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체육수업에 대한 체육교사의 경험 탐색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지난 1년 동안 체육수업을 운영한 중등학교 체육교사의 다양한 경험을 질적으로 탐색하는데 있다. 비확률표본추출방법의 의도적 표집방법과 눈덩이 표집방법에 의해 서울/경지 지역 중등학교 체육교사 6명이 본 연구에 참여했다. 총 2회의 면담을 통해 수집된 텍스트 자료의 분석과 해석은 Spradley(1980)의 관점을 고려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대면 수업에서 사용한 수업매체는 콘텐츠 활용 중심의 ‘EBS 온라인 클래스’와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되는 ‘ZOOM’이었다. 둘째, 비대면 수업에서 사용한 교사지식은 내용지식, 교육환경 지식 등이 활용되었다. 셋째, 연구참여자들은 비대면 수업에서 경험한 다양한 어려움을 개별적 상황에서 수용했으며, 새로운 지식 습득 방법을 통하여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체육교사와 예비체육교사는 기존의 교육 환경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을 함양해야 할 것이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attempted to qualitatively explore the experiences of secondary school physical education teachers who experienced one year of non-face-to-face physical education in the Corona 19 situation. To this end, six physical education teachers working at secondary schools in Seoul/Gyeonggi area were selected according to the deliberate sampling method of the non-probability sampling method and the snowball sampling method, which are suitable for experiencing non-face-to-face physical education. The analysis and interpretation of textual data took into account the perspective of Spradley(1980). The results of the study are as follows. First, the teaching media used in the non-face-to-face class were 'EBS Online Class', which focuses on using contents, and 'ZOOM', which is conducted interactively in real time. Second, as the teacher knowledge used in the non-face-to-face class, content knowledge and educational environment knowledge were utilized. Third, the research participants accepted various difficulties experienced in non-face-to-face classes in individual situations, and tried to overcome the difficulties through new knowledge acquisition methods. In conclusion, in the post-corona era, physical education teachers and preservice physical education teachers should not settle for the existing educational environment, but should cultivate more challenging and creative abilities.
Keywords:
Non-face-to-face Physical Education, Online Classroom, Physical Education Class, Physical Education Teacher, Experience키워드:
비대면 수업, 온라인 수업, 체육수업, 체육교사, 경험I. 서론
갑작스럽게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체육교사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경험한 2020년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유행이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과 마주서고 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상상해 봤음직한 그런 세상 속 뒤바뀐 일상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불안과 공포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사람들에게 감염되는 전염병은 항상 미래를 앞당겼던 전력이 있다(김난도 외, 2020). 교육환경 분야에서의 변화는 이미 서서히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대변혁은 교육 현장의 변화 속도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체육교육 현장에서도 가속화되는 교육 변화를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이전과 같이 새 학년을 2020년 3월 2일에 시작하지 못했다. 동시에 온라인 수업 운영 가이드라인의 발표와 함께 ‘온라인 개학’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교육부, 2020). 우리나라 교육계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경험했으며, 학부모와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 교육의 일상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하게 됐다. 교육부는 3차에 걸친 개학 연기 후, 4월 9일부터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 3과 중 3 학생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으며, 나머지 학년은 이후 온라인 개학을 순차적으로 하게 되었다.
2020년의 비대면 상황에 직면하기 이전부터 교육 현장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수업 운영 측면에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다. 첫째, 온라인 수업으로 잘 만들어진 수업 콘텐츠는 반복적이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활용성 측면(김영수, 김현진, 한승, 2007; 이상회, 정애경, 2010; 이종철, 강현구, 2007) 둘째,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편리성 측면(이은준, 2010) 셋째, 천재지변, 질병, 장애 등으로 생길 수 있는 수업 결손을 보완할 수 있는 학습권 보장 측면(손찬희, 강성국, 하성준, 2016) 등 수업 운영 측면의 장점을 부각시킨 연구들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비대면 수업의 운영은 학습자의 요구와 수준에 맞는 학습 활동을 제공하여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학습자들의 자아 개념 증진에 효과적이고(김용삼, 이경화, 2017; 류은정, 2009), 협동심, 사회적 유대감, 그리고 집단 지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김정연, 이경화, 2015). 또한, 충분한 성찰과 독특한 사고 확장에 의한 사고의 정교화로 인해 창의성 함양(구양미, 김영수, 노선숙, 조성민, 2006; 김정연, 이경화, 2015)에도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들을 부각시키는 선행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과목 특성상 체육교육 분야에서는 비대면 수업 관련 연구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교실 체육수업에서 다양한 웹 기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학습자의 흥미와 동기 유발 및 참여 촉진, 그리고 체육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나타난 연구(임영택, 이만희, 진성원, 황성우, 2010), 면대면 체육수업에 e-러닝과 심상훈련을 병행한 결과, 면대면 수업방식으로 핸드볼 수업을 한 통제집단보다 수업에 대한 태도에 긍정적 변화, 운동기능과 수업만족도 향상에 영향을 미친 연구(이기은, 양해술, 2007), 그리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블로그,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활용한 웹기반 블랜디드 러닝을 통해 수업 태도 변화와 흥미 유발, 운동 기능과 수업 만족도 등이 향상되었다는 연구(이종화, 남석희, 박대권, 2014; 최인규, 이안수, 2008; 2010) 그리고 ICT를 활용한 체육수업(김보경, 임수원, 2004; 박세원, 김상목, 김영식, 2018; 이재무, 김종희, 2013)과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체육수업의 가능성과 적용에 관한 연구(유정애, 손환, 진연경, 2019; 주형철, 김상범, 2018) 등이 이루어졌으며, 이와 같은 선행연구들에서는 대면 상황에서 체육 수업을 운영할 때 부분적으로 매체 활용을 적용했을 때의 변화, 효과 그리고 가능성을 탐색했을 뿐, 전면적으로 비대면 수업에 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교육 환경 변화에 따라 체육교육 분야에서도 비대면으로 실시한 체육수업의 실천에 관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비대면 체육수업의 실태를 파악한 연구(김세기, 2020; 김현우, 최민수, 2020; 정현철, 윤현수, 2020), 비대면 체육수업의 과정을 심층적으로 파악한 연구(양동석, 조건상, 유은혜, 2020; 이의재, 제성준, 윤현수, 2020) 등에 한정되었을 뿐,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주체자인 교사의 경험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는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년 한 해 동안 교육 현장에서는 변화가 아니라 혁명이 이루어졌다. 즉, 지난 1년 동안 현장 체육교사들은 수업을 운영하는 방법론적 측면과 내용을 구성하는 측면 등 모든 면에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경험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지난 1년을 회상하며 현장 체육교사가 비대면 체육수업에서 활용한 수업 매체는 무엇이며, 변화된 환경에서 체육교사에게 필요한 수업 지식 그리고 지난 1년의 체육 수업 과정에서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체육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때 체육교사들은 수업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들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이 지식들은 매 수업마다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게 된다(유정애, 2017). 따라서 기존의 면대면 수업과 다른 비대면 체육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때 교사들은 어떤 교사지식을 활용하는가에 대한 파악은 변화하는 환경을 대비하는 체육교사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즉, 체육교사가 비대면 체육수업 상황에서 어떤 교사지식을 주로 활용했으며 혹은 어떤 지식이 미흡한지,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지식이 필요한가를 파악할 수 있는 준거로 슐만(shulman)의 7가지 교사지식(Shulman, 1987)을 활용하였다. 교사지식의 틀은 1990년대 초반부터 체육교육학 분야에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대학 교육과정에서 배운 지식이나 경험을 통해 교사지식은 습득될 수 있다(강신복, 1995). 슐만(shulman)의 7가지 교사지식은 내용 지식, 지도 방법 지식, 내용 교수법(수업 방법) 지식, 교육과정 지식, 교육환경 지식, 학습자와 학습자 특성 지식, 그리고 교육 목적 지식으로 구분되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슐만(shulman)의 7가지 교사지식 외에 평가 지식을 포함시켜 비대면 수업을 계획하는데 있어 체육교사가 주로 활용한 교사지식을 살펴보았으며, 이를 통해 얻어진 결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현장 체육교사의 교육 연수 뿐만 아니라 예비교사 양성과정에서 교사지식 함양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체육 교육 현장을 어떻게 바꿀까? 현재 시점에도 코로나 사태는 그 양상이 다채롭게 바뀌는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학교체육 현장 교사들의 경험에 귀기울여 보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중등학교 체육교사 6명이 참여했다. 연구참여자 선정에는 비확률표본추출방법의 의도적 표집방법과 눈덩이 표집방식(Snowball Sampling)을 이용하였다. 이러한 표집 방법은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특정 상황에 대한 선험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사용되는 표집방법으로 유용하다(나장함, 2012; Allen & Earl, 2010).
우선적으로, 서울지역 초임 교사인 A와 코로나19에 따른 환경 변화와 체육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대면 체육수업에서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논의하게 되었다. A교사를 시작으로 비대면 체육수업에 관한 경험을 나누면서 미래지향적 체육수업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새로운 교수법 적용이나 매체 활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주변의 동료 체육교사를 눈덩이 표집방식에 따라 추천받았다. 이 과정에서 모든 연구참여자에게 1차 면담에 앞서 본 연구의 목적을 설명했으며 사전 동의를 서면으로 구한 후 본격적으로 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 6명은 공통적으로 매체를 활용한 수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웹기반 수업이나 ICT활용 관련 연수 및 워크샵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에 일반적인 특성은 <표 1>과 같다.
2. 자료 수집 및 분석
본 연구의 자료 수집 과정은 다음과 같다. 비대면 수업과 관련된 선행 연구의 다각적인 분석과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토대로 개방형 질문과 반구조화된 질문을 구성하여 1차 면담을 대면으로 실시하였다. 2차 면담은 연구참여자 6인에게 순차적으로 1차 면담을 실시한 후, 비대면으로 개별 심층 면담을 진행하였다. 개방형 질문과 함께 진행된 반구조화된 1차 면담은 가벼운 식사와 함께 평균 1시간 전후 소요되었으며, 면담 장소는 연구참여자의 선호와 편의에 따라 근무지 혹은 집 주변에서 진행되었다. 모든 대면 면담에서 연구자와 연구참여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였고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였다. 2차 심층 면담은 이메일을 이용한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메일로 전달된 면담 자료의 수집과 분류과정에서 텍스트의 맥락 파악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화 인터뷰를 추가적으로 실시하였다.
질적 연구는 특정 코딩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비구조화된 면담에서 구조화된 면담 그리고 심층면담으로 연계된 맥락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였다. 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료들을 전사한 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비대면 체육수업을 경험에 대한 영역 분석, 영역별로 나타나는 주제 분류, 그와 관련된 내용에 대한 성분분석을 거쳐 드러난 비대면 체육수업 경험의 범주 결과를 제시하였다(Spradley, 1980). 따라서, 본 연구참여자들을 통해 수집된 자료의 범주 결과는 수업 매체, 교사지식, 그리고 경험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체육수업 경험에 관한 체육교사 심층면담의 범주화는 <표 2>과 같다.
3. 연구의 진실성 및 윤리성
본 연구에서는 3단계 절차에 따라 연구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1단계에서 수집된 자료는 검토 과정에서 연구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본 연구자 외에 체육학 박사 1인과 현장 체육교사 2인으로 구성된 3명의 동료 연구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신뢰성있는 연구가 되도록 확인 과정을 진행했다. 2단계에서는 비대면 체육수업 상황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검토를 통해 전이 가능성을 확보했다. 3단계에서는 수집된 자료와 분석한 내용의 일관성이 있는지 다각도 분석을 통해 연구 결과의 진실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였다.
연구의 윤리성 확보를 위하여 연구참여자 6명에게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등을 연구 참여 전에 밝혔으며, 수집된 자료와 개인 정보에 대한 비밀을 보장하였다. 또한 연구 진행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의 의사에 따라 연구를 수정 혹은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리고 본 연구 참여 동의를 구하였다.
Ⅲ. 결과 및 논의
1. 비대면 수업에서 사용한 수업 매체
비대면 수업 이전 체육교사들은 체육수업의 도구로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하고 있었다. 다양한 매체를 직접 활용하기도 했고 교사 스스로 편집을 해서 수업 보조 자료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코로나19 이전 대면수업에서도 매체를 활용하긴 했어요. 예를 들면,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려고 스포츠관련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단원을 소개하거나 운동 규칙이나 방법 등을 설명할 때 이미지 파일을 첨부해서 만든 ‘PPT’를 이용했어요(B교사).
이전에도 ‘구글 클래스룸’를 시험적으로 이용했어요...(중략)...피드백을 주면서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했어요(D교사).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지만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부득이한 경우, ‘유튜브’에서 링크한 동영상 혹은 영상 파일을 이용해서 수업을 대체한 적은 있습니다(E교사).
비대면 수업 이전 체육수업에서 수업 매체의 활용은 선택 사항이었다. 반면에 비대면 수업이 시행된 2020년 체육교사에게 매체 활용은 필수사항이었으며, 타교과에 비해 매우 다양한 매체가 활용되었다.
학교별 상황과 교사 개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비대면 수업 매체들이 이용되었다. 선택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다양한 수업 매체의 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교사의 업무 부담 가중으로 인하여 수업의 질 담보에는 한계가 나타났다.
대면보다는 지루할 수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매체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어요. 비대면 수업 이전에 만들었던 ‘PPT’도 있었지만, 이번에 직접 수업 자료를 제작했어요. ‘유튜브’나 ‘EBS 온라인 클래스’의 영상들을 편집해서 수업 자료를 만들어서 ‘클래스팅’이나 ‘네이버 블로그’에 업로드 했어요...(중략)...실시간으로 해야 하는 경우에는 카카오톡으로 수업을 하기도 했구요(B교사).
매체를 활용한 수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학교에서 비대면수업 방법으로 권장한 ‘구글 미트’와 ‘유튜브’를 사용했습니다(E교사).
교사가 사용하기 편리하고 학생들도 사용하는 매체라서 ‘EBS 온라인 클래스’와 ‘ZOOM’을 사용했고,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정보로 학습 보완을 위해 ‘유튜브’와 ‘PPT’를 이용했어요. 아무래도 중학교는 매체 활용을 할 때, 교사에게 자율권이 많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하고 응용할 수도 있었지만...(중략)...큰 틀은 학교의 지침을 따라야 해서...(F교사).
매체 활용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교사들의 경우, 학교에서 권장하는 수업 매체만 활용하였다. 반면에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과의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하여 수업 자료의 개별 제작과 함께 개인적인 매체 활용에도 적극적이었다.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학교 현장에서 임시방편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를 우선적으로 활용하여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그 이유는 가장 안정성있게 자리 잡은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 수업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EBS 온라인 클래스’와 함께 ‘구글 클래스룸’, ‘ZOOM’, ‘유튜브’ 등이 비대면 체육수업에서도 많이 이용되어졌다. 이와 같은 도구들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의 경우 교사 학습공동체를 통해 도구 이용관련 정보를 쉽게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인간을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한다. 즉,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은 생활의 편리를 위하여 도구를 활용했다. 석기시대, 철기 시대를 거쳐 정착 생활을 하면서 인간은 보다 발전적인 도구를 만들었으며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까지 도래하게 되었다. 수업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 중 하나인 수업 매체는 4차 산업 혁명 이전부터 일부 교육학 연구자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연구 혹은 활용되어져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체육교사에게도 수업 매체의 활용은 더 이상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였다.
‘EBS 온라인 클래스’ 활용 능력은 상이지만 ‘구글 클래스룸’은 중간 정도로 다룰 수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은 뭐든 잘 다루고 쉽게 적응하더라구요...(중략)...다른 교사들과 영상을 찍어봤는데, 수업으로 하는 것과는 차이가 느껴졌어요...(중략)...영상 자료를 이용해서 수행평가를 했었는데, 애들은 영상 편집도 잘해요. 물론 일부 학생이지만 도구 활용 능력은 나보다 위예요(A교사).
‘ZOOM’, ‘구글 클래스룸’, ‘EBS 온라인 클래스’에 대한 숙련도는 중간이요. 우리 학생들도 중간...(중략)...잘 따라하기는 하는데, 교육의 질은 많이 떨어지죠(D교사).
‘구글 미트’와 ‘유튜브’는 어느 정도 다룹니다...(중략)... ‘구글 미트’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했습니다(E교사).
지난 2020년의 상황을 예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또 한 학기가 되고 1년을 보내면서 현장 체육교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대면 교육 상황에도 그리고 각자의 상황에도 적응을 해가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도구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하기에는 부족함을 느꼈다고 한다. 체육교사들은 비대면 수업에 학생들이 잘 따라올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오히려 교사의 걱정은 기우였다고 한다. 태어나면서 이미 인터넷 환경에 노출된 요즘 학생들은 쉽게 적응한 반면 대부분의 현장 체육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인터넷 환경에 덜 익숙한 편이기 때문이다.
사회 계층이나 지역 등과 같은 사회구조적 요인이 교육의 여건이나 과정 뿐만 아니라 교육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이두휴, 2011). 따라서 수업 매체의 활용 능력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국한시킬 수 없으므로, 관련 연수 및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측면으로 사회적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겠다.
2. 교사지식의 활용
체육교사가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때 사용한 지식들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이론적 틀로 슐만(shulman)의 교사지식을 활용하였다. 체육 수업을 위해 필요한 교사지식에는 내용 지식, 지도 방법 지식, 내용 교수법 지식, 교육과정 지식, 교육환경 지식, 학습자와 학습자 특성 지식, 그리고 교육 목적 지식이 있다(Shulman, 1987). 이러한 7가지 교사지식은 대학의 직전교사 교육과정에서 배운 지식이나 경험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강신복, 1995), 체육교사가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 어떤 교사지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으며 혹은 어떤 교사지식이 미흡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파악은 수업 성찰의 준거가 될 수 있으며, 수업 개선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체육교과 특성상 실제 대면 수업을 하게 되면 이론보다는 실기에 비중이 더 크게 작용하지만 비대면으로 하면서 내용지식을 강조했어요...(중략)...각 종목을 알아가고 지식을 채우며 다양한 기술 및 전술, 규칙 등 이론적인 부분들을 알아가고 대면 수업에서는 이를 실제 적용해보는 수업위주로 진행했구요(B교사).
학생들을 직접 보면서 실시했던 체육 수업과는 달리 이론 중심으로 진행되는 체육 수업이었기에 지도방법 또한 학생들과 함께 뛰면서 몸으로 직접 익히게 했던 방법 대신 지식전달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어요(F교사).
슐만(shulman)의 7가지 교사지식 지식 중에서 내용지식의 활용이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대면 수업 상황에서는 실기에 비중을 높게 두었던 반면에 비대면 상황에서는 스포츠 종목에 대하여 보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해당 스포츠를 이해할 수 있도록 즉 스포츠를 내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체육 수업은 직접 신체를 움직여 그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죠...(중략)...체육수업의 경우 약 80% 정도는 수행평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잖아요...(중략)...비대면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습니다(E교사).
교육환경 지식에 대한 교사지식은 대면 수업과 비교해 봤을 때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요구되는 교사지식이었다. 대면 상황에서 모든 학습자는 학교라는 환경적 상황에 함께 있으므로 공간과 교구가 공통 분모였다면, 비대면 상황에서는 학생들마다 공간 여건이나 도구 유무에 따라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면서 E교사는 좁은 공간에서 가능한 그리고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하는 수업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수업 운영 유연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의도와 다르게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각자 집에서 수업에 참여하다보니 연습을 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는 학생들도 있고, 기본적인 도구라고 생각해도 집에 없는 경우가 속출했습니다...(중략)...비대면 수업이 익숙해지면서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생각해보고 적용하도록 했죠. 이러다 발명가가 될 것 같습니다(E교사).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다양한 학습자의 특성을 반영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실천해야 한다. 대면 수업에서도 개별 학생들의 특성은 학급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비대면 상황에서는 학습자의 상황적 특성을 고려해야 했으며 따라서 내용 교수법을 부분적으로 상이하게 적용해야 했다. 체육 교사에게 지난 1년은 벅찬 한 해였지만, 학습자에게는 체육교과의 새로운 단면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 이전, 교육 분야의 전반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함에 따른 ICT 및 테크놀로지 활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져 왔다(손환, 최윤소,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체육교사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비대면 상황에서 체육 수업을 운영했던 현장 교사들은 기존의 교사지식에 안주하지 않고 매체활용 즉, 도구활용 지식에 대한 필요성을 대부분 강조했다. 더불어, 교육과정에서 제시되어 있는 기존의 종목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종목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기도 했다.
이번에 제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예요. 사전 경험이 아무래도 적다보니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즉, 동영상 제작 및 온라인 학습 자료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매체활용 능력이죠(C교사).
아무래도 비대면이다보니 좀 색다른게 필요하겠더라구요. 모니터 앞에 앉아서 흥미를 계속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창의적인 종목을 개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의적인 종목을 개발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할까요?(A교사).
교육현장에서 온라인 수업 설계에 대한 관심은 최근 매우 높아졌다(도재우, 2020). 온라인 수업은 학습자의 시간적, 물리적 제약을 줄이며 학습자들이 보다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멀티미디어의 사용과 정보 탐색 등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권성호, 이준, 한승연, 방선희, 2012). 그러나 온라인 수업에 대해 대비하지 못했던 교육현장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와 수업 질 저하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3. 비대면 체육수업에 대한 경험
현장 체육교사들은 지난 1년 동안 비대면 체육수업을 계획, 운영하면서 다양한 내·외적 경험을 했으며, 그 경험은 본 연구에 참여가 교사들마다 처한 사회환경적 여건에 따라 경험의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사회환경적 상황에 적응하고 미래 체육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1) 어려움과 마주서기
체육교과는 신체활동 지식을 다루므로 일반 교과목과 달리 직접 체험을 해야 신체활동 지식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체육교사들은 비대면 수업을 전면 시행하면서 신체활동 지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움과 마주서기 시작했다.
체육수업을 온라인으로 한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20여년 동안 체육 수업을 해왔지만 비대면으로 체육수업을 하라고?...(중략)...온라인으로 체육수업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막막했고, 일단 수업 시작일에 가까워져 오니...(중략)...방향을 못잡는 배의 키처럼 정말 막연했어요(D교사).
그야말로 다이나믹했어요. 아니 멘붕이라는 것이 맞아요. 선생님이기 전에 나도 인간이고 대한민국 국민이잖아요. 나도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몸도 마음도 혼란스러웠는데 내 몸과 마음도 추스릴 여유없이 온라인 개학을 했어요. 수업 준비요? 터무니 없었죠.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저는 2학년을 담당해서 우선 3학년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을 지켜볼 수도 있었고, 또 도와드리면서 개학을 하고 비대면 수업을 하고 정말 정신없었어요. 영혼이 가출했었어요(C교사).
보도 자료를 통해 온라인 개학이라는 것을 접하고 그야말로 막막했죠. 온라인 수업이라는 개념도 명확하지 않고 일단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부분이 낯설잖아요. 내가 대학에서 배웠던 것도 아니고 학교 다닐 때 온라인으로 체육을 배운 것도 아닌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웠어요(A교사).
학교 교육의 근간이기도 한 출결 사항이 비대면 수업에서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장 체육교사는 평균적으로 200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관리한다. 타 교과목과 달리 체육수업은 다양한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체육교사들은 출결 사항에 대한 각자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수업이라는 또 다른 환경에서 출결 사항을 관리하는 어려움에 마주서게 되었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수강 내역으로 출석을 확인해야 하는데 가끔씩 오류가 나고, 느리게 반응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당혹스럽죠. 반면에 ‘구글 클래스룸’은 과제 제출방식에서 다양한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어서 수업 운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강 확인이 안 되어서 불편했어요(A교사).
학기 초 비대면 수업을 위한 가이드 라인은 제공됐지만, 현장 교사들이 필요로했던 비대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없이 비대면 수업에 직면하게 되었다(이의재 외, 2020). 비대면 체육 수업을 유연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수업 매체가 아닌 여러 매체를 혼용해서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현장 체육교사에게 비대면 상황은 불편함을 넘어서 매 순간 어려움에 직면했다.
(2) 어려움과 함께 가기
비록 비대면 상황으로 진행되는 체육수업일지라도 대면 수업과 유사하게 체육수업을 진행하고자 했다. 비대면 수업이라도 학생들이 이론적으로 체육을 접하기보다 실제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 준비에 대한 시간적, 물리적 한계로 인하여 수업 자료 준비 및 과제를 개발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집에서도 흥미를 가지고 체육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수업자료를 만드는 것이겠죠. 체육수업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많아요. 하지만 직접 몸으로 하기를 원해요...(중략)...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활동이 제한되다보니 아이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흥미로우면서 실제 집에서도 영상을 보고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고 또 활동할 수 있는 실제적인 과제를 내고 싶었어요(B교사).
온라인 체육수업 초기에는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는 영상 자료나 다른 선생님들의 영상을 이용했어요.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게 서툴다보니 ...(중략)...다른 영상들을 보면서 학교든 집이든 일단 흉내내기를 해보고, 핸드폰으로 촬영도 해보고...(중략)...촬영된 영상을 동료교사에게 보여주는 것도 처음에는 챙피하기도 했고, 영상으로 보면 실수하는 것이 더 잘 보이잖아요. 1차시 수업에 필요한 영상을 촬영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중략)...만족스러운 결과물이 한번에 나오지 않으니, 더 힘들었어요. 일단 자체 영상물 제작은 힘들어요. 지금도 1학기 때 수업자료를 보면 얼굴이 달아올라요(D교사).
촬영을 혼자 할 수도 없고 마땅한 도구도 없었어요...(중략)...어렵게 구한 촬영관련 도구들을 가지고 촬영해도 화질이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정확하게 화면에 담겨지지 않더라구요. 운동을 가르치는 것과 그것을 화면에 담아내는 것은 정말 다른 영역입니다(E교사).
E교사는 비대면 수업 초기에는 적극적이거나 열정적으로 수업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차츰 변화된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수업 준비를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SNS에 연결되어 있는 다른 학교 교사들에게 영상 촬영 관련 방법을 배우고 또 장비를 대여하기도 하고 같은 학교에 있는 동료 교사와 협동하면서 서로 촬영하고 편집하느라 주말 반납도 서슴치 않았다. 초임 교사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했다.
수업 시간 1시간을 하기 위해서 교사는 3배 이상의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면서 현장 체육교사들은 3배 이상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의 결과는 매번 만족스럽지 못했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다양한 강의를 활용할 수 있고, 온라인 수강 확인이 가능해서 좋았어요. 하지만 과제 퀴즈 제출 시 답변을 확인할 수 없어서 불편했고, 수강내역으로 출석을 확인해야 할 때 오류가 나거나 느리게 반응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당혹스럽기도 했어요. 반면에 ‘구글 클래스룸’은 과제 제출방식에서 다양한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어서 수업 운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강 확인이 안 되어서 불편했어요(A교사).
비대면 수업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공통적으로 어렵다고 느낀 부분은 상호소통에 관한 것이다. 대면 수업과 달리 비대면 수업에서는 상대방의 표정을 볼 수 없고,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눈빛을 통한 실시간 이해의 확인, 상황적인 맥락 등도 어렵다. 전주성과 최은혜(2010)는 비대면 수업의 문제점으로 상호작용과 피드백의 부재로 인한 두려움과 고립감 같은 부정 정서의 유발을 언급하였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영상이나 파일 등을 업로드하기에 편리했지만,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수업 자료를 올려놓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이해 수준을 파악하기에는 제한이 있더군요(C교사).
‘EBS 온라인 클래스’는 검증받은 수업이 올라와있어서 따로 수업을 제작하지 않아도 되어 저는 좋았는데, 학생들은 지겨워 해요. 한마디로 재미없죠. 요즘 트랜드에 맞는 수업이라기 보다 옛날 방식의 수업이니까요(F교사).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점에서 파악하여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했다. 즉 인간은 유형, 무형의 도구를 만드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만든다고 했다. 대다수의 현장 체육교사들은 비대면 체육수업에 초보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 노력 그리고 좌절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한편, 학교에서 권장하는 도구 뿐만 아니라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비대면 체육수업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체육방을 개설해서 나만의 자료방을 만들고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만 공유해서 보충적인 수업 정보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카카오톡’은 모든 학생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구차적인 설명 절차 없이도 아이들과 함께 활용할 수 있어서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가장 많이 활용했었던 것 같아요(B교사).
학교에서 비대면수업 시 구글 미트 사용을 권장해서 이용했는데, 수업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었으며 출석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도 있었고 직관성이 뛰어나서 조작이 쉬웠으며, 구글에 있는 다른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사용할 수 있어서 수업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E교사).
교사E는 비대면 이전 상황에서 다른 교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매체 활용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비대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도구를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드러났다. 비대면 수업에 활용되는 다양한 매체들은 각각의 장점들이 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시 체육교사들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행평가 이해도가 떨어지고 과제에 대한 완성도가 체육교사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움 등도 있었다.
지난 2020년의 상황을 예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또 한 학기가 되고 1년을 보내면서 현장 체육교사들은 지난 1년의 비대면 상황에 대해 적응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20학년도에 이용했던 ‘EBS 온라인 클래스’를 2021학년에도 사용할 예정이예요. 가장 안정성 있게 자리 잡은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 수업 플랫폼이잖아요...(중략)...일부 부족한 부분은 ‘구글 클래스’를 이용하려고 해요. 그리고 기존에 사용했던 플랫폼들도 추가되거나 달라지는 기능들이 있어서 그것도 배우려고 해요. 배우는 것으로는 수업을 할 수 없잖아요.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인데!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끔 연습하려고 해요(A교사).
지난 해는 대부분에 교사들이 비대면 수업에 끌려 갔다면, 이제는 비대면 상황이라도 체육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만들어 가는 방법을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예를 들면 손수건을 이용한 저글링, 줄넘기를 이용한 다양한 줄넘기 방법, 그리고 스트레칭 방법도 여러 각도로 촬영도 하고 애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죠(D교사).
새로운 기술은 인류가 극복할 장애물이 아니다. 인간은 행동적으로, 물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진화한다. 지난 수천년간 인간은 지구 위 여러 곳을 이동하며 새로운 지역의 기후와 맹수, 음식, 병원균, 경쟁이 되는 종족 같은 셀 수 없이 많은 장애물을 이겨내며 기회에 적응해왔다. 즉 인간은 적응하는 존재인 것이다.
본 연구참여자들은 코로나19의 종식이나 비대면 수업의 유무와 상관없이 수업방법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는 비대면 상황이 기존의 수업방법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긍정적인 태도의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Ⅳ.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비대면 체육수업을 지난 1년 동안 실시한 체육교사의 경험을 질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첫째, 비대면 수업에서 사용한 수업 매체는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었다. 초·중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은 ‘EBS 온라인 클래스’이며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는 ‘ZOOM’을 이용하였다. 인터넷 강의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는 연기는 나탈리 포트만, 영화 연출은 마틴 스코세이지, 농구는 스티븐 커리가 가르치는 식의 프리미엄 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한국의 한 사립대 영화학과 교수는 “마틴 스코세이지와 박찬욱 감독에게 영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대에, 나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고 고백하고 있다(조선일보, 2020a). 이제 우리는 안다. 온라인 상에 너무 방대한 교육 정보들이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왜? 학교에 가서 체육수업을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현장 체육교사가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비대면수업에서 활용되는 교사지식은 매우 다양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체육교사들은 특히 내용지식과 교육환경 지식을 활용했다.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체육수업에서는 지도방법지식, 내용교수법(수업 방법) 지식 등등 뿐만 아니라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도구 관련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체육 현장에서는 대면 체육수업도 비대면 체육수업도 아닌 대면·비대면·혼합 체육수업의 황금 비율이 필요하겠다. 이미 교육계에서는 블렌디드러닝 혹은 플립러닝의 도입과 적용이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만큼 그 역량이 부각된 적은 없었으므로 이젠 구차하게 중요하다는 언급이 필요하지 않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교육계는 빠른 속도로 원상 복귀될 것이다. 하지만 '학습 방법'까지 완전히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2020년 7월 전국 초·중·고 교사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 후의 교육계의 변화로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이 적절하게 보완되는 블렌디드 러닝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응답한 교사가 56.9%로 가장 많았다(한우리경제, 2020). 즉, 대면 수업을 위주로 하되 온라인 수업이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블렌디드 러닝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서울대, 고려대, KAIST 등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미 플립러닝 즉, 역진행 수업 방식이 활용되었다. 즉 비대면 수업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익숙한 경험으로 자리 잡은 지금부터는 더욱 자유롭게 대면수업·비대면 수업·블렌디드 혹은 플립 러닝 등을 혼합했을 때 교육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비대면 체육수업에 대한 경험으로 비대면 체육수업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의 과정을 어려움과 마주서기 그리고 어려움과 함께 가기를 통하여 다양한 경험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미래 체육수업을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보고에 따르면 교사의 79%는 '비대면 수업 이후 학생 간의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한다(조선일보, 2020b). 또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인간적인 접촉의 상실, 나홀로 학습에 대한 두려움, 이로 인한 동기 유발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현장 체육교사들의 노력이 담겨져야 겠다.
대한민국 교육계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경험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 교육의 일상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진입했다. 인간은 변화가 감지되면 새로운 적응을 시작하는 존재다. 다시 말해 큰 변화의 타격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미래를 위한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김난도 외, 2020). 앞으로 체육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하는 일선 체육교사들은 체육교과가 교과목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체육교과의 가치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수업방법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나누어야 겠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0학년도 제주대학교 교원성과지원사업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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