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Article ]
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Vol. 40, No. 3, pp.57-79
ISSN: 1229-634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Sep 2026
Received 09 Aug 2026 Revised 15 Sep 2026 Accepted 30 Sep 2026
DOI: https://doi.org/10.16915/jkapesgw.2026.9.40.3.57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의 구조와 의미 탐색: 포토보이스

이은미 ; 이규일*
경북대학교, 박사과정
경북대학교, 교수
Exploring the Structure and Meaning of Older Adults’ Kumdo Practice Experiences: A Photovoice Study
Eun-Mi Lee ; Gyu-Il Le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Ph.D. Student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Professor

Correspondence to: *이규일, 경북대학교, E-mail : mauri94@knu.ac.kr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의 구조와 의미를 탐색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포토보이스 기법을 활용하여 60세 이상 노인 검도수련자 10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자료는 오리엔테이션, 사진 촬영과 선정, 포커스그룹 면담을 통해 수집하였으며, 선택하기, 맥락화하기, 주제화하기의 절차에 따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은 ‘바로 세우기’, ‘다시 살아지기’, ‘마주 서기’의 세 범주로 나타났다. 첫째, ‘바로 세우기’는 노화로 수그러든 몸의 중심을 다시 세우면서 신체를 새롭게 경험하고 몸과 세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경험이었다. 둘째, ‘다시 살아지기’는 검-몸-마음이 하나로 연결되는 몰입과 검도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 형성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고 삶의 활력과 자기 가능성을 회복하는 경험이었다. 셋째, ‘마주 서기’는 자신을 직면하고 타자와 대면하는 과정에서 예와 존중을 체화하며 관계적⋅윤리적 존재로 확장되는 경험이었다. 이 세 범주는 각각 독립되거나 순차적으로 완성되는 경험이 아니라, 지속적인 검도수련 속에서 몸-자기-타자의 관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재구성되는 상호적 구조를 이루었다. 이러한 결과는 노인의 검도수련이 신체기능의 향상이나 심리적 만족과 같은 개별적 효과를 넘어, 몸을 매개로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해가는 체화된 수련 경험임을 보여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structure and meaning of older adults’ experiences of Kumdo practice. Using a photovoice approach, 10 Kumdo practitioners aged 60 years or older were selected as participant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orientation sessions, photo taking and selection, and focus group interviews, and were analyzed through the processes of selecting, contextualizing, and codifying. The findings revealed three categories of older adults’ Kumdo practice experiences: ‘Standing Upright’, ‘Coming Alive Again’, and ‘Standing Face-to-Face’. First, ‘Standing Upright’ represented an experience of reestablishing bodily centeredness diminished by aging, experiencing the body in a renewed way, and restor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body and the world. Second, ‘Coming Alive Again’ involved reconstructing the self and recovering vitality and a sense of personal possibility through an immersive experience in which the sword, body, and mind became integrated, along with the formation of a new identity as a Kumdo practitioner. Third, ‘Standing Face-to-Face’ represented an experience of confronting oneself and encountering others, through which respect and ye(禮; propriety) became embodied and the self expanded toward a relational and ethical mode of being. These three categories were neither independent nor sequential stages; rather, they formed a reciprocal structure in which the relationships among body, self, and others were continuously reshaped through sustained Kumdo practice. These findings suggest that older adults’ Kumdo practice extends beyond individual benefits such as improved physical functioning or psychological satisfaction and constitutes an embodied practice experience through which relationships with the self and others are reconfigured through the body.

Keywords:

Older adults, Kumdo, Practice Experiences, Photovoice

키워드:

노인, 검도, 수련 경험, 포토보이스

Ⅰ. 서 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2026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명, 전체 인구의 20.3%에 이르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통계청, 2025).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노년기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원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사회적⋅교육적 과제를 제기한다. 특히 노년기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유지⋅증진하는 것은 개인의 삶을 넘어 국가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 조건으로 강조되고 있다(김선희, 2023; Rowe & Kahn, 1997).

신체활동은 노년기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신체적 건강(김용규, 구교만, 2021; 조창옥, 구교만, 2022)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배재윤, 2023), 사회적 관계망(전소연, 이석구, 2023), 나아가 뇌 위축 완화와 인지기능 향상을 통한 치매 예방(김윤식, 2021; 박윤진, 2015; 신은삼, 2013)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긍정적 영향이 보고되어 왔다. 최근 연구에서는 정기적인 신체활동 참여가 전두엽과 측두엽, 특히 해마의 위축을 완화하고(김윤식, 2021; 신은삼, 2013), 인지기능 향상과 치매 예방 및 치료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박윤진, 2015; 신은삼, 2013). 이처럼, 노년기 신체활동은 신체적 기능 향상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 안녕감과 환경에 대한 인식까지 확장되어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Sampaio & Ito, 2013). 이러한 점에서, 노년기 신체활동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존의 노년기 신체활동 연구들은 다양한 스포츠와 운동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신체적 효과 및 생리적⋅기능적 효과를 규명하는데 주된 관심을 두어 왔다(Chen et al., 2026). 이러한 접근은 신체활동을 단순한 건강관리 수단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신체활동이 가지는 경험적 의미, 예를 들어, 노인 세대가 신체활동을 통해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삶을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인다(Orr & Phoenix, 2015).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노인 신체활동을 단순한 체력 유지 차원을 넘어 사회적 관계 형성, 자아 인식, 삶의 의미 구성과 연결된 통합적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변영민, 윤지인, 한진욱, 2026; 원성준, 이지선, 2026).

노년기는 단순한 쇠퇴의 시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재해석하고 존재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시기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Erikson(1997)은 노년기를 ‘자아 통합 대 절망’의 단계로 설명하며, 삶에 대한 성찰과 통합이 중요한 발달 과업임을 강조하였다. 최근 연구에서도 노년기 경험은 과거와 현재를 재구성하는 내러티브적 과정이며(Phoenix & Smith, 2011), 신체적 경험 역시 이러한 의미 구성 과정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Klausen, 2024). 특히 인간의 경험은 신체를 통해 구성된다는 체화된 인지 관점에서 볼 때(Merleau-Ponty, 1962), 신체활동은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 존재 방식과 세계 이해를 형성하는 근본적 매개로 작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양의 전통적 신체활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동양의 신체활동은 심신일여(心身一如) 관념 하에, 신체활동 안에 정신을 수련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인격도야를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전병술, 노영선, 2012). 대표적으로 검도는 단순한 기술 수행을 넘어, 자세와 호흡, 타자와의 대면, 예(禮)를 중심으로 한 관계 형성을 포함하는 복합적 실천 체계이다(Brown & Leledaki, 2010). 즉 검도는 인격 수양과 도덕적 자각, 정신적 조화를 추구하는 실천철학이며, 특히 몸과 마음을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이해하고, 이러한 구조 위에서 자아 성찰을 통한 자신이라는 존재를 바라보게 한다(이형민, 2025). 이처럼 검도는 신체의 기능적 사용을 넘어, 집중, 절제, 자기통제, 타자 인식, 존재감의 회복과 같은 심층적 경험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운동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이상호, 이광호, 2014). 실제로 검도와 같은 무도 수련은 신체적 능력 향상뿐 아니라 정체성 형성, 정서 조절, 삶의 의미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Brown & Leledaki, 2010; Wainwright et al., 2005)는 점에서 검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존의 검도 관련 선행연구들은 주로 체력, 균형 능력, 운동기능 등 검도가 주는 신체적 효과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어 왔으며(김경태, 2012; 김동제, 이봉근, 우상구, 2009; 김영학, 2018). 검도의 철학적 가치와 수련 체험의 의미를 탐색한 연구도 일부 이루어졌다(박동철, 2014; 이경훈 외, 2013; 이상호, 2017). 그러나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노인들의 검도수련 경험을 조망한 연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김주희(2009)의 연구에서 노인들의 검도 수련의 경험적 내용이 일부 밝혀지긴 하였지만, 검도수련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험이 몸과 삶의 변화를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노인들의 검도수련의 구체적인 경험적 의미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검도는 바른 자세로 서기, 호흡과 기합, 반복적인 기본동작과 타격, 상대와의 거리 조절 및 대면, 예법과 자기통제 등이 결합된 신체적⋅정신적⋅관계적 수련이다. 따라서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을 신체기능의 변화나 심리적 만족, 사회적 관계 형성과 같은 개별적 효과로 분리하기보다, 검도의 수련구조 속에서 몸과 정신, 타인과의 관계가 함께 변화하는 통합적인 경험의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년기 신체활동 경험은 변화하는 몸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가 신체적 실천을 통해 구성되는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Humberstone & Cutler-Riddick, 2014). 이러한 경험, 즉 몸과 기억, 감정 및 관계 등이 축적된 경험은 언어적 진술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Harper(2002)에 따르면, 사진과 같은 시각자료는 언어 중심의 면담과 다른 방식으로 참여자의 기억과 감정, 경험을 환기하여 보다 풍부한 의미를 끌어내는 데 적합하다. 포토보이스(photovoice)는 연구자가 설정한 질문에 참여자가 응답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연구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의미 있게 나타내는 장면과 대상을 직접 사진으로 기록하고 성찰하며, 촬영한 이미지를 매개로 연구자 및 다른 참여자들과 대화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에 내재된 의미를 드러내고 공동으로 해석하는 참여적 시각 연구방법이다(Wang & Burris, 1997). 이에, 본 연구에서는 포토보이스 기법을 활용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포토보이스 기법을 활용해 노인 검도수련 경험의 구조와 의미를 탐색하고, 이를 통해 스포츠로서 검도를 넘어 검도의 수련적 의미와 노인 스포츠 활동으로써 검도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Ⅱ.연구 방법

1.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서는 유목적적 표집(purposive sampling)에 따라 연구 참여자를 다음과 같이 선정하였다. 먼저, 지난 5년 동안 연구자가 지도하고 있는 D시의 D 노인 복지관 어르신 검도교실에 3년 이상 성실하게 참여해 온 60세 이상 노인 중 연구 목적에 부합하고,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에 동의한 7명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또한, 다양한 수련경험과 자료의 충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S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검도교실에 속한 같은 조건의 노인 3명을 추가로 모집하였다. 이들에게 연구의 취지와 절차를 충분히 설명한 뒤 연구 참여 동의를 얻었으며, 이들의 특성 정보는 <표 1>과 같다.

연구 참여자 정보

2. 자료 수집과 분석

포토보이스의 자료 수집은 오리엔테이션, 포토보이스 실행, 포커스 그룹 면담으로 진행된다(Baker & Wang, 2006). 첫 번째 단계인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연구의 취지나 목적, 포토보이스 진행 절차, 사진 찍는 요령과 윤리적 문제를 중심으로 한 유의사항(예, 타인이나 타인 소유의 물건을 찍어야 할 경우 사전 동의 등) 등에 관해 설명하였다. 둘째, 포토보이스 실행 단계에서는 연구 참여자에게 초기 질문(“당신에게 검도 수련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수련경험은 당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었나요?”)에 해당하는 사진을 2주 동안 20∼25장 찍도록 하였다. 셋째, 포커스 그룹 면담은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각각 2장씩 선정한 사진을 화면에 띄어 놓고, SHOWeD 기법에 따라 선정된 질문1)을 연구 참여자들에게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포커스 그룹 면담은 D 복지관과 S 복지관에서 각각 1회 약 2시간씩 이루어졌으며, 공식적인 자료수집 단계 이후, 필요할 경우 개별 면담이나 무선 전화 면담을 추가로 실시하였다.

포토보이스 자료 분석은 선택하기(selecting), 맥락화하기(contextualizing), 주제화하기(codifying)의 절차로 이루어진다(Wang & Burris, 1997). 선택하기는 포커스 그룹 면담 전에 참여자별로 찍어 온 사진 중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가 각각 2장씩 고르는 과정이다. 연구 참여자는 자신의 검도 수련경험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판단한 사진을 선정하였으며. 연구자는 초기 질문과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사진을 선정하였다. 이렇게 선정된 사진은 포커스그룹 면담에서 참여자의 검도수련 경험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하는 자료로 활용하였다. 맥락화하기는 참여자가 자신이 선택한 사진에 이야기와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포커스 그룹 면담 과정에서 사진을 찍은 이유나, 사진에 나타나는 경험적 의미 등에 대한 연구자의 질문에 사진을 찍은 참여자의 설명으로, 선정된 각각의 사진이 가지는 맥락이 더해지며 분석이 이루어진다. 연구자는 사진에 나타난 장면만을 독립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사진에 대한 참여자의 설명과 면담내용을 중심으로 경험의 의미를 파악하였다. 주제화하기는 수집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코드, 카테고리, 테마 등을 찾아 나가는 분석 과정으로, 연구자는 일차적으로 텍스트로 변환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의미 있는 진술을 추출하고자 노력하였다.

발견된 주요 경험적 맥락은 크게 몸의 변화와 관련된 신체적 맥락, 존재감과 정체성의 변화에 관한 실존적 맥락, 타자와의 관계 및 예의 실천과 관련된 관계적⋅윤리적 맥락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는 의미 있는 진술을 추출하여 초기 코드를 부여한 후, 유사한 코드들을 지속적으로 비교하고 통합하였다. ‘굽어진 몸’, ‘줄어든 키’, ‘허리 통증’, ‘자세가 반듯해짐’, 과 같은 코드는 ‘노화된 신체의 수그러듦’과 ‘몸의 중심 회복’이라는 하위 주제로 묶었다. ‘반복되는 일상’, ‘몰입’, ‘검도인으로 인정받음’, ‘평생검도’와 같은 코드는 ‘삶의 활력 회복’과 ‘새로운 정체성 형성’으로 통합하였다. 또한 ‘거울을 통한 자기성찰’, ‘상대와 정면으로 마주함’, ‘예를 갖춤’, ‘상대를 존중함’과 같은 코드는 ‘자기 직면’과 ‘타자와의 관계적 변화’로 묶었다. 이후 하위 주제들 사이의 의미와 관계를 검토하여 ‘바로 세우기’, ‘다시 살아지기’, ‘마주 서기’의 상위 범주를 도출하였다.

3. 연구의 진실성과 윤리성

본 연구는 질적 연구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삼각검증을 실시하였다. 또한, 연구자를 포함한 질적 연구 전문가 2명, 검도 전문가 1명, 노인체육 전문가 1명으로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여 연구방법의 적합성, 자료수집 적절성, 자료 분석의 타당성 등과 관련하여 총 3회의 협의회를 실시하였다. 1차적으로 완성된 연구 텍스트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보내어 구성원검토(member checking)를 거쳤고,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이 왜곡되지 않도록 풍부하고 생생한 기술을 유지하였으며, 연구자는 지속적인 성찰을 통해 자신의 선입견을 점검하였다(Maxwell, 2005). 연구의 윤리성 확보를 위해 모든 참여자들에게 연구 목적과 절차를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았으며, 개인정보 보호과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였다.


Ⅲ. 연구결과

노인의 검도 경험은 ‘바로 세우기’, ‘다시 살아지기’, ‘마주 서기’로 범주화되었으며, 각 영역에서 도출된 경험들은 다음과 같이 드러났다.

1. 바로 세우기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에서 나타난 첫 번째 경험은 ‘바로 세우기’이다. ‘바로 세우기’는 단순히 굽은 신체가 펴지는 변화를 넘어. 몸의 정렬을 통해 자기 존재를 다시 세우는 경험이었다. 노년의 몸은 키가 줄고 어깨와 허리가 굽고 관절의 통증이 생긴다. 이러한 몸은 참여자들에게 “이젠 늙었다”는 자기 인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몸은 더 이상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주체가 아니라, 점차 수그러드는 존재로 경험된다.

“늙으니까 몸부터 겸손해져서 수그러드는 거지”라는 A의 말은 이러한 경험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수그러듦’은 신체적 불편을 넘어 자신이 점점 작아지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인식이다. 이것은 신체의 변화뿐 아니라, 세계를 향한 몸의 지향성이 약화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옆에 키와 체중을 재는 게 있더라고, 몇 년 만이야. 근 한 10년 만에 재 본 건데 내가 알고 있던 키가 아니더라고. 중략. 한 5cm 정도 줄었는데 척추 마디마디가 줄어들어서 그런 것 같아. 늙으니까 몸부터 겸손해져 수그러드는 거지. -A-

이러한 상태에서 시작된 검도수련은 C가 말한 것처럼 참여자들에게 처음에는 신체적 고통이었다. 굳어지고 활력을 잃은 신체와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는 끊임없는 반복 동작은, 참여자들의 힘든 경험으로 나타났다.

선생님은 힘들어야 제대로 수련이 된다면서 쉬지 않고 계속 시켰어요. 정말 힘이 많이 들었지요. -C-

“기름칠 안 한 기계를 억지로 움직이는 거 같았다”는 D의 이야기는 초기 수련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굳은 몸의 구조를 해체하는 새로운 신체 질서를 세우는 힘든 과정임을 보여준다.

어휴! 말도 마. 처음에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기름칠 안 한 뻑뻑한 기계를 강제로 움직이게 한 거나 마찬가지지. 하여튼 온몸이 아팠어. 뚜둑 소리나는 것 같았지. -D-

참여자들에게는 온몸으로 고통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C의 이야기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검도수련에 열심을 낸 노인들은 굽어지고 딱딱해져만 갔던 몸이 조금씩 세워지고 허리를 펴면서 몸이 반듯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시간이 끝난 다음에 진짜 허리가 펴졌다는 이런 느낌이 드는 거야. 어느 날 집사람이 뒷모습을 보면서 ‘자세가 좀 많이 바르게 되었네’하더군요. 중략. 그런 걸 경험하면서 이거 진짜다. 이거 해야 한다. 힘들어도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어. -C-

이 고통을 견뎌낸 참여자들은 어느 순간 머리-척추-골반-발로 이어지는 신체의 바른 정렬로 인해 몸의 중심이 세워지고, 다시 수직으로 서는 경험을 맛보게 되었다. F가 촬영한 소나무는 참여자들의 ‘바로 세우기’ 경험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사진1 참조).

사진 1.

소나무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디면서도 굽히지 않는 생명력, 변치 않는 기세를 지닌 소나무의 속성은 노화로 굴절되는 신체 속에서도 늘 변함없는 꼿꼿한 기세로 살아가고자 하는 참여자들의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

검이란 것은 위엄이 있고 절도가 있는 것인데 검의 기세는 소나무와 많이 닮아 있는 거 같습니다. 수련을 하면 할수록 80년 이상 살아온 제 몸이 천년을 지나도 늘 변치않는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나는 걸 느꼈습니다. -F-

H는 젊은 시절부터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다. 소심한 성격과 허리통증으로 사회생활은 더욱 힘들었지만, 검도로 건강이 회복되면서 지금까지 수련을 지속하고 있다고 하였다.

젊은 시절부터 허리가 안 좋았어요. 검도를 하면 좋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많이 좋아졌습니다. 좋아지면 쉬고 아프면 다시 하면서 한 연(年)수로만 25년 정도 된 거 같아요. -H-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선 메타세콰이어는 곧게 세워진 H의 몸과 그 몸이 걸어온 여정으로 펴짐이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련을 통해 조금씩 나아가는 길임을 보여준다(사진2 참조).

사진 2.

메타세콰이어 길

또한 “총각 같다"는 주변의 인정은 G를 유쾌하게 하는데 그가 찍은 부도탑은 자신의 곧고 단단한 몸과 가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는 검도라는 신체유산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보여준다(사진3 참조).

사진 3.

부도탑

70이 넘었는데 뒤에서 절 보면 총각 같다고 합니다. 하하! 그만큼 자세가 바르고 좋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지요. 하면 할수록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수련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아쉽지요. -G-

또한 C의 사진에서 주춧돌은 ‘바로 세우기’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낮은 자리에 위치하지만, 바르게 놓인 주춧돌이라야 건물이 제대로 설 수 있다는 점에서 바른 신체야말로 존재가 바로 설 수 있는 기초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사진4 참조).

사진 4.

주춧돌

몸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던 순간이 떠올라서 찍었어요. 몸이 바로 서니까 마음도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로 서니까 몸도 바르게 됩디다. 결국 몸이 바르게 서야 사람은 바른 몸을 갖게 되는 것이고 몸이 바로 서니까 정신이 따라옵디다. 칼과 몸을 반듯이 하려고 애를 쓰는 그 마음에서 정신이 바르게 서는 것을 느꼈어. -C-

이처럼, 참여자들은 검도수련을 통하여 바로 세워진 몸을 주변으로부터 확인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세우기’는 참여자들의 삶의 태도와 깊이 연결되는 부분으로 산업화와 생존의 시대를 살아온 참여자들에게 몸은 오랫동안 생계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검도수련을 통해 처음으로 자기 몸을 의식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는 단순한 운동 참여를 넘어 자신의 몸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정렬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검도에서 바른 자세는 단순히 동작을 익히기 위한 자세가 아니다. 허리를 세우고 발끝과 죽도, 마음의 방향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몸의 축을 회복하고 자신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다. 검도수련은 참여자들의 굽은 몸을 바로 세우는 신체적 변화를 넘어 마음의 정렬을 통해 노년의 존재가 세계를 향한 지향성을 다시 획득하는 경험이었다.

2. 다시 살아지기

노년기 검도수련 경험에서 나타난 두 번째 경험은 ‘다시 살아지기’이다. 이는 새로운 활동을 경험하거나 흥미를 느끼는 차원을 넘어 신체와 의식이 재구성되는 재생의 경험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에게 검도수련은 “무엇이 즐거운가”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다시 살아지는가”의 문제였다

노년의 일상은 반복과 정체성 및 사회적 관계의 축소로 점차 활력을 잃고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A는 이러한 심정을 “쳇바퀴 도는 삶”, “무력한 일상”으로 표현하며, 즉 살아 있음의 감각이 줄어들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들에게 검도수련은 참여자들에게 기존의 활동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경험을 제공하였다.

나이가 드니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매번 비슷한 일들로 돌아가는 거야. 생동감 있는 삶을 살고 싶은데 실제로는 그냥 무력한 일상을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사는 것 같아. 무언가 살아갈 활력을 얻으려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거 같아, 복지관 검도교실도 그런 마음으로 왔지. -A-

새로움의 출발점은 ‘검’이다. 검은 참여자들에게 묘한 매력을 주는데, 그 이유에 대해 G는 남자들의 로망으로, E는 추억 소환으로 설명한다.

검은 남자의 로망이잖아요. 일단 멋있고 폼이 나잖아요. 수련을 하고부터 검을 들고 다니면 은근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곤 했지요. -G-

E는 대수술을 8번이나 겪은 참여자로 검도수련이 건강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감나무에서 윤기가 도는 자신의 얼굴을 떠올렸고, 검도를 중심으로 각종 취미생활로 바쁜 E의 일상은 풍성하게 완성하고 싶은 자신의 노년을 상징한다(사진5 참조).

사진 5.

감나무

청도 매전이 고향인데 거기에 감나무가 많아요, 동네에서 막대기 들고 칼싸움 자주 했지. 그때 생각하면 재미있었어. 중략. 검은 나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해줘. -E-

또한 B의 사진은 새로운 정체성 획득과 사회적 인정의 상징으로 진검과 단증이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삶의 증표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방문객들이 진검과 단증을 보고 감탄할 때, B는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타자 앞에서 자신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사회적 정체성의 회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사진6 참조).

진검셋트를 2백만원이나 주고 사서 거실에 두고, 그 위에 단증을 걸어놨지. 사람들이 출입할 때마다 ‘와∼’하고 감탄하지. 그때마다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느껴. -B-

또한 검을 들고 수련하는 F의 모습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아버지가 아닌 영화 속의 검객 같은 모습으로 주변인들은 나를 멋있게 보기도 한다.

연속적으로 하는 초습 동작을 거실에서 했는데, 그걸 본 자식들이 나를 너무 멋있게 보는 거야. TV에 나오는 검객 같다고 해. 중략. 내가 엄청 멋있어지고 자부심도 막 생기더라고. -F-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들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 재-위치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검은 그냥 노인이 아닌 검도인이라는 새로운 자기 가능성을 여는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검이 열어준 가능성은 신체의 재구성으로 이어진다. 검도수련은 허리를 세우고, 어깨를 펴고, 단전을 의식하고 아랫배로 중심을 잡으며 전신을 사용하는 발을 움직이는 반복적 동작을 요구한다. 이는 기존의 굳어 있던 신체 습관을 해체하고 새로운 신체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이때 참여자들은 단순히 건강이 좋아졌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이전과 다르게 경험하기 시작한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당기고, 옆구리도 아팠는데 수련하면서 조금씩 건강이 좋아지고, 유연성도 좋아졌어. 건강해지니까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F-

F의 “건강해지니까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는 말은 신체 변화가 자기 인식의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즉, 몸은 단순히 회복되는 객체가 아닌 자신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주체로 작동한다. 참여자들의 몸은 더 이상 노화로 쇠퇴하는 신체에 머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몸으로 경험된다.

몸은 고달팠지만, 서서히 중심이 잡히기 시작했고, 몸이 펴지면서 정신에 몸이 딸려가는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검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드는 거에요. 그런 것이 매력인 거 같아요. -H-

특히 기존의 운동 경험과 비교할 때, 검도수련은 몸을 ‘사용하는’ 수준의 경험에 머물지 않는다. 노년기의 몸은 자연스럽게 살아내는 몸이 아닌 관리해야 할 대상 불편한 대상. 낯선 대상으로 경험되기 쉬우며, 이것은 몸과 의식 사이의 긴장과 불연속성을 형성할 수 있다. H의 진술은 수준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검-몸-의식이 일체화되는 몰입을 통해 ‘나’라는 존재 전체로 경험된다(사진7 참조).

B의 사진 역시 그 경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온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는 진술은 단 한번의 몸짓으로 먹이를 낚아채는 백로처럼 “몸과 마음이 검과 하나가 되는 느낌”은 검심일여(劍心一如)로 즉, 신체적 수행과 정신적 상태가 하나로 통합되는 경험이다. 특히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신체와 정신의 일여를 위한 전제임을 보여준다(사진8 참조).

고고하게 서 있는 백로에게 문득 내 모습이 보입디다. 검을 든 준비 자세가 딱 백로였던 거죠. 집중을 하고 부리로 한 번에 먹이를 탁 잡는 것이 검으로 탁 치는 것과 같은 거지. 중략. 검이란 것은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잖아. 온 마음을 집중해야 하잖아. 그렇게 수련하니까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수련되는 거 아닐까? 마음을 맑게 하고 바르게 해야 정신도 몸도 바르게 되는 것이고 제대로 수련을 한다고 할 수 있지. -B-

이처럼, B에게 검을 드는 자세는 백로의 집중된 순간과 포개어지며, 몸과 마음이 하나로 수렴되는 경험을 낳는다. 이러한 일여(一如)의 몰입은 무기력했던 일상의 시간과 대비되며 더욱 강렬하게 경험된다.

특히 D의 사진은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단 한 번의 기회, ‘지금- 이 순간’ 즉, ‘현존’ 하는 삶에 집중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사진9 참조).

사진 9.

나팔꽃

나팔꽃의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력에 늘 감탄하게 됩니다. 칼은 칼집에서 나오면 한번을 베고 다시 칼집에 넣게 되는데 검처럼 그 한번에 최선을 다하는 일기일회의 삶을 나팔꽃에서 봅니다. -D-

지나간 과거에 매달리거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아닌 삶은 ‘지금-여기’라는 순간의 축적이다. 따라서 나팔꽃은 매 순간을 새롭게 살아내려는 참여자의 삶에서 노년기의 ‘다시 살아지기’라는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다시 살아지기’는 검–몸–마음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연결되며 형성되는 구조적 경험이다. B가 백로의 집중된 몸짓에서, F가 나팔꽃의 매일의 개화에서 각각 발견한 것은 즉 검도수련을 통해 검도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부여되고, 활력을 찾은 건강한 몸이 각성된 의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또한 ‘지금–여기’ 에 완전한 몰입과 최선을 다하는 일기일회의 태도는 노년을 대하는 삶의 자세를 재구조화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세 요소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강화되며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자신을 형성하게 한다. 참여자들은 노인에서 ‘검도인’으로서 단순히 건강한 노인이 아니라, 특별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 집중할 수 있는 사람, 멋진 사람, 그리고 여전히 변화하고 도전할 수 있는 존재로 재구성되는 경험이다. 즉, 검도수련은 단순한 운동 수행을 넘어, 몸을 매개로 자신과 세계를 다시 경험하게 하는 실천이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참여자들을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살아지게 한다. 따라서 ‘다시 살아지기’는 검이라는 상징을 통해 몸과 의식이 재구성되어. 검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획득함으로써 존재적 전환 경험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검도수련은 노년기의 삶에 활력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존재의 중심을 찾아가며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경험이었다.

3. 마주 서기

노년기 검도수련 경험에서 나타난 세 번째 경험은 ‘마주 서기’이다. 이는 단순히 죽도를 사이에 두고 상대와 대련하거나 마주 보는 신체적 상황에 한정되지 않는다. 검도의 수련구조는 참여자로 하여금 거울 앞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살피도록 요청한다. 몸의 흐트러짐은 즉각적으로 드러나고, 타자 앞에 서기 이전에 참여자는 이미 자기 자신 앞에 서야 한다. 이때 거울은 단순히 외형을 비추는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매개가 된다.

검도수련은 거울과 같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F-

F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I의 “전날부터 마음을 가다듬는다” 는 진술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직면’을 상징한다. 이러한 자기성찰은 주변의 ‘달라 보인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참여자 내부의 변화가 외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직면을 통한 자기성찰이 주변을 통해 확인되는 지점이다(사진10 참조).

복지관에 검도수업 하러 가기 전날부터 정신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저한테도 바르다. 배우는 동작도 마음도 바르다 하고 다짐하게 되더라고요. 친구들이 볼 때 뭔지는 모르겠지만 달라 보인다고 해요. 흐트러짐이 없고 꼿꼿하다고 그렇게들 이야기해요, 그냥 아주 기분이 참 좋더라구요. 나이 먹은 사람들한테 추천하고 싶어요.-I-

이러한 자기 직면은 죽도를 사이에 둔 대련에서 타자를 향한 대면으로 이어진다. 대련 중 참여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대 앞에서 자신의 긴장과 위축을 숨길 수 없으며, 그것은 몸의 움직임, 시선, 기합, 거리 조절 속에 즉각적으로 드러난다. 이때 상대는 대련 상대를 넘어 자신의 한계를 비추어 주는 타자로 경험된다. 따라서 참여자는 상대 앞에서 물러서거나 회피하는 대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조율하며 스스로를 다시 세워 그 앞에 서야 한다.

노년기는 은퇴, 신체기능 저하, 가족·친구 관계의 변화 등으로 인해 사회적 역할과 관계망이 축소되기 쉬운 시기이다. 이러한 변화는 노인에게 사회적 고립감과 주변화의 경험을 가져오며, 노인들은 새로운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정서적으로 안전한 관계를 선택하거나 관계 참여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하지만 검도에서 참여자는 항상 자신을 직면하게 되고 또 타자와 마주 서게 되며, 그 긴장과 두려움을 통과해야 한다. E는 어린 시절 “볼펜 한 자루만 있어도 다 이길 수 있다” 숙부의 말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숙부가 검도를 했던 분으로 볼펜 한 자루만 있어도 다 이길 수 있다고 하셨지요. 그때는 ‘칼이 없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지. 지금 수련을 해보니 그 말씀이 맞아. -E-

이 진술은 실제로 볼펜 하나로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물리적 능력보다 무너지지 않는 자기 안의 중심이 형성되었음을 말해준다. 또한 “별로 겁나는 것이 없다”(B)의 진술은 무모함이나 공격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비록 노인이지만 자신을 약하고 위축된 존재로 느끼지 않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검도는 예전에 내가 권투와 태권도를 하던 것과는 달라. 검을 쥐면 노인이라도 자신감이 생기고 지금 이 나이에도 별로 겁나는게 없어. 요즘은 사람이 가장 무서운 세상이잖아. -B-

이는 점점 더 사람이 무서워지는 험한 세상 속에서 자신감을 지니게 되었다는 진술로 체화된 호연지기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은 대부분 삶의 방향성이 없어요. 검도는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예가 있고 도가 있고, 마음을 만들어주는 운동입니다. 곧게 서 있으면서 유연하고 비어 있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J-

특히 J는 중학생 시절 부친으로부터 검도 수련권유를 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부친이 권한 검도는 마음을 만들어주고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신체활동과 큰 차이를 느끼게 한다고 하였다. 오죽은 푸른 대나무와 달리 희소하며. 마디를 만들면서 성장하며 절개와 절도를 상징하는 나무이다(사진11 참조). J는 퇴직 후에도 SNS 특히 틱톡을 통해 자신의 전공을 살린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오죽은 노년에도 성장하려는 참여자의 존재 방식을 상징하고 있다.

또한 자신과의 직면은 타자를 향한 태도로 확장되는데 이는 검도 수련구조에서 내재되어 있는 예를 통해 실천된다. 타자를 향한 下心과 배려, 도장 삼례(국기에 대한 예, 스승에 대한 예, 상호간의 예)를 몸에 체화함으로써 타자와 자신에 대한 예의 구체적 실천이 이루어진다. I의 “모범이 되려고 노력한다”, H의 “순리를 따르는 것” 등의 진술은 검도가 기술습득을 넘어 인간 존재의 방식을 배우는 수행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검도는 끈기. 모범이란 단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항상 모범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수련을 통해 인간을 배웠습니다.-I-
대개 검도하는 분들은 바른 생활, 바른 자세. 그런 것이 있어서 아주 좋아합니다. 순리에 따르도록 이끄는 것이 검도라고 생각해요. 저는 수영도 오래 했는데, 운동은 되지만 검도처럼 그런 것은 못 느꼈어요.-H-

이렇듯 인간 존재의 방식에 대한 태도는 도장 밖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었다. 하지만 ‘마주서기’는 몇 번의 대면과 몇 시간의 수련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의 삶처럼 끊임없는 반복과 실패 그리고 견디면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특히 검도의 승단제도는 참여자들에게 장기적 목표와 지속적 도전의 구조를 제공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내는 몸과 삶 전체에 새겨진다. “벽에 참을 忍자 세 개 붙이고 수련했다”는 I의 사진은 칼(刀) 아래 마음 (心)이 놓인 문자의 구조가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 검도의 참맛을 알 수 있는 참여자의 경험을 그대로 나타낸다(사진12 참조).

끈기와 인내심이 강해집니다. 4단 승단심사에 여러 번 도전했었지만 잘 안되었어요. 그래도 검도의 매력을 잊지 못해 다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I-

또한 예와 인의 체화는 참여자를 타자 앞에서 다르게 서게 한다. F의 “격이 생긴다” 진술에서 “내가 먼저 갖춤으로써”라는 표현은 내가 스스로 관계의 격을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보여준다, 결국 격은 타인이 아닌 자신이 먼저 갖춤으로써 관계 전체에 부여되는 것이다.

수련할 때도 제대로 도복을 갖추고 할 때 위엄이 생기고 절도가 생깁니다. 마음으로부터 갖추는 격을 통해 외부로 보여지는 품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예를 먼저 갖춤으로써 서로 간의 격이 생기는 것으로 격이 생김으로써 절도가 있게 되고 질서가 있게 됩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F-

이는 노년기에 타인으로부터 가볍게 여겨지거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경험에 대한 능동적 응답이다. 대면의 ‘마주 서기’의 경험은 최종적으로 활인검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화합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포용하면서 그렇게 사는 것이 활인검의 실현이라고 생각합니다. -F-

F가 촬영한 물은 낮아지면서 상대를 제압하거나 가로막지 않으며 모든 것을 포용한다. 또한 담기는 그릇에 따라 형태를 바꾸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물의 속성은 상대를 해치고 죽이는 것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검, 곧 ‘활인검’의 정신에 닿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주 서기’는 자기 직면에서 출발하여 타자와의 성찰을 통해, 나아가 관계적 윤리로 확장되는 수련경험이다(사진13 참조).

참여자들에게 검도수련은 건강증진과 신체적 활력을 넘어, 자기 직면과 타자와의 대면에서 이루어지는 성찰을 통해 관계적⋅윤리적 존재로 성장해 가는 경험이었다.


Ⅳ. 논 의

연구결과,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은 ‘바로 세우기’, ‘다시 살아지기’, ‘마주 서기’의 세 범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노화되어 가는 몸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 몸을 통해 자신을 다시 구성하며, 나아가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을 변화시켜 가는 경험의 구조를 보여준다.

첫 번째 범주인 ‘바로 세우기’는 검도수련을 통해 노화된 몸을 새롭게 경험하는 과정이다. 참여자들에게 굽어진 허리와 어깨, 줄어든 키, 통증과 경직은 단순한 생물학적 노화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자신의 몸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의식하게 하고, 스스로를 점차 약화되고 수그러드는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경험과 연결된다. Leder(1990)에 따르면, 몸이 건강하고 익숙하게 기능할 때는 신체 자체가 의식의 중심에 놓이기보다 세계를 경험하고 행동하게 하는 배경으로 물러나지만, 통증이나 질병, 기능적 불편이 발생하면 평소 의식되지 않던 몸이 주의를 요구하며 의식의 전면에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참여자들이 경험한 노년의 몸은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몸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의식하고 관리해야 하는 몸으로 나타난다. 반면, 검도수련에서 반복적으로 요구되는 허리를 세우고 중심을 잡으며 몸을 바르게 정렬하는 과정은, 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단순히 쇠퇴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다시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는 몸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결과는 성인 검도수련자들이 수련을 통해 신체적 건강과 심신의 변화를 경험한다고 보고한 이경훈, 김재은, 윤필규(2013)의 연구와 일정 부분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본 연구의 참여자들에게 ‘바로 세우기’가 갖는 의미는 일반적인 신체기능 향상과는 다소 다른 성격을 보인다. 참여자들은 이미 굽어지고 통증을 경험하는 몸에서 출발하며, 때문에, 몸이 펴지고 중심이 다시 잡히는 변화는 새로운 능력을 획득하는 것이라기보다 잃어가고 있다고 느꼈던 자신의 신체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는 경험으로 나타난다. 이는 노년기의 신체 이미지가 외모뿐 아니라 신체적 능력과 자기 인식 및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Jankowski 등(2016)의 연구와도 연결된다. 특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세가 바르게 되었다”, “총각 같다”, “달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경험은 신체 변화가 자기 내부의 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의 인정을 통해 새로운 자기 인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Merleau-Ponty(1962)의 관점에서 몸은 세계와 관계 맺는 주체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나타난 ‘바로 세우기’는 단순한 자세 교정보다는 변화된 몸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다시 관계 짓는 체화된 경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참여자들에게 몸을 바로 세운다는 것은 몸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여전히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는 존재로 자신을 다시 경험하는 과정인 것이다.

두 번째 범주인 ‘다시 살아지기’는 검도수련을 통해 삶의 활력과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경험이다. 참여자들이 묘사한 노년의 일상은 반복되는 시간, 사회적 역할의 감소, 관계의 축소와 연결되지만, 검도수련은 이러한 일상에 새로운 목표와 긴장, 몰입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이는 노년기의 신체활동이 단순히 쇠퇴를 지연시키는 활동으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Phoenix와 Smith(2011)는 노년의 신체활동 경험이 노화를 필연적인 쇠퇴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지배적 서사에 대응하여, 자신을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도 참여자들은 자신을 단순히 ‘운동하는 노인’으로 인식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검을 들고 수련하고 승단에 도전하며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과정에서 자신을 ‘검도인’으로 새롭게 인식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노화에 대한 부정이나 젊음으로의 회귀라기보다, 노년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집중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자기 가능성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다시 살아지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검도수련이 몸과 마음을 서로 분리된 요소로 경험하지 않게 한다는 점이다. 참여자들은 검을 쥐고 반복적으로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검의 움직임, 몸의 반응, 호흡과 의식의 집중이 점차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Yuasa(1987)는 동양의 신체 수련에서 몸과 마음의 관계를 이미 완성된 일체가 아니라 반복되는 수련을 통해 형성되어 가는 것으로 설명한다. 또한 Brown과 Leledaki(2010)는 무도, 요가, 태극권과 같은 동양적 신체활동을 단순한 운동기술의 습득이 아니라 신체적 실천을 통해 자기 자신과 일상의 실천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적 실천으로 설명한다. 이들에 따를 때, 참여자들이 표현한 ‘기-검-체 일치’와 ‘검심일여’는 추상적인 단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오랜 반복수련을 통해 검-몸-마음이 하나의 행위로 경험되는 체화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몰입과 함께 검도인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다시 살아지기’는 건강의 회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검도수련을 통해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과 역할, 목표를 부여하고 현재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자신을 재구성하는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범주인 ‘마주 서기’는 검도수련 경험이 개인 내부의 변화에서 타자와의 관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검도수련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자세를 확인하는 자기 직면과 죽도를 사이에 두고 상대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대면이 반복적으로 포함된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자세뿐 아니라 긴장, 두려움, 마음의 흐트러짐까지 되돌아보게 되며, 상대 앞에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조절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마주 서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이때 상대는 단순히 이겨야 할 경쟁자로만 경험되지 않는다. 반복적인 대련과 예를 통해 상대는 자신의 수련을 가능하게 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하게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이러한 경험은 Buber(1970)가 구분한 대상화된 ‘나-그것(I-It)’의 관계에서 상호적 존재를 인정하는 ‘나-너(I-Thou)’의 관계로의 확장을 해석하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한다.

특히 검도에서 반복되는 예(禮)는 이러한 관계적 경험을 구체적인 몸의 행위로 연결한다. 참여자들에게 예는 단순히 도장에 들어가고 나올 때 수행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절제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관계의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경험된다. MacIntyre(1981)는 하나의 사회적 실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그 실천에 내재된 가치와 덕이 형성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검도의 예와 반복수련은 규범에 대한 지식이라기보다 자세, 시선, 인사, 거리 조절, 상대에 대한 배려와 같은 구체적 행위를 통해 관계 속에서 실천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여자들이 표현한 “모범이 되려고 한다”, “인간을 배웠다”, “내가 먼저 예를 갖춘다”는 경험은 이러한 관계적 변화가 도장 안의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타인과 관계 맺는 태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일부 참여자가 이를 ‘활인검’이라는 말로 표현한 것은 검의 의미가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에서 상대와 함께 자신을 수련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마주 서기’는 타자를 이기기 위한 대면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직면하고 타자와 관계 맺으며 예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관계적⋅윤리적 자기를 형성해가는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이러한 의미가 드러날 수 있었던 데에는 포토보이스라는 연구방법의 특성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촬영한 소나무, 메타세콰이어, 주춧돌, 백로, 나팔꽃, 거울, 오죽, 물 등의 이미지는 단순히 면담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삽화가 아니었다. 각각의 사진은 참여자가 자신의 검도수련 경험을 몸과 삶의 언어로 전환하는 매개로 작용하였다. 사진은 언어 중심의 면담과 다른 방식으로 기억과 감정, 경험을 환기할 수 있으며(Harper, 2002), 포토보이스는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직접 선택하고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하며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이를 공동으로 해석하게 한다(Wang & Burris, 1997). 또한 Baker와 Wang(2006)이 노인의 만성통증 경험을 포토보이스를 통해 탐색한 것처럼, 사진은 일상적이고 체화된 경험을 참여자의 관점에서 드러내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도 ‘허리가 펴졌다’, ‘집중된다’, ‘자신감이 생겼다’와 같은 언어적 진술은 소나무의 직립, 백로의 집중, 거울의 성찰, 물의 포용과 같은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경험적 의미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의 사진은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라 노인 검도수련의 체화된 의미를 생성하고 해석하게 한 분석적 매개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세 범주는 각각 독립된 경험이나 순차적으로 완성되는 단계라기보다, 검도수련을 통해 몸-자기–타자의 관계가 상호적으로 재구성되는 경험의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표 2>. ‘바로 세우기’는 노화로 수그러든 몸의 중심을 다시 세우면서 몸과 세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경험이며, ‘다시 살아지기’는 검도수련에 몰입하고 검도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몸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는 경험이다. ‘마주 서기’는 자신을 직면하고 타자와 대면하는 과정에서 예와 존중을 실천하며 관계적⋅윤리적 존재로 확장되는 경험이다.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의 구조와 의미

따라서 세 범주의 구조는 ‘직립 → 재생 → 대면’이라는 일방향적 과정이라기보다, 몸 ↔ 자기 ↔ 타자가 지속적인 수련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적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몸을 바로 세우는 경험은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는 토대가 되고, 새롭게 형성된 자기 인식은 타자 앞에 마주 설 수 있는 경험으로 이어지며, 다시 타자와의 대면과 예의 실천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바로 세우도록 한다. 이러한 점에서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은 신체기능의 향상, 심리적 만족, 사회적 관계 형성이라는 개별적 효과의 합이라기보다, 몸을 바로 세우고, 자신을 새롭게 살아가며,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을 변화시키면서 노년기의 존재를 재구성해 가는 체화된 수련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포토보이스를 활용하여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의 구조와 의미를 탐색하였다. 연구결과,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은 ‘바로 세우기’, ‘다시 살아지기’, ‘마주 서기’의 세 범주로 나타났다. ‘바로 세우기’는 노화로 변화한 몸의 중심을 다시 세우며 자신의 신체를 새롭게 경험하는 과정이었고, ‘다시 살아지기’는 검도수련에 몰입하고 검도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삶의 활력과 자기 가능성을 회복하는 경험이었다. ‘마주 서기’는 자신을 직면하고 타자와 대면하는 과정에서 예와 존중을 실천하며 관계적 존재로 자신을 확장해 가는 경험이었다.

이 세 범주는 지속적인 검도수련 속에서 몸–자기–타자의 관계가 상호적으로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경험의 구조를 이루었다. 몸을 바로 세우는 경험은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반이 되고, 검도인으로서 형성된 자기 인식은 타자와 마주하고 관계 맺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동시에 타자와 대면하고 예를 실천하는 과정은 다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조율하게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은 신체기능의 향상이나 심리적 만족, 사회적 관계 형성과 같은 개별적 효과의 합이라기보다, 몸을 통해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해 가는 체화된 수련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포토보이스를 통해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을 참여자의 관점에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여자들이 촬영한 사진은 단순히 연구결과를 보완하는 시각자료가 아니라, 몸과 기억, 감정, 관계 속에 축적된 수련경험을 떠올리고 그 의미를 표현하게 하는 매개로 기능하였다. 이를 통해 노년기의 신체활동을 외부에서 관찰되는 건강효과 중심으로 설명하기보다, 참여자가 자신의 몸을 어떻게 경험하고, 수련을 통해 자신을 어떠한 존재로 인식하며,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구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노인 신체활동의 의미를 기능적 건강관리의 차원을 넘어 확장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노인체육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에도 체력과 건강지표의 향상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참여자가 자신의 몸을 능동적으로 경험하고, 지속적인 도전과 몰입을 통해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며, 다른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경험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검도와 같이 반복적인 수련, 자기성찰, 타자와의 대면과 예가 결합된 신체활동은 노년기의 신체활동을 단순한 운동 참여에서 자기 형성과 관계 형성의 실천으로 확장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후속 연구에서는 성별, 연령, 수련 경력 및 참여 환경이 다양한 노인 검도수련자들을 대상으로 본 연구에서 나타난 경험구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련 기간의 변화에 따라 몸–자기–타자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하는 종단적 질적 연구와 함께, 태권도, 유도, 합기도 등 다른 무도나 신체활동과의 비교를 통해 본 연구에서 확인된 경험 가운데 어떠한 특성이 검도라는 수련문화와 관련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는 노년기의 신체활동을 건강 유지의 수단뿐 아니라 지속적인 자기형성과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실천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Notes
1) “이 사진은 무엇을 상징하나요?”, “이 사진은 검도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이 사진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이 사진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검도 수련은 당신의 몸과 마음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나요? “,”수련 과정에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검도 수련을 하며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경험이 있나요? “,”검도 수련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검도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검도 수련 경험은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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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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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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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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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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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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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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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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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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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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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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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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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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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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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표 1.

연구 참여자 정보

가명 연령 성별 경력 연구 참여자의 배경
A 84세 남 5년 유술 수련 중 마비 겪음, 검도로 건강 회복, 복지관 입문
B 83세 남 5년 댄스스포츠 등 다양한 여가 활동 경험, 복지관 입문
C 83세 남 5년 태권도 경험, 복지관 입문
D 81세 남 5년 부부 동반 수련, 검우회 회장, 복지관 입문
E 81세 남 5년 8번 대수술 이후 건강 회복 과정에서 복지관 입문
F 82세 남 5년 국학기공, 태권도 등 전통신체 수련경험, 복지관 입문
G 72세 남 3년 검도 초단, 태극권 10년 경험, 복지관 입문
H 70세 여 25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지속 수련, 성인기부터 도장 입문
I 70세 남 30년 지속적으로 수련한 3단 유단자, 성인기부터 도장 입문
J 67세 남 3년 산악인으로 무릎 부상 후 검도 수련으로 전향, 복지관 입문

표 2.

노인의 검도수련 경험의 구조와 의미

경험 범주 경험의 출발 경험의 변화 관계의 재구성 경험적 의미
바로 세우기 노화로 굽어지고 수그러든 몸 몸의 중심을 회복하고 다시 바로 섬 몸 ↔ 세계 존재의 직립
다시 살아지기 반복되는 일상과 위축된 자기 몰입과 검도인이라는 새로운 자기 형성 몸 ↔ 자기 자기의 재구성
마주 서기 자신과 타자 앞에서의 위축과 거리 자기 직면과 타자와의 대면을 통해 예와 관계를 새롭게 경험 자기 ↔ 타자 관계적⋅윤리적 존재로의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