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열 내 여교수들의 삶에 대한 내러티브 연구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체육계열 내 여성교수로서의 경험과 삶을 이해함으로써 여성교수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를 위해 체육계열 여성 교수 4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수행하였으며, 내러티브 분석 방법으로 의미를 해석하고 범주화였다. 연구참여자들의 내러티브는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교수로서의 경험이라는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첫째,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는 반복되는 실패 경험과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의 어려움이 나타났으며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감추거나 여성의 강점을 살리는 타협의 과정이 확인되었다. 또한 학생지도에 대한 적성과 교육자로의 마음, 그리고 강의와 연구에 대한 열정이 목표를 향한 노력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둘째, 체육계열 여자 교수로 살아가기의 주제를 통해 교수직 업무 및 소통의 어려움에 적응해가며 여성으로서의 강점을 살리고 긍정적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또한 너무 과하지도 않으면서도 충분한, ‘엄마의 마음’과도 같은 심경이 학생들에게 전달되어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셋째, 여성교수자로서의 목소리 내기 주제를 통해 여성 교원의 수가 증가되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여성교수로서의 반성적 성찰을 확인하고 여성교수로의 긍정적 역할과 향성을 논의하였다. 본 연구는 여성교수로서의 경험을 드러내어 차세대 여성체육학자들에게 삶의 통찰력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체육학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주제를 탐구함으로써 후속연구를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contribute to raising awareness of female professors by understanding their experiences and lives as female professors in the physical education field. For this study,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four female professors in the physical education field, and the meanings were interpreted and categorized using the narrative analysis method. The narratives of the research participants were analyzed based on two axes: the process of becoming a professor and their experiences as a professor.
First, the process of becoming a professor showed repeated experiences of failure and difficulties in situations where the future was not guaranteed. In addition, it was confirmed that through the process of compromise, they hid their voices as women or utilized their strengths as women. In addition, it was understood that their aptitude for student guidance, their heart as an educator, and their passion for teaching and research were the driving forces that enabled them to continue their efforts toward their goals. Second, through the theme of living as a female professor in the physical education field, the results were derived that they adapted to the difficulties of professorial work and communication, utilized their strengths as women, and tried to receive positive evaluations. In addition, they felt a sense of accomplishment as they conveyed to their students a ‘motherly heart’ that was not too excessive but sufficient. Third, through the topic of speaking up as a female professor, we confirmed the need for an increase in the number of female professors and the reflective introspection of female professors, and discussed the positive role and direction of female professors.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reveals the experiences of a female professor, offers insights and direction for the next generation of female physical education scholars, and lays the groundwork for future research by exploring a topic that has received relatively little attention in the field.
Keywords:
Physical education department, Female professor, Minority group, Narrative study키워드:
체육계열, 여성교수, 소수자, 내러티브Ⅰ. 서 론
한국노동시장은 전문대학 이상을 졸업한 고학력 여성일수록 일자리를 찾는 것도 지키는 것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OECD 국가 중에서 고학력 남녀 비활동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고학력 여성의 비경제활동 인구가 남성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국의 고학력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최문선, 2018). 이러한 내용이 기사화된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이 비주류 혹은 소수자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시아경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여성 박사들의 숫자가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었으나, 경력 단절 등으로 연구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하였다(아시아경제, 2020.02.06.). 남성들 중심으로 구성된 연구비의 격차는 점차 증가하고 있었는데(2009년도 4220만원에서 2020년 기준 6675만원으로 증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여 연구 활동에 매진 할 수 있는 남성 연구자를 선호하여 교원 임용 등과 같이 직위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여성의 업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성들의 능력 인정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김정숙, 김경근(2003)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박사들은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문제와 성차별적인 교수노동시장의 관행으로 심리적 위축감과 패배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이 아닌 ‘제2의 여성’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김효선(2013)의 연구에서는 여성박사들이 유교적인 가치관 속에서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직장 내 ‘유리창 효과’를 경험하였으며, 이와 같은 것들이 진로개발의 저해와 진로장애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여성 박사들은 학연과 지연으로 인한 불이익뿐만 아니라, 대학 내 남성 중심의 성차별 구조로 인해 중첩적인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민무숙, 2002). 이러한 상황은 특히 전문직 여성 중 교수 임용을 원하는 여성 박사들에게 진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2022년도 기준으로 한국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이미 50%에 도달했으며, 학문후속세대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석사 55.8%, 박사 44.3%로 조사되어 남녀의 균형이 점차 유사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임 여교수의 비율은 26.1%로 약 1/4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민무숙, 2024).
2022년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립대의 여성 전임교원 비율이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경향신문, 2022. 12.27.). 국공립대학의 여성교수 비율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분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여학생 비율이 낮은 학과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과에 비해 여학생 비율이 낮은 지질학과의 경우 여학생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여교수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낮다(허영숙, 2015).
전문스포츠인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체육 분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스포츠과학대학)에서는 여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종목조차도 교수와 조교 모두가 남성인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여학생의 비율은 2016년도 30.7%(287명)에서 2020년도에는 34.6%(324명)로 증가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2020년도 체육학과 27개 종목의 교수 성비는 남성이 82.6%(57명) 그리고 여성이 17.4%(12명)로 불균형이 극심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전임의 경우 한체대 체육학과 27개 종목 중 여성교수는 7명인 것으로 조사되었다(인천신문, 2021.02.19.).
2003년에서 2022년까지의 변화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여성박사는 약 4.1배 증가하여 2022년 40.8%의 비율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동 기간 여성 전임교수 비율 26.1%로 격차를 나타내고 있어(민무숙, 2024), 학계 진출에 여전한 성차별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예체능계의 경우,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여교수 비율의 증가 폭은 5.3%에 그쳐, 이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매우 어려운 현실임을 알 수 있다(신선미, 2022). 이러한 조사 결과는 사회와 (체육)학계가 변화되었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 그리고 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닌 그 모습과 방식을 바꾼 채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임용을 준비하는 여성 박사들은 고용의 차별(장승현, 조동욱, 2024)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교수가 된 후에도 소수 집단으로서 그들의 삶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여성교수들의 임용 과정을 포함하여 여성교수들의 삶을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를 위해 ‘여성 교수, 여자 교수, 여교수’라는 키워드로 학술논문을 검색하였다. 자료수집을 위해 Y대학교 학술정보원,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그리고 구글(Goole Scolar)에서 제공하는 학술자료 검색엔진을 활용하였다. 최초 여교수에 대한 정책적 연구가 2004년 발행된 후 2022년까지 총 9편의 연구가 시행되었고, 여성교수에 대한 연구가 정책적 연구와 양적연구로 이루어졌다. 관련된 논문은 정책적인 연구가 4편, 여교수의 리더십과 관련된 양적연구 2편, 기타 연구로 여성교수 비율과 여학생 취업률에 관련된 연구물이 3편으로 확인된다. 이처럼 여교수에 대한 연구가 현재까지 소수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교수가 되는 과정과 임용 후의 여교수로서의 삶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선행연구를 다음 <표 1>로 제시하였다.
선행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2004년의 연구에서 평교수들은 여교수 채용목표제에 대해 85%가 찬성하고 교수 비율 적정선은 20% 내외라는 인식을 나타내었다(김혜순, 2004). 그러나 20년이 흐른 현재 4년제 대학 여성교수의 비율이 국공립 19.3%, 사립 28.7% 전체 26.1%로(신선미, 2022), 현저히 낮은 실정으로 나타나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음이 확인된다.
여성교수의 비율을 높이는 것은 대학 혁신의 중요한 과제이며, 남성 중심의 교원 구성은 학문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교원 다양성 확보는 대학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체육 계열과 같이 여학생과 여교수의 비율이 낮은 분야에서는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따라 리더십 유형이 다양해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성교수들의 특화된 리더십을 통한 상호작용이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즉, 여성교원의 충원은 전반적인 학교의 변화를 이끄는 행위주체로서의 교육과 연구⋅방법론⋅교수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 등 교육과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여성교원의 확대는 여성만을 위한 평등이 아니라 남녀중심의 양성평등을 위한 것이기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하는데, 여성 박사학위 취득자의 증가와 대비하여 생각할 때 여성교수의 비율이 여전히 낮고, 특정학문계열에서의 여성교수 임용비율에 차이가 나타나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김영인, 전난희, 2012; 박남기, 박효원, 2019; 배유경, 2020).
위의 선행연구에서는 여성교원이 학습 환경과 학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 연구의 필요성과(배유경, 2020), 여성교수들이 실제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를 후속과제로 제안하고 있다(박남기, 박효원, 2019). 이와 함께 여교수들 스스로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과 노력 및 체육여성교수만의 리더십에 따른 교육 적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김영인, 전난희, 2012; 황미애, 장미숙, 2013). 이러한 측면에서 여교수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체육계열에서 소수자로서 살아온 전임여교수들의 삶에 대한 심층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 연구는 체육계열에서 여성교수로서 살아온 삶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로, 체육학분야에서 관심이 저조하였던 주제를 다루었다는 것에서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체육계열 내 여성교수로서의 경험과 삶을 이해함으로써 여성교수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집단 내 불평등 요인을 해소하는데 본 연구가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본 연구의 목적에 따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체육계열 여성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한가?
- 둘째, 체육계열 여성 교수로서의 경험은 어떠한가?
Ⅱ. 연구 방법
본 연구에서는 남성들이 주류로 인식되는 체육계에서 여자교수로서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심층면담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내러티브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내러티브연구는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삶의 경험을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연구방법이다(조광연, 조요한, 2019). 이에 내러티브 탐구를 채택하였으며, 이를 통해 여성교수로서의 개인적 경험과 정체성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본 연구자를 포함하여 체육계열 여성박사과정생과 학위 취득자에게도 삶의 통찰력을 제공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다.
1. 연구참여자
연구참여자는 의도적 표집과 눈덩이 표집방법을 병행하여 모집하였다. 본 연구자와 라포 형성이 잘 되어있으며 질적 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체육계열 여성 교수 1명을 선정한 후 소개를 받아 최종 4명의 연구참여자를 모집하였다. 내러티브 탐구는 참여자의 삶과 그 경험 속에서 의미 있는 보편성을 찾는 것으로, 연구참여자에 대한 연구자의 깊은 이해와 동화를 위해 연구참여자의 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민지영, 조남인, 2015). 이에 선행연구에서 여성스포츠 아나운서 4명을 대상으로 내러티브 탐구를 시행한 송정화(2012)의 연구를 참조하였다. 동일한 시대성을 반영하기 위해 1990년대에 학사과정에 입학한 경우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임용 이전에 대학 강의 경험이 있고 최소 3년 이상 근무하여 현재 재직 중인 경우를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학위취득 후 임용기간 및 교원 근무기간은 연구참여자 정보를 통해 연구참여자가 누구인지 드러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5년 미만, 5∼10년과 같이 범위를 설정하여 표기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정보를 요약하면 위의 <표 2>와 같다.
2. 자료수집
면담에 앞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고 연구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1차면담에서 질문할 내용을 이메일로 전달하였다. 면담은 총 2회 시행하였다. 면담기간은 2023년 5월부터 7월까지 총 2개월이며, 면담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수행하였다.
1차 면담은 비구조화된 면담으로 진행하였다. 비구조화된 면담은 자료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면담법으로, 연구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주요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신경림 등, 2004). 또한 질문의 구성이 시간의 순서에 따른 것이 권장됨에 따라 노인스포츠지도자들의 입문과정과 활동 과정의 경험을 시계열로 다룬 선행연구를 참조하여(권미영 등, 2023) 임용 이전의 경험, 임용 당시, 임용 이후를 구분하여 질문하였다. 1차 면담 종료 후 텍스트화한 자료를 교신저자와 반복적으로 읽으며, 2차 면담으로 이어질 질문을 도출하였다.
반구조화된 면담은 면담과 개방형 질문이 함께 설정되며, 연구자는 연구할 주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면담의 결과 해석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참여자의 확인이 필요한 면담법이다(신경림 등, 2004). 연구자는 연구참여자들이 임용되기 이전의 과거 시간과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연구의 참여자들의 직업적 특성 상 모두 참여자 확인에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내러티브로 이루어진 선행연구와 질적연구방법론 단행본 및 본 연구의 1차 면담 내용을 참조하여 반구조화된 질문을 도출하였다.
임용 이전의 경험은 교수직을 목표로 하게 된 동기⋅과정의 경험⋅경험에 대한 감정 및 변화(영향력)⋅주변의 영향⋅경험의 의미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임용 이후의 경험은 교수직 업무⋅동료 교수들과의 관계⋅교수로서의 목표 및 달성 여부⋅교수직에 대한 의견⋅여성 교수로서의 경험과 의미⋅여성 교수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특히 임용 준비과정과 임용 이후의 과정에서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의 경험을 모두 수집하여 이들에게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고자 하였다. 또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과 방법, 경험에 따른 교훈, 여성으로서의 경험과 인식을 수집할 수 있도록 질문을 구성하였다.
1차와 2차 면담의 질문의 예시를 <표 3>에서 제시하였다.
3.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Clandinin and Connelly(2007)의 내러티브 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다. 이 분석 방법은 다수의 내러티브 학자들이 사용한 바 있으며, 질적연구방법론 단행본(김영천, 2013)을 통해 총 6단계의 탐구 절차가 제시되어있다. 개인적 경험을 시간적, 공간적 맥락에서 이해하여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구성하는지 탐구하는 것에 적합한 연구방법으로 판단되어 본 연구 분석에 적용하였다.
6단계의 탐구 절차는 다음과 같다. 1단계에서는 연구 주제와 목적을 확립하며 2단계는 주제와 적합한 연구참여자를 선정한다. 3단계에서는 자료를 수집하며, 4단계에서 자료를 주제별로 범주화한다. 5단계에서는 분석된 자료에 연구자의 경험적이며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6단계를 통해 연구 텍스트를 작성한다.
본 연구에서는 내러티브에 나타난 시간 개념을 분석하여 시간의 연속성에 따른 내러티브를 구성하였다. 텍스트를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작성한 내러티브를 지속적으로 읽고 쓰는 과정을 거쳐 개인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를 해석하고 범주화하였다. Clandinin과 Connelly(2007)가 내러티브 분석에서 시간적, 장소적, 행동적 맥락과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고려하여 분석을 수행한 것을 참고하여 중심 주제를 발견하고자 하였다.
주제 생성 과정의 예는 위의 <표 4>에 제시하였다.
4. 연구의 윤리적 고려와 타당성 확보
이 연구의 윤리성 확보를 위해 먼저 2022년 12월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2023년 8월 IRB 연구결과 보고를 완료하였다. 연구승인번호는 202212-HR-3080-02이다. 내러티브 분석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삶의 경험을 시간의 연속성에 따라 살피기 때문에 개인정보와 내면의 이야기가 포함된다. 이에 연구참여자의 개인정보가 연구에 드러날 수 있음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하며, 익명 처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김영천, 2012). 본 연구에서는 면담 이전에 연구참여자의 익명을 보장하는 것과, 연구참여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와 내용은 연구 내용에서 삭제할 것을 명시하여 연구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자료수집을 위한 면담은 IRB의 지침에 따라 승인 후부터 종료되는 기간에 수집된 자료만을 사용하였고, 자료는 타인에게 노출하지 않도록 유의하였다. 녹취록과 전사 된 텍스트 및 분석한 자료파일은 연구자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 노트북에 보관하였으며, 노트북 사용 시 암호를 입력하여 연구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의 타당성 확보를 위해 내러티브 분석과 내용 및 제시된 인용문에 대해 연구참여자 검토 과정을 거쳤으며 질적 연구 분석 경험이 있는 체육계열 박사학위취득자 3명에게 본 연구의 의미 해석에 대한 동료 검증을 받았다.
Ⅲ. 결과 및 논의
1. 체육계열 여자 교수들의 내러티브
A교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체육 관련 선수 생활을 하다가 체육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시절 해외 생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약 2개월간 외국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외국어로만 진행되는 어학연수 수업에 참여하였는데, 한국어로 치자면 ‘ㄱ, ㄴ’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으나 연수를 마칠 즈음에는 생활 용어를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외국어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처음 맛본 해외생활의 매력을 잊지 못한 A교수는 그 후 매 방학을 해외에서 보냈으며, 자연스럽게 유학을 가게 되었다. 석⋅박사 학위를 받고 싶다는 “욕심”과도 같은 마음과, 체육학 분야에서 해당 국가 학자들의 이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유학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방학을 보냈던 좋은 경험과 해외생활에 대한 로망이 A교수를 이끌었으며, 직업적으로 무엇이 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A교수는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과정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연구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매번 새롭게 연구를 기획하고 펀딩을 받아 기한 내 보고서와 논문을 작성하는 업무가 반복되는 것에 점차 버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연구원이 된 이후에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하였는데, 또래의 동료 남자 연구원들이 일을 활동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시기에, 임신과 출산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없는 A교수의 상황은 동료들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A교수는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학에서 체육학 관련 이론 강의를 하였는데, 전체 교수들 중에서 ‘Best teacher’로 선정되며 강의를 매우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총명한 대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대학 강사 활동은 지친 A교수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만족감을 주는 경험이 되었으며, 이는 대학 교수로의 직업 전환을 계획하는 계기가 되었다.
A교수는 아이들을 잘 가르쳐보자는 생각과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수직에 도전하였다. 해외 박사학위와 외국어 능력, 연구소 근무에 따른 국가 프로젝트 수행과 펀딩 경험, 선수 출신의 장점 등을 자기소개서에 어필하였으며 큰 실패 경험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교수직에 임용되었다.
임용 당시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을 동료 교수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른 A교수 눈에는 아이들이 마냥 예쁘게 다가왔다. 임용 초기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함에 따른 크고 작은 어려움이 예상됨에도, 처음 1년이 제일 재미있었다는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보아 아이들을 예쁘게 바라보며 소통하는 즐거움은 교수로의 적응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강의만 하면 되는 줄 “로 알았던 교수라는 직업은 A교수의 계획대로 진행되지만은 않는 행정적 절차와 점차 낮아지는 지방 대학교의 학생 수준 그리고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따른 고민거리들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들은 예쁘다”고 이야기하는 A교수는 학생들을 “아들, 딸”로 칭하고, 학생들에게 “엄마”라고 불리고 있다. 학생들을 아들과 딸이라 부르는 것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를 절감하고 있으나, 대부분 기숙사와 자취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든든하고 만만한 엄마의 역할을 기꺼이 하고자 한다.
B교수는 학부에서 무용을 전공했으나 무용 전공자의 진로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스포츠 분야로 전향하여 학업을 이어가기를 희망하였다. 선생님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교육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기도 했지만, 학부에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교직 이수를 포함해서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B교수는 학부 지도교수님의 조언을 받아 무용과 관련 있는 체조를 하신다는 교수님을 알게 되어 체육과 석사과정에 진학하게 되었다. 일반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석사시절부터 교수 임용을 향한 목표를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것부터 수월하지 않았는데, 석사 졸업 이후 1∼2년가량 지원에 반복적으로 탈락하면서 다른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과 잘 맞는 분야에서 같은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으로 지도교수님이 하고 계시는 체조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도전을 이어가다가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는 임용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탈락 경험이 누적될수록 실망과 좌절감을 느꼈으나, 졸업 후 5∼6년 동안은 다른 생각 하지 않고 열심히 도전해 보고자 다짐하였다. B교수는 교수임용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매일 체크하였으며, 논문 별쇄본과 지원 관련 서류를 미리 준비해 두며 자신의 전공 분야의 채용 공고가 올라왔을 때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경우에는 강의실에 연구실 후배들을 앉혀 놓고 발표하는 연습을 하였고, 후배들의 조언을 받아 내용을 수정하며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였다. 마침내 B교수는 목표한 기한 내 교수에 임용되게 되었다.
B교수가 임용된 학교는 전체 교원 중 여성의 비율이 약 10퍼센트에 불과해 남성 교수들 및 교직원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다가 학과장을 맡게 되었는데 오히려 다른 전공 교수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대화방식과 사고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보직 경험은 B교수의 적응에 긍정적 역할을 하였다. B교수는 강의를 통해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교수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즐겁고 가치 있게 살아가려는 마음을 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수강 학생들이 자신의 “가르침에 부응”하는 긍정적 반응과 평가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어려서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던 C교수는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하여 교직을 이수하고 교사 생활을 하였다. 아이들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가르치는 일이 자신의 적성과 매우 잘 맞았던 C교수는 교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더욱 깊게 느끼게 되었는데, 고등학생보다 대학생을 지도한다면 더 큰 행복감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지도교수님의 교외 활동을 따라다니면서 경험을 쌓아 갔으며, 지도교수님과 조금이라도 더 비슷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교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C교수는 학업 과정 중에 결혼하고 자녀를 출산하였는데, 학교 일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남편과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어린 자녀에 대한 걱정과 힘듦에 대해 절대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한다. C교수는 학교에서 자신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그냥 무조건 쫓아 나가며 “바득바득 막 열심히” 참여하였다.
임용에서 반복적으로 탈락하면서 체육계열에서 남성과 경쟁한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절실하게 느낀 C교수는 자신이 여성으로 가장 돋보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갈고 닦아 자신만의 영역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였다.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남녀 모두가 하는 경쟁보다는 여성들 간의 경쟁이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여성 교수가 꼭 필요한 분야의 공고에만 지원하였으며, 인내력에 한계를 느끼고 포기하려는 순간에 기회가 찾아와 교원으로 임용되었다.
임용 초기에는 교수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데 열정을 쏟느라 강사생활 중에 학생들을 많이 돌아보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학생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잘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넘쳐나는 의욕에 비해 학생들이 따라와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목표와 방법을 수정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게 되었다. C교수에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지금도 “완전 즐거운”일 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과하게는 마음을 쓰지 않고 적정 기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좋은 강의를 만들어가고 싶으나 젊은 교수들에 비해 기술적 측면의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과거 세대와는 많이 달라진 학생들을 보면서 학생들의 변화와 사회의 발전에 적응하고 배워나가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
학부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한 D교수는 대학 새내기 시절 수영 강사의 꿈을 갖고 생활체육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하였으나 점차 전공과목을 공부하면서 스포츠과학 분야에 관심이 생겨났다. 마침 집 근처에 위치한 국가 기관의 연구소를 바라보며 막연하게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석사 졸업을 얼마 앞두고 연구원 채용 정보를 알아보다가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박사과정에 진학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졸업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석사과정을 마치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석사 학위만으로는 어느 분야에서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격을 갖추기 위해 박사과정을 시작하였다. 외부 강사 활동을 하지 않아 강의 경험이 많지 않았던 D교수는 교육을 통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박사과정에 있으면서도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혼자서 연구를 수행하면 되는 연구원 생활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D교수가 목표했던 연구소는 대학교수 임용 이상으로 까다로운 선발 절차를 거쳤는데 프레젠테이션뿐만 아니라 필기시험도 치르는데다가 채용 기회도 많지 않았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D교수는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 석사과정 재학 중에는 사무 행정 보조를 하며 단순한 심부름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으나 생계를 위해 아무 일이나 가리지 않고 할 형편은 아닌 상황에서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하니, 박사학위가 다소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졸업 이후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가고 싶었던 연구소에는 못 가는 상황에서 먹고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선배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대학교 강의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D교수는 수업을 진행하며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이전에 갖고 있었던 강의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경험하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되어 교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박사학위 취득 후 약 10년 만에 교수에 임용되었다.
D교수가 학교에 적응하는 것은 마치 “투쟁”의 과정과도 같았다. 초기에는 자신으로 인해 마찰이 생기는 것을 피하고자 선배 교수들의 지나친 관여나 압박에도 힘든 마음을 그저 참아내며 지내왔으며,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묵인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D교수 임용 이전부터 있어왔던 잘못된 관행에 어느 순간 스스로 동조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학교를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그동안의 잘못된 부분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라 해도 점차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D교수는 체육계열의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내부고발자의 불편한 심경을 느꼈으며,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주변에 맞춰주지 않고 반기를 든다는 부정적 평가로 인한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D교수는 스스로 가르치는 능력에 탁월함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좋은 반응에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교육자의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학 교수’ 라는 것에 별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지는 않으며, 수많은 직업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 체육계열 여자 교수가 되기까지
연구참여자들의 내러티브는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교수로서의 경험이라는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임용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연구참여자들 간에 각기 구분되면서도 두드러지는 중심 주제를 발견하였다.
논문 점수를 채우고 강의경력을 쌓는 등 자격을 갖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임용을 위해 대학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준비하는 것 역시 상당한 노력과 정성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비교적 수월하게 교수에 임용된 A교수를 제외한 다른 참여자들은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하며 언제까지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임용 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은 다음 두 가지 범주로 대표되었다.
(1) 반복되는 실패 경험 : 좌절감과 낮아지는 자존감
연구참여자들은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경우에 비해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우 더 큰 실망을 하게 되는 경험을 진술하였다. 특히 반복되는 실패 경험으로 자신감을 상실하거나 면접관의 질문 내용이나 태도로 인해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에너지 소모도 너무 많고 자존감도 낮아지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게 되죠. 3년 이내의 연구 실적만을 인정해주는 학교들이 대부분이라 시간이 지나면 연구 점수가 낮아지는 것도 불안하고, 특히 면접 때 평가자들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나 혼자 원맨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았고, 차라리 서류에서 떨어지면 간단한데 최종까지 가서 떨어지면 실망이 더 커지는 거죠.” (D교수)
국내 교수⋅연구직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하이브레인넷”의 임용상담실의 내용을 살펴보면, 무수한 문의와 답글들이 확인된다. 자신의 실력만으로 임용될 수 없어 지쳐간다는 의견에 그것이 현실이지만 스스로 탓하지 말자는 다양한 답글들을 볼 수 있다. 비단 여성 박사들만의 일은 아니겠으나 여성 박사들의 고충이 조금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은 다음에서 기술한 ‘여성’인 것의 한계 때문이다.
(2) ‘여자’라는 이유로 추정되는 탈락 경험: 실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현실의 벽
연구참여자들은 여자교수를 특정하여 모집하지 않는 경우에는 남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며 실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있었다.
“최종에서 둘만 놓고 봤을 때 그래도 이 선생님보다는 내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내가 아주 월등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양적인 실적도 괜찮고, 졸업한 학교로 보더라도 이 사람보다 나쁠 것이 없었고(중략), 또 나중에 이 사람이 임용되고 나서 잘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니 그때 내가 떨어졌던 이유는 역시 여자여서 떨어졌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D교수)
모든 박사들이 한 번의 지원으로 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의 경험이 반복될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스포츠 분야는 학계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남성중심적 문화가 지배적(Coakley, 2011)으로 여성에게 배타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 관련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에서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Forsyth et al., 2019).
체육계열 여자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 중에 특히 ‘여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경험이나 어려움들은 ‘타협’을 통해 방법을 찾아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감추거나 오히려 여성성을 강조하는 다소 상반된 결과로 대표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인식되는 임용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반영하는 동일한 맥락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1) 여성의 목소리를 감추기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소년⋅일반인⋅노인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지도 경력을 갖추고 있는 B교수는 대학에서도 이와 같은 강의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하였으나 댄스와 같은 종목만을 지도하게 되는 현실에서 한계를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마음을 주변에 이야기하거나 내색하지 않게 되는 심정을 진술하였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죠. 모두들 자기가 하고 싶은 과목을 받을 수도 없는데. 그래도 마음에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강의경력 작성하면서 보면 거의 다 댄스와 요가이고. 저는 오히려 다른 과목들도 남자들보다 더 잘 가르치고 잘 하는데, 게다가 이론 수업은 아예 한 과목도 못해본 상태에서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아쉽고 속상했죠. 하지만 이런 얘기 어디 가서 할 수도 없어요. 그냥 괜찮은 척 하고 다니죠. 사실 아주 크게 뭐가 힘들다 보다는 나에게도 다른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여자로서 다른 이들도 다들 그렇게 하니까 또 당연하다 싶기도 하고.” (교수 B)
체육계열 엄마대학원생의 경험에 대한 연구(김수연, 2023)에 따르면 박사과정 중 학부 수업 강의를 배정받을 때 스포츠 종목에서의 남자 강사 선호 현상으로 여자대학원생들이 맡을 수 있는 강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도 참여자들은 강사 시절 자신이 원하는 과목은 배정받지 못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는 교과목을 맡아야 하는 상황들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2) 여성의 강점을 살리며 나아가기
“유리천장”으로 표현될 만큼 임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주변의 우려에 대한 불편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으로서 더욱 잘할 수 있는 강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결과를 알 수 없는,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며 노력하고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어요. 교수 임용이 성공이라고 한다면 그 성공이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헤매게 되는 부분 때문에 공허하고 힘들기도 했죠. 그러니 더 전략적으로, 어차피 완벽한 사람은 없고 나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남자들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여성성을 살려서, 체육은 항상 무용이 포함되니까 어쩌다 그런 자리가 나오면 무조건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도전을 했죠.” (C교수)
이처럼 C교수는 자신이 여성으로서 잘할 수 있는 과목에 집중해 임용을 준비하였는데, 체육계열에서 여성이 유리한 자리는 더욱 제한적인 실정이다. 실기과목과 관련된 체육계열의 특성은 교수 임용뿐만 아니라 강사로서의 강의 기회를 얻는 것에도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참여자들은 여성이기에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현실과 타협하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행연구에서 선수 출신 여성교수는 자신의 무기가 전공인 테니스를 이용해 남성이 주류인 체육계의 교수가 된 것과는 다르게(장승현, 조동욱, 2024),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잘할 수 있는 교과목(요가/필레테스, 댄스, 노인체조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1) 적성과 교육자의 마음: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의 재미⋅성취감
연구참여자들이 교수직을 목표하게 된 것에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거나 이와 같은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 주요 동기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교사를 희망한 경우 또는 강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에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게 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어려서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그 길로 가고자 체육교육학과를 들어갔고, 교사가 된 후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교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더 깊게 느끼게 되었어요, 대학생을 지도하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공부를 계속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저는 완전 즐겁고 제 적성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C교수)
여성 박사들은 많은 노력에도 학계를 떠나거나 높은 지위로 진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장승현, 조동욱, 2024). 이 연구의 참여자들 역시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성취감은 좌절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2)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강의도 연구도 잘 해내고 있음
석사와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논문을 작성하거나 발표 자료를 만드는 등 오랜 시간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아온 연구참여자들에게 교수의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구든지 다 잘하는 역량들이 있는데, 그 역량을 잘 딱 퍼즐같이 맞게끔 뽑아줄 수 있는 학교를 갈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문실적부터 별쇄본 같은 것도 딱딱 딱 만들어 놓고, 준비를 해왔죠. 나를 뽑아줄 수 있는 학교에 방향성이 나랑 맞을 수 있도록, 적합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해 갔죠. 지금까지 해온 게 있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B교수)
체육계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이론과 실기를 모두 겸비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실기 교과목이라도 잘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왔고,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강은석, 문영재, 허승은(2019)의 연구에서 체육분야의 신임교수는 박사과정과 시간강사 시절에 다져진 능력을 바탕으로 강의에 대한 자신감으로 임용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도 교수로 가는 기나긴 여정에서 결국 강의와 연구 실력이 이들을 인내하게 되는 요인이 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3. 체육계열 여자 교수로 살아가기
연구참여자들의 내러티브를 토대로 체육계열 여자 교수의 삶을 분석한 결과 연구참여자들이 교수에 임용되어 여자교수로서 교수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전략 그리고 여성 교수로서 의미를 찾아가는 대표 주제를 발견하였다.
교수에 임용된 이후 강의, 연구, 학생지도 뿐만 아니라 대학의 행정 업무를 익히며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은 연구참여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중심의 간호 분야의 남성 간호사들이 업무 적응에서 여성중심의 수직적 문화에 융합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오세은, 장혜영, 2018) 본 연구에서는 업무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의 성차별적 경험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참여자들은 특히 체육계열의 남성중심의 문화 속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여자로서 더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 예상보다 다채로운 교수직 업무 : 행복은 잠시일 뿐, 밀려오는 어려움
분석 결과 연구참여자들에게 교수직에 임용된 것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목표를 달성한 ‘성공’과도 같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 교수로서의 역할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수는 강의만 하면 되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니까요(중략). 보직을 맡게 되니 다른 교수님들이 하시면 얼마든지 하실 수 있을 텐데 초짜라서 힘든 거지만, 문제가 생기면 어떤 부처와 얘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제 개인적 성향이 이미 일정이 다 잡혀있는데 내일 몇 시에 봅시다, 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교수 A)
신임 교수들은 임용 초기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며, 직면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의구심을 헤쳐 나가며 성장한다고 하였다(염지숙, 2003; 임은주, 김미영, 2012; 강은석, 문영재, 허승은, 2019에서 재인용). 이와 같은 맥락에서 체육계열 여교수 역시 교수라는 직업의 적응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교육자로서 막중한 책임감
연구참여자들은 교수직을 수많은 직업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일반 직업과는 다르게 학생을 지도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부 애들이 취업 어디 가려고 한다, 그러면 진짜 아이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우리 애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잘 취업을 할 수 있게 어떻게 해줘야 되겠는데, 이런 마음들이 있죠. 저는 사실 그래서 박사과정을 안 받아요. 내가 책임을 못 질 것 같아서 석사까지만 받아요.” (교수 C)
간호분야에서 신임교원들은 학생 모집(3년제)과 연구의 중압감(4년제)을 경험하는 것(임은주, 김미영, 2012)과 또 다른 맥락에서 체육 분야의 여교수들은 학생들의 앞날에 대해 진심 어린 걱정과 막중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자신들이 교수가 되기까지 겪은 어려움이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며, 여성 교수로서 느끼는 엄마의 마음이 혼재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나가기
연구참여자들은 특히 소통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는데 행정 중심의 교직원들과 교수자로서 업무를 이야기할 때, 공대 등 다른 계열 교수들과의 소통에서, 같은 학과의 선배 남자 교수들과의 대화 방식 등에서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과, 좋은 방향으로 풀어가고자 하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맞춰주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웃음). 그렇지 않을까? 서로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힘드니까 되도록 합의점을 찾으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 이거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 거를 포기하기는 하기도 하고, 내가 도움을 받았을 때는 다른 것으로 꼭 갚아주려고 하죠.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끝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서로 손해를 안 보려고 하면 싸움이 되니까 그런 부분을 좀 맞춰가려고 하죠.” (교수 C)
“언어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남자의 언어와 여자의 언어가 다르다고 할까? 교수님들이 어떤 말씀을 하시면 제가 듣기에는 ‘왜 설명이 짧지? 내지는 뭐가 이렇게 공격적이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절대 공격적인 게 아니거든요. 또 제가 뭔가를 설명을 하면 ‘넌 꼭 말이 길어’ 이런 것처럼.” (교수 A)
연구참여자들의 진술문을 살펴보면 조직에 맞추려는 상당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러한 측면이 신임교수라는 입장 혹은 개인의 성향일 수도 있겠으나, 자신들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대사회에서 포용성과 다양성은 각국의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조되고 있는 역량이다(민무숙, 2024). 굳이 성별로 구분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으나, 이렇게 변화되는 시기에 ‘여교수’로서의 특성이 강점으로 부각되어 여성교수이기에 더욱 잘할 수 있는 일에 충분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2) 긍정적 여성(feminity)성을 위한 노력
연구참여자들의 교수직 적응과정은 업무 뿐 아니라 여성으로의 강점을 살리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병행되는 과정임을 알 수 있었다.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적인 부분에서 여자들이 좀 더 유리하게 잘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남자들이 휙 지나갈 것들을 여성들이 상황을 좀 더 세세하게 볼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살려서 꼼꼼하게 체크하면, 어쩜 그렇게 그런 것까지 신경 써서 생각을 했냐며 좋게 봐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핑계를 대는 것이 싫은 거죠. 그래서 남자들이랑 똑같이 하려고 하고, 남자들이 아니더라도 일을 할 때, 그런 고정관념이 싫어서, 여자는 가정이 우선이라는 그런 고정관념이 싫어서 일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더 잘하려고 애를 쓰게 되더라고요.” (교수 B)
이는 남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는 여성 경찰관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담감을 느끼는 것과(류채형, 2010) 유사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여성 경찰관들은 자신들이 남자 경찰 동료들보다 더욱 엄격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본 연구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 역할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긍정적 평가를 받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송정화(2012)는 출산과 양육 등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여성으로서 이를 당당히 요구하는 것과 같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양육 및 육아 지원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교수로서의 연구참여자들의 업무와 역할은 개인적 성향과 자질 등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으나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강의와 학생지도와 같이 자신이 가르침을 줘야 하는 대상인 학생과 관련된 일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엄마의 마음’과도 같은 심경으로 학생들이 잘되길 바라고 있었으며, 이 같은 마음이 학생들에게도 전달되어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1) 학생들에게 눈높이 맞추기
연구참여자들은 과거에 비해 학생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기대치와 학생들의 입장을 조율하여 적정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세대 차이일 수도 있지만 애들도 계속 변해서, 애들이 정말 변해요. 2학년 다르고 1학년이 달라요. 고등학교 때 코로나 때랑 아닌 애들이랑 진짜 다르고.(중략). 애들이 뭔가 점점..., 나는 하고 싶은 건 이만큼인데 이거를 애들이 받아들일 수 있나, 하는 고민들도 있고.” (교수 A)
“학생들이 옛날 같지 않아요(웃음). 꼰대가 되고 싶지 않지만 ‘나 때는 말이지’라는 말이 나오게 되네요. 그리고 또 처음에는 내가 굉장히 의욕적인데 학생들이 못 따라오니까, 그냥 이 정도까지만 줘야 되겠다. 이런 것도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잘해주면 ‘저 교수님은 저렇게 하면 그냥 다 봐주네’, 이런 것도 있어서 오히려 교육적으로 볼 때 역효과가 나는 거죠.” (교수 C)
과거와 면학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현재 교수들은 강의의 질뿐 아니라 학생 간의 라포(rapport)형성이나 강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교수의 노력과 무관하게 학생들이 개인 감정 혹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교과목에 대한 저평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임희진, 2019). 이러한 현실은 극복의 대상이 아닌 조율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여성교수들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주려는 진정성을 보이고 있었다.
(2) 여자 교수의 강점이 전달되어 인정받는 보람
분석 결과 연구참여자들에게 학생들이 성장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아이들이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엄마, 이모, 고모와 같은 여자 교수로서의 장점이 학생들에게 전달되어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됨을 확인하였다.
뭔가 그냥 서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내가 걔들을 ‘이거 어떻게 하지...’ 라는 마음과 또 그들이 ‘그래, 우리 교수님은...’ 하는 게, 아이들이 4학년쯤 되면 4년이 쌓이면서 그런 마음들이 서로 어느 정도 통하는 것 같아요. 강사를 나갈 때는 어떤 과목 강사로 가니까 늘 그 학년만 보고 헤어지잖아요.(중략) 1학년 때는 ‘그만 좀 짹짹거려! 병아리야?’ 그러거든요, 4학년쯤 되면 병아리인줄 알고 키웠는데 독수리라고, 4학년쯤 되면 좀 이렇게 멋있게 변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교수 된 재미인 것 같아요.” (교수 A)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학생들의 긍정적 피드백에 보람을 느끼고 있었으며 교수생활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강의 평가 같은 데도 주관식은 애들이 귀찮아서 잘 안 쓰기도 하는데 이번에 특히 다들 평가를, 이모와 고모같이 너무 편안한 설명과 자세로. 이런걸 쫙 써주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가고 싶었던 게 제가 딱 원했던 방향이었거든요. 그리고 실질적인 내용들로 자기가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니까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교수 B)
여자교수들이 스스로 평가한 자신에 대한 직업의식과 과제지향적 리더십 스타일은 남자교수들의 결과 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김혜숙 등, 2005). 교수라는 직업군에서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누가 더 적합하고 능력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특성이 소프트파워, 수평조직, 창의성 등이 중요시 되면서 여성성을 새롭게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느껴진다. 정예지(2023)의 연구에서 리더의 여성성이 차별적 대우를 낮추고, 다양성 수용을 높이는 결과를 나타내었다. 즉 여성성 그리고 다양성 수용이 조직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성이 곧 여성이라는 성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절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포용적이고 모성적인 측면을 일컫는 다는 점에서 여성교수의 강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특이점은 체육계 여교수는 임용준비 과정에서 여성의 강점이 수용과 인내를 표방한 수동적인 측면이었다면, 임용 후에는 스스로 여성적인 장점을 살려 좋은 교수로 거듭나고자 하는 적극성의 표출로 전환된 것이다. 시대의 변화 일수도 혹은 원하는 여교수가 된 후의 여유에서 발현되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체육계에서 여교수는 더 이상 소수자로서 인내하고 참아내는 순응적 존재가 아닌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보다 부드럽고 포용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사회에서 여자교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여학생들에게 여성이 우리 사회의 주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역할 모델의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남학생들에게도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리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고, 따라서 자신들을 인도하기에 충분한 역량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줄 수 있다(김혜숙 등, 2005). 대학에서 여학생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실에서(조선에듀, 2021.07.21.) 여교수는 여학생들의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하기에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여교수에게 ‘여자 교수’가 아닌 여성의 강점을 살린 능력 있는 교수가 되기를 기대한다.
4. 준비 과정과 임용 후에도 하지 못한 말: 여성교수자로서 목소리 내기
연구참여자들은 과거에 비해 차별적 문화가 개선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음에도, 여성 교수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남성 중심의 체육계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게 되는 경향을 진술하였으며 여자교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나한테 대놓고 여자가 어떻다고 이렇게 얘기하는 교수는 없지만 나 혼자 여자이다 보니까, 내 스스로가 여자가 이렇게 하는 건 좀 그렇지, 안 좋게 보겠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교수 D)
김혜순(2004)은 여자 교수가 당면하게 되는 성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여자 교수들이 전통적 성별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적응하게 되어 성차별적 감수성을 억제해왔을 것으로 분석하였다. 체육계열에서의 성차별적 문화가 일반사회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적 문화에 비해 문제시 될 만큼 두드러진 현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남성의 비율이 현저히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지에 있는 여성교수들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손승영(2005)은 조직에서 수적으로 열세인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차별 또는 배제가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전문직에 더 많은 여성들을 투입해야 하며, 이들을 ‘여성 전문인’이 아닌 ‘전문인’으로 인식하여 능력에 따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교수C의 진술에서도 여성 교수의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인되었다.
“여성 교수의 비율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한과에 한두 명밖에 없는지, 남성 교수들이 현저히 많은지. 외부 활동을 할 때도 회의에 갔을 때도 왜 여성교수는 있을까 말까 한지 안타깝고 답답하죠.” (교수 C)
상대적으로 여성교수의 비율이 낮은 것은 남성 중심의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채용에 있어서도 다수가 선호하는 남성을 채용하여 현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교수 D의 진술문을 통해 소수인 여성이 쉽게 소외될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사회의 그 문화를 이미 선점한 사람들이 남자다보니까 그렇게 가는 거지. 또 그 부분에 있어서는 기존에 있던 남자들이 그냥 못해도 그냥 또 남자를 뽑는 거고(중략), 그런데 지금 시대가 어떤데 지금도 왜 그러냐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바보가 되는 건 한순간이에요. 셋이 있는데 둘이 이상하면 이 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그냥 그 문화에 계속 동화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교수 D).
여학생과 여교수의 비율이 낮은 공학계열의 경우 여학생의 학업에 대한 긍정정서와 전공(공학)에 대한 자기효능감 그리고 진로포부 등 여교수의 비율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다(김예은, 이항심, 2024). 여학생의 비율이 낮은 체육계열에서도 유사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체육계열 내의 여성 교수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사족과도 같다. 한편, 송정화(2012)는 조직 내 필요한 여성스포츠아나운서의 수를 제한한 상태에서 한사람이 자리를 벗어나면 그 자리를 다른 여성으로 메우는 방식을 비판하며 스포츠 방송사의 여성 직원 비율 증가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여성스포츠 아나운서들이 남성아나운서들과 계약 조건, 연봉 등에서 차별대우를 받으며 주로 비인기종목에 투입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이와 같은 결과를 관행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개선할 수 있도록, 성별을 기준으로 조직구성원의 비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분석 결과, 연구참여자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여자 교수들이 서로 이끌어주지 않으며, 본받을 만한 역할모델을 찾기 어려운 것에 대한 아쉬움이 확인되었다.
“여성회원 중심의 학회가 있는데 제가 거기 가입을 안 해놓고 이런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여자 교수 간에는 서로 이렇게 끌어주고 하는 게 약하다고 해야 하나. 남자들이 훨씬 더 적극적이고 서로 끌어주는 문화라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우리도 누군가 이렇게 보고 배울 수 있는 롤 모델이 되는 여자 교수님이 계시면 좋을 텐데, 어느 순간 여자로서 겪는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해를 받는다거나 어떻게 헤쳐 나갈지를 보여줄 수 있는 롤모델이 없다는 것, 우리는 각자 도생(웃음). 그것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네요.” (교수 A)
오세은, 장혜영(2018)의 연구에서는 남자간호사들이 남자 선후배 간호사들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업무에 적응해갔으며, 남자 간호사로서의 역할 모델을 통해 자신의 미래상을 조망하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체육계열 여자 교수들은 “각자 도생”이라고 표현되는 것과 같이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성이 강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완영(2022)의 연구에서도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체육계 양성평등 실현 장애요인으로 여성 리더십 향상 과정에서의 여성 간 연대 부족 문제가 지적되었다. 즉, 남성 중심적 영역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여성 체육인들이 스스로 자립하거나 여성간의 연대를 추구하지 않고 오히려 남성에 연대하려는 경향이 양성평등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었다.
한편, 교수 D와 교수 B의 진술을 통해 스스로가 과거 원로 교수들에 비해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여성임에 더욱 잘 할 수 있는 일이나 여성으로서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을 수 있음에도 이를 주도하지는 않게 되는 상황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 시대에는 분명히 어디를 가도 여자는 볼 수도 없고 여자는 있을 수도 없고 그랬는데도 남자 교수들 사이에서 잘 지내려고 애쓰셨던 선배 교수님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고.” (교수 D)
“쉽지 않고, 유리 천장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서 그냥 내가 이 자리에 만족하고 그냥 내가 할 것만, 수업만 하고 말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저도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안일하게 내 생명줄에만, 그냥 내 삶에만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결국은 내가 여성 교수가 되어서 그냥 내 직업의 하나로만 가고 있구나, 체육계 여성 교수로서 내가 해야 되는 역할을 너무 등한시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중략). 과거에 원로 여성 체육인들이 ‘으쌰, 으쌰!’ 하면서 해왔던 것들에 비해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고, 부조리한 거는 자꾸 목소리를 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커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교수 B)
원로 여성교수들과 비교했을 때를 비롯해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더욱 적극성을 띠고 여성 교수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와 같은 반성적 성찰은 소수자로서의 한계를 반영하는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차별적 문화가 극명했던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는 상황에서 현재의 상태를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중적인 심경으로 해석되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했음에도 직장에서 여성의 대표성과 경험은 여전히 남성과 다르다(French, 2001). 이러한 상황은 성별 및 문화적으로 내재된 신념과 관행을 생각할 때 학계에서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Gardner et al., 2018). 남성과 대조적으로 여성이 직면한 불평등한 학계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에서도 혜택과 권리와 관련하여 여성은 계속 불평등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성 교수들은 그들이 직면한 장벽을 타파하기 위해 이러한 상황을 시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Chheda, et al., 2023). 실례로 1990년대 MIT의 Tenure 여교수들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여교수들을 위한 실제적인 혜택이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이 사례가 퍼져나가며 여교수들이 더욱 단합하였고 미국 대학의 변화를 이끌었다(김혜순, 2004). 무엇보다 여교수들 사이의 연대와 네트워킹 강화를 기반으로 한 복지는 여성교수 뿐 아니라 여학생의 학업여건의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민무숙, 2024), 교수임용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즉, 선배 여교수들의 노력으로 현재 여교수 임용비율과 복지가 과거에 비해 향상된 것처럼, 현재의 여교수가 후배 세대의 여교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젠더에 따른 차별은 여성만이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주류인 간호사(오세은, 장혜영, 2018)와 유아교사(권소영, 2014)의 영역에서도 남성들은 비주류로 직업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이는 유동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흐름의 변화이기에, 공통이라는 동일성의 지향보다는 차이를 드러내는 통찰력도 필요하다(권소영, 2014). 이러한 맥락에서 체육 분야에서도 차별의 장벽이 없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협력의 길을 모색하여야 하며, 그 길에 여성의 노력만이 강요되지 않고 남성이 함께 동참하여 진정한 사회적 진보와 공동의 번영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Ⅳ. 결론 및 제언
1. 결론
본 연구에서는 체육계열 여자 교수들의 내러티브를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교수로서의 경험이라는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체육계열 여자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반복되는 실패 경험과 여자라는 이유로 추정되는 탈락 경험이 실력만으로는 넘기 힘든 현실의 벽을 실감하게 하여 연구참여자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감추거나 오히려 여성의 강점을 살리는 타협의 결과를 불러왔다. 그러나 학생지도에 대한 적성과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강의와 연구에 대한 열정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체육계열 여자 교수로 살아가기의 주제를 통해 예상보다 다양하고 익숙하지 않은 교수직 업무에 따른 고충과, 선배 남자 교수 및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방식에 따른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서로의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맞춰 나가며 교수직에 적응해 가는 긍정적 결과로 나타났는데,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여성’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이 현실에 ‘타협’하는 결과를 보인 것에 비해, 교수임용 이후에는 ‘여성성’이 하나의 장점과도 같은 ‘전략’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을 벗어나고자 하였는데, 여성으로의 강점을 살리고 긍정적 평가를 받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참여자들이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학생을 지도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과도 같은 심경이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학생들의 긍정적 피드백을 통해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과거에 비해서는 차별적 문화가 개선되어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여성 교수의 비율이 현저히 낮은 현실의 상황이 이들의 주도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이에 체육계에서 여성 교원의 비율이 확대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불어 서로 이끌어주지 않는 문화와 역할 모델이 부족하다는 동시대 여성 교수들과 스스로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종합적으로 체육계열 여성 교수들은 남성 중심의 문화와 임용 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교수직 적응과정에서는 긍정적 여성성을 위해 노력하며 엄마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였다. 그러나 여성 교수로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보다 주도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 교수의 채용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본 연구는 체육계열 전공 여성 박사학위 취득자가 교수에 임용되는 과정과 교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을 표면화시켜 전문인으로 성장하려는 여성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체육학분야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를 연구하여 후속연구를 위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2. 제언
본 연구의 분석 과정에서 여자교수로서의 삶에 거주 지역에 따른 차이가 일부 발견되었으나 중심 주제로는 대표되지 못하였다. 비수도권을 포함하여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규모가 협소한 경우, 구성원 간의 교류가 활발하다는 것이 오히려 여성 교수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지역 사회의 협소한 네트워크가 남성 중심의 강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여성 교수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고립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지역적 특성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후속 연구에서 지역적 특성에 따른 성별 불균형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사할 것을 제언한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이나 협소한 지역 사회에서의 교수진 네트워킹 방식, 성별 간 교류의 차이, 그리고 지역적 문화가 성별 불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가 요구된다. 이러한 연구는 지역적 특성이 여성 교수의 경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지역적 맥락에서의 양성평등을 증진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 제언을 도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연구에서는 아직도 학계에서 현존하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여교수의 목소리’ 내기가 필요함에 대해 다루었다. 여교수들의 권리증진을 위한 여교수의 노력과 도전이 필요한지에 대한 후속연구도 중요하다 판단된다.
또한 성별 블라인드 심사제도 및 여성 교수 비율 할당제 등을 통해 성평등 채용 정책을 강화하고, 여성 교수들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특화된 리더십 프로그램과 멘토링 시스템 개발이 요구되는 바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과제번호)(NRF-2022S1A5B5A1704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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