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Article ]
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Vol. 40, No. 3, pp.115-130
ISSN: 1229-634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Sep 2026
Received 10 Aug 2026 Revised 14 Sep 2026 Accepted 30 Sep 2026
DOI: https://doi.org/10.16915/jkapesgw.2026.9.40.3.115

여성의 몸으로 다시 쓰는 무예: 젠더 관점에서 본 무예의 재구성

곽정현 ; 이선희*
가천대학교, 부교수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Rewriting Martial Arts through the Female Body: A Gendered Reconstruction of Martial Arts
Jeong-Hyeon Kwak ; Sun-Hee Lee*
Gachon University
Kyung Hee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이선희. 경희대학교. E-mail : woojoo0757@naver.com

초록

본 연구는 젠더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중심으로 무예 실천을 재해석하고, 무예가 전제해 온 신체 규범과 수행 논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여성의 몸과 젠더, 여성 스포츠 및 여성 무예 관련 국내⋅외 학술문헌을 주요 자료로 활용하고, 미디어⋅문화콘텐츠와 도장교육⋅경기규칙 등은 관련 선행연구의 분석결과를 2차 자료로 검토하였다. 자료는 내용⋅담론분석을 통해 여성의 몸과 수행주체의 위치, 젠더화된 규범의 협상 및 재구성 양상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무예는 역사적으로 남성 중심 신체 규범을 기반으로 ‘정상적 수행 주체’를 구성해 왔으며, 여성의 몸은 수행 주체이면서 동시에 규범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 위치에 놓여 있었다. 둘째, 여성의 몸은 수행 현장과 미디어 담론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며, 수행과 재현 사이에서 이중 구조를 형성한다. 셋째, 여성의 다양한 무예 수행 경험은 기존 강성 중심 수행규범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다양한 수행방식과 수행 가치를 가시화하며, 기존의 강함과 유능한 수행의 기준을 재검토하게 한다. 넷째, 여성 무예인의 수행 경험은 기존 신체규범을 재검토하고, 경쟁 중심 무예 담론에서 간과된 관계적⋅윤리적 차원을 가시화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무예를 신체⋅정신⋅윤리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실천철학으로 재해석할 가능성을 제안하였으며, 무예를 젠더화된 실천이자 재구성 가능한 문화적 장으로 이해하는 데 이론적 의미를 갖는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reinterpret martial arts practice from a gender perspective by focusing on the female body and to critically examine the bodily norms and performative logic embedded in martial arts. Based on a qualitative and interpretive approach grounded in existing literature, this study conceptualizes martial arts as both a discursive and practical field, and analyzes how the female body is constructed and reconstructed within it. The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martial arts have historically constructed the “normative performing body” based on male-centered physical norms, placing the female body in a dual position as both a subject of practice and an object of regulation. Second, the female body is represented differently across practice settings and media discourse, producing a dual structure between performance and representation. Third, women's martial arts practices generate fractures in the dominant paradigm of strength-oriented performance by introducing flexibility, relationality, and sensory coordination. Fourth, women's embodied experiences expand martial arts practice from competition-centered frameworks toward relational, reflective, and ethical engagement. Based on these findings, this study critiques the limitations of the dichotomous understanding of martial arts as either sport or self-cultivation, and reconceptualizes martial arts as a form of practical philosophy in which body, mind, and ethics are integrated. The female body serves as a critical medium for reconstructing the bodily ontology and performative ethics of martial arts, contributing to an understanding of martial arts as a gendered and reconstructable cultural field.

Keywords:

Female Body, Martial Arts, Gender, Bodily Norms, Performative Ethics, Practical Philosophy

키워드:

여성의 몸, 무예, 젠더, 신체 규범, 수행 윤리, 실천철학

Ⅰ. 서 론

무예는 전통적으로 ‘강함’, ‘투쟁’, ‘실전’의 의미와 결합하여 발전해 왔으며, 전쟁과 생존, 자기방어의 맥락에서 힘, 공격성, 위험 감내 능력 등이 주요 수행 가치로 강조되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상적인 무예 수행 신체 역시 남성적 몸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여성의 몸은 중심적 수행 주체라기보다 보호의 대상이나 주변적 존재로 인식되었다(곽정현, 2016).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무예는 전투기술이나 스포츠를 넘어 교육⋅문화⋅여가⋅산업으로 확장되며 다양한 신체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여성은 수련자와 선수를 넘어 지도자, 심판, 시범단원 등 다양한 위치에서 무예문화를 형성하는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와 운동 역시 기존의 성별화된 신체규범을 넘어 여성의 새로운 신체 주체성을 형성하는 실천으로 이해되고 있다(허주영, 2020).

그럼에도 여성의 참여 확대가 곧 무예의 젠더 질서가 변화하였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성의 제도적 진입에도 불구하고 무예의 기술체계, 훈련방식, 지도문화와 수행평가에는 남성 중심 신체규범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과 무예의 관계는 참여 규모를 넘어, 무예가 어떠한 몸을 정상적이고 유능한 수행 주체로 인정해 왔으며 여성의 몸이 그 질서 속에서 어떻게 의미화되는가라는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젠더는 생물학적 성별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관계와 반복되는 실천을 통해 구성되는 규범적 체계로 이해된다. Butler(1990)의 젠더 수행성(gender performativity)은 젠더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행위와 규범의 반복을 통해 구성되고 재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성의 몸 역시 자연적으로 주어진 실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몸과 움직임을 경험하고 수행하면서 동시에 이를 협상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신체이다. 특히 반복되는 기술훈련, 신체 단련, 대련과 경쟁, 예절과 규율을 통해 특정한 ‘무예인다운 몸’을 형성하는 무예는 이러한 젠더 수행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신체문화라 할 수 있다.

국내 여성 신체 연구에서도 여성의 몸은 사회적 규범 속에서 구성되는 동시에 실천을 통해 재구성되는 신체로 논의되어 왔다. 이영자(2006)와 임재구, 이택상(2007)은 여성의 몸이 사회적 규율과 신체 이데올로기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으며, 유은혜, 김한범(2019)은 운동하는 여성의 몸이 미디어와 사회적 시선 속에서 구성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최훈(2024)은 여성의 몸을 사회적 규범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경험과 실천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는 주체로 해석하였으며, 김슬기, 이은혜(2025)는 여성 스포츠선수들이 외모와 평가 등에 내재된 신체규범 속에서 자신의 수행과 정체성을 협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여성 신체에 관한 논의는 스포츠에서 신체가 단순한 생물학적 몸이 아니라 종목별 수행방식과 훈련, 경쟁, 평가의 과정에서 특정한 신체능력과 움직임이 강조되고 규범화되는 몸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무예는 힘, 기술, 공격과 방어, 신체통제와 같은 수행요소를 중심으로 특정한 신체능력과 수행방식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신체규범이 보다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 신체 담론을 무예에 적용한다는 것은 여성의 일반적인 신체 특성을 무예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와 무예의 수행과정에서 어떠한 신체와 움직임이 정상적이고 유능한 것으로 인정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 기준이 젠더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선, 여인성(2018)은 태권도를 기술이나 경기만이 아닌 정신적⋅문화적 가치를 포함하는 무예로 이해하였으며, 강은석, 박선호, 이지훈(2020)은 현대 마샬아츠가 스포츠⋅상업⋅공연문화 등으로 확장되면서 의미와 실천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음을 제시하였다. 여성 무예인에 관한 연구에서는 여성 태권도지도자의 조직 및 직무 경험(이미연, 전익기, 2013), 여성 태권도사범의 삶과 정체성 형성(반은아, 2022), 생활체육 여성 태권도지도자의 역할(황재희, 진승태, 2025). 중년여성의 해동검도 수련경험(김경태, 2008), 모성으로 구축하는 여성 택견의 새로운 패러다임(김영학, 장경태, 김태일, 허채봉, 2011), 여성유도선수 학습경험(여지은, 2011), 여성 유도심판의 심판활동 경험(김성룡, 신석민, 이혁기, 2016), 여성의 무도수련에 대한 문화기술적 연구(서명일, 2008) 등이 다루어졌다. 또한 여성의 신체 이미지와 강함의 의미, 여성 태권도의 역사와 미디어 재현을 다룬 연구에서는 여성 무예인의 주체성과 젠더 인식의 변화가 제시되었다(곽정현, 2015, 곽정현, 2016; 곽정현, 이선희, 2025).

또한 국제 무예⋅격투스포츠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젠더와 체현(embodiment)의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Lindsay, R, Horne, J., Shaw, J., Kentzer, N. Bacon, W.(2023)은 여성의 무예 참여가 자기효능감과 주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남성 중심 무예문화와 협상하는 과정임을 제시하였다. Turelli, F., Kirk, D., Fernandez Vaz, A.(2024)은 여성 가라테 선수들이 기존의 수행규범 속에서 새로운 신체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보았으며, John(2025)은 혼성 MMA 수련에서 동일한 기술과 신체 접촉도 젠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여성의 몸을 기존 무예 질서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젠더규범을 경험하고 협상하며 재구성하는 신체로 이해하게 한다.

한편 무예의 신체는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수행이 이루어지는 교육⋅제도적 환경에서도 형성된다. 태권도장은 기술습득뿐 아니라 인성과 사회적 관계를 학습하는 교육적 장으로 기능하며(정현도, 2018), 인성교육과 지도자의 교육철학 등이 태권도장 교육체계의 주요 요소로 제시되고 있다(권기덕, 김하영, 2025). 경기의 판정기준과 규칙 역시 수행방식과 경기 경험을 형성하는 제도적 조건으로 작용한다(반은아, 2025). 따라서 여성의 몸 역시 훈련문화, 지도관계, 경기규칙과 미디어 재현 등 무예를 둘러싼 제도와 담론의 관계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국내외 연구는 여성의 몸이 자연적⋅중립적 신체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젠더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실천을 통해 재구성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무예 연구 역시 여성 지도자의 경험과 정체성, 신체 이미지, 역사와 미디어 재현 등으로 연구범위를 확대해 왔으나 여성의 몸 자체를 무예의 신체관과 수행규범을 다시 이해하기 위한 인식론적 출발점으로 설정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특히 여성의 신체적 실천을 통해 무예가 전제해 온 정상적 수행주체와 강함의 기준, 수행윤리를 통합적으로 재검토하려는 연구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젠더와 체현의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중심으로 무예 실천을 재해석하고 남성 중심 신체규범과 재구성 가능성을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무예의 정상적 수행 신체가 어떠한 방식으로 성별화되어 있는지를 분석하고, 도장⋅미디어⋅제도 속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위치화되고 재현되는지를 탐색하며, 궁도 실천이 기존 수행규범에 어떠한 균열을 형성하고 새로운 관계적⋅윤리적 수행 가능성을 만들어내는지를 분석하여 무예를 젠더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산⋅협상⋅재구성되는 신체문화이자 실천의 장으로 이론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

1. 연구자료 및 분석대상

본 연구는 여성의 몸을 중심으로 무예의 신체규범과 수행구조를 분석하기 위한 문헌기반 연구로 수행하였다. 분석자료는 여성의 몸과 젠더, 여성 스포츠, 여성 무예 및 태권도, 무예의 교육⋅제도⋅문화적 실천을 다룬 국내외 학술문헌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자료의 선정은 연구문제와의 관련성, 학술적 신뢰성, 여성의 신체 경험 및 젠더화된 수행구조에 대한 설명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였다.

학술자료는 KCI 등재(후보) 학술지를 중심으로 ‘여성의 몸’과 ‘신체담론’, ‘여성 스포츠’, ‘여성 무예’, ‘여성 태권도’를 키워드로 하여 무예의 교육 및 제도와 관련된 연구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 중에서 관련 연구 약 40편을 핵심 분석자료로 활용하였다. 자료 선정 과정에서는 여성의 몸과 젠더화된 신체규범, 여성 무예인의 수행 경험 및 무예의 교육⋅제도적 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연구를 포함하였으며, 연구주제와의 관련성이 낮거나 경기력 및 기술적 효과만을 중심으로 다룬 연구는 제외하였다.

미디어와 문화콘텐츠는 별도의 미디어 표본을 직접 수집하여 분석하기보다, 선행연구에서 분석된 미디어 재현 결과를 2차 자료로 활용하였다. 마찬가지로 도장교육, 경기규칙, 판정체계 등 제도적 영역 역시 개별 규정 문서를 직접 내용분석하기보다 관련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검토하였다.

이와 같은 자료선정 과정을 통해 확보된 문헌을 반복적으로 검토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표현, 수행주체로서의 위치, 젠더화된 규범과 기대, 규범에 대한 협상과 저항, 관계 및 수행윤리와 관련된 의미단위를 추출하여 분석하였다. 따라서 미디어 및 제도 관련 자료는 독립적인 분석대상이라기보다 여성의 몸을 둘러싼 사회문화적⋅제도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보조자료로 활용하였다.

이와 같은 자료선정 과정을 통해 확보된 문헌을 반복적으로 검토하고, 여성의 몸에 대한 표현, 수행주체로서의 위치, 젠더화된 규범과 기대, 규범에 대한 협상과 저항, 관계 및 수행윤리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2. 분석방법

본 연구는 내용분석과 담론분석을 병행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먼저 내용분석을 통해 수집된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요 개념과 의미를 도출하였다. 분석 과정에서는 첫째, 여성의 몸에 대한 표현 방식, 둘째, 수행 주체로서의 위치, 셋째, 규범적 기대와 역할, 넷째, 저항 및 재구성의 양상을 중심으로 코딩을 수행하였다.

다음으로 담론분석을 통해 이러한 개념들이 어떠한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해석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무예 담론이 전제하는 ‘정상적 신체’의 기준과 그 안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위치화되는지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여성의 몸이 단순히 담론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 담론을 재구성하는 실천적 주체로 기능함을 밝히고자 하였다.

3. 연구의 진실성과 윤리성

질적 연구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적용하였다.

첫째, 자료의 다각화(triangulation)를 실시하였다. 문헌자료, 미디어 자료, 제도 자료를 교차 분석함으로써 특정 자료에 편중되는 해석을 방지하였다.

둘째, 연구자 해석의 반성성(reflexivity)을 유지하였다. 연구자는 여성의 몸을 분석 대상으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입견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해석 과정에서의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셋째, 선행연구와의 비교 검토를 통해 해석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분석 결과를 기존 연구와 비교⋅대조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일관성과 설명력을 높였다.


Ⅲ. 여성의 몸으로 재구성되는 무예의 실천 구조

1. 정상성의 몸: 무예 신체 규범의 성별화

무예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신체를 ‘정상적 수행 주체’로 전제해 왔으며, 이러한 기준은 성별화된 신체규범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전통적으로 무예는 전투, 생존, 국가 보호의 맥락에서 발전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힘, 공격성, 위험 감내 능력, 신체적 우위와 같은 특정 수행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되어 왔다. 이러한 신체능력 자체가 남성적인 속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능력을 이상적이고 우월한 수행의 기준으로 선택하고 가치화하는 과정은 역사적⋅사회문화적으로 남성 중심의 신체규범과 결합되어 왔다. 그 결과 특정한 신체와 수행방식이 ‘이상적인 무예인’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 규범은 자연적이거나 보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구성된 것이다. 이영자(2006)는 여성의 몸이 사회적 규율과 권력 속에서 형성되는 ‘관리되는 몸’임을 설명하며, 신체가 자연적 실체가 아니라 권력과 규범의 작용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권욱동(2004) 역시 여가 맥락에서 여성의 몸을 분석하며, 여성의 신체 경험이 사회적 시선과 자기 인식 사이의 긴장 속에서 형성되며 이지연(2011)은 현대사회에서 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몸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미덕이며 경쟁력으로 다루어지면서 주체적 몸으로서 온전히 인식되기에는 어렵다고 보았다. 문경은(2025)은 스포츠웨어와 미디어 담론이 여성의 신체 표현과 주체성을 확대하면서도 특정한 여성 신체 이미지를 정상화하고 객체화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중적 구조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무예에서 여성의 몸이 주변화된 이유를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닌 무예가 전제해 온 성별화된 신체 규범의 문제로 이해하게 한다.

특히 여성의 신체는 오랫동안 스포츠와 무예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로 위치 지어져 왔다. 학교 체육 현장에서조차 여성은 운동장의 가장자리로 밀려나거나 제한된 종목에 참여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으며, 격렬한 신체활동은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여성의 신체를 ‘운동에 부적합한 몸’으로 내면화시키는 구조적 조건으로 작용하였다(허주영, 2020).

무예 수행에서 ‘강한 몸’은 흔히 물리적 힘, 공격성, 속도, 지구력 등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특정한 남성적 몸을 이상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스포츠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 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신체를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이강우(2001)의 연구와 미디어 속 여성 태권도인의 재현에서 대부분 화면 속 여성이 기술적 주체가 아닌 미적 상징물로 소비된다는 곽정현, 이선희(2025)의 연구결과는 무예 역시 중립적인 수행 체계가 아니라 특정한 몸을 정상적 기준으로 설정하는 문화적 장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의 몸은 무예의 주변부가 아니라, 무예가 어떤 신체를 ‘정상’으로 간주해 왔는지를 드러내는 분석적 지점으로 기능한다. 여성의 몸은 남성적 기준에 미달하는 신체가 아니라, 오히려 무예 신체 규범의 성별화된 구조를 드러내는 해석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무예에서 여성의 몸을 분석한다는 것은 여성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무예가 전제해 온 신체관과 수행 주체의 기준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2. 재현된 몸: 수행과 담론 사이의 이중 구조

여성의 몸은 무예 수행 현장과 사회적 재현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며, 이 과정에서 이중적 구조를 형성한다. 한편으로 여성 무예인은 도장, 경기장, 지도 현장에서 실제 수행 주체로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디어와 대중 담론 속에서는 특정한 이미지와 서사로 재현된다. 이처럼 여성의 몸은 수행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해석과 소비의 대상이 되는 복합적 위치에 놓여 있다.

곽정현(2015)은 액션영화 속 여성 주인공의 신체상을 분석하면서 여성의 몸이 과거의 수동적⋅보호 대상에서 능동적⋅주체적 존재로 변화하고 있음을 제시하였으며, 조성식과 이수연(2012)은 TV 코미디 프로그램 속 운동하는 여성의 몸과 다이어트 담론을 분석하면서 대중문화 속 여성의 몸이 웃음, 규율, 자기관리, 다이어트 담론과 결합되어 의미화되는 방식을 논의하였다. 또한 문경은(2025)은 여성의 신체가 주체적 표현의 수단으로 확장되면서도 특정 신체 이미지를 이상화하는 담론이 병존하고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여성 무예인을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신체활동을 수행하는 여성의 몸이 대중문화와 미디어 담론 속에서 어떠한 젠더 이미지와 사회적 기대를 통해 의미화되는지를 이해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제공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여성 무예인의 실제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여성 태권도지도자와 사범에 관한 연구에서는 전문적인 수행능력과 지도능력을 갖추었음에도 조직문화와 성역할 기대 등 젠더화된 조건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남수, 김은숙, 2017; 김서경, 2014 반은아, 2022).

한편 결혼⋅출산⋅육아와 같은 생애과정 역시 여성 태권도지도자의 경력 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반은아, 2022; 소유정, 곽정현, 2018). 또한 황재희, 진승태(2025)는 생활체육 여성 태권도 지도자의 역할을 질적으로 분석하여 여성 지도자가 태권도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지속적인 제도적⋅문화적 개선이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여성의 몸은 무예에서 ‘수행하는 몸’과 ‘해석되는 몸’이라는 두 층위에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구조는 여성의 무예 참여 자체가 증가하더라도 여성이라는 성별 표지가 수행능력에 대한 평가와 사회적 의미 부여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균열의 몸: 수행 규범의 전환과 재구성

‘유능제강(柔能制剛)’은 중국의 고전 병서인 삼략(三略) 「상략(上略)」에 제시된 “柔能制剛, 弱能制強(유능제강, 약능제강)”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어하고 약함이 강함을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강함과 부드러움을 고정된 대립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 속에서 서로 다른 수행 원리가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고전적 사유로 이해할 수 있다. 곽정현(2016)은 이러한 유능제강의 관점을 여성 무술인에 적용하여, 여성의 몸을 단순히 ‘약한 몸’으로 전제하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어할 수 있는 수행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이덕분(2008) 역시 여성의 신체활동을 단순한 운동 참여가 아니라 주체의식과 문화적 의미를 형성하는 신체문화로 설명하였다.

여성 시범단원의 활동을 연구한 김예림과 곽정현(2024), 유은혜(2026)의 연구는 여성 태권도인들이 시범단 활동을 통해 활동의 방향성과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학생⋅지도자⋅퍼포머⋅선수 등의 다양한 역할 속에서 정체성을 구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또한 서민화, 이경은, 허진무(2025)의 연구에서는 여성 노인 태권도 시범단원들이 신체적 한계와 자신감 부족, 사회적 인식이라는 장벽을 경험하였으나 반복적인 훈련과 공동체적 지지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신체조절 능력과 자신감, 자기효능감 및 자기통제를 향상시키며 ‘태권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재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구는 고령 여성의 몸이 기존의 연령 및 성별 규범에 수동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실제 수행을 통해 그 경계를 재협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중년여성의 해동검도 수련경험(김경태, 2008), 모성을 중심으로 여성 택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의한 연구(김영학, 장경태, 김태일, 허채봉, 2011), 여성 유도선수의 학습경험(여지은, 2011), 여성 유도심판의 심판활동 경험(김성룡, 신석민, 이혁기, 2016), 여성의 무도수련 경험에 관한 문화기술적 연구(서명일, 2008) 등은 다양한 무예 종목과 역할에서 여성의 수행 경험이 연구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선행연구의 결과는 여성의 다양한 무예 수행 경험이 기존에 단일하게 설정되어 온 강함과 유능한 수행의 기준을 재검토하게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여성의 수행을 특정한 신체적 특성이나 수행방식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무예에서 특정 신체능력과 수행방식이 이상적이고 우월한 수행의 기준으로 가치화되어 온 과정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성 무예인의 다양한 수행 경험은 기존 수행규범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다양한 수행방식과 수행 가치를 가시화하고, 강함과 유능한 수행의 의미를 보다 폭넓게 재검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기존 수행규범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 의미를 재구성하는 ‘균열의 몸’으로 개념화하였다. 즉, ‘균열의 몸’은 기존 무예 규범을 파괴하거나 대체하는 몸이라기보다, 특정한 신체능력과 수행방식이 이상적이고 우월한 수행의 기준으로 가치화되어 온 과정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 기준을 재검토하게 하는 분석적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성 무예인의 수행 경험은 무예가 전제해 온 단일한 신체모델과 강함⋅기술⋅수련⋅지도력의 의미를 재검토하고, 무예의 수행철학을 확장하여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4. 관계의 몸: 경쟁을 넘어서는 수행 윤리

무예는 전통적으로 생존과 실전, 제압의 구조 속에서 경쟁의 의미를 내포하면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무예 수행은 개인의 신체적 능력이나 경쟁의 결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와 수련자, 선수와 동료 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사회적 실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성 무예인의 수행 경험을 살펴보는 것은 여성이 본질적으로 관계적이거나 배려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쟁과 성취 중심 수행규범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상호작용과 관계적 차원을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동안 여성무예인과 관련된 연구는 지도자가 기술지도만이 아니라 조직관계, 소통, 정체성, 인정과 젠더 갈등을 함께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나영옥, 박현우, 2009; 오정수, 2017; 전난희, 2017; 박성언, 김우석, 2019; 반은아, 2022). 양윤경, 김동수, 진형호(2023)의 연구에서도 태권도 선수들이 지각한 지도자의 의사소통은 회복탄력성과 경기력의 관계 속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나, 태권도 수행이 개인의 기술만이 아니라 지도자와 선수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됨을 보여준다.

또한 김영식, 김우식(2025)은 여성 태권도 사범과 관장의 감성지능과 조직유효성의 상호의존성을 분석함으로써 여성 지도자의 수행이 개인적 능력뿐 아니라 조직 내 상호작용과 관계적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서민화 등(2025)의 연구에서도 공동체적 지지는 여성 노인들이 신체적⋅사회적 장벽을 극복하고 태권도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조건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관계성을 여성에게 본질적으로 귀속할 수는 없다. 본 연구에서 관계성은 ‘여성이 더 배려적이다’라는 주장이 아니라, 여성의 경험을 통해 기존의 경쟁⋅성취 중심 무예 담론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상호작용⋅책임⋅조절⋅공동체의 차원을 가시화하는 분석개념이다.

곽정현(2016)의 연구 역시 관계의 몸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유능제강은 약함이 강함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수행방식이 상황과 관계에 따라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행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여성에게 특정한 신체적 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해석하기보다, 무예 수행에서 강함과 힘의 사용방식을 재검토하는 관점으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무예 수행에서 힘을 어떻게 사용하고 조절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물리적 제압뿐 아니라 자기조절과 타자에 대한 책임의 문제를 함께 고려하게 한다.

다만 이러한 관계적⋅윤리적 요소는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특성이 아니라 무예 일반이 지니는 교육적⋅윤리적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무예 담론에서는 힘, 기술, 경쟁, 승패와 같은 수행요소가 상대적으로 강조되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수행자 간의 상호작용, 자기조절, 책임과 같은 관계적 차원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못하였다. 여성 무예인의 경험을 분석하는 것은 이러한 특성을 여성에게 귀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배적인 수행규범 속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무예 수행의 다양한 차원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여성 무예인의 수행 경험은 경쟁의 의미를 승패에서 관계 형성으로 새롭게 전환하거나 확장한다기보다, 경쟁과 수행의 과정에 이미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상호작용과 관계적⋅윤리적 차원을 가시화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상대는 단순히 이겨야 할 대상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수행을 확인하고 조절하게 하는 상호작용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상대와의 대면 과정에서는 감정과 행동의 조절, 위험의 통제, 신체적 거리의 조정, 규칙과 예의, 상대에 대한 책임 등이 함께 요구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여성에게 고유한 수행 특성이 아니라 무예 수행 전반에서 고려될 수 있는 관계적⋅윤리적 차원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관계의 몸’은 여성의 몸이 본질적으로 관계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무예인의 경험을 통해 기존의 경쟁과 성취 중심 수행담론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상호작용, 자기조절, 책임 등의 관계적⋅윤리적 차원을 살펴보기 위한 분석적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은 여성의 무예 실천이 무예의 윤리성을 새롭게 만들어낸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여성 무예인의 경험을 통해 기존 수행규범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무예의 교육적⋅윤리적 의미를 재검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5. 실천의 몸: 무예의 재정의와 실천철학

무예는 스포츠 또는 수양이라는 이분법으로 환원될 수 없는 복합적 실천이다. 스포츠는 경쟁과 성취를 강조하고, 수양은 자기통제와 인격 형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무예 수행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분리되기보다 복합적으로 작동한다(곽정현, 송남정, 2026). 이러한 관점에서 여성 무예인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은 여성에게 특정한 수행 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무예 담론에서 어떠한 신체와 수행방식이 정상적이고 유능한 것으로 인정되어 왔는지를 재검토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먼저 여성의 신체활동 참여는 신체적 주체성의 형성과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다. 이덕분(2008), 김소정(2025)의 연구에서 여성의 운동참여는 단순한 개인적 신체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몸을 경험하고 인식하며 신체적⋅정신적 주체성을 형성하는 실천으로 논의되었다. 이러한 연구는 여성의 몸이 사회적 규범의 수동적인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신체활동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몸과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여성의 신체 경험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 의미생산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강우(2001), 권욱동(2004), 이영자(2006), 이은영, 이경준(2016), 곽정현, 이선희(2025)의 연구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여성의 몸은 사회적 규범과 권력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동시에 다양한 경험과 실천 속에서 그 의미가 재해석될 수 있다. 또한 장용석(2018), 곽정현(2021), 유인애, 김나혜, 박성언(2024)의 연구는 무예가 문화콘텐츠로 재현되고 활용되는 과정에서 신체기술을 넘어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가 생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문화콘텐츠 관련 연구는 여성 무예인의 실제 수행 경험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근거라기보다, 무예와 신체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의미화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신체적 주체성과 사회문화적 의미생산에 관한 논의를 실제 여성 무예인의 수행 경험과 구분하여 살펴보면, 무예가 반복적인 신체 수행과 역할 경험을 통해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적 실천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유은혜(2026)의 연구에서는 여성 태권도 시범단원이 퍼포머, 운동선수, 학생 등의 역할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정이 나타났으며, 김예림, 곽정현(2024)의 연구에서도 성인 여성 태권도인의 여성전문시범단 활동이 활동 방향성과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여성 무예인의 경험이 단순한 기술 습득이나 수행 결과에 한정되지 않고, 반복적인 수련과 활동, 역할 경험을 통해 자신의 수행 의미와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무예는 고정된 기술체계만으로 설명되기보다 신체적 경험과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의미가 지속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볼 때 여성의 몸을 통해 무예를 분석한다는 것은 여성에게 특정한 신체적⋅관계적 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활동을 통한 주체성의 형성, 사회문화적 맥락에서의 의미생산, 실제 무예 수행과정에서의 역할과 정체성 구성을 단계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여성 무예인의 경험은 무예가 전제해 온 신체규범을 드러내고, 기존의 지배적인 수행규범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다양한 신체 경험과 수행 가치를 가시화하는 분석적 계기를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 ‘실천의 몸’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무예를 고정된 신체기술이나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신체⋅정신⋅사회문화적 의미가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실천으로 이해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실천철학’은 무예를 추상적인 가치나 관념의 체계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신체 수행과 타자와의 상호작용, 자기조절과 의미 형성을 통해 구체화되는 실천적 사유로 이해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상성의 몸’은 특정 신체와 수행방식이 정상적이고 유능한 것으로 가치화되어 온 규범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하며, ‘재현된 몸’은 실제 수행과 사회문화적 재현 속에서 여성의 몸이 어떻게 의미화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균열의 몸’은 기존 수행 규범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수행방식과 가치를 가시화하고, ‘관계의 몸’은 경쟁과 성취 중심의 수행담론에서 간과되어 온 상호작용, 자기조절, 책임 등의 관계적⋅윤리적 차원을 드러낸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무예의 실천철학은 신체규범과 수행의 의미를 고정된 것으로 보기보다 실제 수행자의 경험과 실천 속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지속적으로 재해석하는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여성의 몸으로 다시 쓰는 무예’는 여성에게 새로운 무예의 특성을 부여하거나 여성의 참여 자체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여성 무예인의 경험을 통해 기존 무예가 어떠한 신체와 수행방식을 정상적이고 유능한 것으로 가치화해 왔는지를 재검토하고,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다양한 신체 경험과 수행의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무예를 특정한 성별이나 단일한 신체모델에 기반한 수행으로 한정하기보다, 다양한 신체 경험 속에서 그 의미가 지속적으로 구성되고 재해석되는 열린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Ⅳ.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젠더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중심으로 무예 실천을 재해석하고, 무예가 전제해 온 신체 규범과 수행 논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무예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신체를 ‘정상적 수행 주체’로 전제해 왔으며, 이러한 기준은 남성 중심 신체 규범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이로 인해 여성의 몸은 수행 주체이면서도 동시에 규범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 위치에 놓여 왔다.

둘째, 여성의 몸은 무예 수행 현장과 미디어 담론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며, 수행과 재현 사이에서 이중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무예가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권력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담론적 실천임을 보여준다.

셋째, 여성의 무예 실천은 기존 수행 규범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연성, 관계성, 감각적 조율 등을 통해 새로운 수행 방식을 형성하며 기존 강성 중심 패러다임에 균열을 형성한다. 이는 ‘강함’의 개념이 단일하지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여성의 수행 경험은 경쟁 중심의 무예 구조를 관계와 성찰, 책임을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무예는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 통제와 윤리적 실천을 학습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결과는 무예를 스포츠 또는 수양이라는 이분법으로 이해하는 기존 관점의 한계를 드러낸다. 무예는 경쟁과 성취, 자기 통제와 인격 형성이 분리되지 않고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실천이며, 그 의미는 수행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무예를 신체⋅정신⋅윤리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실천철학(practical philosophy)’으로 재정의한다. 특히 여성의 몸은 무예의 주변부가 아니라, 무예의 신체관과 수행 윤리를 재구성하는 핵심적 매개로 기능한다. 이는 “여성의 몸으로 다시 쓰는 무예”라는 문제의식이 단순한 참여 확대를 넘어, 무예의 본질을 재사유하는 이론적 전환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무예 연구는 기술 분석이나 경기력 중심 연구를 넘어, 신체와 젠더, 수행 윤리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연구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의 몸을 포함한 다양한 신체 경험을 분석의 중심에 두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야 한다.

둘째, 도장과 지도 현장에서 작동하는 무의식적 젠더 규범을 점검하고, 여성 수련자와 지도자가 수행 주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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