were experienced as relational subjects who respond to one another rather than as objects of unilateral care or evaluation; and fourth, in terms of temporality, an experience of transitioning from a time of disconnection and endurance to a time of immersion in the present was observed. In conclusion, it can be confirmed that for people with physical disabilities, horseback riding is an existential journey that reconstructs the relationship between body, self, and world and fills themselves, as well as a ‘field of experience.’

Keywords:

People with physical disabilities, equestrian experience, phenomenological, experiential study, existential body

키워드:

지체장애인, 승마 경험, 현상학적 체험연구, 실존체

Ⅰ. 서 론

우리나라 장애인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2025)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31,356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1%를 차지한다. 이 중 지체장애인은 43.7%로 장애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며, 최근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영향으로 지체장애인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보건복지부, 2025). 이런 점에서 지체장애인에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체활동은 지체장애인들에게 중요한 활동이다. 신체활동은 지체장애인의 건강과 체력 유지 및 심리적 웰빙에 필수적인 활동이자(Oh & Aquino, 2024), 사회성 발달(이규진, 2024), 자신감이나 정서 조절, 자기감정 훈련 등의 심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건강 인식과 삶의 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안수운, 2022; Kissow, 2015). 여기에 더해, 지체장애인에게 신체활동은 고용 효과를 증진하기도 하고, 장애 부위의 기능 감퇴를 예방하고 잔존 능력 회복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홍양자, 홍려교, 2001; Kissow, 2015; Lastuka & Cottingham, 2016). 이는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지체장애인에게 신체활동이 더욱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체장애인들은 신체활동 참여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지체장애인들은 첫째, 이동 등의 일상적인 움직임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이로 인해 신체활동에 참여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Gaskin, Andersen, & Morris, 2009; Lutz & Bowers, 2005), 둘째,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망의 제한으로 신체활동을 경험하는 폭이 좁으며(Isaksson, Skär, & Lexell, 2005), 셋째, 신체 불균형으로 인해 체력 수준과 운동 기능이 매우 낮음에 따라 운동을 지속하는 것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Winnick, & Porretta, 2016). 이런 점에서 지체장애인의 적극적인 신체활동 참여 방안이 다각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최근 장애인 스포츠 영역에서 승마의 치료적⋅스포츠적 가치가 조명되면서, 제도적 지원 아래 관련 프로그램의 운영과 참여 기회가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대한장애인체육회, 2024; 한국마사회, 2024). 이는 승마의 치료 효과가 여러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인데(박창범, 박금란, 신정순, 2014), 구체적으로, 승마는 지체장애인의 신체적 수행 능력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Garner & Rigby, 2015; Uchiyama, Ohtani, & Ohta, 2011), 신경계와 관련된 운동 기능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Rigby & Grandjean, 2016; Silkwood-Sherer & Warmbier, 2007). 신체적 효과뿐만 아니라, 효능감과 자기 인식, 정서적 안정이나 불안 등의 심리적⋅정서적 요인에도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김동원, 2017; 이종구, 정태운, 2015; Lechner, Kakebeeke, Hegemann, & Baumberger, 2007). 더불어, 사회성이나 인지 기능의 발달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된다(강미희, 김호자, 이춘화, 2023; 안정훈, 박윤재, 2017; 전용균, 이지영, 2017). 여기에 더해, 승마의 독특한 생태적 환경과 말과의 교감은 사람들 사이에서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호소해 온 지체장애인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김태종, 2019; Hama, 1996; Martin et al., 2020). 무엇보다, 다른 장애 유형과 달리 지체장애인들은 말에 기승할 수만 있다면 비장애인처럼 움직임의 자유를 얻는다(Debuse, Gibb, & Chandler, 2009; Scopa et al., 2019). 이는 지체장애인에게 승마는 기존 신체 활동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런 점에서 지체장애인의 승마 참여에 관한 지원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선행연구들은 양적 측면에서 지체장애인의 승마 효과를 검증하며, 치료적 중재로서 승마 활용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비록 소수이지만 질적 연구들 역시 승마치료나(Debuse, Gibb, & Chandler, 2009; Weideman, 2007), 학습 경험(김태종, 2019)을 보고하고 있는데, 이는 질적 접근 역시 넓은 의미에서 치료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다른 스포츠 활동과 비견되는 승마 활동의 독특성, 예를 들어, 자연환경에서 말과 교감하며, 말을 타고 이동하는 활동 등이 지체장애인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와 같은 승마 경험의 본질적 특성에 관한 연구는 거의 보고된 바 없다. 이런 점에서 승마의 특성을 바탕으로 지체장애인의 승마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구가 시도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상학적 방법은 인간 경험의 본질적 이해를 추구하는 연구 방법론적 접근이다. 여러 현상학적 접근 중 van Manen(1990)은 인간의 경험을 단순한 자극과 반응의 결과가 아닌 몸을 통해 세계와 관계 맺으며 구성되는 생활세계(life-world)의 총체적 과정을 바라보며, 경험의 본질을 네 가지 실존체(신체성: corporeality, 공간성: spatiality, 시간성: temporality, 관계성: relationality)로 보는 현상학적 체험 연구를 제안해 왔다. 현상학적 체험연구는 교육학에서 간호학, 체육학 등에 걸쳐 경험의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는 유용한 연구 방법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이수민, 부태희, 조승우, 2023; 전원재, 임수원, 2014; 최명경, 2020). 특히 장애인스포츠 연구 분야에서는 장애인스포츠의 참여 효과나 장애인 선수(Alhumaid et al., 2024; Cursiol & Barreira, 2021; Yulianto et al., 2025)나 가족(황상현, 노형규, 2023)의 스포츠 참여경험에 대한 실존적 의미를 밝히며 장애인스포츠를 단순한 활동이 아닌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가 형성되는 경험의 장으로 이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지체장애인의 승마 활동 경험을 파악하고, 이를 van Manen의 현상학적 체험 연구 관점에서 해석하며, 지체장애인이 승마를 통해 경험하는 실존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재활승마는 목적에 따라 치료승마, 레크리에이션 승마, 스포츠 승마로 구분된다. 지체장애인들은 대체로 재활을 목적으로 승마를 시작하는데, 승마에 재미를 느낀 일부가 레크리에이션 승마 단계에 참여하다가 경기화 된 스포츠 승마에 참여하는 등 참여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유목적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활용해 장애인 승마의 전 과정을 경험한 지체장애인 승마선수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승마협회 관계자로 활동하는 연구자는 매년 전국 승마대회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지체장애인 선수들과 10년 이상 만남을 지속하며 라포(rapport)를 형성해 왔다. 라포가 형성된 지체장애인 승마선수 중 연구목적에 부합하고 본인의 승마 경험에 대해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답해 줄 수 있는 선수 5명(남자 4명, 여자 1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이들의 특성은 <표 1>과 같고, 이들에게 연구 목적과 절차를 충분히 설명한 뒤 자발적 연구 참여 동의를 얻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다.

연구 참여자 정보

2. 자료 수집

자료 수집은 연구 참여자들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체험을 확인하기 위해, 개방형 질문지와 개인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먼저, 개방형 질문지를 활용하여 연구 참여자의 승마와 관련한 전체적인 경험을 자연스럽게 서술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개방형 질문지의 주요 내용은 ‘말을 처음으로 탔을 때 기억은 어떠한가요?’, ‘말을 탈 때의 느낌이나 기분은 어떠한가요?’, ‘말을 타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인가요?’, ‘다른 운동을 해 본 적이 있다면 승마와 어떤 점이 가장 큰 차이가 있나요?’이었다. 개방형 질문지는 이메일로 발송하여 답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다음으로, 개별 면담은 반구조화된 질문의 방식을 활용하여 개인별로 각 2회씩 진행되었으며, 1회당 면담 시간은 약 60분이었다. 면담은 전국승마대회 기간에 진행되었고, 2024년 11월에 1차 면담, 2025년 3월에 2차 면담을 진행하였다. 심층 면담의 주요 질문은 ‘승마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승마를 하기 전의 삶과 지금의 삶은 어떻게 다른가요?’, ‘승마를 하고 나서 어떤 변화(신체적, 정신적, 기타)가 있나요?’, ‘본인은 승마하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승마하면서 경험했던 특별한 사건이나 일화는 무엇인가요?’이었다. 면담 후 추가적인 의문 사항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질문하였다. 면담이 종료되고 난 이후에는 연구 참여자들의 부모와 개별 면담을 추가로 실시하여 자료를 보완하려고 노력하였다. 모든 면담 내용은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구한 후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녹음하였고, 면담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 사항은 전화 통화를 수시로 실시하며 질문하였다.

3. 자료 분석

수집된 자료의 분석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개방형 질문지의 답변 내용과 면담을 통해 수집된 녹음 파일을 한글 문서로 정리하는 전사의 단계를 거쳤다.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참여자의 진술 속에 담긴 체험의 의미를 탐색하였다. 이 과정에서 의미 있는 문장과 표현을 중심으로 의미 단위를 도출하고, 유사한 의미들을 묶어 주제화하였다.

현상학적 체험 연구는 인간의 경험을 단순히 기술(description)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이 삶의 맥락 속에서 어떠한 존재론적 의미를 갖는지 탐색하는 방법론으로, 참여자의 진술을 객관화하여 타인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의미를 해석하는 해석학적 순환(hermeneutic circle)을 통해 경험의 의미를 신체성, 공간성, 관계성, 시간성의 네 가지 실존체로 재구성한다. 이에, 연구진은 도출된 지체장애인의 승마 경험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네 가지 실존체로 그 의미를 해석하고자 하였다.

4. 연구의 진실성 및 윤리성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협의회와 동료 검증을 실시하였다. 먼저, 전문가협의회는 승마전문가 1명, 장애인 체육 전문가 1명, 질적 연구 전문가 1명 등 총 3인으로 구성하여 연구 설계, 자료 분석, 결과 해석 등 총 3회의 공식적 협의회를 진행하였고, 추가적인 논의사항은 모바일 메신저와 이메일을 활용하였다. 다음으로, 동료 검증은 1차 연구 결과물과 최종 연구 결과물을 연구 참여자 이메일로 발송하여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자의 주관과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연구 참여자들이 요구하는 보완사항은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또한, 연구의 윤리성 확보를 위해 Olkin(1999)이 제안한 장애인 연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였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연구 참여자의 존엄성과 정체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하였으며, 특히 참여자를 결핍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경험의 주체로 존중하고자 하였다. 또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연구 참여자의 관점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용어의 구분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객관적인 분류로, 개인의 가치나 능력에 대한 평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연구 분석을 위한 구분임을 밝혀둔다.


Ⅲ. 연구 결과

지체장애인의 승마 경험은 ‘극복: 앉은뱅이도 달릴 수 있다’, ‘치유: 말(馬)은 평가하지 않는다’, ‘채움: 대등함과 온전함을 가지다’로 나타났다.

1. 극복: 앉은뱅이도 달릴 수 있다.

말 앞에 처음 서 본 사람은 말에 대한 강한 두려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말 앞에 서면, 멀리서 지켜봤을 때와 달리 말의 거대함에서 오는 위압감을 그대로 느끼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에게 이럴진대, 신체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지체장애인들에게 말은 그 자체로 두려움을 주는 동물이다.

멀리서는 그렇게 크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막상 휠체어 타고 말 앞에 딱 섰더니 정말 제 키가 말 다리에도 미치지 않는 거예요. 두려웠어요. 몸도 성치 않은 내가 저렇게 높은 곳에서 혼자 말을 조정할 수 있을까? (후략) -A-

A의 말처럼, 그들에게 말 위는 너무도 높은 곳이었고, 살아있는 그 큰 생명체를 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이었다. 말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장애인들에게 승마는 접근성과 경제적 비용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높은 활동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승마라는 게 돈도 많이 들고, 말 타러 와야 하니까 누군가 저를 여기까지 운전해서 이동시켜 줘야 하고 (후략) -A-

무엇보다 그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그들에게 다른 사람의 조력이 필요하고, 비장애인들에게도 낯선 승마를 한다는 것에 대한 주변의 비웃음 섞인 우려 혹은 조롱이었다.

제가 처음 승마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 반 비웃음 반이었어요. “돈은 있냐? 어떻게 갈 거냐? 무섭지 않냐? 니가 그렇게 큰 말을 조정할 수 있냐?” -A-

이처럼 연구 참여자들에게 승마는 두려움을 안고 시작하는 활동이었다. 두려움의 한쪽은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다른 한쪽은 주변인들이 그들을 걱정하며 쏟아내는 “네가 할 수 있다고?”라는 비웃음 섞인 우려의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A의 이야기처럼, 지체장애인들에게 승마는 도전이라기보다, 낯설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존재 앞에서, 온전하지 않은 자기 신체에 대한 극복이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기 의심과 주변의 비웃음 섞인 우려의 목소리에 대한 극복이었다.

장애인들에게는 수많은 도전해야 할 일들이 있지만 극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승마는 정말 더 그래요. 처음에는 주변 눈치를 봐요. 혼자 걷지도 못하는 게 말 탄다고 비웃는 것 같고 (중략) 앉아서 살잖아요. 말이 더 크게 보이는데 그 무서움을 이겨내야 하고요. -A-

구체적으로 연구 참여자들의 극복 과정은 크게 ‘할 수 있음’과 ‘하고 싶음’의 과정으로 나타났다.

먼저, 지체장애인들이 승마의 두려움과 주변의 우려를 극복해 내는 과정은 ‘할 수 있음’에 관한 경험을 통한 심리적 두려움의 극복으로 나타났다.

말을 처음 탔을 때 아래가 낭떠러지 같았어요. 정상인들은 두 다리로 말을 꽉 잡으면 안정되지만, 저는 손가락이나 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부조를 제대로 주기도 어렵고 많이 힘들었어요.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말 위에 있는 것같이 휑한 (중략) 타자마자 바로 내리고 싶다고 소리쳤고, 그렇게 그만두고 싶었어요. -A-

A의 이야기처럼 신체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지체장애인들에게 말 위에 올라타는 것만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실제로 낙마하게 되면 누구나 말에 다시 오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한번 낙마해보면 말을 다시 탄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낙마를 3번쯤 했는데 다행히 뼈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이후로는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하게 되죠. -B-

하지만 연구 참여자들은 ‘무조건 해 보자’라는 용기와 더불어, 서서히 말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차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몸이 마음대로 안돼서 바로 포기하고 싶었는데,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무조건 해보자’ 라는 마인드로 계속 시도했던 것 같아요. -C-

B와 E의 이야기처럼 기술적 발전뿐만 아니라 두려운 상황을 통제하고 말을 주도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극복은 두려움의 해체와 자기 신뢰의 재발견이라는 심리적 전환을 일으켰고, ‘할 수 있음’의 단계로 나아가도록 하였다.

두려움은 승마 기술이 늘고 돌발적인 낙마 상황에서 제가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되면서 극복한 것 같아요. 낙마의 두려움을 견디는 나를 발견하면서 더 이상 두렵지 않았어요. -B-
아마 제가 말 타는 것을 제일 무서워한 사람이었을 것 같은데, 말을 내가 주도한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말 타는 것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E-

다음으로, ‘하고 싶음’의 결정적인 경험은 신체의 자유로 범주화할 수 있는 경험에 기인하였다.

예전엔 몸이 많이 굳어 있었는데 몸이 경추부터 허리까지 쫙 펴지면서 정상적이 되는 느낌, 잡아주는 느낌이에요. 수영이나 추나요법을 받아도 릴렉스 되는 느낌이지 펴지는 느낌은 없어요. (중략) 안 맞던 것들이 맞아지는 느낌이 들고 걸음걸이도 많이 좋아지고 편해졌어요. 언젠가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 좋다고 느꼈어요. -E-

왼쪽 다리가 의족인 E의 이야기처럼, 비록 다시 이전처럼 몸이 돌아갈지언정, 지금-현재 그들에게 승마는 비정상적이고 불균형적이고 잘 안 움직여지던 몸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나는 항상 밑에서 위로 보는데 말에 타면 위에서 아래로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세상으로 느껴져요. (중략) 나도 서 있을 수 있고 다른 정상인들처럼 앞을 보고 걸으니 꿈꾸는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앉은뱅이도 달릴 수 있다’라는 마음을 주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죠. -A-

승마는 어린 시절을 앉은뱅이로 살아온 A에게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땅만 쳐다보던 제약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A에게 승마는 말 위에서 아래라는 새로운 시선과 달릴 수 있고 달리고 싶은 마음을 준다.

지체장애인에게 승마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신체적 한계, 자기 의심, 사회적 시선이라는 삼중의 제약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경험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말이라는 위압적인 생명체 앞에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자기 의심과, “네가 말을 탄다고?”라는 주변의 우려와 조롱을 함께 감내하며 승마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두려움은 기존 스포츠 경험 여부와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승마가 지체장애인에게 새로운 존재론적 위기를 촉발하는 활동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반복적인 기승 경험을 통해 참여자들은 점차 말에 대한 통제감과 신체적 주도권을 확보하였고, 이는 두려움의 해체와 자기 신뢰의 회복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말 위에서의 직립적 자세, 속도감, 시야의 확장은 평생 ‘앉아 있음’ 또는 ‘결핍된 몸’에 고정되었던 신체 경험을 해방시키며, ‘할 수 있음’에서 ‘하고 싶음’으로의 질적 전이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승마는 참여자들에게 신체의 자유와 존재의 재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로 기능하였다.

2. 치유: 말(馬)은 평가하지 않는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간에 장애는 갑자기 찾아온다. 후천적인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선천적 지체장애인 역시 누군가의 낙인으로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된다는 점에서 장애는 갑자기 찾아온 불행 같은 것이다.

태어날 때 의사의 실수로 뇌손상으로 심각한 장애를 가지게 되었지만, 저는 모르잖아요. 한 네 살 즈음에 어머니가 저를 보면서 우셨어요. 그때부터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A-

어떤 경로로 장애를 갖게 된 것과 상관없이 내가 장애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 찾아오는 것은 극심한 혼란과 고통이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모든 것을 쏟았지만 결국은 절단을 했고 (중략) 수술 후 밤에만 산책을 했어요. 2년 정도 게임중독에 빠졌었고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E-

장애는 단순히 신체적 고통이나 불편함이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한 재개념화 과정이었다. ‘정상적인 나’에서 ‘온전하지 못한 나’로의 전환이자, 끊임없이 타인의 평가를 감내해야 하는 사회적으로 긴장해야 하는 삶의 연속이다.

제가 걸어가면 사람들이 늘 저를 쳐다보는 거 같아서 의식을 하게 되니까 긴장하고 힘들죠. -E-

연구 참여자들은 사람들의 자기를 향한 호기심 어린 시선, 무례한 말, 심지어 동정의 폭력으로 은유되는 시혜적인 행동에 노출되고, 이러한 노출은 ‘나는 장애인이야’라는 것을 되새기게 하고, 반복된 경험은 스스로를 사회와 단절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든다.

한번은 밖에 서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제 주머니에 천 원짜리 하나를 넣어주고 갔어요. 너무 기분이 나빠서 버렸죠. (중략) 동정의 폭력이죠. -A-

안타깝지만 불편한 신체를 가진 그들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부모로 대표되는 사회적 도움이 그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항상 부모님이 도와주시고, 예전보다 많이 좋아져서 장콜(장애인 콜택시)이나 시설 이용 등 여러 지원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요. -C-

자기 옆에 항상 도와주는 부모가 있고, 지원하는 사회가 있다. 그들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에, 언제나 혼자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모든 걸 다해주셔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서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언젠가는 독립해야죠. -C-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언제나 혼자다.

활달하지 못한 성격이라 오히려 제가 친구들한테 다가가지 못해요. 외롭고 고립되고, (중략) 어릴 땐 잘 몰랐는데 크면서 더욱 고민이 많고 외롭고 (후략) -B-

아마 사회적 상처가 그들을 자기 스스로 사회적 타자로 고립시키며, 자신을 방어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이처럼, 지체장애인들은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하는데, 이는 신체적 제약이 기능적 한계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의존과 자립 욕구의 긴장 관계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승마 경험은 그런 연구 참여자들에게 한마디로 치유의 과정이다. 치유 과정에서 나타나는 핵심적 경험은 기승과 말과의 교감으로 보인다. 먼저, 기승 경험을 살펴보면, 대개 지체장애인들은 승마를 재활 치료의 목적으로 시작한다.

휠체어를 오래 타고 있으면 혈액순환이 안 돼서 동상에도 잘 걸리고 어깨도 움츠러드는데 말을 타고 나면 손과 발이 따뜻해지고 장운동도 많이 활발해져요. -B-
승마를 하면서 오른쪽 다리에 있던 경직과 허벅지 근육 수축이 사라졌어요. -C-

B와 C의 이야기처럼, 승마는 경직된 신체의 순환과 긴장을 완화하고, 균형과 안정을 되찾는 신체적 문제 회복에 효과적인 활동이다. 승마가 골반과 척추의 근육 활성화 및 혈액순환, 체온 조절, 부종 감소 등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Ohta et al., 2018; Silkwood-Sherer & Warmbier, 2007).

게다가 D의 주장처럼 승마는 일시적이나마 기적 같은 신체적 회복을 경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측만증 치료를 위해서 시작했고, 팔과 다리에 마비가 있는데 많이 좋아졌어요. 말을 탈 때만 팔이 앞으로 돌아와요. 제 장애에는 그럴 일이 없는데 (중략) 몸과 마음은 분명히 관계가 있습니다. -D-

연구 참여자들에게 이러한 신체 회복 경험은 자기 몸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D의 이야기처럼 말을 타는 것 자체가 몸이 회복되고 마음이 회복되는 치유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휠체어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시선도 많이 낮아지고, 고립된 감정들이 밀려와요. 하지만 말 위에서는 공기가 틀려요. 마음이 편하고 정화되는 느낌이 들죠. -B-

말의 3차원적 움직임은 신체 깊숙한 근육을 자극하여 균형 감각을 되살리고, 열린 공간에서의 활동은 신체의 확장성과 정서적 안정감을 동시에 불러온다. 즉, 승마는 단순한 재활운동을 넘어 몸의 감각과 마음의 회복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통합적 치유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말과의 교감을 통해 얻어지는 치유의 경험을 살펴보면, 승마 경험의 핵심은 말과 함께 하는 것이다. 말은 그들에게 그동안 자신이 경험한 경험과 다른 새로운 관계 경험을 선사한다. 구체적으로, 말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긴장감 없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긴장돼요. 그들이 우리를 평가하잖아요. 하지만 말은 유일하게 평가하지 않아요. 말과 있을 때는 나의 장애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D-

또한 인간 사회에서 언제나 관심과 도움을 받아야 했던 것과 달리, 말과 함께 있을 때 말은 나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

말에게 간식을 줄 때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B-
갈기를 쓰다듬고, 이마를 만지면 말이 내게 맞춰서 고개를 숙여줘요. 안 만져주면 앞으로 다가와요. -C-

게다가 A의 말처럼, 말과 함께 할 때 연구 참여자들은 처음으로 관계의 주도권을 경험한다.

속보하면서 달리는 느낌이 참 좋아요. 내가 속보하는 자세만 취해도 초롱이가 달려요. -A-

말과의 이러한 교감은 단순한 돌봄 행위가 아니라, 존중과 상호작용이 교차하는 관계적 치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C가 묘사한 “말이 먼저 다가와 주는 장면”은, 늘 타인의 시선 밖에 머물렀던 자신에게 관계적 회복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연구 참여자들은 말이라는 생명체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관계적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참여자들은 승마 활동을 통해 긴장과 불안이 완화되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으며 자신과 주변 세계를 새롭게 인식한다.

승마를 하면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도 말해야 해요. 나는 혓소리를 못 내지만, 말과 함께 할 때는 오감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A-

특히 승마에서 파트너인 말과의 호흡은 기술적인 것을 넘어, 다양한 소통의 확장을 통해 관계를 강화하고, 이러한 상호 존중 속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있었다.

말과 함께 있으면 오늘 있었던 속상한 일들이 다 날아가요. 말을 쓰다듬고 있으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보잘것없는 내가 무언가를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중략) 두려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요. -B-

치유의 경험은 신체 회복과 관계적 회복이 동시에 작동하는 통합적 과정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승마를 통해 경직된 신체의 순환과 균형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였으며, 이는 단순한 재활 효과를 넘어 “몸과 마음이 함께 회복된다”는 인식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말의 3차원적 움직임은 골반과 척추의 미세 조절을 유도하여 신체 정렬을 회복시키고, 열린 공간에서의 기승은 정서적 안정과 해방감을 동반하였다.

더 나아가 말과의 관계는 참여자들에게 평가와 낙인이 작동하지 않는 유일한 관계적 장으로 경험되었다. 인간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평가되어 왔던 참여자들은 말과의 교감 속에서 장애 정체성이 일시적으로 소거되는 경험을 하였으며,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주체로 자신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계적 치유는 사회적 상처로 인해 위축되었던 정서와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핵심 기제로 작동하였다.

3. 채움: 대등함과 온전함을 가지다.

연구 참여자들은 신체가 불편할 뿐 사고의 범주나 판단 기준에서 비장애인들과 본질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참여자들의 학력이나 직업적 성취 또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으로 E는 명문대를 졸업한 공기업 연구원이고, B 역시 학업 성취도가 우수한 대학생이다.

S대로 진학하려고 7수를 했어요, Y대 생명공학과로 진학했지만. 수능 몇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서 그런지 ‘EBS-공부의 왕도’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E-
학과목 점수가 거의 다 A 이상이에요. 물론 교수님들께서 잘 봐주신 부분도 있지만, 늘 마장마술 코스를 연구하고 승마관련 서적을 탐독합니다. -B-

그러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들은 비장애인과 비교되는 장애인일 뿐이다.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삶의 기준을 ‘비장애인’에 고착시키게 되고, 결국 그 기준은 자신에 대한 결핍과 불신으로 작동하며 그들을 침식시킨다.

좀 작아지는 느낌이랄까? (중략) 비교하면 안 되지만 비교가 되잖아요. 8m, 20m 원을 그리는 것도 비장애인들은 몇 번만 하면 되는데 전 아무리 해도 잘 안돼서 속상했어요. -C-

C의 이야기는 연구 참여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결핍이 신체적 한계 자체보다,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는 개인적 노력으로 해소될 수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은 그들로 하여금 자신을 주체로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지적 역량이 높고 교우관계가 원만한 B는 일상에서의 사소한 사건이 결국은 ‘장애인’으로 환원되는 경험을 통해, 아무리 사회적 성취를 축적하고 학과의 우등생이어도, 장애인이라는 딱지는 여전히 ‘설명과 해명이 요구되는 존재’라는 점에서 절망감을 느낀다.

얼마 전 강의실에서 뜻하지 않은 일로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은 적이 있어요, 애들이 제가 장애인이라서 그렇게 한 거라고 인식을 하는 것 같아서 오랫동안 몹시 괴로웠어요. -B-

하지만 D의 이야기처럼 승마 경험 이후 부정적이고 위축된 자신을 규정하던 기존 인식의 변화를 경험한다.

승마를 하기 전에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던 제 자신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남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많은 장점들이 생긴 거죠. -D-

또한 장애로 인해 절망 속에 갇혀있던 C는 말을 탈 때만큼은 자신의 장애를 잊고 마음껏 걷고 달릴 수 있었다.

승마를 하면 내가 휠체어 타고 있는 장애인이라는 생각이 아예 안 들어요. (중략) 초 4학년 무렵 갑자기 걸음이 이상해져서 (중략) 집에만 있었고 우울하고 모든 것이 귀찮았어요. 아빠가 기마대 활동을 하셔서 (중략) 그때 말을 타면 아래위로 움직이는 것이 놀이공원의 목마처럼 즐거웠어요. -C-

이처럼 말은 단순한 동물이나 운동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를 재인식하는 관계적 조건이 되었고, 승마라는 경험의 장에서 장애/비장애의 범주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또 다른 변화는 물리적 높이의 변화와 시야의 확장으로 위계가 해체되면서 존재의 ‘대등함’을 획득하는 경험이다.

멈추면 넘어지기 때문에 늘 까치발로 종종걸음을 해야 해요. 넘어질까 늘 땅만 보고 걸어요. 말을 타면서 처음으로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계절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A-

이를테면 기승 시 형성되는 신체의 물리적 위치는 연구 참여자들을 지면에서 분리된 직립적 이동 상태에 놓이게 하였으며, 이러한 조건은 지각의 방향성과 시선의 기준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보잖아요. 저는 언제나 누군가를 위에 두고 볼 수밖에 없었는데 (후략) -B-
말을 타고 있으면 제가 걷는 것은 아니지만, 말을 타면 어느 누구와도 똑같이 걷는 거잖아요. -E-

연구 참여자들은 더 이상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존재’가 아니라, 타자와 대등한 높이와 동일한 걸음으로 확장된 세계를 지각하게 된다.

말 아래서는 땅만 보고 가는데 말 위에서는 멀리멀리 볼 수 있어서 좋아요. -A-

또한 연구 참여자의 신체는 기승 시 휠체어나 보조기, 타인의 도움에 의해 매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고, 속도를 조절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몸으로 경험되는데, 이것은 더 이상 ‘보조가 필요한 신체’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고 수행하는 신체’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체 경험은 참여자들이 구속과 제약, 낙인과 의심, 비장애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대등한 존재로 세계와 관계를 맺게 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Groff, Lundberg, & Zabriskie(2009)는 장애인 스포츠에서 ‘정상성(normalcy)’의 경험이 자존감 향상과 정체성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즉 승마는 참여자들에게 정상성을 회복할 수 있게 한다.

승마 경험에서의 ‘온전함’은 정서적 만족이나 결핍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되기보다는, 말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이 관계에 응답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로 위치 지워지는 경험에서 발생한 인식의 변화로 보인다. 말은 기승자의 신체 신호와 정서적 반응에 응답하는 파트너로, 말의 기분이나 감정 상태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몸으로 느껴진다. 이것은 스포츠에 활용되는 도구나 기계가 주는 차갑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들만이 나눌 수 있는 몸과 마음의 관계로 신뢰로써 형성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말은 인간 친구와는 달리 참여자가 신뢰와 믿음을 주는 만큼 되돌려주는 친구가 된다.

제가 이렇게 하면 말도 이렇게 하고 서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좋고 (중략) 친구 같은 마음도 들고 말한테는 “내가 약하지 않구나, 같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죠. -D-

승마는 조용한 상태에서 예민한 말의 반응에 감응해야 하는 극도로 섬세한 운동이다. 참여자는 말의 움직임과 리듬에 자신의 신체를 조율하며 응답해야 한다. B의 진술은 말과의 관계 경험이 특정 동물에 대한 이해에 그치지 않고, 타자를 배타적으로 인식하던 관계에서, 능동적인 상호 관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이 백인백색이듯 말도 마찬가지에요. 성격이 다 틀리죠. 말에 대해 이해하면서 사람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죠. -B-

A는 자신의 비틀거리는 걸음을 술주정뱅이에 비유하며 “나는 언제 술이 깰까?”라고 자조하곤 했다. 이러한 발화는 불완전한 자기 신체에 대한 지속적인 의심과 존재론적 불안을 반영한다. 그런 신체를 가진 A의 국가대표 선발은 자신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일시에 소거시키며, 주변과 지역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온전하게 증명한 사건이었다.

2021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대표선수로 선발이 되었다는 소식에 모두 환호하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너무너무 기뻤어요. -A-

또한 D에게 승마는 ‘미래를 향한 날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드러낸다.

승마는 제게 이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날개예요. 이제껏 못했던 거를 더 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더 훌륭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의미입니다. -D-

Janoff-Bulman(2006)은 ‘역경 후 성장’을 삶의 구조를 재해석하고 자기 도식을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승마 경험은 대등함과 온전함을 통해 인생의 도식을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비장애인과 비교되며 형성되었던 정상성에 대한 결핍 인식은 말 위에서 동일한 높이와 동등한 걸음으로 이동하고 수행하는 직립적 신체 경험을 통해 해체되었으며, 기승 시 형성되는 신체적 위치의 전환은 관계의 위계를 전복시키며, 참여자들을 ‘올려다보는 존재’에서 ‘동일한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주체’로 전환시켰다. 또한 수행 성취와 사회적 인정(대표 선수 선발, 대회 입상, 기술적 숙련)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장애 범주로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하게 하였으며, 이는 미래에 대한 꿈과 삶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더 나아가 말과의 감응은 연구 참여자들을 더 이상 소외된 타자가 아닌 상호 대등한 관계로 신뢰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로 이끌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승마는 참여자들에게 존재의 대등함과 온전함을 경험하는 채움의 장으로 매개되었다.


Ⅳ. 논 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체장애인들의 승마 경험은 극복, 치유, 채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승마 경험의 본질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van Manen(1990)의 현상학적 체험 연구 관점에서 경험을 신체성, 공간성, 시간성, 관계성으로 살펴보았다.

첫째, 신체성이다. 신체는 단순한 생물학적 객체가 아니라, 세계를 경험하는 주체 그 자체이다(van Manen, 1990). 일반적으로, 지체장애인에게 몸은 ‘장애 = 결함’을 가진 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몸을 인식하는 것 자체를 회피하거나 은폐하려 한다(Goffman, 1963). 특히, 전통적인 스포츠는 규범적 구조와 환경을 기반으로 하며, 대체로 비장애인의 신체 기준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장애인의 신체적 차이를 불완전함이나 결핍으로 인식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Howe, 2008; Thomas & Smith, 2009; DePauw & Gavron, 2005). 스포츠 활동은 이들 몸이 가진 장애를 도드라지게 하며, 그것을 객체적으로 인식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승마는 말이라는 응답하는 타자와 신뢰로 조응하여 장애를 드러내기보다 인마일체(人馬一體)의 상태로 나아가게 한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몸은 말과 하나가 되어 장애를 가진 몸에서 마술(馬術)이라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몸으로 전환된다. 또한 기승 상태에서 확보되는 직립적 시선은 단순한 자세교정이 아니라. 타자와 눈을 맞추고 마주 보는 수평적 관계로 세상과 조우하게 한다.

연구 참여자들은 “몸이 펴지는 느낌”, “정상으로 되는 느낌”, “말 탈 때만 팔이 돌아와요”, “스스로 움직이고 조절하는 몸”, “앉은뱅이도 달릴 수 있다” 등과 같이 승마 활동에서 그들이 경험하는 몸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말한다. 그 인식 안에는 장애를 가진 불편한 몸이 아닌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응답할 수 있는 몸이자,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재조직되는 몸의 경험이다. 이는 장애화 된 몸을 결핍으로 인식해 온 기존의 자기 이해를 전환해 몸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만든다.

둘째, 공간성이다. 공간성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 안에서 어떻게 위치 지워져 있는가를 드러내는 경험적 구조이다(van Manen, 1990). 공간적 경험은 몸의 위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는데(Gallagher & Zahavi, 2008). 연구 참여자들의 공간적 경험의 핵심은 고정성과 낮은 위치성에 있다. 이동의 제약성으로 자유롭지 않은 움직임에 제한된 그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아래에서 위로 시선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말 위에서 그들은 “아래를 내려봐요”, “말 위에서는 멀리멀리 볼 수 있어서”, “공기가 달라요”,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본다” 등과 같이 일상의 경험과 정반대의 공간적 경험을 누리게 된다. 즉, 위로 보는 시선에서 아래나 정면을 보는 시선으로, 닫혀 있는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새로운 공간을 맞게 된다. 즉, 승마 활동은 휠체어나 의족에 묶인 고정된 몸에서 말 위에서 이동 가능한 몸으로 전환하며, 세계를 인식하는 공간적 방향성과 위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이를 통해, 연구 참여자들이 일상에서 경험해 온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존재’라는 공간적 위치가 해체되며 대등하고 당당한 존재로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관계성이다. 이때 관계성은 타자와 함께 존재하는 방식이다(van Manen, 1990). 지체장애인들이 타자와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형식은 시선이나 낙인, 동정, 평가로, 이러한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관계적 특성은 일방적이라는 것이다(Oliver, 1990; Shakespeare, 2006). 그러나, 승마는 관계 중심적 활동이다. “말은 평가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긴장하지 않는 관계”, “말이 먼저 다가온다”, “관계의 주도권”, “친구 같은 마음”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 참여자들은 말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지며 일방적인 돌봄이나 평가의 대상이 아닌 서로 응답하는 관계적 주체를 경험한다.

승마를 생태 스포츠로 규정할 때, ‘생태(ecological)'라는 개념은 단순히 자연환경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인간-동물-환경 간의 관계적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철학적 전환을 함축한다(Immonen, Brymer, Davids, & Jaakkola, 2022). 이는 전통적으로 스포츠가 지니고 있는 규범적, 기계론적, 성과 중심적 세계관과 대비된다. 승마에서 말은 스포츠 수행의 도구가 아니며,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감각하고 반응하는 교감과 조율의 파트너로 존재한다. 인간 역시 말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자세와 감각을 조절하며, 이런 상호관계를 통해 참여자는 감응적이고 관계적인 존재로 전환된다.

넷째, 시간성이다. 여기서 시간성은 시계로 측정되는 객관적 시간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경험되는 시간이다(van Manen, 1990). 일상에서 연구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시간은 단절이나 정지, 그리고 견디는 시간이다. 이를테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장애로 인해 삶이 멈추고, 이전의 삶과 단절되고, 장애로 야기되는 사회적 편견이나 조롱, 해내지 못하는 자신, 돌보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견디는 시간이었다. 처음 승마하는 시간은 두렵고 무섭고 야유나 조롱 등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시간성과 관련된 인용문들, 예를 들어, “말 탈 때만큼은 잊어요”, “당장은 지금 너무 좋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 등과 같이 두려운 시간을 극복한 이들은 지금-여기 즉 살아있는 현재에 몰입된 시간을 체험한다. 이처럼, 참여자들에게 일상은 ‘버텨야 하는 시간’으로 경험되었으나, 승마에서의 시간은 장애로부터 분리된 현재에 집중되는 흐름으로 전환되며, 특히 말과 호흡을 맞추는 순간은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걱정이 일시적으로 중지되는 ‘살아있는 현재’로 경험된다.

물론 다른 스포츠 활동을 통해 신체 감각을 회복하고 자아 존중감을 되찾는 경험이 다양한 종목에서 보고되고 있다(김권일, 서은철, 김미혜, 2018; Groff, Lundberg, & Zabriskie, 2009; DePauw & Gavron, 2005). 그러나 본 연구에서 드러난 지체장애인의 승마 체험은 이들과 구별되는 공간⋅시간⋅관계⋅신체의 네 차원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생활세계의 재구성이었다. 승마는 단순한 재활이나 여가 활동을 넘어, 참여자들의 위치를 아래에서 위로, 견디는 시간에서 살아 있는 현재로, 평가받는 관계에서 상호적 관계로, 결핍의 몸에서 가능성의 몸으로 이동시키는 경험의 장(場)이라 할 수 있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승마는 첫째, 지체장애인에게 말 위에서 직립과 주도권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신체를 통제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 실질적⋅상징적 자유를 제공한다. 둘째, 말 위의 물리적 시선 높이는 비장애인과 동일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여, 사회적 대등성을 경험하도록 한다. 셋째, 승마는 파트너인 말과의 상호관계를 통해 돌봄과 배려를 주고받는 경험을 제공하여, 경쟁 중심의 전통적 스포츠와 달리 존재적 인정과 관계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승마 체험은 단순한 스포츠 수행의 성취를 넘어, 삶 전반의 확장적 가능성과 연결되며, 참여자에게 온전한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한다.

지체장애인의 승마 체험의 구조를 경험의 과정(극복, 치유, 채움)과 의미(신체성, 공간성, 관계성, 시간성) 차원으로 해석하면 <표 2>와 같다. 먼저, 연구 참여자들은 말 앞에서 초라한 자기 신체, 시선으로 압도되는 위압감, 타인의 우려 섞인 조롱, 그리고 낙마 등의 실패로 두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말과 함께 한발 한발 내딛는 과정에서 장애인으로서의 생활세계를 극복하는 경험을 한다. 다음으로, 축적된 승마 경험으로 말 위에서 자유를 얻게 된 연구 참여자들은 말과 교감하고, 새로운 공간과 시간적 의미, 몸의 회복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관계적 치유를 경험한다. 마지막으로, 재활적 참여를 넘어 스포츠 승마 선수로 성장한 참여자들은 대등함과 주체성, 그리고 미래로 확장된 가능성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극복과 치유의 경험을 넘어 장애로 야기된 결핍 경험을 채워가는 경험이다. 이처럼,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지체장애인의 승마 체험은 재활과 스포츠 수행의 차원을 넘어서, 몸-자아-세계의 관계를 재구성하며 자기를 찾아가는 실존적 여정으로 나타난다.

지체장애인의 승마 체험의 구조

장애인스포츠 전반이 자존감 향상이나 사회적 참여를 촉진한다는 점은 선행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운동의 효과’가 아니라, 특정 스포츠가 신체를 세계에 위치시키는 방식이 어떠한 인식 구조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승마는 직립적 이동, 인간 보행과 유사한 리듬, 그리고 타자와의 동일한 시선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신체 인식과 관계적 주체성을 구조적으로 재배열하는 독특한 신체 경험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배열은 단순한 신체기능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결핍과 낙인의 범주 안에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깨는 계기로 작동한다. 말이라는 매혹적인 생명체와 함께 수행의 주체를 이루며 참여자들은 결핍의 객체에서 행위의 중심으로, 보호의 대상에서 조율의 주체로, 관찰되는 몸에서 응답을 이끄는 몸으로 전환된다. 이런 점에서 이 연구는 장애인스포츠를 단순히 결핍을 보완하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재활의 도구나 수단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몸과 세계, 타자와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존재론적 경험의 장(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첫째, 본 연구는 지체장애인 엘리트 승마선수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해 그들의 승마 경험을 시간적으로 따라가며 경험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접근은 장애인 승마 경험의 전반적인 특성을 이해하는데 적합하지만, 승마 초기 등과 같은 특정 시점에서의 경험이나, 치료 승마나 레크리에이션 승마 등의 승마 유형별 경험에 관한 이해를 깊이 있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향후에는 특정 시기나 유형에 따라 경험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연구가 시도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장애인의 몸을 감각적이고 실존적인 존재로 조명하고자 하였으나, Olkin(1999)이 강조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윤리적 연구’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장애인의 삶을 재현(representation)하는 데 있어 연구자의 해석 권력을 경계하며, 그들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보다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연구 접근이 필요하다.

Notes
1) 스포츠 등급은 장애인의 신체적 또는 지적 기능 손실을 기준으로 스포츠 수행에 영향을 주는 기능 제한 정도를 평가하여, 경기력에 유사한 영향을 주는 선수들끼리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나눈 경기 등급분류 체계이다(대한장애인체육회, 2026). 승마의 경우 GradeⅠ∼ GradeⅤ등급으로 분류한다. GradeⅠ-Ⅲ는 중증장애에 해당하고, 시각장애 및 절단장애는 Grade Ⅳ,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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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연구 참여자 정보

가명 연령 성별 장애유형 스포츠 등급1) 경력 연구 참여자의 배경
A 40세 지체1급/강직성마비 Grade Ⅰ 10년 출생 시 의료사고로 12세에 처음 보행을 시작함. 강직성 신체장애와 언어장애, 뇌병변이 동반된 중증장애인임. 집에서 돌봄이 힘들어 주중에는 장애인시설에 거주하며, 사회복지사의 권유로 승마에 처음 입문함.
B 22세 지체1급/하반신마비 Grade Ⅰ 12년 미숙아로 태어나 뇌성마비. 시지각 손상과 하지마비를 동반한 중증장애인임. 간호사였던 어머니의 주도로 4세에 승마에 입문하였고, 7세부터는 재활승마를 시작하였으며, 이후 승마선수로 활동 중임.
C 22세 지체3급/하반신마비 Grade Ⅱ 10년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원인불명의 하지 질환으로 다리 수술을 하였으나 결국 보행이 불가능해짐. 평소 기마대 활동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승마를 접하였고, 현재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Grade Ⅱ 국가대표임.
D 22세 지체3급/편마비 Grade Ⅲ 13년 신생아기 세균 감염으로 인한 편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척추측만증 교정을 위해 승마를 처음 시작함. 국내 최초 장애인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되었고, 승마 지도자로의 꿈을 가지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음. 현재 Grade Ⅲ 국가대표임.
E 40세 지체3급/절단장애 Grade Ⅴ 1년 초등학교 2학년 때 골육종암 진단을 받고, 10여 년의 투병 끝에 다리를 절단함. 현재는 공기업에 근무 중이며, 지인의 권유로 승마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됨. 승마 이전에는 자전거, 요가, 휠체어 농구 등 다양한 신체활동 경험이 있음.

표 2.

지체장애인의 승마 체험의 구조

극복 치유 채움
신체성 장애-결함이 있는 몸 균형과 순환을 회복하는 몸 스스로 수행하고 조절하는 몸
공간성 말 앞에서의 위압감 말 위에서 느끼는 개방감과 안정 동일한 높이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대등한 위치
관계성 타인의 우려 · 조롱 평가 없는 말과의 교감 상호작용 속 주체로 서는 관계
시간성 두려운 시간 현재에 몰입되는 기승의 시간 미래 가능성을 향한 확장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