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노인의 태권도 시범단 활동 경험에 관한 사례 연구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태권도 시범단에 참여한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참여 동기와 과정에서의 한계 및 극복 과정, 그리고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탐색하는 데 있다. 연구참여자는 만 65세 이상 여성 노인 13명으로, 1년 이상 시범단 활동 경험이 있는 자를 유목적 표집과 눈덩이 표집을 통해 선정하였다. 사례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심층면담과 참여관찰을 실시하였으며, Braun과 Clarke의 주제 분석을 통해 의미 구조를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참여 동기는 무료함 해소, 건강 회복 의지, 주변 권유와 더불어 미디어 속 시범 이미지와 여성 롤모델에 대한 동일시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기반 모델링이라는 새로운 동기 유형이 확인되었다. 둘째, 참여 과정에서 신체적 한계와 자신감 결여, 사회적 인식의 장벽이 있었으나, 반복 훈련과 공동체적 지지를 통해 이를 점진적으로 극복하였다. 셋째, 신체 조절 능력과 학습 능력이 향상되고, 자신감⋅자기효능감⋅자기통제 등 심리적 역량이 강화되었다. 넷째, 시범단 활동은 정서적 안정감, 사회적 관계망 강화, 그리고 ‘태권도인’으로서의 정체성 재구성을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은 수행을 통해 전통적 여성성의 경계를 넘어서는 평등한 젠더 수행과 새로운 주체성 형성을 경험하였다. 결론적으로, 태권도 시범단 참여는 여성 노인에게 신체적 건강, 심리적 안정, 사회적 소속감, 정체성 재구성 등 전인적 변화를 제공하는 진지한 여가 경험으로서, 성공적 노화를 촉진하는 실천적 대안임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the participation motivations, challenges, coping processes, and multidimensional changes experienced by older women involved in a Taekwondo demonstration team. Thirteen women aged 65 and older with at least one year of experience were recruited through purposive and snowball sampling. Using a case study design with in-depth interviews and participant observation, data were analyzed through Braun and Clarke’s thematic analysis. Findings indicate that motivations included relieving boredom, improving health, social encouragement, and a newly identified form of “media-based modeling.” Despite physical limitations, low confidence, and societal stereotypes, participants overcame obstacles through repetitive training and community support. Engagement enhanced physical control, confidence, self-efficacy, and emotional stability, while strengthening social ties and fostering identity reconstruction as Taekwondo practitioners. Participation also enabled more egalitarian gender performativity and the formation of new agency. Overall, participating in TKD demonstration team served as a serious leisure activity that supported holistic development, and contributed to successful aging among older women.
Keywords:
Older women, Taekwondo demonstration, gender performativity, case study키워드:
여성 노인, 태권도 시범단, 젠더 수행성, 사례 연구Ⅰ. 서 론
현대 사회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노년기의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2020)에 따르면 2020년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5.7%로 나타났으며 2025년에 공식적으로 20% 이상을 기록하며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통계청, 2025). 특히 여성은 남성 노인에 비해 평균 수명이 높지만, 신체 활동과 사회적 참여 기회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 육아와 은퇴 이후 무료한 일상과 사회적 관계의 축소는 여성 노인들의 정체성을 약하게 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박소영, 2018).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성 노인의 삶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신체 활동은 개인의 자아실현 및 회복과 사회적 소통의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송해룡, 김찬원, 김원제, 2012).
최근 연구에 의하면 노년기의 신체활동이 노인들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 사회적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Oh, Kim, Yi, & Shin, 2020). 그 중에서도 무도 활동은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자기효능감 및 정신 수련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황명자, 2001; 김지선, 2012). 하지만, 대부분의 선행연구에서 무도 참여를 통한 내면적인 변화나 젠더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은 미비하다(Kwon & Jang, 2024). 특히 국기 태권도의 경우 최근 여성 노인들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여성 노인 태권도 참여가 새로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양가현, 박광호, 원영신, 2020; 현석주, 2012). 여성 노인의 태권도 참여는 단순 취미 활동부터 전문 시범단 활동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태권도 시범단 활동은 단순한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넘어선 공동의 목표를 향한 단련과 협동이 결합해 나타나며 집단적 실천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김동현, 2021). 이러한 활동은 여성 노인에게 단순히 신체적 건강 향상을 넘어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 활동으로 작용한다(김영욱, 윤영선, 2010). 따라서, 태권도 시범단 참여는 여성 노인의 신체적 제약을 인내하고 극복하며 공동체 속에서 또 다른 정체성을 형성하는 능동적인 사회 참여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양가현, 박광호, 원영신, 2020).
하지만 태권도는 오랜 시간 남성 중심의 무도를 상징하는 스포츠로 인식되어 왔으며 여성이 참여하기에 위험하고 무리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우세하다(오형근, 김주연, 2024). 최근 들어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증가하며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변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으로서 특히 노인들이 활동하기에 부적합한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여성 노인의 태권도 시범단 활동 참여는 기존의 인식에 대한 도전이며, 무도 수행을 통해 여성 노인의 신체적, 정신적 역량을 재발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Baek, Hong, Min, Kim, & Park, 2021). 이는 여성 노인이 사회적 역할에서 수동적인 존재에 머무는 것이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의미있는 실천적 사례라 해석된다.
여성 노인과 관련된 기존 연구들은 신체활동과 여가 생활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건강 운동 프로그램이나 건강의 양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김명숙, 고종욱, 2013; 최재군, 변상해, 2024). 특히 여성 노인의 태권도 시범단 활동 참여처럼 신체활동과 사회적 활동 참여를 결합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탐색한 연구는 미비하며, 스포츠 활동이 여성 노인의 수치적인 건강 향상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체 삶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여성 노인의 태권도 시범단 참여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여, 그들이 태권도 활동을 통해 어떠한 동기와 도전, 극복 과정, 성장 경험을 거쳤는지, 그리고 삶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다. 이러한 분석은 향후 노년 여성의 여가활동 기획, 무도 교육, 건강 및 복지 정책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여성 노인이 신체활동을 통해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사회적 활동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규명함으로써, 노년 여성의 자기 효능감 향상과 소극적 사회 참여의 능동적 전환을 촉진하는 실질적 근거를 제시한다. 더불어 태권도가 남성 중심 무도를 넘어 모든 세대와 성별을 포용하는 문화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여성 노인의 태권도 시범단 참여를 기존 노인 여가⋅무도 연구의 ‘건강⋅활동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젠더 수행성(performativity),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 정체성 재구성(identity reconstruction)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그들의 실천을 사회문화적 수행 행위로 재위치시킨다.
Ⅱ. 연구 방법
본 연구는 단일 사례연구(single case study) 방법을 적용하여 여성 노인의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사례연구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실제 맥락 속에서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고, 그 과정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적합한 질적 연구 방법이다(Yin, 2009). 이러한 접근은 태권도 시범단 참여가 여성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변화를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용하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사례연구 방법을 채택하였다.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는 여성 노인의 태권도 시범단 활동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만 65세 이상 여성 13명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질적 사례연구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는 유목적 표집(purposive sampling)과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 방법을 병행하여 연구참여자를 모집하였다. 먼저, 연구자는 실버태권도 시범단의 지도자를 통해 참여자 네트워크에 접근하였으며, 일정 기간 동안 시범단 활동을 지속한 여성 노인을 추천받았다. 이후 초기 참여자의 소개를 통해 추가 대상자를 확보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구체적인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연구 참여자는 모두 태권도 시범단 활동에 1년 이상 참여한 경험이 있는 만 65세 이상의 여성 노인 13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은퇴 후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으로, 태권도를 새로운 여가이자 생활체육 활동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신체 기능 저하와 사회적 관계 축소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태권도 시범단에 참여하여 자신을 단련하고, 새로운 인간관계와 역할을 형성한 공통된 특성을 보였다. 연령은 68세에서 89세 사이이며, 태권도 수련 경력은 최소 1년에서 최대 12년까지 다양하였다. 참여자들은 주 1회 이상 정기적인 수련과 시범 활동에 참여하며, 이를 통해 신체적 건강 회복, 정서적 안정, 사회적 소속감 형성 등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2. 자료 수집
본 연구의 자료는 심층면담, 참여관찰, 문서 및 시각자료를 통해 수집하였다. 자료수집은 2025년 8월부터 9월까지 이루어졌으며, 태권도 시범단 활동에 참여하는 여성 노인 13명을 대상으로 한 개별 심층면담과 현장 관찰을 병행하였다. 연구자는 시범단이 소속된 체육시설을 직접 방문하여 참여자들의 훈련과 공연 장면을 관찰하였다. 이러한 관찰은 면담 내용의 사실성을 보완하고, 참여자들의 경험을 실제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심층면담은 반구조화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참여자별로 평균 1∼2회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면담은 참여자의 편의를 고려하여 복지관 내 조용한 상담실 또는 휴게 공간에서 진행되었으며, 각 회 당 약 60∼90분 정도 소요되었다. 주요 질문은 태권도 시범단 참여 동기, 활동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극복 경험, 활동을 통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변화, 태권도 참여를 통한 삶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모든 면담은 참여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으며, 면담 직후 48시간 이내에 전사하고 연구자의 메모와 함께 정리하였다.
추가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시범단 활동과 관련된 문서자료와 시각자료를 함께 분석에 활용하였다. 문서자료는 시범단 언론 기사 및 대회 영상을 중심으로 수집하였다. 이러한 자료들은 참여자들의 진술을 보완하고, 태권도 시범단 활동의 실제 수행 맥락과 사회적 의미를 다각도로 이해하는 데 기여하였다.
3. 자료 분석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Braun & Clarke(2006)의 주제분석(six-phase thematic analysis) 절차에 기반하여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분석은 (1) 자료에 익숙해지기, (2) 초기 코드 생성, (3) 잠재적 주제 탐색, (4) 주제 검토, (5) 주제 정의 및 명명, (6) 최종 보고의 여섯 단계에 따라 진행되었다. 심층면담 전사 자료와 참여관찰 기록을 여러 차례 읽으며 의미 단위를 추출한 뒤, 이를 중심으로 코딩-범주화-주제화의 구조를 구축하였다.
1차 분석 단계에서는 심층면담 전사 자료를 문장 및 구문 단위로 세분화하여 초기 코드를 생성하고, 유사한 의미를 공유하는 코드들을 묶어 잠재적 범주로 정리하였다. 2차 분석에서는 코드 간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비교⋅대조하는 지속적 비교(constant comparison) 절차를 적용하여 범주를 재검토하고, 중복되거나 해석적 근거가 약한 코드를 제거함으로써 개념의 명확성을 높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도출된 범주와 주제를 참여 관찰 기록 및 시범⋅대회 영상과 교차 검증하여(자료 삼각검증) 해석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최종적으로 281개의 코드, 16개의 범주, 5개의 주제가 도출되었으며, 코드-범주-주제의 위계적 구조는 <그림 1>에 제시하였다.
4. 연구의 진실성 및 타당도
본 연구의 진실성은 다양한 자료 수집과 자료 분석 과정에서의 검증 절차를 통해 확보하였다. 연구자는 심층면담, 참여관찰, 문서자료 및 시각자료(시범⋅대회 영상)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자료를 수집하여 자료의 다각성과 맥락적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또한 분석 과정에서는 연구 참여자 확인(member checking)과 전문가 검증(peer debriefing)을 실시하여 해석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강화하였다. 연구참여자 확인은 연구결과의 해석이 참여자의 실제 경험을 왜곡하지 않았는지를 검토하기 위한 절차로, 분석 결과 일부를 참여자에게 공유하여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였다(Doyle, 2007). 전문가 검증은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스포츠 및 노인여가학 전공 교수와 박사과정 연구자에게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범주화 및 주제화 과정의 타당성을 검토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본 연구는 연구윤리 원칙에 따라 수행되었다. 연구 참여자의 참여는 전적으로 자발적 의사에 근거하였으며, 연구자는 자료 수집 전 연구 목적, 참여 절차, 개인정보 보호 방침, 자료의 활용 및 폐기 계획을 구두와 서면으로 명확히 설명하였다. 연구 참여자에게는 언제든지 연구 참여를 철회할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은 후 절차에 따라 진행하였다(IRB No. 7001988-202509-HR-2906-02).
Ⅲ. 결과 및 논의
본 연구는 자료 분석을 통해 코드 281개, 범주 16개, 주제 5개를 도출하였으며 구체적인 결과는 <표 2>와 같다.
1. 태권도 시범단 참여를 이끌어낸 동기와 계기
연구참여자들은 대부분 은퇴 이후 사회적 역할 축소와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무료함과 공허함을 경험하였다. 일상의 대부분은 제한된 여가활동이나 가정 내 생활로 채워졌고, 이는 삶의 활력 저하와 정서적 무기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자극과 즐거움을 찾고자 했으며, 그 대안으로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선택하였다.
참여자들에게 태권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고,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는 활동으로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즉, 무료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내적 욕구가 태권도 시범단 참여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작용하였다.
그전에는 무기력했었는데 여기 하면서 운동도 하고 이렇게 모여서 재미도 있고 단체 생활도 하고 이러니까, (그런데) 그게 또 나 개인적으로는 뭐 이렇게 할 수가 없잖아. 여기서는 단체로 움직이고 단체로 해야 되고 그런 것 때문에 (하게 됐다). (연구참여자 12)
이제 집에 있었을 때는 이렇게 많은 대화가 없을 거 아니에요. 활동도 없을 거고. 밥 먹고 이거밖에 더 있겠어요? 근데 여기 오면 시간 보고 갈 때 됐네. 세수하고, 이렇게 좀 찍어 바르고, 그리고 여기 차 타고 오며 이렇게 활동하고 좋아요. (연구참여자 3)
여러 참여자들은 친구나 가족의 권유를 통해 태권도 시범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참여했지만, 익숙한 사람과 함께하는 활동 속에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참여를 지속하게 되었다. 관계를 기반으로 한 권유는 새로운 활동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태권도 시범단에 들어오는 중요한 사회적 계기가 되었다.
피트니스에다가 1년 치를 딱 해놓고서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못했어요. 운동을 그래서 계속 못하고 있다가 운동은 해야 되는데 시간도 마땅치 않고 어떡하지 이러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를 해서 운동을 같이 하자고 그러더라고요. (연구참여자 8)
이제 수영장에서 아는 언니가 태권도 한번 해보자 해보자 그래가지고 한 3년을 졸랐나. (연구참여자 7)
참여자들은 노화로 인한 만성 통증, 근력 저하 등 신체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태권도를 선택하였다. 일부는 약물치료와 병원 중심의 관리에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건강을 회복⋅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태권도에 참여하였다. 태권도 시범단 활동은 약해진 신체 기능을 회복하고, 보다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능동적 선택으로 인식되었다.
처음에 제가 오십견이 있었어요. 이렇게 (팔이) 안 올라갔어요. 내가 병원이라는 병원 다 다니고 그래도 안 나아서 그랬더니 태권도 하면은 전체운동이기 때문에 괜찮아 지겠지 하고 그 말도 맞겠다 싶어서⋯(연구참여자 4)
중풍이 와가지고 내 몸을 못 쓰게 됐어⋯허리가 부러지고 6개월 누워 있어 보니까 화장실도 못 다녀요. 그러면 아예 내 몸을 못 쓰겠더라고. 그래서 6개월 정도 회복하고 나와서 했더니 이렇게 좋아졌어.(연구참여자 6)
일부 참여자들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영상에서 실버 태권도 시범단을 접한 경험을 계기로 태권도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되었다. 화면 속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했고, 이는 실제 참여로 이어졌다.
TV에서요. 지금 여기 같은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님이 TV에 나온 것 봤어요. 근데 연세가 드셨는데 실버 태권도한다고 그래가지고 작년 3월 달에 복지관에 신청을 하게 됐지.(연구참여자 11)
4년 전에 허리수술을 했어요. 허리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는데 이게 텔레비전에 나오더라고요. 잘 몰랐는데 수술하고 나와서 다니는데 나이 먹은 사람도 70살이 넘고 그런 할머니들이 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그게 하고 싶더라고요. (연구참여자 13)
태권도 시범단 참여 동기는 무료함 해소, 건강 회복, 관계 기반 권유와 같은 전통적인 노인 여가 동기뿐 아니라, 미디어 속 고령 여성 수행자를 롤모델로 삼는 미디어 기반 동일시가 결합된 복합적 구조를 보였다. 이는 여성 노인의 태권도 참여가 단순한 건강⋅오락 추구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과 정체성을 상상하게 하는 상징적 자원을 매개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진지한 여가와 정체성 재구성의 관점을 뒷받침한다.
2. 참여 과정에서의 한계와 도전
참여자들은 태권도 수련 과정에서 무릎과 허리 통증, 근력 저하, 균형감각 약화 등 노화로 인한 신체적 한계를 분명히 체감하였다. 특히 발차기, 품새, 격파와 같은 동작은 초기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남성과의 신체적 차이를 인식하며, “남자보다 덜 깨진다”, “다리가 이만큼밖에 안 올라간다”는 경험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였다. 이러한 신체적 어려움은 참여관찰에서도 확인되었는데, 연습 과정에서 일부 참여자는 발차기 높이를 조절하거나 동작 사이에 짧은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신체능력에 맞게 동작을 변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나이가 들면 조금 한계는 있죠 아무래도⋯격파하는 것도 남자들보다는 조금 더 많이 못 깨는 건 있겠죠⋯아무래도 남자들이 더 많이 깨는 것 같아요.(연구참여자 8)
젊은이들이 하는 것 보면은 진짜 다리가 그냥 쫙 올라가고 그러는데 우리는 이제 암만 노력을 해도 이만큼밖에 못 올라가거든. 그러면 그런 거에 좀 속상하고 그래. (연구참여자 9)
새로운 운동 환경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참여자들은 심리적 위축과 두려움을 경험했다. 자신의 신체능력에 대한 불확실성, 실패에 대한 걱정, 다른 팀원과의 실력 차이는 참여 초기의 자신감을 약화시켰다.
내가 왜 와가지고 관장님이 안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얼른 오라고 하셨어. 그리고 또 식구들이 나를 바보라고 놀리면 어떡할거냐고 그랬어요. 여보 나가서 남들 쳐다보고 웃으면 어떡할거냐고⋯ (연구참여자 6)
다른 분들이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제가 (진도를) 못 따라가요. 워낙 잘하시거든요. ⋯아주 그게 벌써 탁 치면은 폼이 나오는 거야. 근데 그걸 (나는) 못 따라하잖아요. ⋯품새가 굉장히 많은데 그거를 처음 하려니까 그런 걸 다 모르니까 힘들죠. (연구참여자 9)
여성 노인이 태권도를 한다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 “나이에 맞지 않는다”는 주변의 반응과 시선은 참여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였다. 가족이나 지인의 만류, 동네 사람들의 낯선 시선은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사회적 편견은 활동 지속 과정에서도 꾸준히 의식되는 외적 제약으로 남았다.
처음에는 못 가게 했어요. 태권도가 위험하다고 태권도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거 보면 조금 위험하지. 그러다 모두 다 다치면 어쩌겠느냐고 그랬어. (연구참여자 2)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은 아이 무슨 태권도를 배워 나이 들어서 이래. (연구참여자 3)
참여 과정에서 드러난 신체적 제약과 두려움, 사회적 편견은 노화와 젠더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다층적 한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후속 결과에서 보이듯 반복된 수련과 공동체적 지지를 통해 점차 재구성되며, 여성 노인이 자신의 몸과 능력을 다시 인식하게 되는 출발점이 된다.
3. 신체와 마음의 회복을 통한 극복과 성장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새로운 기술을 기억하고 동작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매 수업마다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점차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고 동작의 순서와 구조를 이해하게 되었다. 반복 훈련은 “몸으로 익히는 학습”을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 나이를 넘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했다.
품새가 굉장히 많은데 그거를 처음 하려니까 그런 걸 다 모르니까 힘들죠. 왜냐하면 도저히 운동이라는 거는 전혀 하지 않다가 무방비로 놀다가 와서 이렇게 정해진 동작을 하려니까 그걸 잘 모르잖아요⋯ 이제 기억을 해야 되는데 내가 몸을 많이 써가지고 그거를 내 몸에 맞게 익힌다는 거 그렇게 해야지 알지 내 몸에 익혀야 돼요. 익히면 자연적으로 하게 되는 거죠. (연구참여자 9)
내가 근데 여기 태권도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서 하고 집에 가서 한번 해봐요. 그럼 발 처음에 이만큼밖에 안 올라가요. 이렇게 하면 안 되지 내 스스로 조금 더 올려봐 내가 또 올려. 내 스스로 계속 하니까 원하는 높이까지 올라가는 거야. 그래서 문화방송 나갔을 때 남자 기자들이 자기들 키만큼 올라간다고 놀랬어. (연구참여자 2)
동작 완성, 시범 수행, 대회 성적 등은 참여자들에게 성취감과 자기 확신을 제공했다.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동작을 해내고, 시범단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경험은 자기효능감을 강화하며 “여전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형성하게 했다.
내 몸이 좋아지고 뭐든지 하면 하고 싶어지고 나도 배우면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가니까 그전에는 태권도 하면 뭐 애들이 하는 거고 이랬지 이렇게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재미있어요. (연구참여자 13)
아주 많이 영향을 미쳤지. 무슨 생각을 하느냐면 난 60이 넘었어. 그러니까 노인이야. 노인이니까 나는 움직여서는 안돼. 그저 가만히 이러고 있으면 돼. 그런 생각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었어요. 여자 노인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해요. 하지만 나는 안 그러거든요. 태권도를 하면서 아니 건강에 여자 남자가 어디 있어 끝까지 해야지 죽을 때까지 해야지. 내 스스로 그렇게 다짐을 해. (연구참여자 2)
내가 이제 나이가 뭔데? 나 어디 가서 이제 뭐라고 해도 나는 이제 내가 떳떳하게 차렷 자세라도 할 수 있고 그게 이제 자신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연구참여자 3)
대회와 공연 준비 과정에서 요구되는 규율과 반복 훈련은 참여자들이 자기 통제력과 인내심을 내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부는 유튜브와 녹화 영상을 활용해 집에서도 자발적으로 연습하며, 배운 동작을 스스로 점검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기술 숙련을 넘어, 자신의 한계를 조절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역량으로 이어졌다.
영상을 녹음을 해놓고서 이제 그거를 돌려가면서 봤어요. 그리고 내가 보니까는 유튜브에 영상이 많이 올라와요. 지금은 아주 배우기 쉽게 다 나와서 유튜브 보고서는 유튜브를 텔레비전에다 연결해 놓고 연습을 집에서 해요⋯ 지금도 그거 보고 반복해서 연습을 많이 해요. (연구참여자 13)
여기서 배운 거는 이제 집에 가서 한 번씩 연습하고 그럼 저녁에 가서 한 번 하고 아침에 올 때 한 번 연습을 하는 거지. 그러지 않으면 잊어버려 나이가 먹어서 금방 배운 동작을 잊어버려⋯저기 유튜브 틀어 놓고 핸드폰은 너무 조그마해서 못하니까 텔레비전 화면이 크잖아. 거기다 해놓고 이제 내가 필요한 거를 눌러서 이제 그 사람 이제 사범님이 이제 하는 거 보고 그리고 이제 외워서 다시 한 번 해보고 그랬어. (연구참여자 12)
신체적⋅인지적 학습, 성취감, 자기 통제의 경험은 태권도 시범단 참여가 단순한 일회적 활동이 아니라, 반복과 몰입을 통해 역량을 축적해 가는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의 특성을 지님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여성 노인들은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주체”라는 자기 인식을 회복하고 노년기를 재정의해 나간다.
4.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통한 건강과 웰빙
참여자들은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지속하며 근력·체력 향상, 체중 감소, 관절 통증 완화 등 신체적 변화를 경험했다. 특히 하지 근력의 강화와 균형감 향상은 그들의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주었으며, 이로 인해 삶의 질 향상을 경험하였다.
제가 무릎 관절 때문에 수술하라 이런 의사의 진찰을 받고 나서 이제 걱정됐지만 수술 안하고도 태권도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무릎도 지금은 아픈 적도 별로 없고 대략 수술 안 받고 건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이 태권도가 도움이 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봐요. (연구참여자 1)
도움이 많이 됐죠. 이 다리도 많이 아팠었는데 진짜 중요해. 여기 계단을 내가 못 올라다녔어요. 올라올 때는 매달려서 올라오고 내려갈 때는 뒷걸음질로 내려갔는데 지금은 그냥 우선 살이 빠지니까 내 몸이 가벼우니까 막 날아다녀 그냥 내려가는거야. (연구참여자 5)
새로운 기술 습득과 시범 수행은 참여자들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제공하고 이는 정서적 안정감과 긍정적 자기 인식으로 이어졌다. 남편이나 가족이 “성격이 밝아졌다”고 말할 정도로 정서적 변화가 나타났으며, 참여자들은 노년기의 삶이 이전보다 풍성해졌다고 느꼈다.
그럼요. 많이 발전했죠. 많이 많이 발전했지 남편이 맨날 그랬어요. 당신이 그렇게 아파하더니 안 아프고 훨씬 밝아졌다고 그랬어요. 성격도 밝아지고 그랬다고. (연구참여자 6)
나가면 또 아무래도 우리 지역구가 그냥 뭐 대표로 뽑혀서 우수를 많이 하는 것 같아⋯이제 그게 이제 자부심을 갖고 하는 거지. (연구참여자 11)
나는 발전하고 있죠. 운동하니까 마음도 든든해지고 또 어디 나는 무서운 데가 없어요. 그게 그냥 너무 좋은 거예요. (연구참여자 4)
시범단 활동은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과 사회적 네트워크 확장의 장이 되었다. 함께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호 돌봄과 격려하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참여자들은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러한 경험은 태권도 시범단이 노년기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지속적인 소속감을 제공하는 공동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관찰에서도 이러한 관계 형성 과정이 확인되었는데, 연습 전후로 참여자들이 서로의 컨디션을 묻거나 최근 생활과 건강 상태를 공유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었다.
서로 모르면 알려주고 서로 그냥 건강 어떠냐 궁금하면 전화도 한 번쯤 해주고 안 나오면 또 연락해서 왜 그러냐 물어봐 주고 그래요. 더 친밀해지고 가족 같은 느낌이에요. (연구참여자 1)
여기 소속되어 있어서 여기를 매일 온다는 게 즐겁죠. 오면 태권도 하러 와서 친구들 만나면 기분 좋고 그래요. (연구참여자 13)
본 연구에서 나타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변화는 태권도 시범단 활동이 노년 여성에게 단순한 운동을 넘어 통합적 여가 경험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은 근력 향상과 통증 완화 등 신체 기능의 개선을 경험했으며, 이는 일상생활 수행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또한 새로운 기술 습득과 시범 참여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고취하여 정서적 안정과 긍정적 자기 인식을 강화하였다. 더불어 연습과 공연 준비 과정에서 형성된 상호지지와 관계적 교류는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지속적 소속감을 제공하는 공동체적 환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태권도 시범단 활동이 신체⋅정서⋅사회 영역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웰빙 효과를 가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5. 태권도를 통한 자아와 여성성의 확장
참여자들은 수련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을 거의 인식하지 않았고, 남성과 동일한 동작과 시범을 수행하였다. 시범단 내에서는 나이⋅성별보다 기술 수준과 수련 기간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여성 노인은 약하다”는 통념을 스스로 해체해 나갔다. 이러한 분위기는 참여 관찰에서도 확인되었는데, 연습 장면에서 여성 노인 참여자들이 남성과 동일한 난이도의 기술을 수행하거나, 기술 숙련도가 높은 참여자가 성별과 상관없이 동료의 동작을 지도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아니 우리는 똑같이 해요 똑같이. 그리고 남자 하나 하면 여자도 하고 오히려 여자들이 더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8)
나는 여기 태권도에서 남자 여자 역할은 없어요. 왜 선생님이 똑같이 가르치거든 이건 남자가 하는 거다, 이건 여자가 하는 거라고 안 그래요. 똑같이 하니까 나는 여기 와서 차이점 이런 거 못 느꼈어요. (연구참여자 2)
뭐 운동에 있어서는 남자 여자 물론 신체적인 부분은 틀리긴 하지만 남자들은 이 운동 신체적인 면에서 여자들보다는 잘 하시더라고 보니까 근데 내가 노력하는 만큼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잘 할 수 있어요. 그건 모르는 거예요. 제 생각에 저는 그래요. (연구참여자 10)
활동이 지속될수록 태권도는 단순한 여가활동을 넘어 삶의 중심적 의미를 지닌 실천으로 자리 잡았다. 운동을 쉬면 허전함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적극 추천하며, 시범 및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등 ‘태권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되었다.
운동을 안 하고 그러면 아 뭐라도 빼먹은 것 같고 막 이렇게 해서 더워도 나와 가지고 열심히 하지 (연구참여자 8)
지금 와서 생각하면 태권도를 내가 하기를 너무 잘했구나에 자부심을 갖게 되고 자랑하게 되고 친구들한테 권하게 되고 친구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도 태권도 참 좋다 한번 해봐라 권하게 되는 거예요. (연구참여자 1)
태권도로 상도 받고 많이 봉사도 좀 하고⋯어디 요청 오면 가서 해 주고 저기 노인 일자리 뭐 그런 거에 작년에도 몇 군데 가서 시범 봉사를 다녀왔어요. (연구참여자 9)
참여자들은 태권도를 통해 자신을 타인에게 의존적인 ‘노인 여성’이 아닌, 스스로 삶을 이끄는 주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게 된 경험, 시범 무대에 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경험은 자율성과 자부심을 강화하였다.
이제는 내가 움직이니까. 예전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밥도 못 해 먹고 했을 때 같으면 화장실도 남의 손 빌려야 되는데 지금은 혼자 다 하니까 그것만 해도 나는 만점이야. (연구참여자 6)
내가 태권도를 안 했으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겠구나. 제 나이는 이제 그런 생각도 좀 들어요. 우리 친구들이 이렇게 아픈데 나는 이게 다 태권도 덕도 있다 그래⋯집에다가 메달 걸어놓고 그래도 그게 내가 발자취를 그래도 만들어 놨구나 하고 자부심을 느끼지. (연구참여자 1)
이러한 결과는 태권도 시범단 참여가 여성 노인에게 평등한 젠더 수행(gender performativity)의 장을 제공하고, ‘약한 노인 여성’이라는 기존 규범을 넘어서는 새로운 여성성⋅정체성 재구성의 과정을 촉진함을 보여준다. 즉, 태권도는 여성 노인이 자신의 몸과 삶을 다시 쓰는 상징적 실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Ⅳ.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태권도 시범단에 참여한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참여 동기와 과정, 그리고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변화를 탐색함으로써 태권도 참여가 노년 여성의 삶에 미치는 총체적 의미를 규명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첫째, 태권도 시범단 참여 동기는 여성 노인들의 무료함과 사회적 단절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었으며, 가족이나 친구의 권유, 그리고 건강 회복에 대한 내적 의지가 참여의 주요 계기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노년층의 여가 및 운동 참여가 단순한 신체활동을 넘어 삶의 활력 회복과 사회적 관계망 재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 맥락과 유사하다(황남희, 2014). 앞선 동기들과 달리,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 동기는 노인들이 여가 활동 참여 시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동기가 아니며, 미디어에 대한 접근이 대부분의 노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경우는 아니다(백지연, 2022). 이를 통해 현대 노년층은 과거 세대와 달리 능동적이고 자기표현적 여가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미디어는 이러한 새로운 노년 문화의 상징을 강화한다. 특히,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서 또래 노인 여성이 태권도를 멋있게 하는 장면은 단순한 시청을 넘어 “나도 할 수 있다”는 동일시(identity projection)를 유발한다 (Festinger, 1954). 따라서 향후 노년층 체육 프로그램 확산을 위해서는, 미디어를 활용한 노년 모델링 콘텐츠와 실제 참여 사례의 시각적 홍보 전략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태권도 시범단 참여 과정에서 노인 여성들은 신체적 제약과 사회적 편견, 자신감 부족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였으나 반복적인 수련과 단체 활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를 극복하였다. 노화로 인해 관절 부위 통증과 근력 기능이 저하되었으며, 이로 인해 태권도 시범단의 다양한 품새, 발차기, 격파 동작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았으며 이는 다양한 노인 스포츠 활동에서 나타나는 한계점이다(조우순, 2023). 또한 새로운 운동 환경과 생소한 운동으로 인해 위축되거나 자신감이 결여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노인 스스로의 신체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 감소로 인해 연결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러한 동기는 수련을 하는 과정 중 대부분 해소된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의 장벽 부분은 여성 노인 태권도에 나타나는 특이한 한계점이라 할 수 있다. 태권도의 경우 노인보다는 유아, 청소년, 성인을 위한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어 사회적으로 여성 노인이 태권도를 하기에 무리이며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양가현, 박광호, 원영신, 2020).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인식을 연구 참여자들은 지속적으로 느끼며 처음 태권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많은 부담감으로 느꼈다. 우려와 다르게, 여성 노인 태권도 시범단은 위험하거나 성인과 같이 민첩한 동작을 요구하는 대신 노인의 수준에 맞게 조절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부상 예방을 위한 스트레칭 시간을 프로그램 전후로 배치하는 등 노인을 위해 지도자가 많은 심려를 기울였다. 따라서, 기존 노인이 주류가 아닌 스포츠의 경우 노인에 맞춰 프로그램이 운영되거나 그런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하여 노인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참여자들은 신체적 제약과 사회적 인식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반복적인 훈련으로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인내와 끈기로 극복하며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이어나갔다. 또한, 대회나 무대에서 활동하며 기존에 지니고 있던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를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회복하였다. 다양한 시범 활동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전 보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동력이 되었다. 노인들은 은퇴 후 남은 일상을 활력 있게 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어 나가고자 하며 지속적인 발전과 자기 자신의 성장을 하고자 한다. 이는 의미 있는 활동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에 망설임 없이 도전해 보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정은, 김고은, 2020). 또한, 여성 노인들은 수련 과정에서 성별의 경계를 인식하지 않고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수행함으로써 ‘약한 여성’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스스로 극복하였다. 그 결과 자신을 단순히 여성이 아닌 ‘태권도인’으로 동일시하며 주체적 자아를 형성하였다. 이는 Stebbins(2001)가 진지한 여가 이론에서 언급한 자아 개발과 정체성 형성의 속성이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재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참여자들은 꾸준한 수련을 통해 신체적 건강이 향상되었으며 하체 근력 강화 및 통증 완화를 동시에 경험하였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즐거움, 긍정적인 에너지, 재미를 경험하며 태권도를 통해 삶의 다채로움을 경험하였다. 또한 팀 활동을 통한 소속감과 단합력이 강화되며 이들만의 친목과 네트워킹이 형성되었다. 이처럼 노인에게 있어 여가 활동은 시간을 채우기 위한 수단보다는 그들의 건강을 증진하려는 목적과 은퇴 후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며 생긴 외로움,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한 발판이다(유용식, 2022).
이처럼 태권도 시범단 참여는 여성 노인들에게 신체적 건강, 정신적 안정, 사회적 관계, 자아정체성 확장의 통합적 변화를 제공하였다. 태권도는 단순한 무도 종목이 아니라, 노년 여성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movement for life)이자 자기 회복과 성장의 매개체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태권도가 그들의 성공적 노년의 생활을 위한 의미 있는 여가 문화적 수단으로서, 건강과 웰빙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함을 암시한다. 따라서 향후 노인 체육 정책과 프로그램 설계는 신체적 건강 향상과 같은 일차원적 관점을 넘어, 정신적, 사회적 관계, 자아실현을 통합하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또한 태권도의 철학적 가치인 예의, 인내, 극기, 협동은 타 여가 스포츠와 달리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공동체 문화적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여성 노인의 태권도 시범단 참여 경험을 젠더 수행과 진지한 여가의 교차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고령 여성의 무도 참여가 단순한 신체활동을 넘어 ‘새로운 여성상’과 ‘능동적 주체성’을 재구성하는 수행적 실천임을 밝혀냈다. 또한 미디어를 통한 롤모델 관찰과 동일시가 참여 동기로 작동하는 ‘미디어 기반 동일시’ 개념을 제안함으로써, 기존 노인 여가 및 무도 연구에서 간과되어 온 미디어-정체성-참여의 연결고리를 새롭게 설명하는 이론적 공헌을 제공한다.
상기 실무적 및 이론적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본 연구는 질적 사례 연구로서 여성 노인 전체의 결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남성 노인과의 비교, 다양한 문화와 사회경제적 배경을 포함하여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 대상자의 경우 시범단 활동을 하는 특수한 상황을 경험한 여성 노인들이었기 때문에,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 일반적인 노인에게 프로그램이나 국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할 경우 대상자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는 양적 연구를 혼합하여 일반적인 여성 노인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활동에 대해 탐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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