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을 지도하는 여성 스포츠지도자에 대한 내러티브 연구
초록
본 연구는 남성 선수를 지도한 경험을 보유한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내러티브를 통해,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이 지도자 정체성으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남성 중심 스포츠 현장에서 젠더 장벽과 평가 구조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여성 지도자가 리더십과 전문성을 어떠한 실천 전략을 통해 구성하는지를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남성 선수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여성 스포츠 지도자 3인을 대상으로 내러티브 탐구를 수행하였으며, 심층면담 자료를 시간적⋅사회적⋅맥락적 흐름 속에서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참여자들이 선수 시절 경험한 진로의 불확실성, 자기결정권의 제한, 성별화된 구조적 제약은 지도자 전환 이후 선수들에게 설명 가능한 기준과 의미를 제공하려는 실천적 지도 지향으로 재구성되었다. 둘째,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에서 여성 지도자의 전문성은 자동적으로 승인되기보다 성별화된 평가 구조 속에서 반복적인 수행과 입증을 통해 점진적으로 인정되었으며, 그 양상은 종목과 지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셋째, 참여자들은 설명과 납득을 중심으로 한 소통, 관계 조율, 개별화된 지도를 통해 리더십을 수행하였으며, 이러한 실천은 후속 세대 여성 지도자의 진입 가능성을 확장하는 의미로 연결되고 있었다. 본 연구는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리더십과 전문성이 성별의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 젠더화된 구조 속에서 반복적인 수행과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고 승인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는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험을 개인의 성취나 실패로 환원하기보다, 선수 시절의 경험과 조직의 젠더화된 구조, 그리고 지도 현장에서의 실천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how female sports coaches with experience coaching male athletes reconstruct their coaching identities from deficits experienced during their athletic careers, how gender barriers and evaluation structures operate within male-dominated sport contexts, and how they construct leadership and professional competence through their practices. Narrative inquiry was conducted with three female sports coaches who had coached male athletes, and in-depth interview data were analyzed through temporal, social, and contextual perspectives. The findings were as follows. First, career uncertainty, limited self-determination, and gendered structural constraints experienced during the participants’ athletic careers were reconstructed into practical coaching orientations aimed at providing athletes with clear standards and meaningful guidance after their transition to coaching roles. Second, in male-dominated sport contexts, professional competence was not automatically recognized but was gradually validated through repeated performance and demonstration within gendered evaluation structures, and its manifestations varied according to sport and coaching contexts. Third, participants performed leadership through communication based on explanation and understanding, relational coordination, and individualized coaching, and these practices were linked to expanding opportunities for future generations of female coaches. This study demonstrates that female sports coaches’ leadership and professional competence are not inherent gender traits but are constructed and validated through repeated performances and interactions within gendered structural conditions. The findings suggest that female sports coaches’ experiences should be understood not merely as individual success or failure, but within a process where athletic-career experiences, the gendered structure of the organization, and coaching practices in the field intersect.
Keywords:
Female Sports Coaches, Gender Barriers, Professional Competence, Leadership Practice, Narrative Inquiry키워드:
여성 스포츠 지도자, 젠더 장벽, 전문성, 리더십 실천, 내러티브 탐구Ⅰ. 서 론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스포츠 참여와 여성 지도자의 진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나,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스포츠 조직 내 구조적 평등이나 젠더 권력 관계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Messner, 2009; Messner, 2011). 특히 스포츠 지도자 영역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 규범과 권력 구조가 강하게 작동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으며, 여성 지도자는 반복적인 전문성 입증과 정당화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Norman, 2010; Burton, 2015; Serpell, Harrison, Dower, & Cook, 2023). 이는 여성 지도자의 진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조직 내 젠더 권력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험과 리더십 형성 과정을 탐색하려는 연구가 점차 축적되고 있다. 해외 연구에서는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력 형성과 조직 내 위치를 분석한 연구들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이루어져 왔다. Acker(1990)는 조직을 성별화된 구조(gendered organization)로 개념화하며 여성 지도자의 경험이 개인적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반에 내재된 권력 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였다. Shaw와 Frisby(2006)는 스포츠 조직 내 젠더 불평등이 공식 제도뿐 아니라 비공식적 관행을 통해서도 재생산된다고 분석하였으며, Burton(2015)은 여성 지도자가 리더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전문성 검증 요구에 노출된다는 점을 보고하였다.
국내에서도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험과 경력 형성을 조명하는 연구들이 점차 축적되고 있다. 손원호와 양재영(2023)은 여성 스포츠 지도자들의 직업적 사회화 과정과 유리천장 인식을 분석하여 남성 중심 스포츠 문화가 경력 전반에 걸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으며, 김기운과 최윤소(2023)는 학교 운동부 여성 지도자들이 중심 업무에서 배제되어 주변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구조적 현실과 여성 지도자에 대한 지도력 부족이라는 고정관념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연구들은 스포츠 조직 내 젠더 불평등의 구조를 가시화하고 여성 지도자가 직면하는 현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문적 기여를 하였다.
다만 기존 연구들은 주로 지도자 진입 이후 경험하는 구조적 제약과 젠더 장벽에 초점을 두어 왔으며, 선수 시절부터 축적된 경험이 이후의 실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여성 지도자의 경험은 지도자 진입 이후에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시절부터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맥락 속에서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여성 선수들은 선수 경력 과정에서 진로 정보의 부족, 제도적 지원의 제한, 성별화된 문화와 규범 등 다양한 환경적 조건에 직면한다. 이러한 경험이 지도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의미로 재구성되며, 이후의 실천과 정체성 형성에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는 아직 충분히 탐색되지 못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여성 지도자의 경험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도자 진입 이후의 경험뿐 아니라 선수 시절부터 이어지는 경험의 연속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본 연구는 이 지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세 가지 이론적 관점을 참조한다. Connell(1987)의 헤게모니적 남성성 개념은 제도와 문화 전반에 내재된 권력 관계가 특정 성별의 우위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을 설명하며, 스포츠 조직 내 젠더 위계가 유지되는 구조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Kanter(1977)의 토큰리즘(tokenism) 논의는 조직 내 소수자가 과잉 가시화와 평가 압박 속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조건에 놓인다는 점을 지적하며, 남성 중심 스포츠 조직에서 여성 지도자의 위치를 분석하는 데 적용될 수 있다. 또한 Butler(1990)의 젠더 수행성(performativity) 개념은 여성 지도자의 경험을 구조적 제약에 대한 반응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전문성과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구성하고 실천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보조 틀을 제공한다.
이에 본 연구는 남성 대상 지도 경험을 보유한 여성 스포츠 지도자 3인의 내러티브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이 단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엘리트 전문 체육 현장뿐 아니라 생활체육 및 교육 맥락을 함께 포함하였다. 이를 통해 여성 지도자가 경험하는 젠더 장벽과 전문성 수행의 양상을 비교⋅탐색하고, 선수 시절 경험과 지도자 정체성 형성 과정 사이의 연속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는 여성 지도자의 경험을 단일한 차별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종목과 현장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 리더십과 전문성의 구성 과정을 분석하려는 시도이다.
연구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여성 지도자가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은 지도자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재구성되는가?
둘째,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에서 여성 지도자가 경험하는 젠더 장벽과 평가 구조는 어떠한 양상으로 작동하는가?
셋째, 남성 대상 지도 과정에서 여성 지도자가 구성하는 리더십과 전문성 입증의 실천 전략은 무엇이며, 이러한 실천은 어떠한 의미로 확장되는가?
본 연구의 목적은 남성 대상 지도 경험을 보유한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선수 시절의 결핍 경험과 지도자 전환 과정, 전문성 수행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한국 스포츠 현장에서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 형성과 젠더 권력 구조의 작동 양상을 탐색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여성 지도자를 개인적 성공 사례나 예외적 존재로 환원하지 않고, 구조적 조건과 개인의 실천이 교차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지도자 주체로 조명하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남성 대상 지도 경험을 보유한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리더십 형성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작동하는 젠더 권력 구조를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 방법을 적용하였다. 내러티브 탐구는 개인이 경험한 사건을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시간적 흐름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구성된 이야기로 이해하고, 그 의미 생성 과정을 분석하는 질적 연구 방법이다(Clandinin & Connelly, 2000).
특히 내러티브 탐구는 경험을 고정된 결과나 단일 사건으로 환원하지 않고, 시간성(temporality), 사회성(sociality), 장소성(place)이 교차하는 맥락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개인의 정체성이 형성⋅변화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 여성 지도자의 선수 시절 경험, 지도자로의 전환 과정, 그리고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 속에서의 지도 실천은 상호 분절된 사건이 아니라 연속적인 경험의 흐름 속에서 구성되기 때문에, 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 접근이 요구된다.
이에 본 연구는 여성 지도자의 경험을 개인적 성향이나 결과로 환원하기보다,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이라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지도자 정체성과 리더십이 어떻게 수행되고 조정되는지를 과정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연구 목적을 가장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내러티브 탐구를 채택하였다.
2.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남성 대상 지도 경험을 보유한 여성 스포츠 지도자 3인으로, 목적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통해 선정하였다. 내러티브 탐구는 경험의 깊이와 맥락적 이해를 중시하는 연구방법으로, 소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심층적인 이야기 탐색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통계적 일반화보다 경험의 의미와 과정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목적으로 하였으며, 참여자 수의 확대보다 사례의 정보 풍부성(information richness)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참여자 선정 기준은 단순히 남성 지도 경험의 유무에 그치지 않고, 지도 대상의 수준(엘리트/비엘리트)과 지도 활동이 이루어지는 제도적 맥락을 함께 고려하여 설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참여자 A(축구)와 참여자 B(아이스 하키)는 남성 엘리트 선수 집단(국가대표, 프로, 대학팀)을 대상으로 한 제도권 전문 체육 지도 경력을 보유한 지도자이다. 참여자 A는 국내 최연소 최상위 지도자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대표팀 지도 경험을 통해 엘리트 전문 체육 현장에서 남성 중심 구조와 직접적으로 마주해 온 사례이다. 참여자 B는 해외 리그 선수 및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드물게 남성 프로팀 코치로 활동한 사례로, 엘리트 전문 체육 현장에서 토큰리즘의 압박을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한 임계적 사례에 해당한다.
반면 참여자 C(농구)는 성인 남성 동호인을 중심으로 한 생활체육 지도 경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으나, 동시에 대학 및 민간 교육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남성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도(교육)한 경험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참여자 C는 엘리트 전문 체육이 아닌 생활체육 및 교육 맥락에서 남성 대상 지도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자 A⋅B와는 구별되는 제도적 조건 속에 위치한다. 이러한 참여자 구성은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이 단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의도적 표집 전략에 해당하며, 엘리트 전문 체육과 생활체육⋅교육 맥락 간의 비교를 통해 젠더 장벽과 전문성 수행의 양상이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단순히 남성 대상 지도 경험을 보유한 여성 지도자가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에 최초 또는 선도적으로 진입하여 지도자 역할을 수행해 온 사례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여성 스포츠 지도자가 경험하는 젠더 권력 구조와 전문성 수행의 양상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임계적 사례(critical cases)로 판단하였다.
종목 선정과 관련하여, 축구와 아이스하키는 국내 스포츠 현장에서 남성 중심성이 강하게 작동하는 종목으로, 여성 지도자가 남성 엘리트 선수를 지도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구조적 현실을 반영한다. 농구는 생활체육 맥락에서 성인 남성 동호인 지도가 비교적 이루어지고 있는 종목으로, 엘리트 맥락과의 비교 분석을 위해 포함하였다. 다른 다양한 종목에서도 여성 지도자가 남성을 지도하는 사례가 존재하나, 본 연구는 종목 자체를 대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이 제도적 맥락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경험되는지를 탐색하기 위한 사례 연구의 성격을 가진다.
모든 참여자는 10년 이상의 선수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로 전환하여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지도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여성 스포츠 지도자이다. 연구 참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실명은 모두 익명화하였으며, 종목명은 연구 분석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3. 자료수집
자료 수집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진행되었으며, 반구조화된 심층면담(in-depth interview)을 주요 방법으로 활용하였다. 면담 질문의 구성은 선수 시절의 경험, 지도자로의 전환 동기, 남성 대상 지도 실천의 구체적 사례, 조직 내 젠더 장벽에 대한 인식, 리더십 수행 방식, 그리고 후배 세대를 향한 인식과 실천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면담은 참여자 1인당 1∼2회 실시되었으며, 회당 약 60분에서 90분 정도 소요되었다. 참여자 A의 경우 약 90분, 참여자 B와 C는 각각 약 60분 내외로 진행되었으며, 전사된 자료의 총 분량은 A4 기준 약 35페이지였다. 모든 면담은 참여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 녹음하였고, 녹음 자료는 연구자가 직접 전사(transcription)하여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4. 자료분석 및 연구의 타당성 확보
자료 분석은 Clandinin과 Connelly(2000)의 내러티브 탐구 분석 절차를 따랐다. 구체적으로는 현장 텍스트(field texts)에서 연구 텍스트(research texts)로 나아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전사된 면담 자료는 먼저 참여자별로 시간적 흐름에 따라 개별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검토되었으며, 각 참여자의 경험이 지닌 고유한 맥락과 의미를 우선적으로 파악하였다. 이후 개별 내러티브에서 도출된 의미 단위를 코드화하고, 참여자 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 주제와 맥락적 차이를 함께 분석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이는 Clandinin과 Connelly(2000)가 제안한 내러티브 탐구의 분석 원칙, 즉 개별 경험의 특수성을 존중하면서도 사회적⋅맥락적 흐름 속에서 공유된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에 부합한다.
분석 절차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자는 전사본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의미 있는 경험 단위를 식별하고, 이를 중심으로 초기 코드를 생성하였다. 그 결과 총 43개의 초기 코드가 도출되었으며, 이를 의미의 유사성에 따라 여러 하위 범주로 통합하였다. 이후 범주 간 관계를 반복적으로 검토한 결과, 최종적으로 ‘결핍의 재구성’, ‘젠더화된 평가 구조와 전문성 입증’, ‘전문성 수행과 경로 확장의 실천’의 3개 상위 주제가 도출되었다.
’결핍의 재구성’은 선수 시절 경험과 지도자 정체성 형성의 연속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젠더화된 평가 구조와 전문성 입증’은 여성 지도자에게 부과되는 젠더 장벽과 반복적인 전문성 검증 요구가 작동하는 양상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전문성 수행과 경로 확장의 실천’은 이러한 평가 구조 속에서 참여자들이 일상적 긴장을 조율하고 설명 중심의 리더십을 수행하는 과정, 나아가 그 실천을 후속 세대를 위한 기회 확장으로 연결하는 의미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결과 제시는 참여자별 내러티브의 고유성을 반영하면서, 연구문제에 대응하는 공통 주제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는 참여자별 경험의 맥락을 유지하며, 경험 간에 공유되는 의미를 탐색하기 위한 내러티브 탐구의 분석 원리에 따른 것이다.
연구의 타당성과 진실성(trustworthiness)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쳤다. 첫째, 구성원 검토(member checking)를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를 각 참여자에게 개별적으로 공유하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연구자의 해석이 참여자의 경험과 의미를 왜곡하지 않았는지 확인하였다. 구성원 검토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전반적으로 연구자의 해석에 동의하였으며, 일부 표현의 뉘앙스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를 최종 원고에 반영하였다. 둘째,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동료 연구자와의 반복적 논의(peer debriefing)를 통해 분석 과정과 해석의 일관성을 점검하였다. 연구자가 1차 분석을 수행한 이후 질적 연구 경험이 풍부한 동료 연구자와 3차례에 걸쳐 코드 및 범주화 결과를 함께 재검토하였으며, 해석상 이견이 있는 부분은 원자료를 재검토하고 협의를 통해 조정하였다. 셋째, 연구자는 연구자 성찰(reflexivity)을 통해 여성 지도자의 수행을 과도하게 이상화하거나 개인의 역량으로 환원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참여자의 경험이 놓인 구조적 조건과 맥락을 함께 해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 전반에 걸쳐 연구 노트를 작성하며, 이론적 관심이 자료의 의미를 과잉 규정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였다.
윤리적 측면에서는 모든 참여자로부터 면담 시작 전 연구 목적, 자료 활용 방식, 익명 처리 원칙 등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서를 수령하였다. 면담 내용은 참여자의 동의 하에 녹음되었으며, 녹음 자료 및 전사 자료는 연구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관리하였고, 연구 종료 후 3년간 보관 후 폐기할 예정이다. 참여자의 실명은 모두 익명화하였으며, 민감한 진술의 경우 맥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표현을 조정하여 처리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 전 과정에서 자발적 참여 동의, 익명성 보장, 자료의 안전한 관리 등 연구윤리 원칙을 준수하였다.
Ⅲ. 결과 및 논의
세 참여자의 경험은 선수 시절의 결핍, 지도자 전환 이후 마주한 평가 구조, 그리고 현재의 지도 실천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각 참여자의 내러티브를 간략히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참여자 A는 12년간 축구 선수로 활동하였으나, 고등학교 시절의 부상과 불투명한 진로 전망 속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였다. 이후 지도자로 전환하여 최연소로 최상위 지도자 자격을 취득하였고, 남성 U-19 국가대표팀, 남녀 대학팀 등 다양한 현장에서 지도 경험을 축적해 왔다. 참여자 B는 20년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며 국가대표와 해외 리그를 경험하였고, 은퇴 후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 국내에서는 드물게 남성 프로팀 코치로 합류하면서 ‘최초’라는 상징적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참여자 C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타인의 권유로 농구를 시작하여 10년간 선수로 활동하였으며, 실업팀 선수 생활을 거쳐 은퇴한 뒤에는 생활체육 현장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며 성인 남성 동호인과 대학생을 지도해 왔다.
세 참여자는 서로 다른 종목과 환경에서 성장하였으나,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이 지도자 정체성 형성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보였다. 또한 지도자로 전환한 이후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젠더화된 평가 구조와 마주하였으며, 현재는 자신만의 지도 철학과 실천을 통해 전문성을 구성해 나가고 있었다. 이에 본 장에서는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이 지도자 정체성으로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이어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에서 작동하는 젠더화된 평가 구조와 전문성 입증의 과정을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경험이 현재의 지도 실천과 후속 세대를 위한 경로 확장의 의미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논의하였다. 이를 통해 참여자별 경험의 고유한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세 내러티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의미의 흐름을 함께 제시하였다.
1.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과 지도자 정체성의 재구성
세 참여자의 경험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그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선수 시절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결핍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핍은 과거의 사건으로 회상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도자로서의 현재 실천과 연결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참여자 A에게 선수 시절의 전환점은 고등학교 시절의 부상이었다. 신체적 한계를 인식하게 된 그에게는 운동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해졌다. 그러나 현장은 그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다. 선수 이후 무엇이 가능한지, 어떤 경로가 열려 있는지에 대한 정보와 안내가 부재한 채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것이다.
힘든 건 보이지 않는 미래죠.
이걸 계속해도 되나,
이 축구가 나한테 어떤 비전이 있나,
그런 게 너무 불분명했어요(참여자 A).
그럼에도 그는 운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운동에 대한 낭만적 애착이라기보다, 자신이 이미 투자해 온 시간에 대한 책임 의식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해온 게 이건데’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이거고,
이걸로 뭔가는 이뤄야 되지 않겠나 싶었죠(참여자 A).
전문대 진학 이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 전환한 결정 역시 명확한 비전에서 비롯된 선택이라기보다, 걸어온 길에 대한 책임 의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이후 지도자로서의 방향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되었다. 선수 시절 그가 경험한 불확실성과 공백은, 지도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무엇을 설명하고 어떤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실천적 기준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참여자 B의 경험은 개인의 부상이나 진로 정보의 부재보다,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구조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소속팀을 갖고 정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어려웠던 그는, 운동을 지속하고자 해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없다는 현실과 반복적으로 마주하였다.
운동은 하는데,
제가 소속돼서 게임을 뛸 수는 없으니까
그게 되게 힘들었어요(참여자 B).
해외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한 경험은, 자신이 성장해 온 환경이 얼마나 협소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에 나가서 처음 느낀 게
‘아,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였어요(참여자 B).
경제적 이유로 그 기회를 지속하지 못한 채 돌아온 이후에도,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는 그가 선수 생활을 지속하게 한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였다.
올림픽에 너무 나가고 싶었어요.
그게 버틸 수 있는 힘이었던 것 같아요(참여자 B).
은퇴 이후 지도자로 전환한 참여자 B에게, 선수 시절 경험한 구조적 제약은 단순히 과거의 어려움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은 현재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그의 지도 실천을 방향 짓는 경험적 토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참여자 C의 경험은 앞선 두 참여자와는 다른 성격의 결핍에서 출발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보다 타인의 권유로 농구를 시작하였고, 선수 생활 전반을 스스로 의미를 찾기보다 흘러가는 대로 지속해 온 시간으로 회상하였다.
저의 의지로 한 건 아니라 타인의 의지인 거죠.
부모님의 의지,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의 권유로 농구를 시작하게
됐고(참여자 C).
힘들었죠. 재밌지는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고···
그냥 물 흘러가듯이 간 것 같아요(참여자 C).
이는 참여자 A와 B가 경험한 진로 정보의 부재나 구조적 기회의 제한과는 다른, 자기결정권의 결핍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운동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경험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동적 수행의 경험은 지도자로 전환한 이후 다른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학생들이 운동의 이유와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지도의 핵심으로 삼는 실천적 지향이, 바로 선수 시절 자신이 갖지 못했던 경험에서 비롯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참여자의 결핍은 그 내용에서 서로 달랐다. 참여자 A에게는 선수 이후 경로에 대한 정보의 부재, 참여자 B에게는 성장 환경 자체의 구조적 제약, 참여자 C에게는 자기결정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각자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이 서로 다른 결핍들은 각 참여자의 내러티브 속에서 하나의 공통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자신이 선수 시절 경험하지 못한 것을 현재 지도하는 이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실천적 지향이 그것이다.
세 참여자의 선수 시절 경험은 결핍의 형태와 강도에서 차이를 보였으나, 이러한 경험이 이후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실천을 재구성하는 기준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흐름을 드러냈다. 결핍은 극복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지도 실천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원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참여자 A와 B의 경우, 선수 이후의 경로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구조적 공백은 지도 현장에서 무엇을 설명하고 어떤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선수 시절 접하지 못했던 정보와 설명을 현재의 선수들에게 제공하려는 실천 속에서, 과거의 결핍은 현재의 지도를 방향 짓는 자원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참여자 C 역시 선수 시절의 타율적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자로 전환한 이후에는 학생들이 운동을 ‘왜’ 하는지 이해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기준을 강조하고 있었다. 선수 시절의 수동성이 지도 현장에서 의미 공유와 자율성 촉진이라는 실천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세 참여자의 경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으로, 결핍이 개인적 좌절이나 부정적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지도 실천을 조직하는 자원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선수 시절의 결핍 경험이 지도자 정체성 형성의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력 경로를 다룬 선행연구들 될 수 있다. 과 맥을 같이한다. 손원호와 양재영(2023)은 여성 스포츠지도자들이 성장 과정과 직업 경로 전반에서 성차별과 구조적 제약을 경험하며, 이러한 경험이 이후 전문성 향상과 직업적 성취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 연구가 여성 지도자의 구조적 제약과 직업적 사회화 과정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면, 본 연구는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의 구체적 내용이 이후 지도 철학과 실천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내러티브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즉 여성 지도자의 전문성은 지도자 진입 이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과 의미화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성 지도자의 정체성이 젠더화된 구조적 조건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는 Acker(1990)의 젠더화된 조직 이론과 연결되며, 스포츠 현장에서 여성 지도자의 경력 경로가 단순한 개인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조건의 산물임을 시사한다. 또한 선수 시절의 결핍이 이후 지도 철학과 실천 원리로 전환된다는 점은, 경력 형성이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경험의 연속선상에서 구성된다는 내러티브 탐구의 관점(Clandinin & Connelly, 2000)과도 상통한다. 이는 본 연구가 내러티브 탐구를 방법론으로 채택한 이유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지점으로, 참여자들의 선수 시절 경험과 지도자로서의 실천이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성장 과정은 지도자 진입 이후의 전문성 개발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선수 시절 경험한 구조적 결핍과 그에 대한 의미화 과정이 지도 철학 형성의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2. 젠더화된 평가 구조와 전문성 입증
선수 시절의 결핍을 지도자 정체성의 출발점으로 삼으며 현장에 진입한 참여자들이 그다음으로 마주한 것은 성별화된 평가 구조였다. 이러한 평가 구조와의 마주침은 지도자 경력의 초기부터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으며, 세 참여자 모두의 경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양상은 각 참여자가 처한 현장의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시점과 형태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차이는 젠더 장벽이 고정된 경험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자 B에게 젠더화된 평가 구조와의 첫 마주침은 지도자로 전환하는 시점, 즉 남성 프로팀에 합류하는 시점에 가장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자신의 지도 능력이나 경력이 현장에서 검토되기 이전에, ‘여성 코치’, ‘최초’라는 상징이 먼저 외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프로팀에 갔는데 기자들이 저 올림픽 선수 때보다
더 많이 오신 거예요.
그게 최초였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사실 그런 걸로 부각되는 걸 원치는 않았었는
데, 팀 입장에서는 보여줄 게 필요하니까요(참여자 B).
이는 개인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남성 중심 환경 속에서 ‘여성 지도자’라는 존재가 갖는 상징성이 과잉 가시화되는 조건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의 실제 지도 내용과 현장에서의 수행은 평가의 전면에 놓이기보다, 성별 표식 뒤로 밀려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즉 지도자의 전문성은 충분히 검토되기 이전에, ‘여성 지도자’라는 범주 안에서 선별적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참여자 A의 경우, 이러한 표식은 지도자로서 일정한 경력을 쌓은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처음 지도자로 진입한 시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남성 수강생이 다수인 새로운 교육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강사’라는 역할보다 ‘여성’이라는 표식이 먼저 읽히는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남자들 코스에 강사로 들어가면 다들 그러죠.
‘여자가 무슨’(참여자 A).
이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경력이 축적된 이후에도 새로운 공간에 진입할 때마다 성별이 전문성에 앞서 읽히는 구조적 조건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반면 참여자 C는 생활체육 현장에서 지도 활동을 시작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별로 인한 직접적인 어려움을 현장 내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경험해 왔다고 진술하였다.
여성 지도자여서 잘 못 가르칠 거라는 생각 자체가
저는 현장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냥 지도자일 뿐인데,
밖에서 더 그렇게 바라보는 것 같아요(참여자 C).
참여자 C는 젠더 장벽을 지도 현장의 실재적 장애물이라기보다, 해당 현장의 수행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외부의 편견적 시선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인식이 개인의 역량보다는 생활체육이라는 종목 맥락의 구조적 조건과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세 참여자의 경험을 함께 놓고 보면, 같은 ‘여성 지도자’라는 조건 속에서도 과잉 가시성의 경험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가 서로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참여자 B는 진입 직후부터 가장 강도 높은 상징적 시선에 놓였고, 참여자 A는 경력이 축적된 이후에도 새로운 교육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이를 반복적으로 경험하였으며, 참여자 C는 이를 주로 현장 외부의 시선으로 인식해 왔다. 이러한 차이는 Kanter(1977)가 제시한 토큰리즘 개념이 모든 여성 지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종목의 제도화 수준, 지도 맥락, 그리고 각 참여자가 축적해 온 경험적 자본에 따라 그 강도와 형태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성별이 전문성에 앞서 읽히는 평가 조건은 참여자들에게 단순히 감내해야 할 부담으로만 작동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과잉 가시화된 상황 속에서, 세 참여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형성해 나갔다. 공통적인 것은, 이러한 전략이 현장에 진입하던 시점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점차 구체화되었다는 점이다.
참여자 B는 프로팀에 합류한 직후부터 자신의 수행이 개인의 성과를 넘어 이후 세대 여성 지도자들의 가능성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종목 여자 아이들도 그래도 꿈을 꾸고 오지 않을까 싶어서요(참여자 B).
이러한 초기의 책임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인 지도 전략으로 발전하였다. 성별에 대한 해명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의 지도 행위를 ‘종목의 논리’로 환원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냥 ‘아이스하키는 다 똑같다’고 얘기했어요.
남자 여자 나눌 게 아니라,
아이스하키는 아이스하키니까요(참여자 B).
참여자 A의 경우, 지도자로 활동하는 초기에는 편견적 반응과 마주할 때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모색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점차 선택하게 된 방향은, 상대를 직접 설득하기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내가 더 준비가 되어 있고 전달하는 데 확신을 가지면,
오히려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 같더라고요(참여자 A).
이 전략은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관계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 초기의 경계와 거리감으로 시작된 관계는 반복적인 지도 수행을 통해 점차 지도 내용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토론으로 전환되어 갔다.
처음엔 좀 경계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정말 축구 얘기만 놓고
진지하게 질문하고 토론했어요(참여자 A).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 경험이 아니라, 젠더 장벽이 한 번에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수행의 축적을 통해 점진적으로 허물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의 진술에서 전문성은 선언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별 편견이 작동하는 평가 구조 속에서 관계 조율과 역할 수행의 밀도를 통해 신뢰와 권위를 점진적으로 축적해 가는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Burton(2015)이 스포츠 조직 내 여성 리더십 연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여성 지도자들이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 남성 동료들보다 더 많은 입증의 부담을 지는 구조적 조건과 일치한다. 아울러 Norman(2010)은 여성 축구 코치들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재입증해야 하는 압박을 경험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으며, 김기운과 최윤소(2023) 역시 학교 운동부 여성 지도자들이 성역할 고정관념과 전문성에 대한 편견 속에서 지속적으로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고하였다. 또한 권세영, 권기남과 임수원(2012)의 연구가 축구지도자 자격취득 과정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남성 중심적 교육 공간 안에서 긴장과 입증 부담을 경험함을 보여주었다면, 본 연구는 이러한 평가 구조가 지도자 교육 장면뿐 아니라 실제 남성 대상 지도 실천 속에서 어떠한 관계적 수행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구조의 압박이 세 참여자 모두에게 동일한 강도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참여자 B의 경우 남성 프로팀 최초 여성 코치라는 위치로 인해 토큰리즘의 압박을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하였으며, 참여자 A는 남성 대상 교육 현장에서 반복적인 전문성 검증 요구라는 형태로 이를 경험하였다. 반면 참여자 C는 지도 현장 내부에서 성별로 인한 직접적인 장벽을 상대적으로 적게 경험하였으며, 젠더 편견을 현장 내부보다 외부의 시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토큰리즘이 항상 동일하게 작동하는 고정된 구조라기보다, 종목의 제도화 수준과 지도 맥락에 따라 그 강도가 약화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젠더 장벽의 경험은 여성이라는 조건 자체보다, 해당 여성 지도자가 놓인 현장의 구조적 조건에 의해 더 크게 규정될 수 있다.
3. 전문성 수행과 경로 확장의 실천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은 지도자 정체성의 출발점이 되었고, 지도자로 진입한 이후 마주한 젠더화된 평가 구조는 전문성이 수행되고 승인되는 방식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였다. 세 참여자의 현재 지도 실천은 이 두 경험의 흐름 위에서 구성된 것이었다. 이 절에서는 참여자들이 일상적 지도 현장에서 긴장을 조율하고 지도 권위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보고, 나아가 그 실천이 자신을 넘어 어떠한 의미로 확장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남성 선수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성별 차이에서 비롯되는 긴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였다. 참여자 B는 남성 프로팀 지도를 시작한 초기부터 이 문제를 인식하고, 방어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선수들의 불편함을 먼저 고려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락커룸에서는 제가 먼저 나와요.
애들 들어오기 전에 제가 먼저 나와줘야 애들이 편하거든요(참여자 B)
그는 성별 차이를 과도하게 의식하여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태도가 오히려 현장의 불편함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숨기는 척하고 조심하는 척하면
오히려 더 불편해진다고 하더라고요(참여자 B).
지도 초기에 발생한 어색한 상황 역시 갈등으로 확대하기보다, 가벼운 언어와 태도를 통해 팀의 일상으로 흡수하고자 하였다.
처음에는 애들이 웃통 벗다가 저 보면, ‘어?’ 이렇게 놀라요.
그래서 제가 ‘수영장 가면 다 벗고 다니는데 뭐 어때,
괜찮아.’라고 말했어요(참여자 B).
이러한 실천은 젠더 차이를 부정하거나 과도하게 강조하기보다, 일상적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의 기준을 조정해 나가는 수행으로 나타났다. 즉 젠더는 참여자의 지도 실천에서 고정된 정체성의 표지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조율되고 관리되는 관계적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일상의 긴장을 조율하는 실천 위에서, 참여자들이 지도 권위를 구성하는 방식은 공통적으로 성별이 아닌 역할 수행의 밀도에서 출발하였다. 참여자 A는 지도자로 진입한 초기부터 외부의 시선보다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 자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관계의 기준을 세워 왔다.
남들의 시선이 저한테 중요한 건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의 대상이 누구냐가 중요한 거지
여자냐 남자냐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요(참여자 A).
이러한 인식은 구체적인 지도 방식으로 이어졌다. 위계 질서가 강하게 작동하는 스포츠 문화 속에서, 그는 강압적 지시 대신 이유를 설명하고 선수들이 납득하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우리나라는 어쨌든 위계 문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강압적이지도 않고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요.
이유를 알고 그들이 납득을 하는 거죠(참여자 A).
이러한 설명 중심의 지도는 지도자의 판단이 자의적 권위가 아니라 선수들과 공유 가능한 기준 위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기능하였다. 즉 지도자의 전문성이 관계적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적으로 입증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참여자 B는 개별 선수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지도를 전문성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지도자로 활동하며 형성된 실천이기도 하지만, 선수 시절 충분히 받지 못했던 개별적 관심에 대한 경험적 반응이기도 하였다.
제 지도 스타일은 디테일하다고 들었어요.
다른 지도자에 비해서 선수들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멘탈적인 부분도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눠요. 뒤에서 더 챙겨주기도 하고요(참여자 B).
많은 지도자들이 내가 해 온 방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선수마다 다르게 봐요.
신체적인 사이즈도 다르고 해왔던 스타일도 다르니까.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아이들마다 다르게 얘기해요(참여자 B).
참여자 C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실천이 엘리트 체육보다 덜 가시적인 긴장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관계 중심의 지도 원칙은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여학생, 남학생 나눠서 수업을 하는 건
성별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게 더 재미있고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참여자 C).
연세가 많은 분들도 계시는데,
항상 깍듯하게 대해주시고
시키면 잘 해주세요(참여자 C).
참여자 A와 B의 사례에서 전문성은 남성 중심 위계가 강하게 작동하는 엘리트 스포츠 환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는 전략적 수행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반면 참여자 C의 사례에서 전문성은 주로 참여자의 만족과 성취를 이끄는 실용적 수행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스포츠 현장의 성격에 따라 전문성 입증의 방식과 그 압박의 강도가 다르게 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도 현장에서 확인된 설명 중심의 지도, 디테일한 개별 접근, 일상적 긴장 조율은 단순히 개인의 지도 성향이 아니다. 이는 남성 중심 스포츠 환경에서 리더십이 승인되는 방식 자체가 젠더화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며(Serpell et al., 2023), 지도자로서의 권위가 성별 정체성의 선언이 아니라 일상적 지도 행위의 축적을 통해 관계 속에서 사후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리더십과 전문성이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반복적 실천을 통해 구성된다는 Butler(1990)의 수행성 개념과 부분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Shaw와 Frisby(2006) 역시 젠더 불평등이 공식 제도뿐 아니라 일상적 상호작용과 조직 문화 속에서도 재생산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으며, 본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은 이러한 논의가 일상적 지도 장면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본 연구의 결과는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을 배려⋅소통 중심의 ‘여성적 리더십’으로 유형화해 온 통념적 이해와도 구별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이 보여준 설명 중심의 소통과 개별화된 지도는 성별에서 비롯된 고유한 특성이라기보다, 전문성이 자동으로 승인되지 않는 평가 구조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선택된 전략적 실천에 가까웠다. 이는 Norman(2010)과 Burton(2015)이 구조적 차원에서 보고한 여성 지도자의 입증 부담이, 실제 지도 현장의 미시적 상호작용 속에서 어떠한 구체적 실천으로 번역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를 현장 수준에서 확장한 것이다.
이처럼 참여자들은 단순히 지도 기술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로 인정받기 위한 관계적 조건까지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 리더십 수행은 기술적 역량과 관계적 역량이 결합된 실천이었으며, 이는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이 남성 지도자의 리더십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의미라기보다 전문성이 승인되는 방식 자체가 성별화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스포츠 현장에서 남성성이 지배적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Connell(1987)의 젠더 질서 개념에 비추어 보면, 참여자들은 그 기준에 맞게 자신의 실천을 조율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지도 방식과 전문성을 구성해 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실천은 현재의 지도 수행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과 유사한 위치에 놓인 후속 세대 여성 지도자들의 진입 가능성을 확장하는 의미로 연결되고 있었다.
선수 시절의 결핍에서 출발하여 지도자로서 전문성을 수행해 온 참여자들의 실천은, 자신을 넘어선 의미로 확장되고 있었다. 현재의 자리를 지키고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곧 다음 세대 여성 지도자들의 진입 가능성을 여는 일이 된다는 인식이다.
참여자 A는 여성 지도자들이 스스로 역할의 범위를 제한하는 인식이 오히려 진입 경로를 축소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사실 감독직에도 지원할 수 있어요.
본인들 스스로가 ‘나는 여자니까 코치를 해야지’라고 생각하니까
자리가 없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참여자 A).
제가 수혜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수혜를 받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잘해줘야지,
그런 자리들이 계속 생길 수 있겠죠(참여자 A).
참여자 B 역시 ‘최초’라는 위치를 개인적 성취로 소비하기보다 그 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걸로 부각되는 걸 원치는 않았는데,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가능성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참여자 B).
참여자 C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책임 의식이 보다 일상적인 방식으로 나타났다.
여성이라고 해서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하는 만큼, 노력한 만큼
자리는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참여자 C).
세 참여자의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보면, 선수 시절의 결핍에서 출발하여 젠더화된 평가 구조를 통과하며 전문성을 수행해 온 과정이, 후속 세대를 위한 경로 확장의 의미로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생존이나 개인적 성취의 차원을 넘어, 자신의 경험이 이후 세대의 가능성을 구성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Messner(2009, 2011)가 스포츠 조직 내 젠더 권력의 재생산과 변화 가능성을 함께 논의한 것, 그리고 Burton(2015)이 여성 리더십의 지속이 실질적 역할 수행과 제도적 조건의 변화가 동반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과 연결된다. 국내에서도 권기남, 이정래와 최정웅(2014)은 엘리트스포츠 여성 지도자들이 자신이 확보한 자리를 후배 여성에게 이어가도록 노력함으로써 여성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보여준 경로 확장의 실천은 이러한 논의와 맥을 같이하지만, 남성 선수를 직접 지도하는 여성 지도자가 선수 시절의 결핍 경험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자리를 후속 세대를 위한 책임으로 의미화해 가는 과정을 하나의 내러티브 흐름 속에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실제로 참여자 A와 B는 토큰적 위치에서 오는 압박을 버텨내는 동시에, 실력과 수행을 통해 점차 안정적인 전문성을 인정받아 가는 과정에 있었다. 반면 참여자 C는 그러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작동하는 조건 속에서, 수행의 질이 곧 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만 이는 3인의 사례를 통해 탐색적으로 확인된 결과이므로, 여성 지도자들이 토큰적 위치를 넘어 실질적인 경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과 실천만이 아니라, 진입 이후 역할을 지속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조직적 지원 체계와 제도적 환경의 변화가 함께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하며 해석될 필요가 있다.
Ⅳ. 결 론
본 연구는 남성 대상 지도 경험을 보유한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내러티브를 통해,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이 지도자 정체성으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남성 중심 스포츠 현장에서 젠더 장벽과 전문성 입증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남성 선수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여성 스포츠 지도자 3인을 대상으로 내러티브 탐구를 수행하고, 이들의 경험을 시간적⋅사회적⋅맥락적 흐름 속에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 사례에서 탐색적으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참여자들은 선수 시절 진로의 불확실성, 자기결정권의 제한, 성별화된 구조적 제약 등 서로 다른 형태의 결핍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핍은 단순한 좌절이나 부정적 기억으로 머무르기보다, 지도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설명 가능한 기준과 의미를 제공하려는 실천적 지향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즉, 선수 시절의 결핍은 지도 실천을 조직하는 내적 동기이자, 이후 지도자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또한 본 연구의 참여자 사례에서는 남성 중심 스포츠 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전문성 이전에 성별이 먼저 평가되는 경험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젠더 장벽은 개별적 차별 사건으로 환원되기보다, 평가의 출발점과 기준을 규정하는 구조적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 여성 지도자의 전문성은 성별 편견이 작동하는 평가 구조 속에서 관계 조율과 역할 수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참여자들은 권위적 통제나 위계적 지시에 의존하기보다, 설명과 납득을 중심으로 한 소통, 선수 개별 특성을 고려한 개별화된 지도, 그리고 관계 조율을 핵심으로 하는 실천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는 제한된 사례를 통해 탐색적으로 확인된 결과로서,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이 성별에 의해 고정적으로 규정되는 특성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형성되고 승인될 수 있는 과정적 특성임을 시사한다.
특히 본 연구의 참여자 사례에서는 동일한 남성 중심 스포츠 구조 안에서도 제도적 맥락과 조직 환경에 따라, 젠더 장벽의 강도와 리더십 수행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이 탐색적으로 확인되었다. 엘리트 전문 체육 환경에서는 전문성이 신뢰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입증의 형태로 수행되는 반면, 생활체육과 교육적 맥락이 교차하는 환경에서는 실천의 효과와 관계적 신뢰를 중심으로 전문성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승인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토큰리즘이 고정된 경험이 아니라, 현장의 구조적 조건에 따라 가변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참여자들은 ‘최초’ 혹은 ‘소수’라는 위치를 개인적 성취로만 인식하기보다, 해당 자리를 유지하고 지속함으로써 이후의 진입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실천은 제한된 사례에서 탐색적으로 확인된 것이지만, 여성 지도자의 존재가 상징적 대표성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세대가 자신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경로를 구성할 수 있는 조건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본 연구는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험을 지도자 진입 이후의 적응이나 차별 경험에 한정하여 설명하기보다, 선수 시절 경험한 결핍이 지도자 정체성과 리더십 실천으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시간적 연속성 속에서 탐색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상의 결과는 제한된 사례를 통해 탐색적으로 확인된 것으로서, 한국 스포츠 현장 전체의 여성 지도자 경험을 대표하기보다는 특정 맥락과 조건 속에서 이러한 양상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만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험을 예외적 성공 사례나 개인적 노력의 결과로 환원하기보다, 젠더화된 구조 속에서 리더십과 전문성이 수행되고 승인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탐색적 의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참여자 수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지니지만, 내러티브 분석을 통해 통계적 접근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경험과 리더십 형성 과정을 미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학술적 기여를 지닌다. 다만 내러티브 자료의 특성상 해석은 철저히 맥락에 의존하므로, 종목과 조직 조건에 따른 차이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삶을 단순히 구조적 제약의 결과물로 환원하기보다, 젠더화된 스포츠 조직 속에서 리더십과 전문성이 어떻게 수행되고 승인되는지를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향후 여성 스포츠 지도자 연구에서는 개인의 단편적인 특성이나 성취를 넘어,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경력에 이르는 경험의 연속성과, 종목 및 조직 맥락에 따라 젠더화된 평가 구조가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함께 고려하는 연구가 더욱 축적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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