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Article ]
Journal of Korean Association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 for Girls and Women - Vol. 36, No. 4, pp.19-37
ISSN: 1229-6341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2
Received 13 Nov 2022 Revised 12 Dec 2022 Accepted 31 Dec 2022
DOI: https://doi.org/10.16915/jkapesgw.2022.12.36.4.19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에 대한 근거이론 접근

김민효 ; 정지혜* ; 이보람
숙명여자대학교, 석사과정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The Experience of Eating Disorders in Retired Female Figure Skaters: A Grounded Theory Approach
Min Hyo Kim ; Ji Hye Chung* ; Bo Ram Lee
Sookmyung Women’s University, Student
Sookmyung Women’s University, Professor
Gachon University, Adjunct Professor

Correspondence to: *정지혜, 숙명여자대학교, E-mail : jhchung@sm.ac.kr

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을 근거 이론적 방법을 이용하여 밝히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섭식장애 경험이 있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 총 5명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심층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수집된 자료는 Strauss와 Corbin(1998)의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 등 절차에 따라 분석하였다. 분석한 자료를 통해 패러다임모형을 추출하였으며, 이야기 윤곽을 통해 핵심범주를 선정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자료 분석을 통해 상위범주 16개, 하위범주 25개, 개념 104개 등이 도출되었다. 우선 축코딩 결과, 인과적 조건은 피겨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 신체 불만족, 체중조절만이 살길 등이었으며, 맥락적 조건은 코치의 체중조절 압박, 무리한 체중감량 시도, 2차 성징과 체형의 변화 등으로 나타났다. 중심현상은 선수가 인식하는 이상적 체형의 내면화이었고, 중재적 조건은 체중조절 교육의 부재, 전문적 치료의 부재 등으로 도출되었다. 작용/상호작용 전략은 주변 사람의 지지,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은폐, 섭식장애/이상섭식에 대한 인식 부족, 이겨내려는 의지 등이었으며, 결과는 몸의 변화와 부작용, 심리적 고통, 수행저하 등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통해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 경험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졌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investigate the experience of eating disorders among retired female elite figure skaters using the grounded theory approach. A total of five retired elite figure skaters who had experienced eating disorders were selected as research participant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which were then analyzed according to Strauss and Corbin’s(1998) open, axial, and selective coding procedures. A paradigm model was extracted from the analyzed data, and the key categories were obtained through the narrative outline. Sixteen categories, 25 subcategories, and 104 concepts were derived from the date analysis. As a result of axial coding, the causal conditions identified were stereotypes about figure skaters, body dissatisfaction, and weight control as the only way to survive. The contextual conditions included weight control pressure from the coach, excessive weight loss attempts, and bodily changes in secondary sex characteristics. The central phenomenon identified was internalization of the ideal body type perceived by the athlete, and the intervention condition was derived from the absence of weight control education and the lack of professional treatment. Interaction strategies were the support from individuals around athlete, concealment of symptoms, lack of awareness around eating disorders, and willingness to overcome the condition. The results were marked by bodily changes and side effects, psychological distress, and poor performance. This study discussed in detail the experience of eating disorders among female figure skaters.

Keywords:

Figure skating, Eating disorders, Grounded theory

키워드:

피겨스케이팅, 섭식장애, 근거이론 접근

I. 서론

“체중조절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다 먹을 수가 없다”, “빵을 좋아하는데, 마음껏 먹어 보고 싶다.”

현역 시절 김연아 선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김나연, 2018.02.16).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여겨지는 김연아는 인터뷰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를 체중조절이라고 밝혔다. 빙상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가볍고 우아하게 연기해야 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혹독한 식단조절과 체중조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운동선수는 종목에 적합한 신체를 지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종목에 맞는 이상적인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낀다(서금란, 2013). 특히,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체중이 가벼울수록 빙상에서의 점프와 스핀, 턴 등과 같은 기술력에 유리하며 체중이 무거우면 부상 빈도나 위험도가 높다. 또한, 고도의 기술과 연기력을 동시에 펼치기 때문에 선수의 외형도 중요한 부분으로 반영된다(안나영, 2022). 이러한 이유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혹독한 체중감량을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기며 엄격하게 식단을 조절한다.

올바른 식이습관과 건강한 체중조절은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잘못된 체중조절 방법과 극도의 경쟁 스트레스가 겹쳐지면 선수들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압박은 극에 달한다(정찬교, 김규호, 강형숙, 2013). 이러한 압박 속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극단적인 식이 조절과 영양 결핍에 노출되어 섭식장애를 겪을 위험성이 높다.

특히 여성 선수의 경우, 남성 운동선수보다 스포츠 수행 결과에 신체적 외모가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섭식장애에 취약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Lunde & Gattario, 2017). 실례로, 2014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러시아의 피겨 선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는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지만 거식증으로 조기 은퇴를 발표하였으며, 미국 피겨계의 바비인형으로 불린 그레이시 골드는 섭식장애를 이유로 2년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고미혜, 2018.01.05).

섭식장애(eating disorders)는 음식, 섭취, 운동, 신체 이미지와의 복잡하고 해로운 관계를 포함하는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질병으로 신경성 식욕 부진증(anorexia nervosa),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 기타 특정 섭식장애(other specified feeding and eating disorder) 등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되며 임상적 기준(DSM-5)에 따라 진단된다(Gottlieb, 2014.02.23).

국내⋅외에서 스포츠 선수의 섭식장애 실태와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종목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육영숙, 심진이, 2009; 정찬교, 김규호, 강형숙, 2013; Baum, 2006; Currie, 2010; Borgen, 1994; Melin, Torstveit, & Burke, 2014). 이러한 연구들은 선수의 개인적 측면과 운동 수행에 관련된 환경적 측면을 포함하여 섭식장애의 원인을 분석했다. 서금란(2013)은 남성 체급운동선수의 섭식장애 경험 연구에서 섭식장애 시작 및 지속과정, 섭식장애의 의미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Coelho, Gomes, Ribeiro, 그리고 Soares(2014)는 여성선수의 섭식장애 방지 연구에서 일반인에 비해 운동선수의 섭식장애 유병률이 현저히 높으며, 특히 피겨스케이팅,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체조 등 주로 체중감량이 요구되는 미적 종목 선수들 사이에서 섭식장애 유병률이 높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연구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대상으로 영양섭취 실태와 식이습관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진행되었다. 안나영(2022)은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 무월경, 골다공증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안나영과 김기진(2017)은 주니어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식이습관을 조사한 연구에서 아직 성장기에 있는 주니어선수들이 탄수화물을 비교적 적게 섭취하였으며, 칼슘 및 철분 등 미량영양소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 실태와 영양 상태에 관련된 선행연구들은 설문지 방식을 이용한 양적 접근방법으로 평가되고 비교되었다. 즉 설문지 방식을 통한 선행연구들은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영양섭취와 식이습관을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양적 기준을 제공하였으나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섭식장애 발달 양상 및 심리적⋅신체적 영향 등에 대한 질적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여성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어린 연령대의 선수들이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섭식장애 예방을 위한 교육 및 치료에 대한 대책이 스포츠 현장에서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섭식행동이 사회 환경적 요인이나 심리학적 요인들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Black, Larkin, Coster, Leverenz, & Abood, 2003)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선수들의 섭식장애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근거이론(grounded theory) 접근을 적용하고자 한다. 근거이론 접근은 현상의 인과적 영향, 상호작용 방식, 중심현상 등을 포함하는 패러다임을 통해 연구 대상의 경험을 토대로 실체적 이론을 정립하는데 유용한 방법론이다(Joh, 2013). 근거이론 접근의 주요 결과인 현상의 인과적 영향과 중심현상은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지도자에게 섭식장애 예방을 위한 방법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상을 종합하여, 이 연구의 목적은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을 근거이론적 방법을 이용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이 연구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섭식장애 예방을 위한 교육자료를 개발하는데 기초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아울러 스포츠 현장의 지도자 및 선수들, 그리고 후속 연구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참여자

연구참여자는 질적 연구에서 활용되는 비확률 표집 중 눈덩이 표집법(snowball sampling)을 이용하여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 5명을 선정하였다.

섭식장애는 단기간 경험하는 것이 아닌 선수 시절 전반에 거쳐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현역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아닌 선수 시절 섭식장애를 겪은 은퇴 선수를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여 섭식장애의 전반적인 양상에 대한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섭식장애 경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섭식장애 진단기준(DSM-5)을 활용하였다. 연구참여자의 개인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연구참여자의 개인적 특성

2. 자료수집

섭식장애와 관련된 선행연구들(박범재, 2016; 서금란, 2013)의 면담과정을 토대로 질적연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3명의 조언을 받아 반구조화된 면담 질문 내용들을 개발하였다. 본 면담에 앞서 반구조화된 면담 질문 내용들의 적합성을 알아보기 위해 예비 면담(pilot interview)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면담 범위와 질문내용들을 일부 수정한 후, 반구조화 면담 질문들이 최종 확정되었다. 연구자는 모든 연구참여자들에게 유선을 통해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한 후, 면담 내용이 이 연구 목적 외에는 절대 사용되지 않겠다는 것을 명시하였다. 면담 일정은 연구참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에 맞추어 면담이 실시되었으며, 장소는 조용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면담 이후, 필요에 따라 추가로 전화 면담을 실시하여 자료를 보완하였다. 자료수집은 2022년 6월∼10월까지 약 5개월간 진행되었으며 면담시간은 평균 60분 정도 소요되었다.

반구조화 면담 질문

3. 자료분석 및 진실성 확보

이 연구는 근거이론 접근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Strauss와 Corbin(1998)이 제시한 절차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였다. 자료분석은 개방코딩(open coding), 축코딩(axial cording), 선택코딩(selected cording) 등의 과정을 거쳤다. 첫째, 개방코딩에서는 녹취한 심층 면담 자료를 전사하여 줄단위 분석을 통해 개념을 명명하고 하위범주와 상위범주를 도출하였다. 둘째, 축코딩에서는 개방코딩을 통해 추출된 범주를 패러다임 틀(인과적 조건, 맥락적 상황, 중심현상,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에 따라 범주 간에 관계를 연결하였다. 셋째, 선택코딩을 통해 각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인 이야기 윤곽을 도출하였고 핵심범주를 정의하였다.

수집된 연구자료에 대한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층 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심리학 교수 1인, 스포츠심리학 박사 2인 등 질적 연구 전문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협의를 실시하였다. 또한, 분석된 자료를 연구참여자에게 확인하여 해석 과정에서 의미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성원 간 검토(member checking)과정을 거쳤다.


Ⅲ. 결과 및 논의

1. 자료의 개념화 및 범주화, 패러다임모형

심층 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분석을 통해 각각 개념화 및 범주화하였다. 그 결과 총 104개의 개념이 도출되었으며, 하위범주 25개, 상위범주 16개가 나타났다<표 3>.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 경험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위해 도출된 범주를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심현상,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로 구성된 패러다임모형으로 구성하였다<그림 1>.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에서 나타난 개념 및 범주화

그림 1.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 경험 패러다임 모형

2.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

1) 인과적 조건

인과적 조건(causal conditions)은 중심현상의 원인이 되는 요인으로서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요인이다(Strauss & Corbin, 1998). 이 연구의 중심현상인 선수가 인식한 이상적 체형의 내면화에 대한 인과적 상황은 피겨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 선천적 신체 특성, 체중조절만이 살길로 도출되었다.

첫째, 피겨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stereotype)은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잘 변하지 않는 또는 지나치게 당연한 것처럼 알려진 생각으로 고정관념은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조건과 문화적 전통 및 사회적 관습에 의해 결정된다(김세보, 2004).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참여자가 처음 피겨를 접하고 시작하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소속된 집단이나 범주를 향한 고정관념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는 피겨스케이팅 시작 동기를 ‘피겨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이라고 언급하며, 피겨선수의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운 선수를 동경하며 피겨 선수로서의 꿈을 키워나갔다. 또한, 동료 선수처럼 마르고 날씬한 체형을 가진 아름다운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묘사했다. 이는 연구참여자가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외형과 신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7살 때 김연아 선수의 피겨 의상이 너무 예뻐 보여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참여자C)
“피겨하는 친구들은 체질적으로 마르고 뼈대가 얇은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아니었어요. 친구들이랑 비교가 되더라고요. (참여자A)

둘째, 신체 불만족이다. 선수들은 체중조절 시작 이유를 타고난 신체적 특성이 피겨스케이팅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통통한’, ‘뼈대가 굵은’, ‘살이 잘 찌는 체질’, ‘근육이 너무 많은’ 등 자신의 신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인(2016)은 신체불만족은 자신의 신체 각 부위에 대한 불만족으로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며, 섭식문제를 야기하는 위험요인이라고 밝혀 이 연구와 일치된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정찬교, 강형숙(2015)의 여성대학선수의 섭식장애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신체불만족은 섭식장애로 발전하기 위한 전조증상으로 나타났다.

“저는 많이 통통한 편은 아니었고 보통 체중이었는데 피겨는 마른 애들이 하잖아요. 엄마를 닮아서 뼈대가 좀 굵긴 해요. 밖에 나가면 날씬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피겨 하기에는 통통했어요. (참여자B)

셋째, 체중조절만이 살 길이다. 박범재(2016)는 엘리트 레슬링 선수의 13.5%가 코치의 권유로 체중조절을 시도한다고 밝혀 운동선수의 체중조절이 코치의 권유로 인해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참여자 또한 코치의 권유로 인해 체중조절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겨스케이팅 종목 특성상 9세∼12세로 어린 나이에 처음 체중조절을 시작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코치님이 살 빼라고 하셔서 처음 체중조절 하게 됐어요. (참여자E)

선수들은 가벼운 점프와 빠른 스케이팅 등 수행의 향상을 위해 스스로 체중조절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이는 선수들이 선수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스스로 체중조절을 시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면 점프가 더 잘 되지 않을까, 스케이팅할 때도 스피드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살 빼려고 한 것도 있었죠. (참여자D)

코치의 체중조절 권유와 선수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은 체중조절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2) 맥락적 조건

맥락적 조건(contextual)은 어떤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나 문제를 유발하는 특수한 조건이다(Strauss & Corbin, 1998). 이 연구에서 나타난 맥락적 조건은 2차 성징과 체형의 변화, 코치의 체중조절 압박, 무리한 체중감량 시도로 도출되었다.

첫째, 2차 성징과 체형의 변화이다. 2차 성징이란 사춘기가 되어 나타나는 신체 각 부위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특징이다. 여성의 경우 초경을 시작하며 피하에 지방층이 형성되고 유방과 골반이 발달한다(이남열, 김윤희, 한재경, 2006). 2차 성징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과 체형의 변화는 선수들의 체중조절 압박을 심화시켰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살이 갑자기 찌더라고요. 스스로 빼야겠다고 생각했고 코치님도 살 빼라고 하셨어요. (참여자D)

둘째, 코치의 체중조절 압박이다. 섭식장애 환자의 30% 이상이 부모의 잘못된 다이어트 권유로 섭식장애가 발생하였다(김현지, 2008.06.16). 하지만 스포츠 선수의 경우 코치의 체중조절 압박이 섭식장애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팀을 옮기면서 몸무게를 매일 체크하고 압박을 많이 받기 시작했어요. 체중을 쟀을 때 찌거나 안 빠져 있으면 빠질 때까지 달리기를 시키고 운동량을 극단적으로 늘리셨어요. (참여자A)
“코치님에 따라 달랐는데.. 심한 경우에는 매일 몸무게를 재고 살이 찌면 스케이트도 못 타게 하고 달리기만 해야 했어요, (참여자 B)

셋째, 무리한 체중감량 시도이다. 운동선수는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올바른 영양섭취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서금란, 2013). 하지만 선수들은 체계적인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것 대신 체중감량에만 집중하여 극단적으로 섭취를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아침에만 한 끼 먹고 나머지는 굶거나 정말 배고프면 바나나 한 개, 우유 한잔 먹으면서 버텼어요. (참여자E)
“물을 아예 안 마시고 패딩을 입고 계단을 엄청 뛰면서 단기간에 몸무게를 줄였어요. 여름에도 패딩 입고 밖에서 달리기하고 땀을 엄청 빼서 확 몸무게를 줄인거죠. (참여자C)
3) 중심현상

중심현상(phenomenon)은 연구참여자가 일련의 상호작용 전략에 의해 반복적으로 조절하는 생각이나 사건이다(Strauss & Corbin, 1998).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에 대한 중심현상은 선수가 인식하는 이상적 신체의 내면화로 수렴했다. 이는 선수가 자신에 신체에 대한 타인의 관점을 내면화(internalization)하여 이상적 체형에 도달하기 위해 체중조절 강박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들은 무리한 체중감량과 체중조절의 압박을 피겨선수로서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며 주어진 현실에 순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먹으니까 운동할 때 힘이 없었죠(중략). 힘든 건 당연한 거니까 그냥 무조건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D)

사회문화적으로 제시되는 이상적인 미에 대한 기준은 많은 여성이 자신을 비판적으로 살피게 하여 신체 불만족을 증가시키고 섭식장애에 영향을 미친다(Stice, 2001). 이상적 체형에 대한 타인의 관점이 내면화되면서 선수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살을 아무리 빼도 근육이 크니까 몸이 커 보였어요. 발목도 얇고 허리도 가늘었는데 근육이 크다보니 아무리 살을 빼도 부족하다고 느꼈어요(중략). 피겨 선수 하기에 부족한거죠. (참여자A)

이러한 이상적 신체의 내면화를 통해 선수들은 신체 불만족과 체중조절 강박이 심화되며 섭식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사회적 미적 기준을 내면화하는 것이 섭식장애를 유발한다는 정찬교, 강형숙(2015)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 중재 조건

중재 조건(intervening conditions)은 중심현상을 변화시키거나 매개하는 조건이다(Strauss & Corbin, 1998). 이 연구에서 중재 조건은 전문적 치료의 부재, 체중조절 교육의 부재로 나타났다.

첫째, 전문적 치료의 부재이다. 김율리(2018)에 따르면, 섭식장애를 경험하는 환자가 섭식장애를 인지하는 경우는 50%에 미치지 못하며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 연구에서도 선수들은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였으며, 전문적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로 치료를 받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A)

둘째, 체중조절 교육의 부재이다. 선수들에게 올바른 체중조절에 대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양, 자기관리 등에 대한 기본적 교육 없이 체중감량을 강요받은 선수들은 극단적인 감량 방법을 선택하였다. 또한, 선수들에게 섭식장애의 위험성, 예방, 치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살 빼라는 소리만 듣고 몸무게는 쟀는데 교육을 받은 적은 없어요. 무엇을 얼만큼 먹어야 하고 이런 걸 누가 알려준 적은 한 번도 없는 거 같아요. (참여자D)
5) 작용/상호작용 전략

작용/상호작용전략(action-interaction strategy)은 현상과 문제를 조절하고, 반응하고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Strauss & Corbin, 1998). 이 연구의 상호작용 전략은 주변 사람의 지지, 이겨내려는 의지,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은폐,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나타났다.

첫째, 주변 사람의 지지이다. 체중조절의 압박이 극심했던 시기, 동료선수와 고충을 나누며 상황을 이겨내고자 노력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선수는 나의 상황과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유일한 친구였다. 서금란(2013)의 연구에 따르면, 섭식장애를 경험하는 남성 체급종목 선수들은 동료들과 섭식장애에 대한 공감 문화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한다.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만 알고 있었어요. 그 친구들도 똑같았어요. 매일 체중 재는 거 때문에 힘들어 하고.. 00쌤 팀에 있을 때 동료 선수 한 명은 저랑 체형이 비슷해서 같이 얘기 제일 많이 했고요. (참여자 B)

부모님은 스스로 채찍질하며 혹독한 체중조절을 견디는 선수를 걱정했다. 나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부모님의 지지는 선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부모님은 너무 마르지 않게 더 먹어라. 힘이 나게 더 먹으라고 걱정하셨죠. (참여자D)

이러한 동료선수들과의 고충 토로, 부모님의 걱정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주요타자인 코치의 압박이 지속되고 전문적 치료가 부재한 상황에서 주변 사람의 지지만으로는 섭식장애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은폐이다. 신경성 폭식증의 주요 심리적 특징은 음식물 섭취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수치스럽게 느끼며 은밀한 곳에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최정윤, 박경, 2000). 이 연구에서도 선수들은 자신의 행동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은밀한 공간에서 폭식과 구토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부모님과 코치님의 꾸지람이 두려워 증상을 말하지 못하고 숨겨야 했다.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은폐로 인해 섭식장애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증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밀로 했어요. 제 행동이 떳떳하지 못하니까요. 먹고 토하는데도 살이 안 빠지니까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말하면 뭐라고 하실까봐 말을 못했어요. (참여자B)

셋째,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증상을 치료해야 하는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섭식장애에 대한 교육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증상을 파악하는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 어려운 문제였다.

“운동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많이 먹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운동을 좀 쉬면 안 그러겠지 싶어서 치료받을 생각은 한 적 없어요. (참여자C)

넷째, 이겨내려는 의지이다. 타인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혼자 증상을 개선하고자 노력하였으며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계속 이렇게 토할까봐 고쳐야 한다고 생각은 했어요. 일단 혼자 고치려고 시도를 해보고 병원에 가려고 처음부터 병원에 가지는 않았어요. (참여자B)
6) 결과

결과(consequences)는 작용/상호작용 전략의 결과로 상황에 반응하여 결과적으로 일어난 것을 의미한다(Strauss & Corbin, 1998). 이 연구에서 결과는 몸의 변화와 부작용, 심리적 고통, 수행 저하로 도출되었다.

첫째, 몸의 변화와 부작용이다. 반복된 섭식장애 증상으로 선수들은 급격한 신체 변화와 부작용을 겪었다. 절식과 폭식, 구토 등으로 인해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의 위장장애를 겪게 되었으며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푸드파이터처럼 엄청 많이 먹었어요. 라면도 한 번에 여러 개 끓여서 내가 얼마나 먹나 도전한다고 엄청 먹고.. 다음날 위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고.. 위염이랑 역류성 식도염이 생겼어요. (참여자C)

생리불순은 신경성 식욕부진 환자가 보이는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이다(이자영, 2007). 안나영(2022)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생리불순, 무월경 등 월경 기능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도 빈번한 식이 절제와 과도한 훈련은 선수들의 월경 기능장애를 야기했다.

“방학 때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운동양이 엄청 늘어나요.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전지훈련 기간에는 3개월 이상 생리를 안 했어요.”(참여자D)

둘째, 심리적 고통이다. 섭식장애를 경험하며 선수들은 자기혐오, 자신감 하락, 외모에 대한 집착, 우울감 등의 심리적 고통을 경험했다.

자기혐오는 자기 자신을 싫어하며 스스로에 대한 분노 또는 선입견에 빠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Ille, Schoggl, Kapfhammer, Arendasy, Sommer, & Schienle, 2014). 이상적 체형의 내면화와 체중조절 강박으로 인해 선수들은 아무리 살을 빼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괴로워하는 등 스스로를 혐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겨를 하면 춤도 많이 추는데 작고 귀여운 선수들 사이에서 저만 큰 몸으로 같이 춘다고 생각하니 너무 싫었어요. 억지로 춤을 추고 다른 사람들이 구경하는데 너무 괴로웠어요. (참여자A)

일부 섭식장애 환자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며 자신감 부족을 보인다(김율리, 2018.10.01). 이 연구에서도 선수들은 체중이 증가하고 섭식장애가 심화되면서 신체에 대한 자신감도 하락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자신감이 하락하자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확신도 낮아졌다.

“매일 체중을 재고 목표 체중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운동을 들어가고..(중략)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매일 받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없어 졌어요. (참여자A)

신체 노출이 많은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시합 의상은 외모에 대한 집착을 가중시켰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과도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였다.

“피겨 선수들은 항상 붙는 옷을 입고 코스튬을 입어야 하는데 제 엉덩이가 너무 커보이고 몸이 둔해 보이니까 스스로 거기에 더 집착하게 됐던 거 같아요. (참여자A)

Healtherton, Polivy 그리고 Herman(1991)은 체중조절을 위해 음식의 섭취를 제한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정서적인 위협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도 선수들의 섭식장애는 일상 전반의 우울을 동반했다. 극단적으로 살을 빼야 하는 현실은 선수를 우울하게 만들었고 운동 외에 일상에도 흥미를 잃으며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뭘 해도 기분이 너무 안 좋았어요. 항상 너무 우울했어요. 랭킹, 종합, 종별선수권에서 다 입상을 했는데 딱 그 때만 기쁘고 계속 우울하고 힘들었어요. 엄마가 ‘재미가 없냐’,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냐’ 많이 물어보셨는데 이유도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참여자B)

셋째, 수행 저하이다. 폭식과 구토, 절식, 약물복용을 반복하며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서금란, 권순용(2013)은 남성체급선수의 섭식장애 연구에서 극단적인 체중조절은 체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밝혔으며 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체력이 저하되자 훈련을 소화하는 것이 어려워졌으며 충분하지 못한 훈련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자신감 하락과 충분하지 못한 연습은 시합 불안을 증가시켰다.

“운동하려면 잘 챙겨 먹고 힘이 있어야 하는데 다 토하니까 운동이 점점 안 되더라고요. 근육도 없어지고.. (중략) 연습 때 못 하니까 시합 나가서도 똑같이 계속 실수하고 못 한다고 많이 혼나고 그랬죠. (참여자B)

귀인 이론은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 감정과 행동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실패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거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부정적 귀인으로 자신감 하락을 유발한다(김병준, 2021). 이 연구에서 연구참여자는 시합 성적 하락의 이유를 체중조절 실패와 섭식장애로 인식하는 부정적 귀인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력이 너무 떨어졌어요. 점프를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중략) 섭식장애 심할 때 시합 성적도 최악이었어요. 스스로 자신감이 너무 없었거든요. (참여자C)

3. 핵심범주 도출과 이야기 윤곽 제시

이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 경험에 대한 핵심범주는 “체중조절 압박”으로 나타났다.

도출된 패러다임모형에 따르면,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에 대한 중심현상은 선수가 인식하는 이상적 신체의 내면화로 나타났다. 체중조절의 압박 속에서 선수들은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경험은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수들은 피겨선수에 대한 고정관념,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만족, 코치의 권유 등에 의해 어린 나이에 체중조절을 시도하였다. 2차 성징으로 인한 체형의 변화가 시작되며 코치의 체중조절 압박이 심해졌고 선수들은 극단적으로 섭취를 제한하는 등 무리한 체중조절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며 선수들은 외부 환경의 압박과 타인의 이상적 신체에 대한 관점을 내면화하였고 그 결과, 섭식장애 증상을 피겨 선수로서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였다. 또한, 자신의 신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신체 불만족이 심화된 것을 확인하였다. 이후 올바른 체중조절 방법, 섭식장애 예방 교육 등의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섭식장애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주변 사람의 지지가 섭식장애 증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인식하였다. 또한, 섭식장애를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나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은폐하는 모습도 확인되었다. 섭식장애를 겪으며 선수들은 신체의 변화와 부작용을 경험하였다. 잦은 구토와 절식, 폭식 등으로 인해 위장장애가 생겼으며 급격한 체중증가, 극단적 식이 제한으로 인한 생리불순 등이 나타났다. 섭식장애는 이러한 신체적 부작용 외에도 자신의 신체를 혐오하는 자기험오, 자신감 하락 등 심리적 고통을 야기했다. 아울러 과도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고 일상 전반의 우울감을 호소했다. 몸의 변화와 심리적 고통은 수행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절식과 구토 등으로 인해 체력은 떨어졌고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이러한 훈련 부족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로 선수들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시합 불안은 증가되었으며 시합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귀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Ⅳ. 결론

이 연구의 목적은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들의 섭식장애 경험에 대해 근거이론 방법을 이용하여 알아보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섭식장애 경험이 있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 5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Strauss와 Corbin(1998)의 근거이론 접근에 따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개방 코딩을 통해 총 104개의 개념이 도출되었고, 축코딩을 통해 각각 하위범주 26개, 상위범주 16개가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선수가 인식하는 이상적 신체의 내면화’라는 중심현상에 대한 패러다임모형을 구성하였다.

인과적 상황은 피겨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 선천적 신체 특성, 체중조절만이 살길로 나타났고 맥락적 조건은 코치의 체중조절 압박, 무리한 체중감량 시도, 2차 성징과 체형의 변화로 나타났다. 중심현상은 선수가 인식하는 이상적 신체의 내면화였고 중재 조건은 체중조절 교육의 부재, 전문적 치료 부재로 나타났다. 작용/상호작용 전략은 주변 사람의 지지,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은폐,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 이겨내려는 의지로 나타났다. 결과는 몸의 변화와 부작용, 심리적 고통, 수행 저하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들을 통해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에 관한 이야기 윤곽을 구성하였고 이로부터 연구목적에 관한 핵심범주를 도출하였다. 이 연구에서 나타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시한 학문적⋅정책적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를 대상으로 선수 시절에 경험한 섭식장애의 어려움에 관해 분석하였다. 후속 연구는 선수 시절 경험한 섭식장애가 은퇴 후 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 연구는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중심으로 분석되었다. 스포츠 현장의 맥락에서 볼 때, 남성 피겨스케이팅 선수들도 섭식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남성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 경험과 양상을 파악하고 여성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선수들의 섭식장애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매년 지도자 세미나에서 영양학과 과학적인 체중조절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신체상 왜곡이나 피겨선수에 대한 고정관념 등 지도자의 영향 외에도 다양한 인과적 원인으로 섭식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현장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섭식장애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주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면 그들에게 의미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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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림 1.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섭식장애 경험 패러다임 모형

표 1.

연구참여자의 개인적 특성

번호 참여자 나이 운동시작
나이
선수
경력
섭식장애 유형
1 참여자A 28세 7세 10년 절식, 폭식, 구토
2 참여자B 20세 8세 12년 절식, 폭식, 구토, 약물복용
3 참여자C 19세 8세 12년 절식, 폭식
4 참여자D 20세 11세 6년 절식
5 참여자E 25세 10세 7년 절식, 구토

표 2.

반구조화 면담 질문

면담 범위 면담 질문
개인적 특성 어떠한 계기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하셨나요?
선수시절 경험한 섭식장애 유형은 무엇인가요?
체중조절 경험 어떤 이유로 체중조절을 하셨나요?
어떤 방법으로 체중조절을 하셨나요?
섭식장애 유형 선수시절 어떤 유형의 섭식장애를 경험하셨나요?
폭식/거식/약물복용 등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하셨나요?
섭식장애 시작
및 지속과정
얼마나 오래 섭식장애를 경험하셨나요?
섭식장애를 겪으며 어떤 것이 가장 힘들었나요?
주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섭식장애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섭식장애를 경험하며 어떤 부작용이 있었나요?

표 3.

피겨스케이팅 선수경력자의 섭식장애 경험에서 나타난 개념 및 범주화

패러
다임
상위범주 하위범주 개념
인과적
조건
피겨선수에
대한 고정관념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동경(4)
피겨가 너무 예뻐 보여서 운동 시작, 치마를 입은 피겨 선수들이 예뻐 보임, 김연아 선수 대회 의상이 예뻐 보임, 김연아 선수가 멋있어 보임
동료 선수와
신체이미지
비교(3)
마른 동료 선수와 비교하며 체중조절 결심, 동료 선수와 비교됨, 나만 커보이는 것 같음
신체 불만족(6) 통통한 체형(3), 뼈대가 굵고 큰 체형, 살이 잘 찌는 체질, 근육이 크게 붙는 체질
체중조절만이
살 길
코치의 권유(8) 초등학교 때 코치의 체중조절 권유(5), 피겨하기에 통통한 체형으로 체중조절이 필요하다는 코치의 말, 수행 향상을 위해 체중조절이 필요하다는 코치의 말
잘하고 싶은
마음(3)
점프할 때 몸이 둔함, 체중을 감량하면 스케이팅이 빨라질 수 있음, 체중이 적게 나가야 점프에 무리가 없음
맥락적
조건
코치의 체중조절 압박(6) 매일 체중검사, 체중이 증가하면 패널티(체벌, 벌칙운동) 받음, 일주일에 4번 체중 검사, 1시간 안에 500g 감량해오기 과제, 단기간 다이어트 강요, 살이 찌면 혼이 남
무리한 체중감량 시도(6) 1일 1식, 물 섭취 제한, 여름에 패딩 입고 달리기, 배고프면 물로만 배를 채움, 비타민으로 필요한 영양소 보충,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음
2차 성징과 체형의 변화(5) 2차 성징이 시작되며 체중이 증가함(2), 월경을 시작하며 체중이 증가, 마른 체형이었는데 중학교에 진학하며 체중이 증가하고 체형변화가 시작됨(2)
중심
현상
선수가
인식하는
이상적 신체의
내면화
주어진 현실에
순응(4)
힘들고 서러워도 목표체중이 될 때까지는 참아야, 선수니까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 당연히 살을 빼야 함, 스스로 체중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
자신의 신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3)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마르고 예뻐야 한다고 생각, 피겨 선수로서 이상적이지 않은 신체에 대한 강박, 피겨 선수는 말라야 함(2), 아무리 빼도 부족함
중재적
조건
체중조절 교육의 부재(7) 선수 시절 올바른 체중조절 방법에 대한 교육 경험 없음(5), 섭식장애에 대해 들어본 적 없음, 섭식장애 예방이나 위험성에 대한 정보 부족
전문적 치료 부재(5) 전문적 치료 경험 없음(5)
작용/
상호
작용
전략
주변 사람의
지지
동료 선수와 고충
나누기(5)
같이 운동하는 선수들과 고충 토로함(2), 동료 선수들만 증상 알고 있음, 같은 처지의 선수들과 이야기 많이 함, 체중검사 서로 도와줌
부모님은 내 편(1) 너무 힘들지 않게 더 먹으라는 부모님의 말
자신의 증상에 대한 은폐(3)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섭식장애 숨김, 주변 사람들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 볼까 두려움, 부모님과 코치에게 말하지 못하고 증상을 숨김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4) 치료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음, 치료받을 생각해본 적 없음, 쉬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적 없음
이겨내려는 의지(2) 혼자서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 혼자 고치려고 시도하고 병원 가야지
결과 몸의 변화와
부작용
위장장애(4) 반복된 폭식과 구토로 위염 증상, 푸드파이터처럼 폭식하고 탈이나 병원에 감,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이 생김, 자주 체함
급격한
체중증가(4)
체중증가(3), 두 달만에 10kg 이상 증가, 65kg
생리불순(2) 운동량이 많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무월경 경험, 6개월 이상 생리 멈춤
심리적 고통 자기혐오(4) 아무리 살을 빼도 스스로 괴물 같다고 느낌, 예쁘지 않은데 예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괴리감,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는 것이 괴로움, 폭식을 멈추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
자신감 하락(4) 내 몸에 자신이 없어서 운동하기 싫음, 운동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떨어짐, 자신이 없어 시합 나가는 것이 싫음, 스스로 자신감이 너무 없음
외모에 대한
집착(3)
신체에 대한 타인의 시선 의식, 타이트한 경기 의상을 입는 것이 싫음, 다른 사람들이 내 신체를 바라보는 것이 두려움
우울감(2) 일상 전반의 우울함, 극단적으로 살을 빼야 하는 현실에 대한 비관
수행저하(6) 폭식과 구토로 인한 체력 저하로 실력 하락, 섭식장애가 심했을 때 시합 성적 최악, 잘 먹지 못해 체력이 저하되며 성적에 영향, 자존감 하락으로 인한 시합 불안 증가, 살이 쪄서 성적이 안 나온다고 생각(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