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어머니’ 넘어서기: 한국 여성운동문화의 모성담론과 구술분석
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어머니’로 호명되는 여성들의 모성적 삶 안에서 운동의 의미들을 살펴보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여성운동문화의 전개와 모성 담론을 살펴보고, 여덟 명의 여성들과의 구술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하여 나타난 ‘건강한 어머니 되기’와 ‘건강한 어머니 넘어서기’의 운동의 의미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건강한 어머니’ 되기는 몇 가지 다층적인 의미들이 있다. 첫째, 생존 체력을 위한 ‘버티는 몸만들기’는 가사노동, 육아, 가족을 챙기기 위하여 의무화된 모성 역할을 포함하고 있었다. 둘째, 건강한 여성미를 위한 ‘가치 있는 몸만들기’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여성미에 관한 요소이다. 셋째, 자기 관리를 위한 ‘민폐되지 않는 몸만들기’는 평생 가족을 위한 봉사와 희생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자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한 준비로서 운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운동 이야기는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즉, ‘건강한 어머니 넘어서기’는 모성 역할에 대한 자기반성과 기본욕구 ‘음식 즐기기’를 포함한 심신 균형을 위한 ‘안전한 몸만들기’와 관련이 있다. ‘건강한 어머니 되기’의 다층적인 의미들은 무엇보다도 여성 자신의 자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건강한 삶’을 전제로 해야만 한다. 또한 운동을 하는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여성의 운동 실천은 모성 역할을 강화하는 수단을 넘어서 가족과 이웃과 동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을 완성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여성의 기본권리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여성의 ‘건강한 삶’은 ‘건강한 어머니 되기’보다 더 높은 의무이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meaning of exercise and sports in the motherhood life of women who are called “eo-meo-ni(mother)”. It shows the development of the women's exercise and sports culture and motherhood discourse when we summarize the meaning of ‘becoming a healthy mother’ and ‘beyond a healthy mother’ that appears after oral interviews with eight women. The multi-layered meanings of ‘becoming a healthy mother' can be seen as encompassing the meanings as follows. First, ‘making a bearing body’ for the vitality of life included elements that were obligated to take care of housework, child-rearing, and family. Second in ‘making a valuable body’ for a healthy feminine beauty, it is an element about femine beauty that wants to be recognized based on the gaze of others. Third, the fact that ‘making a non-disruptive body’ for self-management is the fact that despite the service and sacrifice and for the family throughout life, oneself works out as a preparation so as not to be a nuisance to the children. ‘Beyond a healthy mother’ has to do with self-reflection about motherhood role and ‘making a safe body’ for balance of mind and body including enjoying foods as a basic need for healthy life. The multi-layered meanings of ‘becoming a healthy mother’ must presuppose ‘healthy life’ above all else, and start from the perspective of objectively looking at the inner self of mother’s exercise and sports. Women’s exercise and sports shouled flow into the human rights, not obligations. A woman’s ‘healthy life’ is a higher duty than ‘becoming a healthy mother’.
Keywords:
Women’s Exercise and Sport, Motherhood Discourse, Oral Interview, Becoming a Healthy mother, Healthy Life키워드:
여성운동문화, 모성담론, 구술인터뷰, 건강한 어머니 되기, 건강한 삶I. 서론
그동안 전통적 관습으로 인해 여성은 여성다운 모습을 그리고 남성은 남성다운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양상이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지속되어왔다(최윤소·이예슬, 2020).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적 축소판으로 언급되고 있는 운동 및 스포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몸은 출산과 양육을 준비하는 기대된 모성의 역할을 넘지 못하고, 가정의 덕목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실용적인 목적을 추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성운동 참여율의 꾸준한 증가가 의미하는 것은 여권의 주체적인 자아의 실천이라는 측면과 기존의 질서와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측면으로 상반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한국 가족이 직면해 온 상황을 보면 외형적으로는 크게 달라졌지만, 실질적으로 양성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가부장적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즉,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일정한 의사 결정권을 지닌 주부집단이 형성되었지만 ‘남성 생계부양자-여성 가사노동자’의 성별 분업체계를 지닌 핵가족은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권력관계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조 형, 1997). 또한 여성의 결혼과 출산은 취업경력 단절을 가져오며, 자녀들이 어느 정도 크게 되면서 집안의 여성들은 다시 가계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하여 일자리를 구하려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생애적인 흐름 안에 있다. 급속한 경제개발과 변화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여성의 역할은 일정한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조옥라·신경아, 2000).
1990년대 이후, 각종 조사보고서와 신문자료 등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의식이나 사회참여 욕구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기숙, 2015). 또한 이미 연구대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여성운동에 대한 연구주제들을 중심으로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는 2,000건이 넘는 선행연구들이 검색되고 있다. 이것은 여성의 일상생활에서 운동 및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 주제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편 운동을 통하여 여성의 생활 만족도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제 효과를 검증함으로써 여성운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있다(김운미·박숙자, 2007;이광욱·김준희, 2008; 이제홍·최원홍·이혁, 2008).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운동이 여성들에게 건강, 스트레스 해소, 체중조절, 친목 등의 유익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운동몰입이 높게 나타나는 주부들의 운동은 일상생활에 대한 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정유석·윤현수, 2020)와 중년여성들이 특히 건강증진행위로 자기 관리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는 연구도 있다(박형숙·성미혜·이윤미, 2003;박보윤, 2008). 그러나 이러한 연구의 관심은 여성운동문화의 운동 참여가 여성의 삶의 내용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에 있기보다는 인식의 개선과 운동의 효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운동의 실천자인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삶과 관련된 해석은 문화기술적 접근이나 생애사 연구를 통하여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사회의 여성체육 실천에 관한 선행연구는 김미정(2003)의 ‘엘리트 선수 출신 여성의 삶에 대한 문화기술학적 연구로부터 시작하여, 전민주(2004)의 ’씨름선수의 정체성 형성에 관한 생애사적 연구, 김동기와 조남홍(2005) 세미프로골프지도자의 생애사에 관한 정체성 분석, 전민정(2008)의 ‘여성 육상 지도자 생애사의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공통으로 ‘전문체육’의 영역에서 선수 활동이나 생활체육지도자 활동을 하는 부분에 국한되어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일반적인 여성의 삶과 운동 실천 사이의 경합을 살펴보는 연구들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활체육의 주체가 되는 일반 여성들의 삶과 운동 실천에 관한 접근으로는 강선영(2010)의 ‘중년여성의 삶과 신체형 여가활동 의미탐색’과 김영선(2015)의 ‘한국 베이비붐세대 여성의 운동문화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들은 여성의 생애주기와 일상생활 안에서 어떠한 인식을 중심으로 운동문화가 이루어지는가에 대하여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여성운동문화란, 여성들이 운동과 스포츠 활동을 통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이나 습관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즉, 운동하는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신체적, 지적, 감정적 특성의 총체들이 포괄적으로 나타나는 삶의 양식이나 가치체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성운동문화 연구는 출산, 육아와 교육에 집중된 일반 여성들의 삶을 포함하지 않고서는 이해될 수 없다(김영선, 2015).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어머니’로 호명되는 여성들의 모성적 삶 안에서 운동의 의미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즉, 여권신장의 사회적 담론 안에서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일상생활 안에서 ‘어머니’로 살아가는 일반 여성들의 운동 실천안에는 얼마나 다양한 의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어떤 의식의 흐름으로 거듭나고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 여성운동 문화의 의미들과 방향을 되새겨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연구의 목적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가지고 그 의미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첫째, 한국사회의 모성의 정의와 역할 그리고 지배적인 모성 담론은 무엇인가?
둘째, 한국여성운동문화 안에서 나타나는 ‘운동 권하는 사회’의 양상은 무엇인가?
셋째, ‘건강한 어머니 되기’를 실천하고 있는 여성 구술자들의 운동 의미들은 무엇인가?
넷째, ‘건강한 어머니 되기’를 넘어서는 운동의 의미들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들을 탐색하기 위하여 우선 연구자는 모성 담론과 여성운동문화에 관한 선행연구를 중심으로 문헌 연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운동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운동하는 여성들을 오랫동안 직접 만나왔다. 그리고 이들의 운동 경험을 기억하는 이야기를 듣고 구술인터뷰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건강한 어머니 되기’의 의미들과 이러한 인식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Ⅱ. 모성 담론과 여성운동
1. 모성 담론
모자보건법(2020)에 따르면 ‘모성’은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을 의미하지만, 모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본능이나, 성질, 어머니로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기능’을 의미한다.
모성적 행위에는 기본적으로 자녀의 먹이기, 입히기와 같은 신체적 돌보기와 무한한 사랑을 의미하는 정서적 요인을 포함하고 있으며, 시대와 상황에 따른 관념적 측면의 모성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신경아, 1997). 이러한 모성의 개념에는 임신, 출산, 양육의 생물학적 요소와 사회적으로 구성된 모성이데올로기까지 포함되어, 모성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며 당대의 제도와 담론으로 영향을 받는 역사적, 사회적 구성물이다(최은영, 2014). 따라서 모성의 개념 정의는 당대의 어머니 역할에서 직접 경험하게 되는 광범위한 역할들을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문화의 핵심적 구성요소로 많은 주목을 받은 가족주의는 식민지 근대화과정과 한국전쟁 등 다양한 역사적 위기를 경험하면서 오히려 심화되었다(김희경, 2019). 기존의 모성의 개념은 1990년대 들면서 모성적 사유를 강조하는 측면의 모성성이 강조되고, 자녀의 신체적, 정서적, 지적인 성장을 통하여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한 역할을 의미하기도 하였다(Ruddick, 1995). 특히 어머니의 역할을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행동으로 학습된 양육행위로 보는 관점도 있다.
매스미디어의 측면에서 모성 역할에 대한 이미지 유형을 보면, 건강중시형 어머니, 위생안전형 어머니, 교육관심형 어머니, 사랑교감형 어머니, 자녀친구형 어머니, 다정다감형 어머니, 똑똑합리형 어머니, 슈퍼우먼형 어머니, 자녀자율형 어머니, 교육매니저형 어머니, 자아실현형 어머니, 세련품격형 어머니로 구분할 수 있다(손소영, 2013). 이러한 모성 역할들은 서로 뒤엉킨 채로 한 개인에게 복합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전업주부들은 가정경영, 관리, 자녀 양육이, 친족일, 사회적 활동, 여가활동 등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경제개발이나 경제위기 앞에서 사회적으로 모성의 역할은 여성 개인에게로 집중되고,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느 시대에도 ‘이상적인 모성’이 없었던 적은 거의 없다. 윤택림(1996)은 여성의 정체성을 어머니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규정짓는 도시 중산층 전업주부의 일상생활 연구에서 한국사회의 모성이데올로기는 한국의 산업화와 역사적 특수성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문화적·역사적 산물로 인식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이미 1950년대 잡지들에 나타난 모성 담론은 아이가 ‘죽지 않게’ 키우기 위한 보건위생과 훈육에 초점이 있었다. 하지만 1960, 70년대의 모성 담론은 아이를 지적, 정서적으로 잘 양육하고 학교 교육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키우는 방법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강조하였다(이재경, 2003).
모성 역할에 대한 이미지의 변화를 살펴보자면, 1960년대에는 현모양처형 어머니, 1970년대에는 가사노동자로서의 어머니, 1980년대에는 자녀교육희생자로서의 어머니, 1990년대에는 건강과 교육전문가로서의 어머니, 2000년대에는 귀족적 어머니로 구분하기도 한다(설고운, 2011). 한국 사회에서는 80년대 들어서 모성 담론이 극대화가 되면서 이전의 가사노동 중심의 역할보다는 자녀양육과 교육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드러났다. 이러한 경향은 전통적인 가부장적인 인식과 1990년대의 소비자본주의와 상호보완하면서 소비의 주체로서의 모성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즉, 자본주의는 자본증식과정에서 모성을 인식하고 모성을 통해 소비를 확대하고자 하였으며 과학적 지식을 중심으로 소비를 부추기게 하는 과학적 모성 담론을 활용하게 되었다(이영자, 1997). 특히 신자유주의적 경쟁체제에서의 모성이데올로기는 ‘집중적인 어머니 노릇’으로 집약된다. 즉, ‘좋은 엄마’라면 지속해서 돌봄을 제공하고 양육에 참여하며, 자녀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헌신하는 주 양육자로서 자신의 욕구와 욕망 이전에 자녀의 웰빙을 최우선시하는 해야 한다. 이러한 어머니 노릇은 자녀의 시각을 중시하고,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며, 감정적 몰입을 요구하고, 노동집약적이며, 큰 비용을 요구한다(김희경, 2019). 가족주의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의 초고령화 사회 안에서 어머니 노릇은 위와 아래 세대 간의 동시대적인 얼개 안에서 자녀교육뿐만 아니라 노부모 봉양에 대한 다중적인 역할들이 중첩되어 있다. 결국 ‘좋은 엄마’의 모성 담론은 급변하는 사회변화 앞에서 자녀들을 다양한 차원에서 돌봐야 하는 제 역할을 감당해낼 수 있는 강한 체력과 신체 자본을 겸비해야만 하는 ‘건강한 어머니’에 대한 인식을 더욱 강화하고, ‘건강한 모체’, ‘건강한 어머니’에 대한 중요성은 ‘~어머니’로 ‘~ 맘’으로 불리는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핵심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야말로 ‘건강한 어머니’ 되기는 자녀를 둔 일반 여성들의 지배적 가치관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모성 역할을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여성운동(Women for Exercise and Sport)
한국사회의 가족은 서구 가족보다 가족문화가 정서적으로 더욱 응집된 경향이 강하고, 부부 중심이기보다 자녀 중심적인 특성이 있다(정성란, 2011). 따라서 격동하는 시대의 변화 안에서도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은 여성의 삶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쳐왔으며, 생애 주기상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남성보다 생활사건에 더 민감하게 나타나기도 한다(김하나, 2009). 어머니에 대한 현모양처의 이미지는 ‘전통적 어머니상’인 신사임당의 모습에 ‘근대적’ 교양을 겸비하고 양육과 남편 보필, 가정경영에 부족함 없는 ‘주부’상이 결합한 모습이었다(김현주, 2007). 이 때문에 이들의 생활력은 강해질 수밖에 없는 ‘억척스러움’의 표상이 되었고, 자녀에 대한 강한 ‘교육열’이 연결되어 결과적으로 추후 경제발전의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이기숙, 2015).
본 연구에서 여성운동(women’s exercise and sport)은 정치적 운동(movement)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건강과 여가선용을 위하여 피할 수 없는 일반 여성들의 체력단련 및 건강증진 신체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exercise’의 어원은 ‘외부에’라는 의미의 라틴어 ‘ex’와 ‘제하다’, ‘둘러싸다’라는 의미의 ‘arcere’에서 유래한다. 분명히 이것은 밖에 나가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김대식 외 5인 공역, 1976). 이러한 운동의 기회는 전통적으로 ‘안 사람’으로 여겨져 왔던 여성들이 운동과 스포츠를 통하여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여권신장의 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표 2>의 산업화 사회 세대의 여성들은 당시의 전쟁상황 안에서 부여된 역할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즉, 일본제국주의의 전시 하에 ‘건강한 군인’을 낳고 길러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어진 한국전쟁의 역사적 현실 앞에서도 남성 대신의 일을 담당해야만 하는 ‘건강한 모체’가 되어야 했다. 정부수립 이후, 국가재건이나 경제개발의 측면에서 ‘체력은 국력’이라는 맥락에서 건강한 자녀를 출산하여 가족 구성원들을 잘 보살펴야 하는 ‘건강한 어머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들의 생활체육 참여는 가정, 사회, 국가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최행수, 2011).
2008년 현재 국민생활체육참여실태조사에서 체육활동 참여 이유 1위가 ‘건강 유지 및 증진’이라는 것을 보면 건강에 대한 체육활동의 가치 및 효과에 대하여 일반 국민이 널리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여성의 경우 ‘건강 유지 및 증진’에 답한데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응답한 ‘체중조절’이며 ‘체형관리’를 목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려는 여성들의 경향을 반영하였으며, 몸을 육체 자본의 한 형태로 여기고,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10대와 20대에 가장 저조한 운동 참여 현상을 보인다(정영린, 2012). 예를 들어 송영현 외 2인(2020)에 따르면 10대 후반의 체육수업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여학생들이 성장하여 결혼 및 출산, 살림을 맡아야 하는 한 가족의 ‘어머니’로 호명되기 시작하면서 모성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운동에 관한 관심과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특히 몸의 변화에 민감한 중년기에 특히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평균수명의 연장과 고령화 사회의 분위기 안에서 노후를 위한 운동은 일상이 된다. 이처럼 한 개인의 생애 안에서 운동의 참여와 이유는 단일하지 않으며 다양하게 나타나게 된다.
한편, 시대적인 사회변화 역시 운동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50년대의 여성의 삶과 80년대, 2000년대의 여성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 50, 60년대의 경제회복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여성 운동 참여율과 운동의 목적은 현재와 같지 않다. 80년대 후반 격변의 민주화 시기를 보낸 ‘386세대’ 이후부터 X세대는 좀 더 자유로워진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이들은 인류역사상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로 전폭적으로 여성의 권익과 지위를 개선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90년대 이후로 여성의 권익이 신장하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시기에 남성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온 길거리 여성 ‘붉은 악마’를 만날 수 있었으며, 정부 주도의 운동 공간과 시설의 확대는 생애주기 안에서 특히 운동해야 하는 여성들의 운동 참여를 증가하게 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표 2>와 같이 산업화 세대, 베이비붐세대, X세대, Y세대, Z세대 여성들은 다른 역사적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을 기점으로 ‘기대된 모성’을 의식해야 하는 성 역할은 지속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대된 모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 개인에게 건강관리와 체중 관리 및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운동 실천은 여성의 모성 역할수용에 대한 사회적 행위로서의 운동 실천의 맥락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전 군사정권에서 없었던 여성정책의 등장은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부터이다. 예를 들면 여성 관련법제정과 여성부 신설(2001), 여성장관의 기용(2003), 성매매방지법(2004), 호주제 폐지(2005) 등은 국가 정책의 성 인지적 접근을 의미하며, 2006년 성 인지 예산 도입은 기존의 ‘돈 안 드는 여성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보육 위주의 여성정책이라는 부분의 한계가 지적된 바 있다(여성신문, 2007). 이러한 여성정책의 전개와 관련하여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행사는 일반시민들의 일상생활에도 변화를 주었으며, 운동시설의 보급과 운동 인식 확대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영향은 1990년대의 여성체육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지만, 여성체육의 태동은 이미 한국 근대 스포츠의 역사와 함께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사회 안에서 서구문물의 하나로 보급되기 시작한 한국 스포츠는 근대 교육과 YMCA 및 YWCA와 같은 시민단체의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체력단련프로그램으로 소개된 지 100여 년 이상의 역사가 있다. 정부수립 이후 1970년대의 체육은 단순히 체력단련의 의미를 넘어 국력 평가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국가 정책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특히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경험하며, 국위선양을 위한 탁구, 배구, 농구 등의 전문 여성 선수의 활약은 여성 체육사에 큰 의미를 지닌다.
일반시민들의 체육활동에 있어서 대표적인 여성단체로 알려진 YWCA에서는 1955년 서울 시내 9개구 대항 어머니 체육대회를, 1971년에는 어머니 수영대회를 개최하였으며, 1977년부터는 주부를 위한 에어로빅 운동을 장려하였다. 특히, 1971년 제1회 대통령영부인컵쟁탈 어머니 배구대회는 현재 카네이션 쟁탈 어머니 배구대회로 개칭되어 이어지고 있는 최장수 대회로 당시 주부들에게 가사노동과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취미활동에 대한 갈망 모두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김영선, 2020). 1980년대에는 지역사회체육센터를 중심으로 일반 여성들이 수영, 에어로빅, 볼링, 헬스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였으며, 또한 고통 없는 출산을 위하여 제작된 <임산부를 위한 체조, 1987>는 대중미디어를 통하여 더욱 확대되었다. 1990년에는 사단법인 한국여성스포츠회가 설립되어,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의 종목에서 한일 친선교류대회를 개최하였으며, 전국 어머니 배드민턴대회, 전국 어머니 테니스대회, 전국 어머니 탁구대회 등이 활발히 개최되었다. 또한 1994년 개설된 모자 수영 교실은 영아와 어머니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2001년부터는 가정의 중심인 어머니들이 생활체육 활동을 통해 화목하고 건강한 가정과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전국 어머니 종합생활 체육대회를 개최하였으며, 현재, 탁구, 농구, 태권도, 육상, 핸드볼, 배구, 자전거, 배드민턴, 수영 등의 종목으로 대회를 진행해오고 있다(허현미 외 4인, 2014).
실질적으로 체육 정책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국민생활체육협회, 대한체육회, 시·도별 체육회 등의 정착은 생활, 전문, 학교체육 진흥사업을 확대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으며 일반 여성들에게 운동 권하는 사회의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였다.
일반 여성들의 운동 참여를 꾸준히 증가하게 되는 양상을 보면, 주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여성의 운동 참여 비율은 1985년 10.6%, 1989년 33.1%, 1997년 30%, 2000년 28.9%, 2003년 38.3%, 2008년 42.2% 순으로 나타나면서, 2017년에는 주 1회 이상 참여하는 여성운동 참여율이 58.4%에 이르며, 2018년에는 62.8%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었다(문화체육관광부, 2018; news.kbs.co.kr/news/view.do?..). 이러한 여성 전반의 생활체육 참여율의 증가는 ‘운동을 통한 건강증진’에 대한 관심 증대와 생활체육 프로그램의 참여 확대 등에 잇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의 참여증가는 양성평등사회에 들어서면서 운동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며,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 개선이라는 차원에서 몸 관리와 건강에 관한 관심은 지배적인 ‘운동 권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 여성들이 ‘운동 권하는 사회’ 안에서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운동 실천의 양상은 앞에서 살펴본 모성 담론에 의하여, ‘좋은 엄마 되기’ 또는 ‘건강한 어머니 되기’의 실천방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Ⅲ. 구술인터뷰를 통한 ‘건강한 어머니’의 의미분석
한국여성운동문화 안에서 ‘어머니’로 불리는 여성들의 운동 경험의 기억은 어떻게 발화될 수 있는가. 중년을 넘어선 여덟 명의 구술자들의 운동 이야기들은 지나온 자신의 삶을 기억하면서, 바쁜 시기에는 스쳐 지나갔던 운동의 기억은 인터뷰 공간으로 소환되었다.
1. 구술 분석
구술 분석은 구술성과 문자화된 텍스트 사이의 의미들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또한 그동안 여성의 운동 참여에 있어서 기능주의적인 관점에 기대어 여성들의 삶, 활동, 감정들의 삶의 양식이 간과되어온 측면이 많았다. 이 때문에 여성 구술자들의 운동 이야기는 여성들의 생애적인 삶의 양식 안에서 재이해되어야만 한다.
연구자는 베이비 붐 1세대의 중년여성이면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연구직 여성이다. 구술인터뷰는 말하기와 듣기 그리고 쓰기 등의 일련의 과정 안에서 연구자 자신이 스스로 도구가 되기 때문에 연구자 자신의 궤적을 벗어나기 어렵다. 관찰자로서의 연구자는 사람들의 사회적 감정, 사고, 생활방식 등 사람들의 삶 속에서 관찰대상의 사고와 감정을 경험해야 하며, 구성원들의 내적인 경험과 언어에 귀를 기울이고, 추상적인 접근보다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인지하고 사고하며 행동하는가를 직접 묻고 관찰해야만 한다(Douglas, 1980).
연구자는 비슷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통하여 구술자들과 라포를 형성하여 구술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구술자의 선정과정은 연구자가 포함된 세대의 지인 소개로 눈덩이 표집방식(snowball technique)(Burgess, 1985)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불규칙적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운동 경험을 주제로 진행한 여성들의 구술인터뷰 작업을 현재까지 지속해오고 있다. 이것을 여러 번 정독하면서 ‘건강한 어머니’, ‘모성’, ‘운동문화’ 등과 같은 주요 개념과 핵심어를 중심으로 기존의 선행연구와의 비교를 통하여 운동의 의미들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가 만난 구술자들은 총 8명으로 1958년생부터 1973년생까지 베이비 붐 1세대부터 베이비 붐 2세대, 그리고 X세대의 여성들로 크게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구술인터뷰에 응해 준 윤상언니(1958년생), 수호 언니(1960년생), 나연 언니(1963년생), 민주 언니(1966년생)는 베이비 붐 1세대에 해당하며, 시명 엄마(1969년생)는 베이비 붐 2세대에, 지호 엄마(1972년생), 아영 엄마(1972년생), 유정 엄마(1973년생)로 모두 X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의 호칭은 일반적으로 어머니들 사이의 관계에서 불리는 ‘~언니’와 ‘~엄마’로 하였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가명을 사용하였다. 어머니들의 관계에서는 친한 사이가 될수록 자신의 이름이나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이들의 학력은 대부분 대졸 이상의 여성들이며, 서울, 경기, 대구, 부산 등 대부분 수도권지역이나 대도시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거주지역은 개인이 일상 안에서 얼마나 운동시설과 근접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자녀 수도 윤상언니(64세)를 제외하고 거의 두 자녀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체육관을 운영하며 에어로빅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윤상언니와 카페 운영을 하는 아영 엄마(50세) 그리고 헬스장을 운영하는 유정 엄마(49세)를 제외하고 모두 전업주부이다. 그렇다고 직업을 가지고 있는 위의 세 사람도 가사노동이나 살림, 육아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사노동은 매우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부들은 이의 달성을 위하여 육체노동, 정신노동, 감정노동을 수행한다(강이수·신경아, 2001). 사회변화에 따라 가사노동은 ‘여성의 일’이 아니라 ‘가족의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며, 살림의 영역은 집 안팎의 경계 없이 치열한 일상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족이 집에 머무는 휴일이나 명절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집콕’생활을 하는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가사노동과 가족 챙김의 부담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덟 명의 여성들과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연구자는 현재까지도 이 여성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중년을 지나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운동은 가장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2. ‘건강한 어머니’ 되기
여덟 명의 여성들의 심층 인터뷰를 녹취록으로 풀어 반복적으로 청취하면서 이들의 운동 이야기들 안에서 ‘건강한 어머니’와 관련되어 공통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을 분류하고 범주화하였다. 이와같이 분류된 특징들은 세 가지로 ’버티는 몸’, ‘가치 있는 몸’ 그리고 ‘민폐되지 않는 몸’의 하위 주제들로 나눌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여성의 삶은 여성으로 자라서 학령기를 마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여 자녀를 가지고 가사노동과 양육을 전담하는 주체로써 여성의 생애 가운데는 결혼과 출산이 있다. 가정을 돌보는 삶은 가사노동과 육아를 위한 기초체력이 중요하거니와 끊임없이 경제활동의 필요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전업주부의 몸은 가사노동을 위한 체력을 만들고, 현실적인 삶을 버티기 위한 선택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다음의 민주 언니(56세)의 경우,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과제란 거의 의무적인 활동과 비슷한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존 체력의 문제이다.
내가 자식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운동을 해야 하고 건강과 직결이 돼요. 그건 개인의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도 아닌 내가 목숨을 더 연장해야 하고, 살아가야 하는 과제, 자식을 키워줘야 하고, 내가 아내로 있어 줘야 하고, 그게 가장 강한⋯. 어떤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과제인 거예요(민주 언니, 2010).
민주 언니는 늦은 결혼과 1999년 딸을 출산하고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였지만 2001년 둘째를 출산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과 육아에 집중하였다. 그녀는 운동의 이유에 대하여 ‘자식을 키우는 엄마’라는 입장에서 ‘키워줘야 하고’, ‘아내로 있어 줘야 하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강조하였다. 더욱이 민주 언니에게 운동은 여가활동이 아니라 살기 위한 생존방식이라는 점에서 생존 체력을 위한 치열한 운동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다. 민주 언니는 ‘엄마는 반드시 건강해야 한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모성 역할에 전념하였다. 이 때문에 운동을 즐기기보다는 삶을 위한 절대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있었다.
둘째 임신 때 (58㎏에서) 82㎏까지 나갔어요⋯. 그때 기억나는데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데 건널목 건너는 게 숨이 차서⋯. 불이 깜빡깜빡하는데⋯. 뛰어가야 하는데 뛰어가지도 못하고 숨이 차서 정말 쓰러지려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생계에 위협을 주는 것처럼 인제 아이도 있는데 정말 이러다간 정말 큰일이 나겠다 싶어서⋯. 여자들이 움직이는 걸 안 좋아하지만, 건강의 위기가 오면 어쩔 수 없이, 아이가 다 성인 되도록은 건강해서 엄마가 건강하게 있어야 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수영을 하면서 살은 빠지지 않지만 내 몸무게를 이길 수 있는 근력이 생긴 것 같고, 꾸준히 하다 보니까 몸 상태가 좋아져서 내가 죽는 날까지 운동이라는 건 밥을 먹는 것과 똑같이 누구나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민주 언니, 2010).
마찬가지로 시경 엄마(53세)는 1998년, 2000년 두 딸의 출산과 양육을 병행하면서 잦은 몸살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한 자신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안 아픈 곳이 없이 이곳저곳의 몸의 신호가 오자, 등산, 에어로빅, 요가 등의 운동을 시작하여 활력있는 생활을 회복하려고 노력하였다.
기억에 남을 만큼 죽을 만큼은 아닌데 어깨 팔에서 소리가 두둑하면서 나고 몸살이 나면 진짜 아파⋯. 오른쪽이 그러니 팔을 많이 쓴다는 거지⋯. 너무 아파⋯. 세탁할 때 양말만 애벌빨래로 하고 한번 비누로 손으로 다 문질러 물기를 뺀 다음 일반빨래들 돌려. 가족을 위해서 말끔하게 정리하고 청소하고 먹거리 준비하고 가족들을 기다리는⋯. 허리가 아파서 운동해야겠다 생각이 든 게 둘째 낳고 허리가 아파서⋯. 목도 안 좋고⋯. 이러다 내가 죽지 하고 운동을 시작했어. 뒷산에 있는 기도원으로 40분 걷고⋯. (시경 엄마, 2010)
상황에 따라서 또는 인식에 따라서 여성은 주부로서의 삶만을 살아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한 가정을 남편과 함께 일궈가면서 안팎의 일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여성의 삶은 이 두 가지의 긴장 관계 속에서 자신의 영역과 소임을 수행이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전업주부란 없다. 직업란에 쓰이는 전업주부는 매우 가변적이다.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 끊임없이 늘어나는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한 고민은 불가피하며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와 재테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가사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에 걸리는 시간과 효율성, 가사노동 수행자의 성과 만족도, 사회적 지위에는 본질적으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가사 기술이 오히려 모성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는 주장도 있다(윤정로, 2000). 결국 여성의 건강은 살림과 육아, 가족을 위한 버텨내 주어야 하는 삶을 위하여 발견되는 최선책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치 있는 몸’은 어떤 몸일까. 여성의 몸은 사회적으로 신체 자본으로 중시되는 측면이 있다. 여성의 육체는 ‘집과 같다. 그래서 깨끗이 닦으면 집의 수명이 오래 가고 항상 새것과 같은 것처럼 여성의 몸도 몸속에 있는 노폐물이나 땀 등을 빼내면 신선하고 젊어진다’라는 은유를 사용한다(김은실, 2001). 어머니는 누군가의 ‘아내’로서 남편과 가족을 위하여 젊고 건강한 여성미를 통하여 가치 있는 몸을 만들고자 한다.
전에는 여자들이 (집)밖에서 모여서 운동하면 보통사람 눈에 좋아 보이지 않았던 때가 있었어요. 여자들끼리 모여 운동하면 기고만장하니 그거 보기 싫어서 인식이 안 좋았던 거죠⋯. 운동할 때, 예전에는 무용 시간에 입는 까만색 나일론 그거(레오타드)였어요. 그다음에는 약간 노랑, 빨강으로 그러다가, 라인이 파이고 끈이 노출되는 거랑 뒤에도 일자 원라인, 스타킹은 처음부터 신었고⋯. 반바지, 재즈바지, 나팔바지, 통바지, 쫄바지로 갔다가, 치마 달린 거로 걸그룹 같이요. 옷 갈아입는 게 스트레스 해소하는 거죠. 날아가는 기분이죠⋯. 거울도 있고, 의상도 있고, 밖에 어디 가서 그렇게 입겠어요. 다 이쁘다 해주고⋯. 어디 가서 도저히 입을 수 없는 거...(거울) 앞에서 하는 사람들은 뒤에서 나를 봐준다는 거. 죽어도 뒤(자리)로 안 가려고 해요(윤상언니, 2013).
30년 이상 같은 지역에서 체육관을 경영하며 에어로빅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윤상언니(64세)는 여성회원들과 만나며, 타인으로부터 ‘이쁘다’라고 인정받음으로써 건강한 여성미를 추구하는 사례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여성의 운동복은 남성의 것과는 달리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이 존재한다. 에어로빅 운동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그 복장에 있어서 평소에 드러내지 못한 몸과 입어 보지 않은 운동복을 착용하면서 자신을 더욱 ‘가치 있는 몸’으로 인정받을 것을 추구한다. 이는 신체적인 건강과 여성미를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는 미디어의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Davis & Cowles, 1991). 또한 ‘아름다운 것은 좋은 것’이며 ‘아름다운 것은 건강하다’라는 것과 연결되어 여성잡지나 휘트니스 잡지에서도 여성의 건강은 여성미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명되고 있다(Freedman, 1986).
운동하는 여성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가정을 소홀히 하고 운동만 한다’라는 태도를 피하고 가정일에 소홀함이 없게 정리·정돈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절도있게 보임으로써 자신의 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즉, ‘건강한 여성미’란 ‘집’과 거의 동일시되어 보이는 차원에서 ‘가치 있는 몸’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식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항상 ‘여성다움’을 내면화하고 있었다. 수호 언니(62세)는 ‘부덕스러운 여성상’을 기억하며 현재까지 꼿꼿한 자세를 항상 유지하기 위해서 흐트러짐 없는 곧은 자세를 강조하였다. 여기서 ‘부덕스러움’을 강조하는 여성 교육은 여성에게 가족에서의 처와 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현모양처’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지금도 기억나, (중학교 때) 학교 교훈이 “부덕스러운 한국 여성이 되자!”였어⋯. 부덕스러운...여자는 앉아 있을 때도 무릎을 모으고 허리를 펴고 앉아야지... 그래야 곧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요(수호 언니, 2019)
여성에게 ‘가치 있는 몸’이란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인식체계와 관련이 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몸과 관련되는 ‘여성다움’, ‘아름다움’, ‘건강미’, ‘젊음’ 등의 가치들과 함께 한 가정의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부덕함을 갖춘 태도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가사노동과 자녀 육아와 같은 일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매우 힘든 일이다. 여성들의 먹거리 장만과 집안 관리 그리고 세탁, 청소 등의 반복된 일상 속에서 중년에 이르게 되면 몸이 ‘안 아픈 구석이 없다’라는 표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시경 엄마(53세)의 경우 6년 전부터 목 디스크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병원이 아닌 소그룹 운동에서 방법을 찾게 되었다. 특히 소그룹 운동에서 물리치료 효과와 교정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과거의 수영이나 필라테스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체득하면서 두 딸에게도 이 운동을 함께 권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목 디스크가 심해서 병원에 갔었어요. 근데 물리치료를 권하는데 한 번에 7만원인거야. 너무 비싸다 싶었는데 마침 같이 운동하던 형님한테 운동을 소개받았어요. 소그룹 PT인데 슬링 기구를 사용하고 교정 동작까지 들어가. 너무 치료 효과가 좋은 거예요. 잔근육까지 디테일하게 쓰게 하니까 몸 교정도 되고 허리도 전보다 안 아픈 거예요⋯. 운동 코치님이 운동에 대한 열정이 너무 많고요. 물리치료와 교정 운동을 같이 해주니까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집에서도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는 동작들이라서 더 좋은 것 같아요(시경 엄마, 2018).
시어른들과 가까이 살면서 병간호를 하는 나연 언니(59세)는 두 딸을 키우면서 샌드위치세대의 현실을 겪고 있었다. 또한 노후의 병치레에 대한 걱정이나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건강관리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민폐되지 않는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 실천으로 이어진다.
그동안은...운동에 대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이젠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크고 다 돌봐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니까 나를 돌아보게 되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하고, 내가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에 시어른들을 돌봐야 되는 입장에서 드는 생각이⋯. 내가 내 몸을 잘 관리해서 지내야 아프지 않고. 그래야 자식이 신경 써서 어디(병원)를 데리고 다니지 않고. 아이들도 자기 생활이 있는데 민폐쟎아요. 가능하면 그런 거 없이 내가 나 스스로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는⋯. 오래 사는 게 목표가 아니고 긴 병이나 그런 것에 걸리지 않게 건강관리 해야겠다고 하고 생각해요(나연 언니, 2015).
나연 언니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엄마가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진다’라는 일념으로 ‘건강한 어머니’의 모성 역할에 전념해왔다. 그런데도 막상 자신의 노년기는 ‘자녀들에게 민폐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건강관리를 가족과 자녀를 위한 타인을 위한 배려의 차원으로 건강관리를 또다시 의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 ‘건강한 어머니’ 넘어서기
여덟 명의 여성 구술자들은 공통으로 가족을 위한 자기 일 즉, 모성 역할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을 해왔다. 이들은 아이들이 학교 간 오전 시간대나 저녁 식사 설거지를 다 마치고 나서야 야간운동을 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자신이 평소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집안일에 대하여 몸의 컨디션에 상관없이 가족을 위하여 혹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나연 언니의 경우 모성 역할에 대한 자기반성적인 태도를 스스로 발견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었다.
애들 키우면서(1990년대)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걸레도 삶아 쓰고, 손빨래에 비틀어 짜고, 그렇게 해야 제 맘이 편하기 때문에 혹사를 했던 거 같아요. 근데 언젠가 아파서 청소를 며칠을 못 했는데 식구들이 감기도 안 걸리고, 먼지가 쌓여도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불필요한 시간을 청소하는데 허비했구나⋯. 차라리 생산적이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해보자.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집안)이 어지러워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고 미련하게 뒤늦게야 알았어요. 전에는 제 성격이 시작하면 무언가 끝을 내야지만 다 해놓고 쉬었는데⋯. 몸이 힘들어도 죽을 것 같은데도 청소를 해야 해서 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 싶으면 10, 20분 쉬어주고, 끝장을 보려고 하는 것들을 줄이려고 했어요. 몸을 혹사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나연 언니, 2015).
나연 언니(59세)의 경우, 매일 반복되는 가사와 청결 관리를 포함하고 있는 모성 역할에 대하여 자기성찰을 시도하면서 삶의 태도를 바꿔나가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하던 집안일 일부분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의 기억에서 그 시간 대신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나가고자 했던 새로운 활동에 대한 자기성찰을 보여준다.
여성들이 스스로 바쁠 필요성은 어디에 있는가. 모성의 역할로 가득한 일상을 벗어나면 과연 여성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일반 여성들에게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이 및 교육’을 위한 분주한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중년의 시기에 ‘빈 둥지’처럼 허전함이 남게 된다. 이것은 내면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더 이상 운동 실천이 역할수행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의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삶의 일부로 체화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머니의 운동은 타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자기완성의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개인의 몸을 지나치게 효율성과 지구력을 위하여 운동한다면 우리의 몸은 기능적인 측면만을 부각할 수 있다. 기능적인 측면만이 드러난다면 심신의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어머니의 역할’을 넘어서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운동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의 편리함 속에 가려진 움직임에 대한 발견은 오히려 적극적인 운동 실천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나연 언니는 2011년 당시 두 딸의 학원 공부를 위해서 늦은 시간까지 운전하면서, 가까운 거리도 운전하고 걷는 활동이 줄어들고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연 언니는 늦은 저녁 시간에 집안일을 다 마치고 집 앞 공원 산책로에서 걷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차가 있으면서 가까운 거리도 운전하면서 운동하러 가지 않으면 걷지 않는 것 같아요. 운전 전에는 당연히 걷는 생활을 했는데 아이의 스케줄에 따라서 엄마는 드라이버가 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차 운전을 하면서 제 시간이 줄어든 느낌이에요(나연언니, 2015).
따라서 ‘건강한 어머니’의 운동 실천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기성찰적 관점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건강한 어머니‘ 되기가 아닌 ’건강한 삶‘의 출발지점이다. ‘건강한 삶’이 없이는 ’건강한 어머니‘도 없다.
모성 역할의 일상적인 신체활동 안에서 자각하는 불균형과 균형을 위한 운동에 대한 인식은 자기 보호를 위한 의식의 시작이기도 하다.
가사노동은 운동이 아니야. 왜냐하면 내가 운동을 안 했다고 하지만 바지런 떨면서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가사)일을 한 적도 많거든⋯. 근데 가정 살림은 발란스가 아니라 (물걸레질하느라) 무릎기고 유달리 오른손을 많이 쓰고 균형을 잃으니까⋯. 운동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가사노동을 하면 몸이 아프고, 운동을 하면 몸이 시원하다. 개운한 거야⋯. (시경 엄마, 2010)
시경 엄마(53세)는 집안일을 하면서 몸동작의 불균형을 인식하기 시작하였으며, 몸의 균형을 위해서 운동을 하기로 하였다. 이 부분은 운동의 필요성을 자신의 경험 안에서 발견하였음을 말해준다.
또한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균형을 잡고, 어머니 역할에 대한 스트레스를 강하게 느낄 때 운동 실천을 통하여 조율의 기회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여가의 본질이다. 이것은 타율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즐거운 운동이다. 여성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운동 실천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완성’하는 차원에서 자신 내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호 엄마(50세)는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2011년 당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림과 육아, 가족 보살핌 등 중첩되는 역할들 외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정도로 시간 관리에 철저하였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서 근처에 에어로빅하러 다녔는데⋯. 운동 나와서 소리 지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더 잘해주게 되는 거예요. 일 년 반 정도 지나면서 체중조절도 되고 복근이 생겼는데, 목소리도 커지고⋯. 가족들에게 더 잘해주게 되었어요(지호 엄마, 2011).
수호 언니(62세)의 경우,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운동을 즐겨온 몸의 경험은 자신이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많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좋은 취미로서 운동을 기억하게 되었다. 가사노동과 육아로부터 누적된 자신의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혼자 볼링을 열 게임 칠 정도로 일상 속에서 운동을 잠깐이라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수호 언니에게 운동 실천은 심신의 균형을 회복시켜주는 의미가 있었다.
육아할 때(1991년)는 운동할 새 없이 혼자서 다 해야 했기 때문에 육아 자체가 노동이지, 운동할 시간이 없었지. 육아를 조금이라고 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한숨),,, 힘들었어요. 그렇게 육아를 하고 애가 조금 컸을 때 스트레스가 많아서 볼링을 시작했는데 나하고 잘 맞더라고. 일단 승부가 보이고, 스트라이크 칠 때의 쾌감, 다닥다닥, 한 번에 열 게임을 했어요. 그래도 피곤하지 않았어요.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서 운동으로 나 자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수호 언니, 2015)
아영 엄마(50세)의 경우 남편과의 운동보다는 지인들과의 운동을 즐기는 편이었다. 아영 엄마의 운동 이유는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기 위해서 운동을 좋아한다는 점이 특이한 점이었다. 평소에 체중조절을 위하여 음식을 절제한다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음식을 즐기며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헬스 다니는 친구들과 하는 말이 운동하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거예요. 운동이 별개가 아니라 먹는 것과 같이 생각해요. 운동을 못 하면 체력이 떨어지니까⋯. 보조식품도 먹고 있어요. 비타민, 혈액순환을 위한 징코... 루테인... 등 (아영 엄마, 2021).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보조식품을 섭취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건강실천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정 엄마(49세)의 경우, 임신했을 당시에 마음껏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던 것을 기억하면서 운동은 가족을 위해서 하기보다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운동으로 소모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 외식하고 나면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한다. 그리고 운동을 해서 마음껏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운동은... 가족을 잘 챙기기 위해서 하기보다 먹기 위해서 운동을 하지요. 먹고 나서 강변 두 시간 걷고⋯. 나도 잘 유지하다가 가족들이랑 먹고 나면⋯. 또 집에 주말에 있으면 냉장고를 열었다 닿았다 하거든요. 건강만 하자.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유정 엄마, 2021).
결국, 이와같이 운동하는 여성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심신의 균형을 맞추고, 평소에 억제되어 있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몸’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즐거움을 지향하는 차원에서 건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었다.
Ⅳ. 결론 및 논의
운동은 생애 전반적인 삶의 사회적 요건들과 끊임없이 타협하며 실천되는 행위들이다. 한국 여성운동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삶의 핵심을 둘러싼 일상적인 운동 실천적 의미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산업화와 역사적 특수성 안에서 형성된 자녀 중심적인 가족문화는 가정, 사회, 국가를 위한 동력으로서의 모성 역할에 집중되어온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 가정의 어머니는 자녀와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하여 ‘건강한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 모성 역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여덟 명의 구술자를 통한 운동 이야기에서도 체력과 건강을 목적으로 실천하는 운동 실천의 중심에 자녀양육과 가족 돌보기, 집안일, 경제활동 등을 잘 수행하기 위한 ‘집중된 어머니 노릇’이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로 호명되는 모든 여성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모성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이와 관련된 체력과 체형, 외모를 의식해야만 한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운동 실천은 즐거움이기보다는 의무감으로 강화되는 측면이 있었다. 즉, 여성의 운동 참여는 가사노동과 양육이라는 모성 역할수행과 관련되어 있으며 여성들의 삶에 단단히 뿌리 박혀 있다. 여성의 운동은 자신의 즐거움과 유쾌함 그리고 놀이성의 기본욕구에 충실한 스포츠 행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듯이 이 여성들에게 운동의 기억 속에서 가장 많은 부분으로 자리 잡은 기억은 가족을 위하여 수행되어야 하는 ‘건강한 어머니 되기’와 관련된 특징들이었다. 즉, 현실적 삶을 위한 생존 체력을 가지고 ‘버티는 몸’만들기로, 젊고 건강한 몸으로 보이는 여성미를 위한 ‘가치 있는 몸’만들기로 자녀에게 ‘민폐되지 않는 몸’으로 관리하기 위한 운동의 서사가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운동의 목적은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가족을 위한 의무감의 앞서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건강한 어머니 되기’의 의무감을 ‘넘어서는 의미들도 탐색 되었다. 이는 의무화된 운동 실천으로 현실적 삶을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여성 개인의 삶에 대한 자기반성과 안전한 몸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가사노동의 불합리성과 불균형화된 몸동작을 인식하고 몸의 균형을 위하여 운동을 시작하였다. 또한 몸과 마음의 조화를 회복하기 위하여 운동을 시작하고, 음식을 마음껏 즐기기 위하여 ‘안전한 몸’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 여성들의 ‘안전한 몸’ 만들기의 의미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기본욕구로서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며, 또 다른 자유로운 선택의 지점에서 운동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은 운동의 주체인 여성에게 강요되거나 의무화된 차원이 아니라 자발적인 운동 실천의 성격을 가진다. 연구자가 만나 본 여덟 명의 구술자들은 당시의 사회적인 제도와 모성 담론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삶을 영위하는 동안, 모성 역할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건강한 어머니’ 되기에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이다.
산업사회와 정보사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들은 자녀와 가족을 위한 ‘건강한 어머니’가 되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요청되는 모성 역할을 끊임없이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들에게 건강한 모체, 가사노동의 효율성, 자녀에게 민폐되지 않기 위한 운동의 의미들은 지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건강한 어머니‘ 되기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자신의 삶 안에서 의무적으로 느껴졌던 모성의 역할과 운동 실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권리로서의 운동의 의미를 탐색하였다. 이것은 ‘건강한 어머니 되기’를 이미 넘어서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여성들이 기억하고 있고, 말하고 있는 운동 이야기 안에는 모성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성찰로부터 시작되는 미래지향적인 ‘건강한 삶’의 모습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버티기 위한 생존 체력으로, 가치 있는 여성의 몸으로, ‘민폐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의무감에서 비롯되는 운동의 절실함보다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고, 안전한 몸을 자기 관리를 하며, 마음껏 운동을 즐기고자 하는 삶의 조화로움을 스스로 발견하고 있었다. 결국 이들은 ‘건강한 어머니’ 되기의 불협화음 안에서 스스로 조화와 균형을 찾으려 하는 ‘넘어서기’를 실천하면서 ‘건강한 삶’의 완성을 지향하고 있었다. 어머니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모든 구성원의 ‘건강한 삶’의 완성을 지향하는 운동 실천은 한국 운동문화의 새로운 지평의 또 다른 가능성이 될 것이다.
출산, 양육, 가사노동 등의 모성 역할의 공통분모를 포함한 운동의 의미들이 있다는 점에서 과연 ‘건강한 어머니’ 되기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운동의 의미는 ‘건강한 삶’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또한 건강한 삶은 무엇보다도 자기성찰적인 반성과 심신의 균형감에서 오는 안정과 자유로움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자기성찰에 의한 운동 실천을 수반하는 ‘건강한 삶’이 없다면 ‘건강한 어머니’는 존재할 수 없다. 여성의 운동 실천은 의무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성 역할을 넘어설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을 완성하는 운동 실천이 될 것이다. 즉, 여성 자신의 삶과 일상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판단하고, 즐기는 태도로부터 운동 실천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여성의 ‘건강한 삶’은 ‘건강한 어머니 되기’보다 더 높은 의무이다. 여성의 운동은 모성 역할수행을 위한 의무적인 활동을 넘어서 가족과 이웃과 함께 동등하게 공유되어야 하는 삶의 기본권리이다.
마지막으로 구술인터뷰를 통한 질적연구방법의 중요성과 일반 여성들 개개인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여성 운동문화연구가 지속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물론 이 여덟 명의 여성들의 구술인터뷰는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여덟 명의 여성들의 구술인터뷰를 통하여 모성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운동의 의미들을 발견한 것은 이 연구의 적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여성운동 문화에 대한 질적연구는 세대별, 생애주기별, 지역별, 경제 수준 등으로 더욱 세분화된 주제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운동문화에 대한 질적연구의 시도는 한국 여성의 삶 속에 숨어있었던 운동 문화적 실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구술자료를 축적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 자료들은 일반 여성들의 삶과 운동문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여성체육의 새로운 역사를 재조명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8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8S1A5B5A0707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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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경엄마 구술 2010년 10월 22일(1) 2018년 7월 30일(2)
- 지호엄마 구술 2013년 6월 7일
- 아영엄마 구술 2021년 3월 10일
- 유정엄마 구술 2021년 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