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는 경험자, 경험되는 제약: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 여성의 참여 (불)평등 형성 과정
초록
본 연구는 동계스포츠 기반 시설과 제도적 지원이 제한된 주변부 국가 여성 사례를 통해, 특정 스포츠가 개인의 가능 영역으로 형성되는 과정과 이후 제약이 경험되고 협상되는 방식을 탐색하였다. 기존 여가제약 연구가 참여 이후의 제약과 협상에 주목해 온 것과 달리, 본 연구는 그 형성 이전 단계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을 분석하였다. 27개국 31명의 면담 자료 가운데 동계 종목 경험이 확인된 여성 7명을 핵심 사례로 선정하고, 나머지 참여자를 비교 사례로 활용하여 반영적 주제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은 동계 종목이 개인의 가능 영역으로 형성되는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경험자 기반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접근 조건이 존재하더라도 해당 종목이 가능한 활동으로 구성되지 않았으며, 미디어 가시성은 근접 경험자의 부재를 보완하였으나 수행 관찰과 관계적 매개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작동하였다. 둘째, 체화된 종목 경험과 접근 시도가 결합될 때 구조적 조건은 경험 가능한 제약으로 전환되었다. 여가 수준에서는 구조적 제약이 가시화되고 대인적 제약이 지속된 반면, 선수 수준에서는 종목 공동체와의 연결을 통해 대인적 제약의 의미가 재구성되었다. 본 연구는 외부 조건이 경험되는 제약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제약 가시성(constraint visibility)을 제안하고,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practitioner visibility)을 특정 스포츠가 가능한 활동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조건으로 확장한다. 또한 체화된 종목 경험을 종목 특수적 협상 자원으로 제시한다. 이는 제약을 보고하지 않는 응답이 제약의 부재가 아니라 가능 영역의 미형성을 의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how winter sports become possible activities for women in peripheral winter sport contexts and how constraints are subsequently experienced and negotiated. Reflexive thematic analysis was conducted on interviews with 31 participants from 27 countries, with seven women who had direct winter sport experience treated as core cases. Findings show that practitioner visibility helped shape winter sports as possible activities, while media visibility provided a complementary pathway when direct practitioner contact was limited. Embodied sport experience and access attempts shaped whether structural conditions became experienced constraints and how participants responded to them. Sport experience in general did not function as an equivalent negotiation resource; resources were tied to relationships with specific sports. This study introduces constraint visibility to explain how external conditions become experienced constraints, extends practitioner visibility toward the social conditions through which sports become perceived as possible activities, and positions embodied sport experience as a sport-specific resource for recognizing and negotiating constraints.
Keywords:
Constraint visibility, Practitioner visibility, Embodied sport experience, Leisure constraints and negotiation, Peripheral winter sport contexts, Women’s sport participation키워드:
제약 가시성,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 체화된 종목 경험, 여가제약과 협상,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 여성 스포츠 참여Ⅰ. 서 론
동계스포츠 참여의 국가 간 격차는 기후 조건, 시설 인프라, 경제적 자원, 제도적 지원의 차이로 설명되어 왔다(Graeff & Knijnik, 2021; Horne & Manzenreiter, 2006). 동계 종목은 높은 시설 비용과 전문 훈련 환경을 요구하기 때문에 국가별 접근 조건의 차이가 참여 기회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러나 스포츠 참여 불평등은 물리적 접근 기회의 차이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Crawford & Godbey, 1987; Jackson et al., 1993). 동일한 접근 조건에서도 일부 개인은 해외 플랫폼이나 대체 경로를 통해 참여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반면, 다른 개인은 유사한 제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비참여를 접근 문제가 아닌 관심 부족으로 설명한다(Kim & Pu, 2021). 이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조건과 개인이 경험하는 제약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간극은 스포츠 참여 연구와 정책적 개입에서 특정 집단을 놓치게 할 수 있다. 기존 제약 측정에서 제약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개인은 제약이 없는 집단 또는 낮은 수요 집단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Kim & Pu, 2021). 그러나 특정 스포츠가 개인의 활동 영역으로 형성되지 않은 경우, 제약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 경험 가능한 대상으로 전환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 참여 불평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참여를 제한하는가뿐 아니라, 어떤 과정에서 외부 조건이 개인에게 경험 가능한 제약으로 형성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여가제약 연구의 논의와 연결된다. Crawford와 Godbey(1987)는 개인내적⋅대인적⋅구조적 제약을 통해 여가 참여를 제한하는 조건을 설명하였고, Crawford et al.(1991)과 Jackson et al.(1993)은 제약의 위계적 작동과 협상 과정을 제시하였다. 또한, 여성의 결혼과 생애주기에 따른 제약과 협상(김홍설, 이문진, 황선환, 2015), 여성의 여가 참여를 제한하는 돌봄⋅시간⋅경제적 조건(서정은, 서호정, 박수정, 2024)도 제약의 조건으로 검토되어 왔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개인이 해당 활동을 이미 인식하고 참여 가능성을 고려하는 상태를 전제로 하며, 특정 활동 자체가 개인의 선택 가능한 영역으로 형성되기 이전 과정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였다. 스포츠 미디어 수용 연구 역시 중계권 제한, 유료화, 플랫폼 접근성 등 접근 조건의 영향을 설명해 왔으나(Hutchins et al., 2019), 접근 조건이 개인의 경험 속에서 의미 있는 제약으로 전환되는 과정에는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았다(Neirotti, 2020).
본 연구는 이러한 공백을 설명하기 위해 제약 가시성(constraint visibility) 개념을 제안한다. 제약 가시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조건이 개인의 경험 속에서 해결하거나 협상해야 할 제약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비용, 시설 부족, 중계 제한과 같은 조건은 그 자체로 자동 경험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해당 활동을 자신의 가능 영역으로 인식하고 접근을 시도한 이후 경험 가능한 제약으로 나타난다. 본 연구는 실제 접근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특정 스포츠가 개인의 가능 영역에 들어온 상태와 제약이 인식된 상태를 구분하고, 외부 조건이 경험 가능한 제약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특정 스포츠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개인의 가능 영역으로 형성되는지에 주목한다. 본 연구는 이를 설명하는 사회적 조건으로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practitioner visibility)에 주목한다. 스포츠 참여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의 제공만으로 자동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스포츠와 이를 경험하는 사람이 개인의 생활 환경과 미디어 환경에서 관찰되고 의미화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Bandura, 1986; Markus & Nurius, 1986).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은 특정 스포츠를 경험하거나 참여하는 사람이 개인의 사회적·미디어 환경에서 관찰 가능한 상태를 의미하며, 가족·친구·지역사회 등 직접적 관계망에서 형성되는 근접 가시성과 방송·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형성되는 미디어 가시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이 관찰 가능한 사례를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구성한다는 논의(Appadurai, 2004; Ray, 2006)를 스포츠 참여 맥락으로 확장한다. 구체적으로, 관계망 속 타자의 스포츠 참가 지지는 여성이 인식하는 참가 제약과 참가 수준에 관여하며(곽한병, 2017), 미디어를 통해 동년배 수행자를 접하는 경험은 참여 동기로 작동한다(서민화, 이경은, 허진무, 2025). 다만 이들 연구는 지지나 노출이 참여 동기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으며, 경험자를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 특정 종목을 개인이 실제로 고려할 수 있는 활동으로 인식하게 하는 조건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기존 여성 스포츠 연구는 여성 선수의 재현과 롤모델 효과가 참여와 스포츠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 왔다(김인형, 이근모, 2005; 조은혜, 김수연, 김혜진, 2021; 최영금, 2012). 그러나 특정 스포츠를 실제로 경험하는 사람이 개인의 생활 환경에서 관찰되는 것이 해당 스포츠를 자신도 경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인식하는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는 경험자 기반과 미디어 노출이 제한된 환경에서 특정 스포츠가 개인의 가능 영역으로 형성되거나 좌절되는 과정을 관찰하기에 적합한 맥락을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는 국가 자체를 고정된 범주로 분류하는 개념이 아니라, 동계 종목의 시설과 프로그램, 제도적 지원 및 일상적 참여 기회가 제한되어 해당 종목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맥락을 의미한다. 특히 여성은 스포츠 참여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 성 역할 규범, 참여 기회의 구조적 영향을 받아 왔으며(Henderson & Hickerson, 2007; Shaw, 1994; 김수현, 2010), 특정 종목이 여성에게 부적합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참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기도 하였다(오형근, 김주연, 2024).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 여성 사례는 경험자 희소성과 젠더화된 참여 조건이 교차하는 환경에서 스포츠 가능 영역 형성과 제약 경험을 분석하기에 적합하다 판단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 여성 사례를 통해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이 여성의 동계 종목 경험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체화된 종목 경험이 이후 제약을 인식하고 협상하는 방식에 어떠한 차이를 만드는지를 탐색한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첫째,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에서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은 여성의 동계 종목 경험이 형성되는 과정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 둘째, 체화된 종목 경험 수준에 따라 스포츠 관련 제약은 어떻게 경험되고 협상되는가?
Ⅱ.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에 위치한 여러 국가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여성의 동계 종목 경험이 형성되는 과정과 이후 제약을 인식하고 협상하는 방식을 탐색하기 위한 질적 연구로 설계하였다.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 종목 진입 경험, 미디어 접촉, 제약 인식과 협상은 개별 요인으로 분리하기보다 참여자가 처한 환경과 시간적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므로, 참여자 간 경험의 공통점과 차이를 비교하면서 이러한 과정이 어떠한 조건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분석하였다. 동계스포츠는 기후 조건, 시설 환경, 전문 훈련 체계, 미디어 접근성이 국가별로 크게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며 (Hutchins & Rowe, 2012; Lee, 2016), 경험자 기반과 미디어 노출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스포츠 경험이 형성되거나 지속되는 조건을 함께 관찰할 수 있다.
2. 연구 참여자 및 표집 절차
본 연구는 Patton(2015)의 목적표집 원리에 따라 연구문제와 관련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참여자를 모집하였으며, 국가별 동계스포츠 접근 환경과 경험자 가시성, 종목 경험 수준에서 서로 다른 조건에 놓인 사례를 포함하기 위해 최대변이표집(maximum variation sampling)을 적용하였다. 이러한 표집은 특정 국가나 집단에 대한 통계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동계스포츠 경험이 형성되거나 형성되지 않는 과정과 이후 제약이 경험되는 양상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한 사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참여자는 연구자의 국제 네트워크와 온라인 스포츠 커뮤니티, Facebook, Instagram, X, Discord 등 국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모집하였다.
참여 기준은 만 20세 이상의 성인으로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과 온라인 스포츠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동계스포츠에 대한 경험 또는 인식⋅관람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경우로 설정하였다. 다만 올림픽 중계권이나 스포츠 조직 운영 등 제도적 위치에서 동계스포츠 접근성을 경험하는 참여자는 일반 참여자와 다른 제도적 친숙성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어 제외하였다. 총 48명에게 참여를 요청하여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역 27개국 출신 31명이 참여하였으며, 연령 범위는 21세부터 56세였다.
전체 여성 참여자 17명 가운데 동계 종목을 직접 경험한 7명을 핵심 사례로 설정하였다. 이들은 선수 수준 2명, 여가 수준 4명, 체험 수준 1명으로 서로 다른 경험 수준에 위치하였으며, 국가별 접근 환경과 경험자 가시성 조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핵심 사례는 특정 유형을 대표하기 위한 사례가 아니라, 동계 종목을 직접 경험한 여성들 사이에서 경험이 형성되고 제약이 경험되는 과정의 공통점과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사례로 활용하였다. 핵심 사례의 특성과 경험자 가시성 조건은 <표 1>과 같다. 나머지 참여자의 자료는 핵심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경험 수준과 종목 특수성, 성별에 따른 해석의 범위를 검토하는 데 활용하였다. 동계 종목 경험이 없거나 확인되지 않은 여성 8명은 동계 종목 경험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와 비교하였고, 타 종목 경험 여성 2명은 스포츠 경험 일반과 동계 종목 경험의 차이를 검토하는 비교 사례로 활용하였다. 남성 13명과 성별 미기재 참여자 1명의 자료는 핵심 사례에서 확인된 과정이 여성 사례에만 나타나는지를 검토하기 위한 비교 자료로 활용하였다 <표 2>.
3. 자료 수집
자료 수집은 2025년 3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진행하였다. 모든 면담은 국가별 시간 차이를 고려하여 온라인으로 수행하였고 회당 약 40∼60분이 소요되었으며, 참여 이전 연구 목적과 자료 활용 범위, 익명성 보장 절차를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확보하였다. 반구조화 면담 질문은 스포츠 참여 경험과 미디어 이용 방식, 성장 과정에서 동계 종목 경험자를 접한 경험, 종목 경험 형성과 지속 과정에서 경험한 시설⋅비용⋅사회적 관계 조건, 스포츠 관람 과정에서 경험한 개인내적⋅대인적⋅구조적 제약과 대응 방식의 네 영역으로 구성하였다. 면담은 일반적인 스포츠 경험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점차 구체화하였는데, 이는 참여자가 연구자가 설정한 개념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의 경험 맥락 속에서 형성 과정을 설명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1차 면담 이후 종목 경험 형성 경로와 지속⋅중단 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핵심 사례와 비교 사례 중 9명(T, S, K, A, P, N, E, G, W1)을 대상으로 추가 서면 면담을 실시하였으며, 참여자가 직접 작성한 응답은 의미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결과에서 간접 인용으로 제시하였다.
4. 자료분석
면담 자료는 Braun과 Clarke(2021)의 반영적 주제분석(reflexive thematic analysis)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비판적 실재론(critical realism)의 관점에서 시설 부족⋅비용⋅중계 제한과 같은 조건은 개인의 인식과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그것이 제약으로 경험되는 방식은 사회적 환경과 개인의 경험에 의해 매개된다고 보았다.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 체화된 종목 경험, 제약 가시성은 자료를 분류하는 사전 범주가 아니라 분석 과정에서 관련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한 감각화 개념(sensitizing concepts)으로 활용하였다(Blumer, 1954). 따라서 자료를 세 개 개념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분석하지 않고, 참여자가 동계 종목을 접하고 경험하며 접근을 시도하고 어려움에 대응한 과정을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코딩하였다.
분석은 자료 친숙화, 초기 코딩, 주제 생성 및 정련의 세 단계로 NVivo 14를 활용하여 수행하였다.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검토하여 130개의 초기 코드를 생성하고, 이를 의미적 유사성과 연구문제와의 관련성에 따라 18개의 후보 주제로 구성하였다. 이후 후보 주제를 원자료와 반복적으로 대조하고 사례 간 공통점과 차이를 검토하면서, 경험자가 주변에서 관찰되는 방식과 종목 진입 경로의 차이, 종목 경험 및 접근 시도에 따른 제약 인식의 변화, 경험 수준에 따른 대응 방식의 차이를 중심으로 경험적 패턴을 정련하였다. 이러한 경험적 패턴을 연구문제와 연결하여 결과를 구성하였으며, 감각화 개념은 확인된 패턴의 의미와 관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시 검토하였다.
사례 비교는 세 축으로 진행하였다. 첫째, 종목 경험 수준을 선수⋅여가⋅체험 수준과 경험 없음⋅미확인의 네 범주로 구분하였다. 둘째, 접근 시도 경험의 유무는 해당 종목을 관람하거나 경험하기 위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인하거나, 대체 시청 경로를 탐색한 경험이 있는지로 판단하였다. 이 축은 참여자가 자신의 제약을 어떻게 설명하는가와 독립적으로 적용하여, 제약이 아직 경험되지 않은 상태와 실제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제약 경험 방식은 Crawford와 Godbey(1987)의 구분에 따라 개인내적⋅대인적⋅구조적 제약으로 분류한 뒤, 각 제약이 경험된 상태인지, 협상 대상이 되었는지, 존재하지만 경험되지 않은 상태인지를 비교하였다. 이러한 구분을 통해 경험자 접촉과 종목 진입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 그리고 구조적 조건과 제약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분석 범위에 포함할 수 있었다. 성별은 독립적인 비교축으로 설정하지 않았으며, 남성 참여자의 자료는 핵심 여성 사례에서 확인된 경험 과정의 적용 범위와 경계를 검토하기 위한 보조적 비교 자료로 활용하였다.
면담은 영어로 진행하였고 분석은 원어 전사본을 기준으로 하였다. 연구결과의 인용문은 연구자가 한국어로 번역한 뒤 이중언어 사용 체육전공자 1인의 검토를 거쳤다. 분석은 주 연구자와 공동 연구자 1인이 수행하였으며, 반영적 주제분석의 특성에 따라 코더 간 신뢰도 계수는 산출하지 않았다(Braun & Clarke, 2021).
5. 연구의 신뢰성(Trustworthiness)
본 연구는 Lincoln과 Guba(1985)의 신뢰성, 의존 가능성, 확인가능성, 전이가능성 기준을 반영적 주제분석의 질 기준(Braun & Clarke, 2021)에 비추어 적용하였으며, 연구자의 해석을 제거해야 할 편향으로 보기보다 해석이 형성된 경로를 외부에서 점검할 수 있도록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히 두 핵심 개념이 연구자의 이론적 관심에 의해 규정되지 않도록 결과 조건과 분리하여 정의하였다. 경험자 가시성은 주변 관계망 또는 미디어를 통해 해당 종목 경험자를 접한 경험이 확인되는 상태를 가리키며, 그 경험이 실제 종목 진입으로 이어졌는지는 개념의 성립 요건에 포함하지 않았다. 제약 가시성 역시 조건이 존재하는 상태와 참여자가 이를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인식하고 대응한 상태를 구분하였다.
아울러 여성 외 참여자의 자료를 비교 자료로 활용하여 핵심 여성 사례에서 확인된 과정이 다른 성별 사례에서도 나타나는지를 검토하였고, 이를 통해 해석의 적용 범위와 경계를 확인하였다. 연구 전 과정에서 반영적 메모(reflexive memo)를 작성하였으며, 스포츠 연구 및 질적 연구 방법론 경험을 가진 공동 연구자에게 코드 체계와 주제 구조, 핵심 개념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고 그 의견을 원자료 재검토와 개념 범위 조정에 반영하였다. 전이가능성 확보를 위해 참여자의 국가적 맥락, 종목 경험 수준, 경험자 가시성 조건, 제약 경험 양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였으며, 본 연구는 통계적 일반화가 아니라 유사한 스포츠 환경에서 경험 형성과 제약 인식 과정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맥락적 설명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Ⅲ. 결 과
1. 경험자 접촉 방식에 따른 동계 종목 경험 형성 경로 (RQ1)
본 연구의 첫 번째 연구문제는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에서 경험자를 접하는 방식에 따라 여성의 동계 종목 경험이 어떠한 경로로 형성되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분석 결과, 동계 종목이 개인에게 가능한 활동으로 인식되고 실제 경험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시설이나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만으로 설명되지 않았으며, 성장 과정에서 해당 종목 경험자를 접한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가 나타났다. 사례별 경험자 가시성과 종목 경험 형성 과정은 <표 3>과 같다.
근접 경험자 가시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동계 종목이 특정 시점에 선택한 활동이라기보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경험으로 나타났다. 카자흐스탄의 N은 동계 종목을 시작한 시점을 특정하기보다 이를 일상적 경험으로 설명하였다.
“겨울이면 스케이트나 스키를 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언제 시작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냥 생활의 일부였어요.” (N, 카자흐스탄)
N은 가족과 지역사회 안에서 스키와 스케이트를 반복적으로 접했다고 설명하였다. 카자흐스탄의 P 역시 친구와 주변 여성들이 동계 종목에 참여하는 환경에서 성장하였으며, 세르비아의 A는 가족의 지도와 지역 스키 환경을 통해 종목을 경험하였다. 아르메니아의 E 또한 가족과 함께 지역 시설을 이용하면서 동계 종목을 접하였다. 네 사례 모두 종목 진입 과정을 특정 프로그램이나 공식 교육보다 가족과 또래 등 주변 경험자의 존재와 연결하여 설명하였다.
반면 근접 경험자 가시성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동계 종목 경험 형성 과정이 다르게 나타났다. 나미비아의 G는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접근 제한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해당 종목에 직접 접근하거나 관람을 시도한 경험은 없다고 설명하였다.
“저는 그 종목들에 의식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본 적이 없어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G, 나미비아)
네팔의 W1 역시 뉴스 형태로 동계 종목을 접한 경험은 있었으나, 주변에서 해당 종목을 경험하는 사람이나 직접 참여할 기회는 없었다고 설명하였다. 두 사례에서는 중계 부족, 비용, 시설 접근 제한과 같은 조건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자신의 참여 가능성과 연결하거나 접근을 시도한 경험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사례에서는 미디어를 통한 경험자 접촉이 종목 경험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경로로 나타났다. 코소보의 T는 국내에서 여성 알파인 스키 경험자를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시청한 동계올림픽 중계를 통해 스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스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화면 속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T, 코소보)
이후 T는 국내에 참고할 여성 선수가 거의 없어 해외 플랫폼에서 선수들의 경기 영상과 기술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며 종목을 학습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선수 경험을 형성하였다. 반면 W1이 경험한 미디어 노출은 자국 선수의 출전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 중심이었고 종목을 매개해 줄 사람도 주변에 없었다. 두 사례에서 미디어 접촉 이후 경험 형성 과정에는 차이가 나타났으며, T는 추가적인 탐색과 학습으로 연결된 반면 W1은 지속적인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편 경험자 접촉이 있었음에도 지속적인 경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도 확인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K는 해외여행 중 스키 시설을 이용하고 온라인을 통해 해외 선수 콘텐츠를 접했지만, 동계 종목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단계로 발전하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훈련한 적은 없습니다. 해외 여행 중 스키장을 방문하거나 실내 스키 시설을 체험한 정도였습니다.” (K, 사우디아라비아)
선수 수준 경험을 가진 T와 S 역시 경험 이후 지속 과정에서 환경적 어려움을 언급하였다. T는 경쟁 수준의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훈련 환경이 필요했고 비용 부담도 컸다고 설명하였다. S 역시 정규 훈련 시설 부족으로 인해 많은 선수가 중단했다고 진술하였다. 경험자 접촉이 확인된 사례에서도 훈련 기반과 비용 부담은 종목 경험 지속 과정에서 주요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2. 종목 경험과 접근 시도에 따른 제약 인식과 대응의 차이 (RQ2)
본 연구의 두 번째 연구문제는 종목 경험 수준에 따라 스포츠 관련 제약이 어떻게 경험되고 대응되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분석 결과, 동일한 구조적 조건에 놓여 있더라도 종목 경험의 수준과 실제 접근 시도 여부에 따라 어떤 조건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지와 이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경험 수준별 접근 시도와 제약 경험 양상은 <표 4>와 같다.
동계 종목 경험이 없는 참여자들은 중계 제한, 비용, 플랫폼 접근 문제와 같은 조건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자신의 스포츠 참여 제한 요인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스리랑카의 Z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이 종목에 관여하는 데 어떤 제한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Z, 스리랑카)
보츠와나의 U는 데이터 비용과 접근 제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해당 콘텐츠를 찾으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고 설명하였다. 과테말라의 W2 역시 자국 선수 부재와 중계 제한을 알고 있었지만, 비시청 이유를 낮은 친숙도와 관심 부족으로 설명하였다. 세 사례 모두 동계 종목 관람이나 참여를 위한 정보 탐색, 접근 시도, 대체 경로 탐색 경험은 확인되지 않았다. 체험 수준 경험을 가진 K는 동계 종목 환경의 제한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행동으로 연결하지 않았다.
“일상적으로 즐기기에는 사우디의 환경상 쉽지 않았습니다.” (K, 사우디아라비아)
K는 해외 시설 이용 경험과 온라인 콘텐츠 접촉 경험이 있었지만, 자국 내 프로그램 탐색이나 경기 접근 경로 확보와 같은 행동은 나타나지 않았고 관람 역시 중요한 경기나 하이라이트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K의 사례에서는 직접 경험과 환경 조건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에도 접근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여가 수준 경험을 가진 참여자들은 접근 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을 구체적인 문제로 설명하였다. 카자흐스탄의 P는 중계되지 않는 경기를 보기 위해 여러 경로를 탐색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찾아봅니다. 다른 나라 링크를 통해 보거나 자국 채널을 통해 시도하는데 좌절감을 느낍니다.” (P,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의 E 역시 직접 스키를 경험한 이후 자국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경기를 보기 위해 VPN을 활용하였다. 경험이 없는 참여자들과 달리, 이들은 접근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시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경험에서도 모든 제약이 동일하게 변화한 것은 아니었다. E는 함께 시청할 사람이 있을 때 관심이 낮은 종목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하였고, P는 동계올림픽에 관심을 가진 친구가 주변에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선수 수준 경험을 가진 T와 S는 여가 수준 경험자와 다른 방식으로 제약과 관계를 형성하였다. T는 지역 중계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 플랫폼을 통해 경기를 찾아보았으며, 혼자 시청하는 상황에서도 선수 경험을 기반으로 종목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혼자 보더라도 저는 그 성취 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더 넓은 선수⋅지지자 공동체의 일부라고 느낍니다.” (T, 코소보)
T는 관람 동기의 근거를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종목 공동체와의 연결에서 설명하였다. 한편 S는 은퇴 이후 선수 정체성이 변화하면서 종목과의 관계 역시 관람자와 조력자의 형태로 변화했다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타 종목 경험 사례를 비교하였다. 미국의 R은 하계 종목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계 종목 접근 과정에서 별도의 탐색이나 협상 행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계 종목은 더 잘 알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즐기면서 봅니다. 반면 겨울 종목은 국가적 자긍심이나 재미 때문에 보는 편입니다.” (R, 미국)
우즈베키스탄의 Q, 요르단의 V, 인도의 O 역시 스포츠 참여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기존 스포츠 경험은 동계 종목 관람이나 참여를 위한 정보 탐색 및 접근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상의 사례를 종합하면, 종목 경험 수준의 차이는 제약의 양이 일률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았다. 경험이 없거나 제한적인 사례에서는 환경적 어려움을 알고 있어도 이를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경험하지 않는 경우가 나타났다. 반면 여가 수준의 경험자들은 실제 접근 과정에서 구조적 조건을 구체적인 장애물로 경험하고 대체 경로를 탐색하였다. 선수 수준의 경험자들은 훈련 환경과 비용 등의 구조적 조건을 더욱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종목 공동체와의 연결을 통해 함께 참여하거나 관람할 사람의 부재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경험 수준에 따른 차이는 제약의 단순한 증감보다, 어떤 조건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어떠한 자원을 활용하여 대응하는가에서 나타났다.
Ⅳ. 논 의
1.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 참여 가능성 형성 조건으로서 가시성의 재개념화
본 연구의 이론적 기여는 스포츠 참여 연구에서 가시성의 역할을 재검토했다는 점이다. 기존 여성 스포츠 연구는 미디어 재현과 여성 선수 노출이 참여 동기와 스포츠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설명해 왔다(김인형, 이근모, 2005; 최영금, 2012).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이미 형성된 관심이나 참여 이후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본 연구는 가시성이 참여 이후의 동기 강화 요인이 아니라, 특정 스포츠가 개인에게 가능한 활동으로 구성되는 선행 조건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Appadurai, 2004; Ray, 2006). 참여자들은 동계 종목을 선택한 특정 순간보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접한 경험을 강조하였으며, 이는 스포츠 경험자의 존재가 해당 종목을 자신의 생활 영역 안에 위치시키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경험자 가시성은 하나의 형태로 작동하지 않았다. 근접 가시성은 가족, 친구, 지역사회 구성원을 통한 직접적 접촉으로 형성되었으며, 미디어 가시성은 국내 경험자가 부족한 환경에서 대체 경로로 기능하였다. 그러나 두 유형의 효과는 동일하지 않았다. 미디어 노출이 참여로 연결된 사례에서는 선수의 수행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해석할 수 있는 관계적 매개가 존재하였으며, 단발적 정보 노출은 지속적인 경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두 유형이 단순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미디어 가시성이 관계적 매개와 결합할 때 기능하는 비대칭적 관계임을 시사한다(Hutchins et al., 2019; Smith et al., 2015).
이에 본 연구는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practitioner visibility)을 특정 스포츠를 실제로 경험하거나 참여하는 사람이 개인의 사회적⋅미디어 환경에서 관찰 가능한 상태로 개념화하여, 스포츠 참여 연구에서 가시성을 재현과 노출의 문제에서 개인이 스포츠를 자신의 가능 영역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조건의 문제로 확장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스포츠가 얼마나 노출되는가가 아니라, 개인이 해당 스포츠를 자신의 삶과 연결 가능한 활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준거가 존재하는가이다. 여성 사례에서 이러한 사회적 준거의 의미는 경험자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자신과 연결 가능한 여성 경험자를 관찰할 수 있는가와도 관련되어 나타났다. 특히 여성 경험자를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일부 참여자가 해외 여성 선수와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준거를 보완하였다. 이는 여성에게 경험자 가시성이 단순한 종목 노출을 넘어, 해당 종목을 자신과 연결 가능한 활동으로 인식하게 하는 젠더화된 사회적 준거로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본 연구는 성별 차이를 직접 비교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과정이 여성에게만 고유하다고 판단하기보다, 여성의 스포츠 가능 영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성별화된 경험자 가시성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2. 제약 가시성: 제약 경험 형성 과정으로의 분석 확장
본 연구의 다른 이론적 기여는 어떠한 조건이 개인에게 제약으로 경험되는 과정 자체를 분석했다는 점이다. 기존 여가제약 연구는 개인내적⋅대인적⋅구조적 제약을 구분하고, 이들이 참여 과정에서 위계적으로 작동하며 협상 가능한 조건임을 설명해 왔다(Crawford & Godbey, 1987; Crawford et al., 1991; Jackson et al., 1993). 다만 이러한 논의는 주로 제약이 개인에게 인식 가능한 대상으로 나타난 이후의 경험과 협상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
본 연구 결과는 이러한 분석 초점이 모든 참여 상황을 포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계 종목 경험이 없는 참여자들은 중계 제한이나 비용 부담이 존재하는 환경에 있었음에도 이를 자신의 스포츠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반면 종목 경험과 접근 시도를 지닌 참여자들은 동일한 조건을 구체적인 장애물로 인식하였다. 구조적 조건의 존재와 제약의 경험은 동일한 과정이 아니었다(Kim & Pu, 2021).
이에 본 연구는 제약 가시성(constraint visibility)을 객관적 조건이 개인의 경험 속에서 해결하거나 협상해야 할 대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개념화한다. 이 개념은 여가제약 연구의 분석 초점을 제약의 존재와 강도에서 제약 경험의 형성 조건으로 확장하며, 기존 조사에서 ‘제약 없음’으로 분류되는 집단 역시 실제 제약 부재 집단과 제약이 아직 경험 대상으로 형성되지 않은 집단으로 구분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다. 따라서 여가제약 연구는 참여 이후 발생하는 장벽뿐 아니라, 특정 활동이 개인의 가능 영역으로 형성되고 접근이 시도되는 초기 과정까지 분석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3. 체화된 종목 경험: 제약 협상의 종목 특수적 자원
본 연구의 마지막 이론적 기여는 스포츠 경험을 제약 협상의 과정에서 작동하는 경험적 자원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기존 스포츠 소비 연구는 경험이 종목 이해와 동일시, 애착 형성에 기여한다고 설명해 왔으나(Kim & Trail, 2010), 경험이 이후 제약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어떠한 차이를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제한적이었다.
본 연구 결과, 스포츠 경험의 보유 자체는 제약 협상의 자원으로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았으며, 개인이 특정 종목과 형성한 관계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였다. 동계 종목 경험자는 접근 실패를 관심 부족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대체 접근을 시도하였다. 반면 다른 종목의 경험을 지닌 참여자에게서는 동계 종목 접근 과정에서 이러한 행동 양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는 경험이 단순한 참여 이력으로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종목에 대한 이해와 관계를 통해 이후 조건을 해석하는 준거 체계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즉 제약 협상의 자원으로 기능하는 것은 스포츠 경험 일반이 아니라 체화된 종목 경험(embodied sport experience)이다. 체화된 경험은 특정 종목의 기술과 규칙, 수행 과정에 대한 이해와 개인적 관계를 포함하며, 이후 해당 종목과 관련된 조건을 해석하는 준거로 작용한다.
또한 체화된 경험은 제약을 일률적으로 감소시키는 자원이 아니었으며, 경험 수준에 따라 협상의 범위가 달라졌다. 여가 수준의 경험자는 구조적 제약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대체 접근을 시도하였으나, 함께 시청할 사람의 부재는 해소되지 않은 조건으로 남았다. 반면 선수 수준의 경험자는 훈련 환경과 비용을 더욱 명확한 장애물로 경험하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종목 공동체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관람 관계를 재구성하였다. 즉 선수 수준의 경험에서는 구조적 제약이 오히려 선명해지는 한편, 대인적 제약은 제거된 것이 아니라 소속의 준거가 이동함으로써 그 의미가 달라졌다. 다만 이러한 자원은 고정적이지 않았으며, 은퇴 이후 선수 정체성이 약화되면서 종목과의 관계 또한 재구성되었다.
따라서 체화된 종목 경험은 제약을 제거하는 보호 요인이 아니라, 특정 조건을 문제로 인식하게 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해석적 자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험이 축적될수록 제약이 일률적으로 감소한다는 기존 가정을 재검토할 필요를 제기한다.
Ⅴ. 실무적 시사점
본 연구는 여성의 동계스포츠 참여 확대를 위해 단순히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접근을 넘어, 특정 스포츠가 개인에게 가능한 활동으로 인식되고 실제 경험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실무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스포츠 참여 확대 정책은 시설 접근성 확보와 함께 경험자 가시성(practitioner visibility)을 형성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동계 종목 경험이 형성된 사례들은 시설의 존재 자체보다 가족, 친구, 지역사회 내 경험자의 존재를 통해 해당 종목을 자신의 생활 영역 안에서 가능한 활동으로 인식하는 과정을 보였다. 반면 미디어 노출만으로는 지속적인 참여로 연결되지 않았으며, 수행 과정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관계적 매개가 있을 때 경험 형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잠재적 참여자가 실제 경험자를 지속적으로 접하고 해당 종목의 수행과 학습 과정을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를 실제 정책에 적용하는 방안으로는 학교체육, 지역 스포츠클럽 또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에서 여성 선수·지도자·일반 참여자와 잠재적 참여자를 연결하거나, 기존 참여자의 학습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단계적 체험 프로그램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은 본 연구에서 직접 검증된 정책 효과가 아니라, 경험자 가시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실제 참여 환경에 적용하기 위한 제안이다.
둘째, 참여 확대 정책은 초기 경험 제공과 지속 참여 기반 형성을 구분하여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경험자 가시성은 종목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작용했지만, 경험 이후 지속적인 참여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특히 선수 수준까지 경험한 사례에서도 훈련 시설 부족, 비용 부담, 지역 기반의 부재가 지속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 수를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참여 확대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책적 적용에서는 입문 프로그램 이후 지속적인 종목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장비 공유, 지역 간 훈련 연계, 참가자 네트워크 구축 등은 이러한 결과를 실제 참여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며, 그 효과는 후속 연구를 통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셋째, 스포츠 참여 수요를 파악하는 방식은 제약 경험 여부를 넘어 스포츠 가능 영역의 형성 여부를 함께 측정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일부 참여자는 동계 종목 참여에 제약이 없다고 응답했지만, 이는 접근 조건이 충분했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종목이 자신의 선택 가능한 활동으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즉, 일부 사례에서는 제약이 존재하지 않았다기보다 아직 경험 가능한 제약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태로 해석할 수 있었다. 따라서 스포츠 참여 조사에서는 “참여하지 않는 이유”만을 묻기보다 해당 종목을 알고 있었는지, 주변에서 경험자를 접한 적이 있는지, 실제 접근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동계스포츠 참여 조사에서 비용이나 시설 부족을 경험한 집단과, 애초에 해당 종목을 자신의 활동 영역으로 고려하지 않은 집단을 구분한다면 서로 다른 정책적 접근이 가능하다. 전자는 접근 장벽 완화가 필요하지만, 후자는 경험자 노출과 친숙성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즉, 스포츠 참여 불평등을 이해할 때에는 개인이 장벽을 경험하는 시점뿐 아니라, 특정 스포츠가 자신의 가능 영역으로 형성되지 않는 과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Ⅵ. 결 론
본 연구는 동계스포츠 주변부 국가 여성 사례를 통해 특정 스포츠가 개인의 가능 영역으로 형성되고 이후 제약이 경험되고 협상되는 과정을 탐색하였다. 분석 결과,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은 특정 스포츠를 자신의 가능 영역으로 인식하는 조건으로 작용하였으며, 미디어 가시성은 근접 경험자가 부족한 환경에서 참여 가능성을 형성하는 보완적 경로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험자 접촉이나 미디어 노출 자체가 지속적 참여를 보장하지는 않았으며, 경험의 형성과 지속에는 접근 기회와 제도적 기반이 함께 요구되었다. 또한 체화된 종목 경험과 접근 시도가 결합될 때 객관적 조건은 개인이 경험하는 제약으로 전환되었고, 이 과정에서 스포츠 경험은 특정 종목과 형성된 관계를 기반으로 제약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자원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스포츠 참여를 선호와 제약의 관계로만 설명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특정 스포츠가 개인의 가능 영역으로 형성되기 이전 과정과 제약 경험이 구성되는 과정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은 특정 종목이 가능한 활동으로 인식되는 조건을 설명하고, 체화된 종목 경험과 접근 시도는 외부 조건이 개인에게 의미 있는 제약으로 전환되는 과정과 연결되었다. 제약 가시성은 이러한 전환을 개념화함으로써, 여가제약 연구의 분석 범위를 이미 인식된 제약과 그 협상에서 제약이 경험 대상으로 형성되는 이전 과정까지 확장한다. 실천적으로 이러한 결과는 여성 스포츠 참여 정책에서 시설과 프로그램의 공급과 함께 경험자 가시성과 경험 이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다음의 제한점을 지닌다. 첫째, 사례와 맥락에 관한 한계다. 핵심 사례가 7명이고 그중 선수 수준의 경험자는 2명이므로 이 집단에 관한 해석은 존재 증명의 성격을 지닌다. 이는 동계스포츠 접근이 제한된 맥락에서 해당 종목을 직접 경험한 여성 사례를 확보하는 데 따른 연구 대상의 특성과 관련되나, 확인된 과정이 다른 종목이나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사례 축적과 추가 검토가 요구된다. 둘째, 회고적 자료에 관한 한계다. 참여자의 회고적 진술을 기반으로 경험 형성 과정을 분석하였으므로 경험자 가시성과 종목 진입 사이의 시간적 순서를 확정하기 어렵다. 본 연구는 접근 시도 경험을 별도의 기준으로 활용하여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고자 하였으나, 후속 연구에서는 종단적 설계를 통해 경험자 노출과 초기 참여, 지속 여부의 연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어 면담과 번역 과정에서 참여자의 미묘한 의미가 조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개념화와 측정에 관한 한계다. 스포츠 경험자 가시성과 제약 가시성은 질적 자료를 통해 개념화되었으나 측정 가능한 구성개념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두 개념의 하위 차원과 측정 도구를 개발하고, 접근성과 미디어 환경이 다른 종목 및 집단을 포함한 비교 연구를 통해 적용 범위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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